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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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밑바닥부터 시작할거야." 그녀는 자신의 방안에서, 의자에 몸을 깊숙이 파묻은 채 말했다. 사이다를 한 병 따면서 알알해진 손은 잡고 있는 채로 말이다.
"조금이라도 더 완벽하게,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서." 곧 그녀는 일어나 창가로 걸어가, 뒷짐을 진 채 재단의 전경을 보고 있었다. 그녀는 이 재단의 총괄자 중 한명이었고, 그렇기에 최상층인 자신의 방에서 전경을 구경할 수 있었다. 그렇게 잠시 동안 구경하다가, 그녀는 시계를 보고 십 분이 지나도 약속한 사람이 아직도 도착하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하아… 이분 또 몰라보는 거 아니야?" 하며 짜증 섞인 한탄으로 그녀는 방을 나가보았다. 그리고 그녀의 예상했던 대로 그는 복도에서 어느 방인지 몰라 헤매고 있었다.
'아이고 저 바보. 모퉁이 돌면 바로 옆인데 그것도 몰라보다니 저런 고깃덩어리, 아마 뇌도 고기로 차있을 거야.'하고 그녀는 생각했다. 물론 표정은 포커페이스인 채로 말이다.

"샤연, 아니 사이언."하고 그녀는 그를 부르고, 곧바로 손짓으로 오라고 했다.
"하하… 이런 또 몰라보는군요. 왜 그러지?" 그는 헛웃음 지으며 말했다. 그의 풀 네임, 혹은 풀 코드명은 Scientasyist였지만 그녀는 그렇게 부르는 게 너무 길어서 사이언이라고 부르지만, 약간이라도 발음이 새거나 혹은 빨리 말하게 되면 샤연이라고 절로 발음되었다.
"발음이 헷갈리는데… 사이언이 조끔 부르기 힘들긴 해요." 라고 그녀는 한숨 쉬며 말했다.
"딱히 개의치 않습니다. 뭐 이상하게 줄여 부른다고 환관이거나 사타구니라고 부르는 사람보단 나은 거 같아요." 그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
"왜 오셨는지는 아시죠?"하고 노래마인이 물었다.
"네"하고 Scientasyist는 뭐 알 거 다 안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나저나 이 서류 더미들 대단한데요? 이것들에 비하면 제 방은 아직 깨끗하네요. 그것도 상당히." 그는 노래마인의 방대한, 차곡차곡 정리된 서류들을 살펴보며 말했다.

"내가 여기의 관리자잖아요." 그녀가 대답했다.
"관리자면 보통 일은 관리에 대해서만 하지 않나요?" 그가 의구심을 느끼면서 다시 물었다.
"난 여기의 관리자이고, 이 재단 본부외의 두 곳의 사령탑이기도 해요." 노래마인이 알쏭달쏭 하게 대답했다. 그걸 이해 못하는 Scientasyist는 멍하니 바라만보고 있었다.
"관리자이기에 더욱 많은 데이터를 알고 있지요, 그리고 데이터들을 모으고, 정리하는 게 제 일이잖아요." 노래마인은 특유의 굳은 표정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그게 맞는 말이긴 하네요…" 하고 Scientasyist는 조심스럽게 동의해보았다.
"SCP-███,SCP-███,SCP-███,SCP-███. 당신은 전부 들어도 보지 못한 것들 일거에요. 아 그런 표정 지을 필요 없어요. 당신의 보안 카드로는 접근 거부되어 있을 테고, 문서를 읽고 아는 것조차도 불가능한 일일 테니까요."노래마인은 무표정하게 말했다. Scientasyist는 왠지 모르게 그녀에게서 느끼는 압박에 조금 주눅이 들면서 중압감을 느꼈다.
"그런 SCP들의 통제권을 쥐고 있는 게 저에요. 이 재단의, 적어도 이쪽의 모든 데이터는 제 손안에 잡혀있어요. 또한 본부의 데이터 중 가장 많이, 가장 깊게 알고 있는 것도 저고요. 아마 닥터들은 문헌상으로만 만나 보았지요?"
Scientasyist는 조금 불안한 듯, 끄덕였다.
"흠, 조금 힘들어하는 모습인데요?" 하고 노래마인이 말하더니, 사이다 한번 쭉 들이켜고 나서 곧 그녀의 휴대용 컴퓨터를 들고 무언가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잠시 후에 그녀는
"자, 이거 봐봐요." 하며 컴퓨터를 다시 책상에 놓고 Scientasyist쪽으로 돌려주었다. 그러자 Scientasyist는 그녀가 보여준 그것에 압도되어, 심장이 빠르게 고동치고 흥분과 불안, 위험과 호기심이 상반된 감정에 휩쓸리고 있었다.
"이… 이건"
"맞아요 이건 [[데이터 말소]]에요. 놀라신 표정이군요? 흠 제가 다른 누구한테 보여준 기억은 없지만… 아 떨지 말고 자세히 와서 읽으시려면 읽어보세요."
그는 덜덜 떠는 손을 겨우 진정하며, 손으로 트랙패드를 누른 채 빠르게 글들을 훑어보고 있었다.
"…이거… 전부 사실인가요?"
"네 맞아요, 전부 저와 그쪽의 사람들과 함께 일한 흔적이죠. 아 참 중국지부와 러시아 지부 사람들은 만나보긴 했나요?"노래마인은 재미있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비록 그 웃음에는 기쁨에서 나오는 웃음은 없었고, 약간의 조롱과 비웃음이 주가 된 웃음이었다. Scientasyist는 계속해서 몇 분 동안이나 기쁨과 두려움을 느끼며 그녀가 보여준 엄청난 정보들을 계속해서 읽어 내려가고 있었다.

몇 분이 지나자 Scientasyist는 스스로 컴퓨터에서 손을 땠다. 그는 이제 침착한 모습이긴 해도 눈은 계속 떨리고 있었다.
"…오늘 상당히 흥미로운 걸 본 거 같군요." 그가 물러나며 말했다.
"뭐 또 궁금하신 거라도 있는지요?"
"아니요, 없어요. 저는 그만 가보렵니다." 하고 그는 잠시 서 있다가
"아 오늘 여기 온 목적은…"
"그건 상관없네요. 마침 녹차라떼 이분도 자리를 비우신 상태니까요. 그럼 가보세요."하고 노래마인이 컴퓨터를 닫자, 그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뒤돌아 조용히 문밖으로 나갔다. 노래마인은 그가 나가는 걸 조용히 바라보고 있다가, 문이 닫히자 다시 창문 밖의 재단 전경을 보았다.

그리고 문의 건너편에 서있던 Scientasyist의 입 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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