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련번호: SCP-041-KO
등급: 안전(Safe)
특수 격리 절차: SCP-041-KO는 제37기지의 안전 등급 격리동에 위치한, 외부와 물리적으로 차단되어 공기 순환 시스템과 인공 광원에 의해 제어되는 소규모 온실에서 아크릴 용기에 넣어 관리한다. 보통 개체의 관리는 정기적인 관찰만을 필요로 하며, 이는 개체의 개화가 가까운지의 여부를 확인하는 것에 목적을 둔다. SCP-041-KO가 개화하거나 그것이 가까워졌다고 판단될 경우, D계급 인원 1명을 꽃이 질 때까지 SCP-041-KO를 격리한 온실에서 생활하게 한다. 이때 담당 연구원은 온실에 설치된 CCTV를 통해 내부를 관찰하며, 이외의 인원은 보안 인가 없이 온실에 출입하거나 개체를 관찰할 수 없다. 개화의 완전 종료 및 새로운 SCP-041-KO의 존재가 확인되면, 다시 평상시의 격리 절차를 시행한다.
설명: SCP-041-KO는 브로멜라이과 푸야속에 속한 푸야 라이몬디(Puya raimondii)의 일종이다. 해당 종의 식물은 약 100년을 주기로 꽃을 피우고 대략 3개월 후 죽음을 맞이하는데, SCP-041-KO도 이러한 특징을 가지나 그 주기가 3 ~ 6개월로 짧은 것이 차이점이다. 이로 인해 생장 완료 시의 크기 역시 작은 편이다.
대상이 갖는 주요한 변칙성은 개화를 전후로 그 주위에서 발생하는 이상현상이다. 먼저 개화가 가까워지면 SCP-041-KO는 개체에 대한 중독 및 의존을 중점으로 하는 인식재해를 발생시킨다. 이 기간의 SCP-041-KO의 주위 반경 10m 이내에 있거나 대상을 관찰한 인원은 일반적인 중독 증세를 보이고, 이러한 중독은 개인의 노력 또는 3등급 기억소거제의 처방만으로 벗어날 수 있다. 이후 개화가 시작되면 이러한 변칙성은 급격히 강화되어, 이 시기의 SCP-041-KO의 주위에 있거나 대상을 관찰한 인원은 고도의 중독 증세를 보임과 동시에 SCP-041-KO의 부재에 대한 불안, 우울증과 같은 금단 현상에 시달린다. D계급을 이용한 실험 결과, 해당 실험 인원은 SCP-041-KO가 위치한 온실에서 며칠 동안 침식을 거르며 생활했으며, SCP-041-KO의 꽃을 꺾는 등의 행동에 대해 폭력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러한 증상은 1등급 기억소거제의 처방을 통해 해결할 수 있으며, 사진 등의 직접적이지 않은 관찰은 아무런 변칙성을 갖지 않는다. 개화가 끝나면 SCP-041-KO는 씨앗을 남긴 채 며칠 후 시들게 되고, 개체에 중독된 모든 인간은 꽃이 짐과 동시에 심장마비로 사망한다. 이후 씨앗에서 동종의 새로운 식물이 자라나며, 이렇게 자라난 모든 개체들을 SCP-041-KO라 칭한다.
SCP-041-KO의 주요한 위험성은 이러한 중독 증상의 초래 외에, 개화 시기를 전후하여 개체 주위에 인간이 없을 경우 발생하는 영향 범위의 확장에 있다. 그 속도는 초기 0.█km/h에서부터 불연속적으로 증가하며, 실험 결과 최대 ██km/h에 이르러 이 이상의 측정은 위험하다고 판단, 실험이 종료되었다.
19██년 대한민국 한 소도시의 식물원에 비치되어 있던 SCP-041-KO는 주말 및 공휴일이 겹쳐 6일 간 식물원이 휴업하자 개화 영향 범위를 주변 반경 ██km까지 확장, 재단 추산 ████명의 사람들에게 중독 증상을 발현시켰다. 당시 한국 전역이 휴일이었고, SCP-041-KO의 영향 범위가 도시 전역을 포함할 정도로 확장되었기 때문에 재단은 개화가 끝나기 전, 1등급 기억소거제의 광역 처방만을 통해 큰 파장을 막을 수 있었다. 사건 041-n9758로 명명된 이 사건으로 인해 현재의 특수 격리 절차가 수립되었다.
부록 A: 사건 041-n9758의 보고서 일부
…사건 041-n9758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SCP-041-KO를 오랫동안 길러온 식물원 측이 개체의 특성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식물원장 박██ 씨의 증언에 따르면, SCP-041-KO는 평범한 푸야 라이몬디와 동일한 특성을 가지고 있었고, 그는 SCP-041-KO의 개화가 80년이 넘게 남았다고 예상하고 있었다. 이러한 판단은 당시 SCP-041-KO를 관리하던 최██ 씨의 일지에 바탕을 둔 것인데, 사건 당일 최██ 씨는 휴업 중인 식물원에 홀로 나와 있다가 뇌졸중으로 사망한 상태였다.
SCP-041-KO는 당시 식물원 내 소규모 온실에서 따로 관리되던 상태였고, 담당 관리원은 고령의 최██ 씨뿐이었다. 이에 대해 박██ 씨는 "푸야 라이몬디는 희귀하지만, 개화기가 아니면 밋밋한 식물이다. 개화는 멀었으니 특별 전시가 아니라면 굳이 꺼내둘 이유가 없는 데다가, 스트레스에 취약한 등 다루기 어려운 식물이라 위험하기도 하다"며 "담당 관리인이 필요했지만 그것에만 집중할 인력은 없었기에 은퇴했던 최██ 씨에게 개인적으로 부탁하여 일을 맡겼다. 꺼내기 어려운 요청이었는데도 흔쾌히 수락했고, 매일 온실에 들르는 등 푸야에 대한 관심도 각별했다"라고 답변했다. (보고서 24페이지)
부록 B: 사건 041-n9758 당시 식물원 입구와 내부 CCTV 영상
██/██ 0756: 최██ 씨가 식물원 입구를 자전거를 타고 통과함. 본관까지의 외길을 따라 내려감.
██/██ 0803: 최██ 씨가 SCP-041-KO가 위치한 온실에 들어옴.
██/██ 0804: 최██ 씨가 온실 내부의 온도와 습도를 확인하고 조절 장치를 조작함.
██/██ 0807: 최██ 씨가 SCP-041-KO 이외의 해당 온실에 비치되어 있던 다른 식물의 화분에 물을 줌.
██/██ 0811: 최██ 씨가 갑작스럽게 쓰러짐.
██/██ 0815: SCP-041-KO의 꽃봉오리가 개화 전의 상태로 보이는 단계로 변함.
██/██ 0822: SCP-041-KO가 개화함.
██/██ 1152: 도시에 파견되어 있던 재단 인원들과의 연락이 모두 끊어짐.
부록 C: 푸야 라이몬디에 대한 재단 내 학술지 일부
…푸야 라이몬디는 안데스 산맥에서만 자생하며,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었다. 다 자란 푸야는 높이가 12m에 달할 정도로 크고, 개화 시 600개가 넘는 꽃을 한꺼번에 피운 모습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요소이다. 이러한 외양에 더불어, 100년에 한 번 꽃을 피우고 죽는 생애는 신비함을 자아내 예로부터 신성시되고는 했다. 푸야의 긴 수명은 영원을 상징하지만, 한편으로는 다른 생명체의 죽음을 지켜봐야 한다는 점에서 고독을 의미하기도 한다. 푸야는 과거 잉카 문명의 문헌에도 등장하는데, 잉카 벽화 중에는 푸야의 이러한 성격을 반영한 신화가 기록되어 있다.
"수파이(Supay)라는, 인간을 아끼는 신이 있다. 그는 푸야의 모습으로 나타나 선한 사람을 지켜본다. 그가 죽으면 푸야는 꽃을 피우고, 그 꽃은 사람을 불러모은다. 모인 이들은 망자의 죽음을 슬퍼하다가, 장례의 마지막 날 푸야의 꽃이 짐과 동시에 모두 죽음을 맞이한다. 망자가 죽어서도 외롭지 않도록 하는 그의 호의이다…(중략)…이후 아끼는 인간을 잃은 수파이는 크게 상심하여 푸야를 시들게 하고 하늘로 올라간다. 이때 그가 흘린 눈물은 큰 비가 되어 내리게 된다."
이러한 이야기는 잉카 문명의 순장 문화와 문명이 위치한 아타카마 사막 인근 지역의 낮은 강수 빈도를 모티프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학술지 87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