일련번호: SCP-069-KO
등급: 유클리드(Euclid)
특수 격리 절차: SCP-069-KO-1은 제17기지 저위험군 인간형 SCP 격리실에 격리한다. 재단의 격리 원칙을 어기지 않는 범위 안에서 대상은 자신이 원하는 생필품이나 식사류, 또는 간식 등을 제공받을 수 있다. 대상이 재단 시설을 벗어나고자 하는 욕구는 한 번도 보고된 적이 없으나 변칙적 상황이나 기타 사고 등을 예방하기 위한 의도로, 대상의 이동 경로는 항상 손목에 부착된 위치 추적 장치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SCP-069-KO-2와 함께 있지 않은 한, 대상은 매우 온순하고 재단에 대해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으나 대상과의 접촉은 실험이나 면담 등 합당한 이유로 3/069 이상의 승인을 얻어낸 자만 허가한다.
대상이 산란기에 다다른다면 격리실 밖으로의 출입이 원천 봉쇄된다. 이 때의 대상에게는 물리적 접촉을 포함해 대화나 그 어떤 방식의 정서적 교감도 이루어질 수 없다. 이 기간 동안, 격리실 출입구의 작은 구멍을 통해 필요한 만큼의 음식이 제공되는 것을 제외하고 대상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것은 허가되지 않는다. 이 기간 동안에도 대상이 스스로 격리실을 탈출하려는 시도는 관찰되지 않았지만,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여 특무부대를 동원해 격리실과 주변 10㎡ 까지의 보안을 강화한다.
산란기가 끝나면, 격리실에 설치한 감시 카메라로 SCP-069-KO-2의 존재가 완벽하게 사라진 것을 확인한 뒤 정상적인 일상 생활로 복귀할 수 있다.
설명: SCP-069-KO-1은 20대 초반의 인간형 개체로 키는 155cm, 몸무게는 42kg이다. 대상은 일반적인 동아시아계 여성, 특히 한국인과 많이 닮아 있다.
대상에 대한 단서는 대상이 착용하는 복장만으로는 알 수 없다. 대상의 의복 섬유 조직을 미량 채취하여 14C 연대 측정법을 통해 확인한 결과 약 2000년 이전의 것으로 확인되었다. 다수의 사람들이 대상의 복식이 기원전 █세기경 ██시대 귀족 여성 복장과 유사해 보인다는 견해를 밝혔으나 여러 역사학자들의 증언을 수집한 결과 대상의 복식은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어느 시대와도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SCP-069-KO-1의 외모, 생활 방식(복식을 제외한) 등은 평범한 인간 여성과 별반 다를 바 없다. 그러나 개체의 생식 주기는 일반적인 여성과 차이를 보인다. 여성의 생식 주기가 여포기, 배란기, 황체기, 월경기로 나누어져 있는 것과는 달리 대상의 생식 주기는 휴지기, 수태기, 산란기(전례가 없는 관계로 SCP-069-KO 담당 연구원 임의 명명)로 나뉜다. 각 시기는 약 1-2주 내외로 이루어지며 자세한 설명은 다음과 같다.
• 휴지기 : 아무런 생식 활동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관찰되는 시기이다. 재단의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한 대상은 허가받은 재단 직원들과의 접촉이 가능하다. 약 2주-2.5주 가량 소요된다.
• 수태기 : 대상이 SCP-069-KO-2를 수태 - 하거나 하고 있다고 추정되는 - 시기이다. 약 1주 가량 소요된다.
• 산란기 : 대상이 SCP-069-KO-2를 산란하는 시기이다. 재단의 모든 인원은 생명 활동에 필요한 최소한의 식품을 제공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대상과 접촉할 수 없다.
이 시기는 산란에 소요되는 시간뿐만 아니라 SCP-069-KO-2가 격리실에서 완전히 모습을 감출 때까지의 시간을 포함하기 때문에, 약 0.7주-1주 가량 소요된다.
산부인과 검사를 통해, 대상에겐 자궁과 난소를 포함한 여성의 생식 기관과 더불어 [데이터 말소]가 추가적으로 존재하는 것을 밝혀냈다. 이 기관은 SCP-069-KO-2의 산란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SCP-069-KO-2는 황금빛을 띠는 알이다. 개체의 크기는 가장 긴 곳을 어림잡았을 때 약 50-60cm이고 무게는 격리실 바닥에 설치된 압력 장치를 이용하여 측정한 결과 4.5kg으로, 이는 지구상에 현존하는 알 중 가장 크기가 크다고 알려진 타조의 알보다도 3배 가량 큰 수치이다.
개체는 SCP-069-KO-1의 산란기에만 나타난 뒤 이후에는 사라진다. 담당 연구원의 증언에 따르면, 개체는 황금빛의 광택을 잃어버림과 동시에 형태가 일그러지고, 고체보다는 액체에 더욱 가까워지며 점차 부피가 줄어들고는 7일 이내에 소멸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더 이상의 정보는 SCP-069-KO-1이 개체를 감시 카메라의 시야로부터 차단하였기 때문에 관찰할 수 없다.
SCP-069-KO-1로부터 개체를 강제로, 또는 몰래 빼앗는 행위는 어떠한 경우에도 용납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알려진 정보에 따르면 SCP-069-KO-2가 자연적으로 사라질 때까지 격리 조치를 강화하고 기다리는 것만이 최선의 방법이다.
< 부록 1 : 사건 기록 069-KO-2 >
개요 : 특무부대 5명의 감시 하에 SCP-069-KO-2의 회수를 D계급에게 명령하고, 회수에 성공한 뒤 개체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를 시행할 것을 계획했으나, 회수에 실패.
[데이터 말소]
SCP-069-KO 담당 인원 전원 및 동원된 인력 전원에게 A등급 기억 소거 처리됨.
사망자 0명, 부상자 [편집됨]. 73%의 접촉자 또는 관찰자가 정신적 고통을 호소함. SCP-069-KO-2의 회수를 시도한 D-28369는 기억 소거 이후에도 영구적인 정신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성공적으로 제거됨.
사건 기록 069-KO-2 이후 개체와의 물리적 접촉은 원천적으로 금지되었다. 격리 지침 또한 개정되어 SCP-069-KO-1의 산란이 끝나더라도, 반드시 SCP-069-KO-2의 형체가 완전히 사라진 것을 확인한 뒤 격리실에 출입할 수 있다.
위와 같은 이유로, SCP-069-KO-2에 대한 연구는 무기한 연기되었고, 개체의 특성은 아주 기본적인 물리적 요소 외엔 아직 밝혀진 바가 없다.
< 부록 2 : 면담 기록 069-KO-1 >
면담 대상: SCP-069-KO-1
면담자: 3등급 수석 연구원 S██████
<음성 기록 시작, [15:25]>
S██████ 연구원: 안녕하십니까, 069-KO-1.
SCP-069-KO-1: 되도록이면 그 숫자들 대신 이름으로 불러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 이름은, [데이터 말소].
S██████ 연구원: 그 부탁은 유감스럽지만, 들어 드리기 어렵습니다. 저 또한 길고 긴 숫자들을 읊는 것이 기분 좋진 않은 일이지만 어쩔 수 없죠. 나에겐 당신을 이름 대신 숫자로 불러야 할 의무가 있어요. 당신이 격리된 이 곳 재단에서의 규칙이니까요.
SCP-069-KO-1: 뭐… 네. 어서 본론부터 말해요.
S██████ 연구원: 그럼 시작하도록 하죠. 어떻게 해서 재단에 오게 되었나요?
SCP-069-KO-1: 난 원래 이 곳에 있을 몸이 아니에요. 내 아들은 왕이 될 사람이라고요. 그런데…..
S██████ 연구원: 질문과 관계없는 대답은 하지 말아요. 다시 물을게요. 어떤 경위로 재단에 오게 되었죠?
SCP-069-KO-1: 하, 원하는 건 기필코 찾아내고야 말겠다. 그래요. 당신이 원하는 것이라면 어쩔 수 없네요. 내가 이걸 말하지 않는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뻔하니까요. 재단에 오기 전엔 병원에 있었죠. 정신과 의사였나 산부인과 의사였나 하는 사람들이 들락날락하느라 정신이 없는 병원에요. 병원에 있게 된 것도 자의는 아니었지만요. 그러다 얼마 안 있어 당신네 요원이 나를 발견하게 된 거죠.
S██████ 연구원: 네, 그렇군요. 말하고 싶지 않은 일이었을 텐데 용기를 내 주어 고마워요. 다음 질문은 그렇게 거슬리는 말은 아닐 것 같습니다. 탄소 연대 측정법을 통해 당신의 의복이 만들어진 연대를 측정한 결과, 약 2000년 전이 나오더군요. 조사한 결과 옷을 대대로 물려입거나 할 상황은 아니었다고 추정이 되는데, 그럼 그 년수는 당신의 수명이라 보아도 되는 건가요?
SCP-069-KO-1: 벌써…. 이천 년이나 되었나요. 해가 뜨고 지는 것만 아무 생각 없이 보고 산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세상이 많이 달라지긴 했네요. 나이가 든다는 건 무엇이고 죽음이란 또 무언지.
S██████ 연구원: 오랜 세월을 살았음에도 그것을 평소에 인식하지 못했고, 죽음이라는 것의 개념을 모른다라.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잘 기억이 나실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태어났을 당시부터 지금까지 변화해 온 시대 상황에 대해 간단하게나마 알려주실 수 있나요?
SCP-069-KO-1: 그래요. 내가 처음 내 아이, 당신들이 보는 것은 알이죠. 아무튼 아이를 낳았을 때 모두들 기이한 탄생이라며, 분명 큰 인물이 될 사람이라며 축복했어요. 그런데….
S██████ 연구원: 네. 천천히 말해요.
SCP-069-KO-1: 완전히 글렀죠. 내 아들은 왕이 될 수 없었어요. 이미 다른 알에서 나온 아이가 그 자리를 꿰찬 지 오래였어요. 신비한 탄생은 어느 새 흔해빠진 탄생이 되었고요. 결국엔 나와 내 아이를 알아보는 사람은 같은 마을 사람들 몇 명 밖에 없었죠.
S██████ 연구원: 이런, 안 된 일이네요. 그 다음은요?
SCP-069-KO-1: 새로 세운 왕조는 이전의 왕조에 반기를 든 것이니, 이전 왕조가 남긴 것들을 죄다 지우려 했죠. 뭐, 내 아이가 왕이 되지 못한 게 이런 면에선 나쁘지 않네요. 흔적을 밀어버리려는 덫에서 몇 번은 빠져나갈 수 있었으니까요. 다행히, 왕조가 몇 번이나 변화한 뒤에도 백성들은 나를 신비한 여인으로 보았어요. 처음에는 몇 명에 불과한 마을 사람들이었지만 이야기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거에요. 그 때까지만 해도…..
하지만 문제는 서양 세력이 들어오고 과학이 발전함에 따라 내가 가지고 있던 지위와 영예, 사람들에게 추앙받던 일들은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단 것이죠. 제일 큰 건 생물학자들이 문제였죠. 우리 같은 인간은 포유류였나, 아마 그런 쪽에 속한다는 듯 한데. 원래는 알을 낳는 것이 아니래요. 알을 낳는 건 새들이나 하는 짓이라고. 그 전에도 사람은 알 같은 걸 낳지 않는다는 건 다들 알았겠지만… 이미 정해진 사실을 의심하지 않는 순수한 마음이 있었죠.
결국 과거에 내가 누구였는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묻는 사람은 한 명도 없게 되었죠. 심한 경우엔 제대로 진화하지 못한 생물체 소리도 듣고, 내 아이가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되어야 한 적도 있었죠. 제 아이의 자리를 꿰찬 아이와 그의 어미는 역사책에라도 오르게 되었습니다만, 뭐, 별 수 있나요. 자연의 법칙을 따르지 못 한 사람은 역사의 저편에서 잊혀져 갈 뿐.
아참, 그러고 보니 웃긴 일이죠. 평상시엔 아이가 아닌 알을 낳는다며 놀림거리로만 삼던 사람들이 내 아이에 관심을 가진다는 것도. 난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이 알에 손을 대는 걸 참을 수가 없어요. 단순한 호기심 때문에 그런 추악한 짓을 한다면 영원히 천벌을 받게 될 거라고요. 잊혀지지 않을 벌 말이죠. 물론 사람들의 손길, 어미의 따뜻한 사랑조차 받지 못한 알은 얼마 안 가 사라지게 되겠지만…. 이런 세상에서 아버지 없이 태어나 놀림받는 삶보단 낫겠죠.
S██████ 연구원: 잘 알겠습니다.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기록 종료, [16:01]>
결론: SCP-069-KO-1은 사람들로부터 예전과 같은 인식을 받지 못하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는 것으로 보임. 더불어, SCP-069-KO-2에 대상을 제외한 인간이 접촉해서는 안 되는 이유를 대략적으로나마 짐작할 수 있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