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이름은 샘이었다. 대원들은 샘을 위하여 건배했지만 그를 위한 명복이 완전해지려면 아직 멀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구체는 사건 당일 마구잡이로 이동하다가 멀리 날아가 오지에 떨어졌다. 대원들은 출동 허가가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연구원들은 사건을 보고 흥미로워하는 눈치였다. 다비드는 그들 앞에서 증언하다가 욕을 퍼붓고 경고를 받았다. 그는 구체에 끌려가던 샘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했다. 살덩이로 눌러 붙으면서 고통에 떨리던 눈빛을 기억했다. 그와 함께했던 짧은 시간을 기억했다.
잔디깎이는 산산조각이 났고, 비니는 여기저기 부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마이클도 마찬가지였다. 그날 다리가 부러졌는데도 뛰어다녀서 부상이 악화되었다. 둘 다 현장 생활을 지속하는 게 위태로울 정도의 상태였다. 오랑우탄의 분위기는 침울했다.
얼마 후 드디어 허가가 떨어졌고, 대원들은 헬기에 올라 작전지로 향했다. 구체가 떨어진 곳은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운석이 떨어진 것처럼 깊게 파여 있었고, 안에는 산성액 웅덩이가 고여 있었다. 웅덩이 주변에 커다란 발자국이 북쪽으로, 더 깊은 숲속으로 이어졌다. 대원들은 흔적을 쫓았다.
이틀 후 그들은 대상을 발견했다. 거대한 악어의 모습이었다. 이무기보다는 작았다. 그리고 보다 작은 크기는 연구원들이 예상한 바였다. 그들은 흡수한 인간의 수만큼 그 크기가 커질 거라고 추측했었다.
대원들이 대상을 발견한 곳은 한참 떨어진 절벽 아래였으므로, 확보는 다음으로 미뤘다.
그들은 다음날 흔적을 잃었다. 개울에서였는데, 위쪽 아래쪽 갈라져서 수색했다. 반나절 지난 후 하류 팀이 흔적을 발견했다. 다음날 상류 팀이 아래로 내려가다가 산성액 웅덩이를 발견했다. 흔적과 함께였다. 하류 팀은 올라가고 있으니 먼저 쫓으라고 전했다. 상류 팀은 얼마 지나지 않아 대상을 포착했다. 하지만 인원이 적어 제압이 불가능하므로 계속 뒤만 쫓았다.
하루 지나고 하류 팀이 합류했다. 하지만 대상이 높은 폭포 아래로 떨어지는 바람에 다시 놓치고 말았다. 대원들은 암벽을 타고 빠르게 내려갔다. 흔적을 쫓다보니 또 강이 나왔고, 흔적은 없었다. 착잡한 심정으로 대기하는데 강 너머 숲속에서 대상의 꼬리가 흔들거렸다. 대장이 고함치자 대원들은 강으로 뛰어들었다.
물살에 떠밀려 포착 지점과 좀 멀어지긴 했지만 모두 무사히 강을 건넜다. 주변을 자세히 살피며 상류로 올라갔고, 곧 꼬리를 본 곳에 다다랐다. 대상의 발자국이 진흙에 찍혀 있었다. 당당한 모습으로. 약 올리는 것처럼.
하루 후, 연못에 걸쭉히 퍼진 산성 액을 지나치던 중 대상의 습격을 받았다. 오정이 다리를 살짝 다쳤다. 사기는 바닥에 떨어졌다. 남은 건 의지와 끈기, 복수심뿐이었다. 대장은 팀을 재정비하고 다시 추격에 나섰다.
3일 후, 놈이 방향을 틀었다. 도저히 넘을 수 없는 지형 때문에 대원들은 빙 돌아가야 했다. 열흘 후, 첫 착륙 지점, 구덩이로 돌아가던 중 기적적으로 흔적을 찾아냈다. 일주일 후 대원들은 대상을 포위했다. 구덩이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동굴 안에서였다. 대상은 휴면 상태였다. 잠을 자고 있었다.
대장은 공격을 명하려다가 입을 닫았다. 다음날 엄마원숭이가 부탁받은 중화기와 폭발물들을 실어다줬다. 대원들은 대상 주위에 폭발물을 설치하고, 주변에 진을 치고 중화기를 대상에게 겨눴다.
보름 후 대상이 깨어났다. 악어가 일어나려 한 번 구르자 어마어마한 폭발이 주변을 휩쓸었다. 열기가 피부에 달라붙어 수분을 빨아들였다. 검은 연막 속에서 발톱이 드러났다. 조그만 발톱들. 날카로운 이빨이 촘촘히 달린 아가리. 대상은 이제 하나가 아니었다. 다섯 마리의 작은 공룡들이 뛰쳐나갔다. 총들이 불을 뿜었다.
한 놈, 다리를 다쳤지만 포위를 빠져나갔다. 본 사람은 다비드밖에 없었다. 그는 벌떡 일어나 놈을 쫓았다. 무전으로 나머지 네 마리의 제압 소식이 들려왔다. 구체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는 놈의 배를 살폈다. 옆구리가 살짝 둥그렇게 부어 있었다. 그는 멈춰 서서 사격했다.
빗나갔다. 하지만 공룡은 당황하다가 바위틈에 다리가 끼었다. 다비드는 대상에게 다가가 총을 겨눴다. 방아쇠를 당겼고, 놈이 튀어나와 덮쳤다. 목을 물어뜯으려 했다. 그는 두 손으로 입을 잡았다. 이빨이 깊숙이 파고들었다. 그는 놈의 새파란 입속을 들여다봤다. 지독하게 슬픈 색이었다. 어쩌면 흡수된 사람들이 저 안에서 울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고, 그는 생각했다.
끝내주자. 다비드는 손을 떼고 팔 하나를 입에 물렸다. 권총을 빼들어 가슴팍에 연사했다. 놈의 꼬리가 그의 머리를 강타했다.
다비드가 정신을 차렸을 때, 구체가 눈앞에 있었다. 손끝에. 그는 소스라치며 일어났다. 무전기는 동료들의 목소리로 시끄러웠다. 그는 권총을 구체 앞에 들이댔다. 손가락이 방아쇠를 눌렀다. 조금만 더 당기면, 복수의 끝이었다. 동료의 죽음을 수많이 경험했던 그를 위한 보상. 모두를 위한 보상. 샘을 위해 원한을 갚는 것이었다. 그는 방아쇠를 당겼다.
탄창은 비어 있었다. 동료들이 뒤에서 다가와 그의 손을 잡았다. 오정이 구체를 흙 채 퍼 담아 상자에 넣었다. 그들은 엄마원숭이를 호출했다. 그리고 기지로 돌아갔다.
샘을 위하여 건배. 그의 명복을 빌면서. 다비드는 악어가 만들었던 웅덩이에 와있었다. 연구원들이 괴물에게 흡수된 사람들의 정신이 살아있었고, 그 근원이 웅덩이일지도 모른다는 주장을 듣고 난 후에, 특별히 휴가를 얻어 온 것이었다. 웅덩이는 사람들에 의해 메워지고 시멘트로 뒤덮였다. 주위엔 울타리가 쳐지고 주의하라는 표지판이 세워졌다. 다비드는 큰 돌 하나를 들어다 시멘트 위에 올려놨다.
얼마 후 오랑우탄에겐 새로운 작전이 내려졌다. 다비드는 브리핑이 끝나고 식물원으로 갔다. 그리고 벤치에 앉아 죽은 동료들을 바라봤다. 그러다가 그는 일어났다. 경례를 하고, 식물원을 나갔다. 풀잎 스치는 소리가 헬리콥터가 되어, 그의 몸을 밀쳐냈다. 오랑우탄은 죽은 전우를 뒤로 하고 작전지로 멀리 떠나갔다.
우리가 하는 일은 인류를 위한 일이다. 우리의 죽음은 값진 희생이다. 인간의 의지는 경이로워 인류 평화의 이상을 향해 모든 것을 포기할 줄 안다. 돈은 감히 우리의 목적이 되지 못한다. 재단의 보상은 그저 맘 놓고 의지를 펼칠 수 있게 해주는 최소한의 배려다. 인류의 보호만이 우리의 순수한 목적이다. 평화는 감히 우리를 유혹하지 못한다. 우리는 세계를 떠받드는 기둥이다. 강력한 의지로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다른 모든 이의 평화를 지킨다. 죽음은 감히 우리를 막지 못한다. 민간인의 죽음, 동료의 희생 속에서도 우리의 마음은 흔들리지 않고, 평정을 잃지 않으며, 이상을 위해 계속 힘 쓸 줄 안다.
그리고 이 모든 덕목을 갖춰, 군인의 본보기가 되었던 이들이 임무를 마치고 여기 누웠다. 그들은 진정 훌륭한 군인이었다. 그들 덕분에 인류는 보호되었다. 우리는 그들에게 감사한다. 언젠가 온 인류가 감사해 할 날이 올 것이다.
-추모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