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P-049-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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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우가 몰아치는 깜깜한 밤이었다.

제19기지의 연구 문서에 관한 연례 다학제 심포지엄(Annual Multidisciplinary Symposium About Research Articles ,SAMSARA)이 그 상서로운 첫 날을 맞았다. 기지 이사관 아코스타가 다시 강단에 올랐다.

그녀의 눈은 어떻게든 흥분한 것처럼 보이려고 애쓰고 있었다. "'SCP-2829 분비물의 화학적 성질과 격리 혁신에의 응용'에 대해 대단히 계몽적인 말씀 나눠 주신 마라빌라 박사님, 그리고 벨라스케스 박사님께 감사드립니다." 두 박사가 꾸벅 인사했다. 마라빌라 박사는 연결했던 노트북을 정리했다. 두 명은 드문 드문 퍼지는 박수 소리를 들으며 각자 자리로 돌아갔다.

아코스타 이사관은 하품을 꾹 참았다. "다음으로, 흥미진진한 강연을 해 주실-"

그녀의 말은 금방 끊겼다. 실험복을 걸친 건장한 형체가 쌍여닫이문으로 쏜살같이 들이닥치더니 강단으로 뛰어 올라왔던 것이다. 그 청년은 멈춰 서 손가락 하나를 들어 보이며 숨을 고르려고 하다가 강단에 있던 마라빌라 박사의 열지 않은 물병을 낚아 채 꿀꺽 꿀꺽 비워버렸다.

아코스타는 아코스타는 발로 바닥을 툭툭 두드렸다. 땀에 푹 젖은 청년이 그녀에게 몸을 기울이더니 귀에 무언가 속삭였다.


아코스타는 순간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이 허옇게 세는 기분이었다. "자, 모두 가만히 계세요. 가만히 계시라고요! 네, 거기요. 좋습니다. 현재 상황을 알려드리겠습니다. 20분 전, SCP-049가 격리실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되었습니다."

과학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환호, 한숨, 웃음소리, 그리고 야유가 섞인 불협화음이 터져나왔다.

"조용! 다른 무엇보다도 이 말은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기지가 봉쇄된다는 의미입니다. 여러분 모두가 용의자입니다. 기동특무부대가 건물을 이 잡듯 뒤지고 있습니다. 모든 내무 수사관들을 배치했고요. 우리는 진상을 규명하고, 사후 기념 행사의 밥맛없는 명예를 얻을 주인공이 누군지 밝혀낼 것입니다. 큐리 요원이 수사를 지휘합니다."

키가 크고 쭈글쭈글한 남자가 우스울 정도로 큰 안경을 뾰족한 코 위로 밀어 올리고 헛기침을 했다. "네. 흐음. 모든 면담은 제가 직접 진행할 겁니다. 장담하죠. 저와 제 팀은 이런 상황을 처리하는 데 가장 능숙합니다."


가장 먼저 결백한 것으로 밝혀진 사람은 제네시스 로사스 연구원이었다. 심포지엄 내내 자고 있었다고 확인된 것이다. 그녀는 법의학 전문가였기 때문에 신속히 불려가 피해자, 혹은 피해자의 잔해라고 해야 할 무언가를 조사했다. 제네시스는 부서진 흰 가면과 좀먹은 가운이 바닥에 쌓여 있는 모습을 경멸하듯 내려다 보았다. 그녀와 동행한 보안 경비원이 접근 금지 테이프를 넘어와 049의 파일을 건네주었다. "참 아이러니하군." 그가 팰퍼틴 황제의 목소리를 흉내 내며 말했다. "다른 사람들은 치료했으면서 정작 스스로를 치료하진 못했어."1

제네시스는 클립보드로 그를 가볍게 쳤다. "좀 진지해져 봐요, 이 오타쿠야."

경비원이 어깨를 으쓱했다. "심각하게 굴 건 없잖아요? 죽어서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니까요." 그가 파일을 가리키며 말했다. "음, 보안 카메라는 일이 터지기 10분 전에 다 나갔어요. 무기 없고, 피 없고, 발자국도 없어요. 적어도 제가 보기엔 그래요."

제네시스는 그녀의 칠흙 같은 웨이브 머리를 빙빙 꼬았다. "듣기로는, 퇴역 처분 예정은 없었다던데. 엣시피, 침입자, 아님 기지에 있는 사람 중 하나겠네요."

"글쎄요, 반경 센서들은 작동하고 있었거든요. 들어오거나 나간 사람은 없어요."

제네시스가 파일을 내렸다. "너무 틀에 갇혀 생각하는데요. 센서를 건드리지 않고도 이런 짓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엄청 많아요. 그냥 기특대가 뭔가 찾을 때까지 기다리기나 해야겠어요."

"다른 엣시피들은요? 이 띨빵한 놈 제외하면 지성 플러스 이동성인 엣시피들은 다 갇혀 있잖아요."

"엣시피들을 절대 과소평가하지 마세요."


큐리 요원은 심문실 벽을 마주 보고 앉아 있었다. 그는 잠시 극적으로 수염을 쓰다듬는 시간을 가진 후 면담을 시작했다.

"마라빌라 박사. 그 일이 일어나기가 무섭게 당신의 강연이 마무리 되었는데, 그것 참 우연이로군요. 아주 기가 막힌 우연이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윌베르토 마라빌라 박사는 불편한 금속 의자에 앉아 관자놀이를 문질러댔다.
"아니, 진심입니까? 정말 내가 이 안정적인 직장을 위태롭게 하면서까지, 적혀있는 규약을 다 위반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요? 고작 그 흑사병 '의사' 나부랭이 때문에?"

"당신과 당신의 공저자가 의도적으로 발표를 극도로 지루하게 만들어 목격자들의 무관심을 유도하는 사이, 제삼자가 처분해버렸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마라빌라가 벌떡 일어섰다. "좋아요, 이건 참을 수가 없군요. 그 발표는 오늘 있던 강연 중 최고였어요! 분석적인 목소리 톤도 완벽했고요! 결론도 끝내줬다고요!"

큐리는 탁자를 내려다보았다. "글쎄. 서사를 좀 더 넣었어도 좋았을텐데."

"…뭐라고요?"

"아닙니다. 혹시, 문제의 그 SCP에 대해 불만을 가지신 적은 없습니까?"

"불만?" 마라빌라가 허공에 따옴표를 그렸다. "제234기지로 전근 가기 전, 화학 실험실에 오려고 여기 자주 들렸습니다. 실험실로 향하는 복도를 따라가다 보면 바로 옆에는 그 지긋지긋한 놈의 격리실이 있었고요. 지날 때마다 그 놈이 저를 부르며 말했습니다. '아. 거기 선생님, 저처럼 진짜 의사(true doctor)이신가요?' 하루도 빠짐없이요. 그러다 마침내, 그 놈 가방에 들어있는 유리병 중 하나를 분석하는 임무를 맡게 되었습니다. 증류한 소변으로 밝혀졌죠. 저는 그날 전근 요청을 올렸습니다."

큐리 요원이 노트패드에 무언가를 끼적였다. "으흠, 그래요. 다음 면담을 진행해봐야겠군요. 경비, 박사를 강당으로 모시게." 마라빌라 박사가 어깨를 으쓱이고는 문 밖으로 걸어나갔다.

하나 해치웠고, 백 하고 열여덟 남았군.


이제는 벨라스케 박사가 의자에 앉아있다. 그녀는 큐리 요원이 뭐라 뭐라 웅얼거리는 동안 손가락 관절에 붙은 딱지를 떼어내고 있었다.

""… 이후 SCP-3233을 깨운 뒤 제45기지로 몰래 들여오고, 그 작은 녀석들을 이용해 집게발을 훔친 다음, 그것을 이용해 SCP-2719를 흑사병 의사의 격리실로 꾀어 피해자를 끝장내 버렸겠죠." 큐리 요원이 몸을 기울여 용의자의 얼굴을 마주보았다.

벨라스케스가 눈을 껌뻑였다. "그리고 저는 마라빌라가 노트북 연결하느라 삽질하는 사이 그 모든 일을 다 해야 했고요."

"이제야 털어놓는군!"

벨라스케스가 싸구려 탁자에 이마를 내리쳤다. "와 진짜. 이봐요. 나도 당신 만큼이나 그놈 싫어하긴 하는데, 이건 너무 심하잖아요! 진짜 하려고 했었으면 그냥 예산 절감을 위한 공짜 처분이라고 해버리면 끝나는 일 아니에요?"

"흐음. 나름 합리적인 답변이군요. 그렇다는 말은… 당신이 제19기지 횡령 사건의 배후였던 것이군요! 이 일은 그저 빙산의 일각이었던 거야!"

"제가 이런 말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요, 차라리 049랑 대화하던 때가 좋았던 것 같네요."


면담에 참여한 박사 한 명 한 명이 문제의 엣시피를 혐오했다고 털어놓았다. 팝콘 한 통과 캠코더를 들고 시간여행 온 타데우스 크샹크 박사의 분신 세 명이 발견되었다. 모두 섬머타임2을 계산에 넣는 걸 깜빡했다며 스스로에게 저주의 말을 퍼부었다. 쿠마일 칸 박사는 "최고의 049 흉내" 즉흥 경연을 개최해 분위기를 띄웠다.

드디어, 모든 연구원과 기특대, 그리고 직원들이 다시 한 번 강당에 모였다. 아코스타 이사관이 마이크를 두드렸다.

"여러분의 협조와 인내에 감사드립니다. 기특대가 기지 수색을 마쳤지만 '길'의 흔적이나 사보타주, 혹은 어떠한 침입 경로도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다시 말해, 가해자는 이 방 안에 있습니다. 그녀가 손짓하자 제네시스가 마이크를 잡았다.

"저는 모든 증거를 검토했고 매 면담마다 교차 검증을 진행했습니다. 살해자는 바로 큐리 요원입니다!"

사람들이 헉, 하고 숨을 멈추는 소리가 들렸다. 제네시스가 가리킨 의자는 텅 비어 있었다. 다시 한 번 숨을 멈추는 소리가 들렸다.

"뭐요 씨발?"


한편, 밖에 있던 큐리 요원은 안도의 한숨을 쉬곤 얼굴에 잘 맞지도 않는 가면을 벗었다. 그전보다는 좀 나아 보이는 중세시대 풍 가면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커다란 미소를 지었다. "한 마을에 치료제가 둘이나 있을 수는 없는 법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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