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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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밝고 쯔산요원은 아침 일찍 일어나 보초 두 명과 같이 E-3223이 있는 곳으로 직접 가기로 했다. 아침 해가 번쩍 떴는지 하늘이 꽤 밝아 보이지만 여전히 안개에 둘러싸여서 불투명 유리를 항상 둘러멘 듯한 느낌이다. 철조망을 열고 200m쯤 지나가니 이전 마을의 폐가들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도저히 한 달 전에 사람이 살았던 집이라고 생각이 안들 정도로 집들은 거의 다 쓰러져가는 상태에다 곳곳에 식물들이 솟아나고 안개까지 더해지니 그야말로 유령의 마을이 따로 없다고 그는 생각했다.

“여기 마을엔 이상한 것은 없었어?”
“평범한 산골 마을 이외엔 이렇다 할 특이점은 없었습니다.”

그런가 하고 계속 걸으려다 그의 발길에 뭔가 걸렸다. 돌부리라 하기엔 뭔가 밑에 뭔가 크게 매달려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뭐지? 밑에 뭔가 있는 것 같은데? 보니까 주변의 자갈하고 흙으로 대충 덮인 것 같고.”

자갈과 흙을 셋이서 같이 치워 보니 철제 뚜껑이 나타났었다. 가장자리에는 손잡이가 있어 바로 열 수 있게 해 놓았다.

“이런 거 본 적 있었어?”
“아닙니다. 저희도 이번에 처음 봅니다.”

뚜껑을 열어 보니 지하로 통하는 통로가 나타났다. 세 명은 잠시 아무 말 없이 통로를 바라보다 다 같이 내려가기로 했다. 통로 안의 천장에 조명등이 있었으나 스위치를 찾을 수 없어 랜턴으로 비추면서 갔다. 한참을 걸어가 보니 조금 넓은 방이 나타났다. 방에서는 요원들이 내려온 통로 말고도 다른 통로가 여러 곳이 연결되어 있었다.

“지휘관님, 여기 스위치가 있습니다. 켜보겠습….”
“잠깐 스톱.”

쯔산이 랜턴으로 방 한쪽으로 비추더니 백골 다섯 구가 옷을 입은 채 쓰러져 있는 게 보였다.

“…뭘까?”
“…잘 모르겠습니다. 옷 가슴팍 쪽이 뚫린 것을 보니 총격에 당한듯합니다.”
“죽은지는 꽤 된 것 같은데…. 어, 잠깐. 여기 낯 익은 게 있는데?”

밑에 네모난 게 빛나고 있다. 조금 더 가까이서 보니 긁혀진 흔적이 많은 한쪽 면에 이렇게 쓰여 있었다.

‘3등급 인원 차우더’
‘확보하라, 격리하라, 보호하라’

재단의 신분증이란 걸 알아본 세 명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SCP 마크는 더 심하게 긁혀 형체를 못 알아볼 정도였다.

“저기…, 차우더는 혹시?”
“…네. 사라졌던 요원 중 한 명입니다.”

주변을 다시 둘러봤다. 통로가 무수히 난 곳, 어느 통로 하나 끝이 안 보인다.

“…일단 여길 벗어나자. 최대한 소리 내지 말고.”

그렇게 세 명은 재빨리 통로를 벗어나 뚜껑을 닫고 다시 흙으로 덮어뒀다.

“여기에 대해서는 입구까지만 여기 기지 직원들만 아는 걸로 하고, 내부 일에 대해선 보고를 보류한다.”
“네? 하지만 여기서 실종됐던 인원이 발견되지 않았습니까? 바로 얘기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래그래 그건 알아. 한데, 지금 중국 지부가 어떻다고 했지? 예상하건데 아마 지금 방화벽을 강화했다지만, 대부분의 정보테러는 내부에 '스파이'란 놈이 있었어. 이 정보를 송출하다 딴 애한테 넘어가면 일이 더 복잡해질 수도 있어. 여기 일하고 그 테러하고 배후가 같다면 더욱 심각해질 거고.”
“….”
“일단, 지금 절대 여기에 대해서 밖으로 발설하지 말 것. 나중에 애들 시켜서 더 조사해보겠지만, 여기 안에 대해서나 이 뚜껑에 대해서나 절대 외부에 말하지 마. 알았지?”
“네, 알겠습니다.”

세 명은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부하 요원 중 한 명이 뒤로 살짝 돌아보고 이내 다시 앞으로 걸어간다.

자갈돌들이 안개 속으로 서서히 사라져간다.

다음: 정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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