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테리

레버는 도망치는 화이트를 뒤쫓으며 자신이 바라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했다. 그녀는 거리를 좁힐 듯하면서도 결코 가까워지지 않았다. 몇 년 간이나 잠적했다가 비로소 다시 나타난 이유가 고작 그와 술래잡기를 하기 위해서일까? 레버는 그렇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무슨 꼴이란 말인가? 이 싸움을 고작 술래잡기로 치부하는 것은 화이트를 깎아내리는 표현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레버를 깎아내리는 것이기도 했다.

레버는 분명히 자신이 화이트를 쫓고 있다는 사실에 어떤 의미가 있다고 믿었다. 그것은 자신밖에 할 수 없는 행동이었으며, 자신만이 해낼 수 있는 성취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의미가 대체 무엇인가만큼은 알아낼 수 없었다. 거기에서 비롯된 혼란이 그를 헤매게 했다. 레버는 내내 땅을 짚는 줄도 모르고 마치 나비처럼, 스스로 하얀 나비라도 된 것처럼 헛된 날갯짓만 해 보였다. 그것이 날개가 아니라 모두를 얽어매는 하얀색 의사 가운이었다는 것을 알아채기까지 수많은 좌절과 실패를 겪어야 했다.

섀넌은 아니었다. 그녀가 떠났을 때 레버는 그것을 알았다. 근접했지만 어떤 점에서 분명히 틀렸다. 그녀는 나약함을 감싸줬지만 동시에 작고 안전한 집 안에 가둬버리는 것을 뜻하기도 했다. 레버는 결코 하얀 나비는 아니었으나, 하얀 나비를 잡기 위해 뛰어다니는 사람이었다. 그는 자신이 족쇄에 매여있다는 사실을 속임으로써 족쇄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러자 화이트가 다시 나타났다. 그 보상을 해주겠다는 듯.

그녀의 목적이 무엇인가? 그리고 그녀가 자신의 존재 이유를 어떻게 설명해줄 것인가? 레버는 그녀가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해줄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그는 지금 실망하고 있었다. 화이트는 단지 도망치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었다. 그녀는 수수께끼 같은 존재였고 경외할 가치가 있는 유령 그 이상의 실체였다. 그러나 지금 그녀는 그녀의 행동으로써 이제까지의 싸움을 보잘것없는 술래잡기로 폄하하고 있었다. 붙잡은 나비가 흰색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리라는 생각에 레버는 두려움으로 심장이 멎을 것 같이 되었다. 그는 필사적으로 그 사실을 부정하면서, 잔상을 남기는 그녀의 모든 하얀색을 뒤쫓았다.

한편 저 멀리 보이는 막사 앞에 연방수사국의 평범한 요원 한 명이 보초를 서고 있었다. 오늘따라 끊었던 담배 생각이 간절했다. 그들과 연합 기동부대 사이를 지나는 난민 캠프의 지평선은 여전히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들이 자리를 비워주려면 시간이 한참이나 더 걸릴 것 같다.

그렇지만 그는 내심 그들이 이대로 뿌리를 박고, 구호물자만 전달받으면서 이 골짜기에서 계속 벗어나지 않았으면 싶었다. 그들이 있는 한 두 집단 사이에 전투는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어쩌면 아예 이대로 화해하게 될지도 몰랐다. 그런 막연한 기대가 있었다.

요원은 안타까운 눈빛으로 전방을 주시했다. 정확히 무엇이 안타까웠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가 이 자리에 서서 보초를 서고 있다는 사실도 안타깝기는 마찬가지였다.

앞에서 누군가가 열심히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민간인일까? 저번에는 식량 대신 장난감을 달라고 졸라대는 사람들도 있었다. 저 남자는 어떤 것이 스스로에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을까?

어떤 것이 가장 부족하다고 생각하느냐고 말해야 하나?

그는 서서히 가까워지는 남자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신원 판독기를 들어 올렸다. 초점을 맞추기 위해 허리를 숙이고 렌즈에 눈을 댄 그가 말했다.

"잠시만요, 저기요! 그 자리에 멈춰주세요."

남자는 그 말을 들은 것 같지도 않았다. 그는 귀찮은 표정 일색으로 렌즈를 도로 되돌리며 다시 한 번 반복했다.

"저기요, 잠시만이면 되니까 그 자리에 멈춰주세요!"

분명히 들렸을 텐데 남자는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요원은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 저 남자는 뭔가 잘못되어 있다.

"저기요? 이봐요! 멈추세요! 자리에 멈춰!"

신원 판독기에서 삑삑거리는 소리가 났다. 그는 당황하며 화면을 확인했다. 한때 말끔했던 얼굴. 지금의 흐릿한 몸부림과 대비되는 또렷한 인상. 레버 베일리. SCP 재단의 현장 요원.

그는 허리춤으로 가져간 손을 잡아뜯듯이 뽑아냈다.

총소리가 울렸을 때, 레버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눈앞에 군용 텐트가 있고, 한 남자가 고래고래 소래를 지르며 자신에게 총구를 겨누고 있었다. 그는 순간의 판단으로 왼쪽을 향해 몸을 굴렸다. 낮은 둔덕 위로 몇 번의 총성이 더 이어지면서 흙먼지가 튀었다.

잠시 뒤 그를 향해 달려오는 발소리들이 지면을 타고 전해졌다. 상황은 명백했다. 연방수사국이다. 레버는 자신이 그들의 막사 앞까지 홀린 듯 걸어왔다는 사실 자체에 흥분했다. 그를 이끈 것은 화이트였다. 그리고 이렇게 또 한 번 수수께끼를 던지고 사라졌다. 괜한 의심을 했다, 그가 즐거워하며 생각했다. 이건 오직 그녀밖에 할 수 없는 도발적인 도전이다.

좋아, 그러면 받아들이지. 레버는 난민 캠프를 돌아보면서, 이제 그 개수를 셀 수 있을 만큼 바짝 다가온 걸음 소리에 귀를 곤두세우며 총을 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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