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 오리가 오리라

"뭐야 저거?"

"고… 고무 오리인가?"

두 사람은 콘크리트에 파인 크레이터를 내려다봤다. 너비 1미터 되는 크레이터의 한가운데, 조그만 노란색 고무 오리가 우주복 헬멧을 쓴 채로 앉아 있었다. 몇 분 전에 두 사람이 포르노 연기의 오묘한 맛을 이야기하던 중에 하늘에서 떨어진 녀석이었다. 두 번째 사람이 몸을 구부려 오리를 만졌다가 후다닥 손을 떼었다. "앗씨 뭐야! 개뜨거워!"

"당연한 거 아냐? 방금-" 첫 번째 사람이 말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봤다. 쐐애액 하는 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마치 위에서 나는 것 같은데…

이윽고 두 번째 고무 오리가 큰 "꽉" 소리를 내며 떨어져 자신의 차를 박살냈다. 세 번째 오리가 이웃집을 무너뜨렸다. 네 번째 오리가 지나가던 사람을 묵사발냈다. 두 사람 주위로 고무 오리들이 하늘에서 우수수 쏟아졌다. 10분도 지나지 않아 이스트 43번가는 싸그리 자취를 감췄다.


남자는 담요를 푹 뒤집어쓰고 덜덜 떨면서 고무 오리를 살펴봤다. 오리는 청록색 (파란색인가?) 을 띤 채로 아랫부분에 조그맣게 눈송이 데칼들을 수북이 두르고, 까만 글자가 이렇게 찍혀 있었다. "쿨해지는 것만큼 쿨한 게 있으랴?"

얼음같이 추웠다. 지금 날씨에 그보다 적당한 표현이 없었다. 여긴 텍사스인데! 추워 봐야 기온이 영상 5도인데 지금이 영하 15도였다. 게다가 더 떨어지고 있었다. 좀 더, 점점 더. 바깥에서 눈이 내렸다. 두 달째 그치지 않았다. 그렇게 텍사스의 이 휴스턴은 눈에 온통 파묻혀 있었다.


얼마나 오랫동안 춤을 췄지? 저 망할 고무 오리가 색소폰을 부는 내내. 언제부터 저놈이 색소폰을 불었지? 모른다. 벌써 다섯 명이 탈진해서 쓰러졌는데 오리는 느려질 기색도 없다. 오히려 더 빨라졌으면 모를까.

여자가 주위를 돌아봤다. 시야에 보이는 사람들 모두 춤추고 있었다. 부기 댄스, 더기 댄스, 스릴러 댄스, 허슬 댄스, 멍키 댄스, 그냥 막춤까지. 어떤 춤이든 좋았다. 몸이 움직이기만 하면. 하지만 멈추지는 못했다. 여자는 멈추고 싶었다. 온몸이 멈춰 달라고 애원했다. 하지만 멈추지 못했다. 그저 춤을 췄다. 언젠가 끝날 때까지.


아이들은 겁먹은 채로 욕조 온 구석을 지켜봤다. 소중하게 간직하던 장난감에서 끔찍한 것이 나오고 있었다.


"아 네. 그러니까 문제는, 제가 파악하는 바로는…" 밀스Mills 박사는 침을 꿀꺽 삼켰다. 앞에 앉은 사람들은 지금부터 자기가 해야 할 말 마음에 안 들었다고 바로 자기 목을 날려버릴 인물들이었다. "문제는 우리가 제대로 연구하지 않았다는 점이죠, 이 오리- 개체요! 개체 말이었습니다. 다른 사소한 변칙개체랑 같이 묶어버렸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어… 그게 정답이 아니었다는 뜻이죠. 그 개체들이 어디서 왔는지 생각해 보지를 않았어요. 뭐 또, 왜 이렇게 쉽게 얻어졌나 하는 생각도 그렇고."

"밀스 박사, 우리 실수 성찰은 지금 상황 분석 다 끝나고 해. 당장은 그것부터 말해봐. 이 개체들이 지구상의 생명체들한테 즉각 위협을 끼치겠나?"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그렇습니다. 저희 생각입니다만, 네 지금 XK 시나리오의 1막이 열린 것 같습니다."


뮌헨. 유령 오리들이 하늘에서 떨어졌다. 주민들이 공포에 떨었다.


빅 벤이 분해되며 수백만 마리 고무 오리가 되었다. 땅으로 떨어지며 모두 종소리를 울렸다.


그리고 이 모든 사건 내내, 침략자들은 가만히 앉아 자신의 작품들을 지켜봤다. 베니스의 거리를 고무 짐승이 쓸어내리고 사람들이 도망가는 것을 봤다. 호주에서 오리들이 다이너마이트처럼 터지는 것을 봤다. 그들 모두 이 광경을 보며 흡족했다. 머지않아 지구는 자신들의 것이 되리라. 곧 인간은 동굴 속으로 되돌아가고, 이 세상의 진정으로 새들의 것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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