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의 밤마실: 깽판치기

KTE-11971-그린-엠버와 함께 온 키 큰 여자가 자신에게 당당하게 걸어와 술을 사겠다고 했을 때, 거미는 이제 좆됐다고 느꼈다.

처음엔 그저 여자들의 밤마실일 뿐이었다. 피직스 분과는 적어도 한 달 동안 계속되는 준비 태세 훈련을 앞두고 있었다. 오늘은 앞으로 3개월 동안의 지옥 훈련 전에 휴식을 취할 마지막 기회였다. 거미는 스트레스 해소와 과묵한 동료에 대해 알아가는 기회를 이유로 들어 고양이와 여우에게 밤마실을 나가자고 설득했다.

만약 고양이가 훈련 연습을 위한 긴급 점검을 하러 기지로 잡혀가지 않았더라면.

만약 여우가 팀원 중 한 명과 함께 막판 응급상황을 처리할 필요가 없었더라면.

만약 거미가 빌어먹을 발견된 위협존재(KTE)가 봄방학을 맞은 대학생마냥 술집에서 술을 마시는 걸 보지 않았더라면…

… 그들을 미행하는 건 아마 실수일지도 모르지만, 공지문에서 본 바에 따르면 확실했다. 11971-그린 엠버는 대응 레벨-3짜리 대상이다. 어떤 요원이든 대상을 “사회에서” 목격할 경우, 타격 자원들이 투입되어 확보 및 심문(혹은 사살)할 때까지 눈을 떼지 말아야 했다.

하지만 거미는 스파이가 아니라 기술자라는 게 문제였다. 거미의 스파이 기술은 지랄맞았고, 자신도 그걸 알고 있었다. 무엇보다 그런 건 2주간의 세미나에서 해본 게 다였다. 감시 팀들을 확인하고 ‘로터스 드림’으로 그들을 떼어놓는 것? 그건 할 수 있었다. 네 여자를 북적거리는 술집 안에서 계속 감시하는 것? 누가 봐도 자기가 제대로 할 수 없는 거였다…

거미는 구석에 앉은 저 일행이 자기를 바라보고는 진지하게 얘기를 나누는 걸 보고 망했다는 생각을 했다. 키가 크고, 다리가 긴 흑갈색 머리의 백인 여자가 이리 오라는 것 같은 미소로 걸어 올 때, 거미는 자기가 들켰다는 걸 알았다.

“이봐.” 상대가 매혹적으로 웃으면서 말했다. “같이 한 잔 할래? 내가 살게.”

“아니, 괜찮아.” 거미가 적갈색 머리의 여자로부터 계속 고개를 반쯤 돌린 채로 말했다. “친구를 기다리는 중이라.”

“내가 네 친구가 될지도 모르지.” 상대는 거미 옆자리에 앉아 관능적이고 타오르는 눈빛을 보냈다. “너와 이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가 될 수도 있잖아, 귀염둥이.”

“괜찮다니깐.” 거미가 말했다. “난 그쪽에게 관심 없…”

일행 중 다른 세 명(KTE를 포함해서)이 자리에서 일어나 술집을 나갔다.

거미는 움찔했다. 큰 실수였다.

“잡았다.” 상대가 간결하게 말했다. 거미는 재킷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자 여기 선택지가 있어. 조용히 뒷문으로 나가서 잠깐 얘기 좀 하던가, 아니면 난 여기서 소란을 피울거고, 조용히 저녁을 보내고 싶었던 좋은 사람들을 방해하게 되겠지. 선택은 네 몫이야.”

“조용히 나갈게.” 거미가 조심스레 말했다.

“뒷문으로. 당장.”

거미는 카운터에서 일어나 옆구리에 손이 닿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문 밖으로 나갔다. 펍 뒷 쪽의 골목길은 어둡고 조용했다. 사람이라곤 그림자도 안보였다. 가로등 바깥쪽에는 어두운 장소들이 넘쳐났다.

죽을 장소로 나쁘진 않네.

거미의 주머니 속 작은 벨이 한번 울렸다.

거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그건 곧 괴한이 자신을 잡고 골목길로 끌고 가면서 생긴 놀람의 헉소리로 바뀌었다. “좋아.” 상대는 거미의 멱살을 잡고 벽돌 벽으로 밀어붙이면서 으르렁거렸다. “넌 씨발 누구고, 왜 우릴 미행한거지?”

말이 끝나고 흐른 침묵은 자동 권총의 안전장치가 해제되는 소리에 끊겼다.

“그것보다 좋은 질문을 알고 있는데 말이야. ‘넌 씨발 누구고, 지금 우리 친구에게 무슨 시발 짓을 벌이고 있는거냐?’” 여우가 이죽였다.

감사합니다 신이시여. 거미가 생각했다. 지원이 드디어 도착했군요.


아, 제기랄. 애덤스가 생각했다. 지원이 있으리라 생각했어야 했는데.

애덤스의 술에 취한 머리는 이미 할 수 있는 한계를 넘겼다. 이거 다 계획된 공격인가? 그냥 우연히 만난건가? 순전히 운인가? 상대를 잘못 만난 도둑인가? “아 그래.” 애덤스가 아무렇지 않는 척 뒷주머니의 핸드폰으로 손을 가져가며 말했다. “내 지갑이고 핸드폰이고 다 가져ㄱ—”

누군가가 애덤스의 무릎을 차서 넘어뜨리고는 얼굴이 땅을 향한 채로 머리를 잡아 콘크리트에 박았다. 애덤스는 피와, 땅과, 콘크리트 먼지의 맛을 느꼈다. 애덤스는 저항했지만, 두 개의 강한 손이 팔을 뒤로 꺾어 잡고는 능숙하게 손목 관절을 비틀어 저항의 처절한 대가를 보여줬다.

“뒤져봐, 고양이.” 낮은 목소리가 으르렁거렸다. “거미, 이게 무슨 미친 상황이야?”

“세 여자가 아까 펍에서 나갔어.” 아시아인 여자가 말했다. “그 중 금발인 여자를 지난주에 나눠준 공지문에서 봤어. 재단에서 재활성화 하는 특수 공격 부대에 대한 공지문말이야.”

이런 썅. 애덤스가 생각했다.

“썅. 케이티 일일구칠일?” 낮은 목소리가 다시 으르렁댔다. 한 쌍의 손이 애덤스를 거칠게 뒤지는 동안 권총의 총구는 애덤스의 뒤통수를 강하게 눌렀다. “그쪽은 지금 어디있는데?”

“아마도 바깥 어딘가에. 검붉은 색 세단이야. 케이티를 포함해서 총 세 명. 주변 경호원이 있긴 한데, 한 30분 동안 ‘로터스 드림’을 쫓도록 했어.

“…그렇단 말이지.” 거친 목소리가 말했다. “타격조가 올 때까지 기다리면 그쪽은 튈 거야, 우리 쪽에서 낚아채자고. 고양이가 방해꾼 한 명을 맡아, 다른 한 명은 내가 맡을 테니. 타겟은 거미, 네가 처리해.”

“얜 어떡해?” 세 번째 목소리가 물었다. 이쪽은 어조와 감정이 없었다. 일종의 ‘회색’ 목소리였다.

“웬만하면 죽이고 싶지는 않아. 네 거 테이저 건 좀 줘봐.” 거친 목소리가 말했다.

애덤스의 눈 뒤 쪽의 무언가가 딸깍했다.

애덤스는 움직이는 게 자살행위임을 알았다. 단순히 팔이 뒤로 묶이고 권총이 뒤통수를 누르고 있어서만은 아니었다. 하지만 만약에 적들이 말한 게 사실이라면, 그러니까 기동특무부대가 교란당하고 이들이 아이리스, 블레어, 첼시를 뒤쫓아간다면…

만약 애덤스가 충분히 빨리 움직이고, 충분히 세게 움직인다면, 제압한 사람을 던져버리고 다른 사람이 쏘기 전에 총구를 처리한다면. 그리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그게 유일한 가능성이다.

애덤스가 움직이기 위해 긴장하는 동안, 파란 불빛과 함께 셔터 소리가 났다.


빛이 한 번 깜박였고, “찰칵”하는 기계음이 났다.

거미는 고개를 돌렸다. 그쪽엔 골목길에 서있는 어두운 실루엣이 있었다. 여자. 금발머리. 손에는 스마트폰이 있고, 방금 우리의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공지문에서 KTE-11971에 대해 적힌 한 문장이 있었다. “대상은 제한적인 현실 조작 능력이 있다. 그리고 사진에 손을 뻗어 사진에 찍힌 물체를 움직이거나 조종할 수 있다…”

“아 제기랄.” 거미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거미는 자신에게 남은 유일한 무기인 오른쪽 부츠에 있는 의식용 칼에 손을 가져갔다. 거미 뒤쪽에서 큰 소리로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거미는 눈 가장자리로 유령 같은 손이 어딘가에서 뻗어 나와 여우와 총을 가지고 실랑이를 벌이는 걸 보았다…

바닥에 누운 여자가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움직였다. 여자는 자신의 몸을 뒤집어서, 어떻게든 여우가 손아귀 힘을 풀도록 했다. 여자는 손바닥으로 여우의 턱을 세게 쳐 고양이 쪽으로 비틀거리며 넘어지게 했다. 고양이는 기절한 여우를 밀쳐서 무자비하게 시야를 확보한 다음, 테이저 건을 들었다…

총소리가 났다.

고양이는 옆구리를 잡고 땅에 엎어졌다. 찌그러진 총알이 땅에 땡그랑하고 떨어졌다. 고양이는 숨을 헐떡였다. 총알의 충격으로 호흡곤란이 온 게 분명했다.

금발 머리 여자는 몇 발자국 떨어져 있었다. 그녀는 떨면서 피묻은 손으로 여우의 권총을 들고 있었다. 그녀는 재빨리 총구를 내려 거미의 머리를 향해 총을 겨누었다.

“손들어, 개새끼들아!” 아이리스가 소리쳤다.


“손들어, 개새끼들아!” 아이리스가 소리 질렀다. 아이리스의 심장은 터질 것만 같았다. 손에는 피가 났다. 아이리스는 토하고 싶었지만, 베아트릭스는 항상 크고 자신감 넘치는 고함은 적이 공격을 신중하게 행하도록 하는데 총알보다 낫다고 했다.

무릎을 꿇은 아시아인 여자는 굳었다. 한 손엔 뼈나 상아로 된 자루가 달린 굽은 수렵용 칼이 있었다. 롬바르디가 칼을 든 사람에 대해 항상 뭐라고 했더라? 그 사람들이 들어올 수 있는 범위가 20피트나 30피트였나? 그건 총을 아직 뽑지 않았을 때 얘긴가?

상대는 아이리스의 눈을 바라봤다. 둘은 오랫동안 서로의 눈을 바라봤다.

아시아인 여자는 칼을 바닥에 내려놓고 손을 머리 위로 올렸다. 들리는 건 애덤스가 몰아쉬는 가쁜 숨소리와, 일어서려고 하는 붉은 머리 여자의 신음소리와, 주근깨가 있는 연갈색 머리의 키 큰 여자의 헐떡거림 밖에 없었다.

헤드라이트 불빛. 타이어가 끼익하는 소리. 아이리스는 적갈색 세단이 인도를 넘어 골목길로 들어오는 걸 보았다. “타!” 첼시가 소리침과 동시에 블레어가 뒷문을 열었다.

애덤스는 일어나 뒷문을 향해 달렸고, 아이리스를 지나, (들리는 소리로 유추해 보면) 머리를 앞으로 해서 뒷좌석으로 뛰어 들어갔다. 아이리스는 조심스레 세 낯선 이들로부터 뒷걸음질 쳤고, 동시에 총구를 3명에게 번갈아가며 겨냥했다.

아이리스는 조수석에 올라타 문을 닫았다.


“썅!” KTE가 차에 타고 떠나는 걸 보면서 거미가 화를 냈다. 거미는 망설였다. 고양이와 여우 둘다 쓰러져 있다. 만약에 자기가 추적한다면…

“가!” 고양이가 옆구리를 붙잡으며 헐떡거렸다. “여우는 내가 보고 있을게! 그대로 도망치게 하지 마!”

그래! 거미는 자신의 제사용 검을 들고 검붉은 세단을 쫓았다. 거미는 달려가면서 주머니에서 스마트폰과 마법서를 꺼냈다. 재킷 칼라에 묻은 피부 세포와 그걸 남긴 잘 차려 입은 흑갈색 머리의 백인 여자 사이를 연결하기엔 부족해 보였지만, 작업을 빨리 마치고, 자동차를 시야에 잡아둔다면, 연결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있…

거미는 검은색 단발에 검은 코트를 입은 키 큰 중국인 여성과 부딪쳤다.

거미는 놀라 숨을 삼켰고, 그 소리는 곧 스마트폰이 떨어져 빗물 배수관으로 튕겨들어가는 걸 보고 절망의 비명소리로 바뀌었다. “씨발!” 거미는 스마트폰을 잡으려고 했지만, 닿기에는 너무 멀었다.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LCD 스크린이 계속 빛나는 떨어진 스마트폰이 보였다…

거미는 고개를 들었다. 너무 늦었다. 차는 이미 사라졌다.

거미는 자기와 부딪친 여자를 찾기 위해 맹렬히 주위를 둘러봤지만, 그 여자도 이미 이곳에 없었다. “초우 술라1" 거미가 욕설을 날렸다.


“이런 망할!” 차가 속력을 높이면서 블레어가 숨을 들이켰다. “너희 둘 다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애덤스가 블레어의 손을 밀어내며 말했다. “좀 긁혔을 뿐이아. 아이리스, 넌?”

아이리스는 깊고 거친 숨을 내쉬고, 권총을 다리 위에 내려놓았다. 애덤스는 안전장치가 올려진 걸 보고 이상하게 기뻤다. 착한 애네. 애덤스가 생각했다.

“그 사람들은 누구야?” 첼시가 물었다. “교단? 반란?”

아이리스를 케이티라 불렀지. 애덤스가 깨달았다. KTE. “연합.” 애덤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시발.” 첼시의 눈이 커지고, 넓어지고, 그리고 매우 매우 두려운 빛이 보였다.

“아이리스?” 블레어가 말했다. “잠깐 내 말 좀 들어.”

“뭔데요?” 아이리스가 물었다.

“그 총을 집고, 분해한 다음에 모든 부품들을 창 밖으로 던져.” 블레어가 말했다.

좋은 생각인데. 애덤스가 생각했다. “세계 오컬트 연합은 자기 무기에 위치 추적 장치를 심어뒀어.”

“제기랄.” 아이리스는 권총에서 고정 핀을 뺀 다음에 슬라이드를 뜯어냈다. 뜯어낸 부품에 피가 묻어나왔다.

애덤스는 얼굴을 찌푸렸다. 애덤스는 아이리스의 손을 잡고 조명 아래 가져다 놨다. “피 나오잖아, 너.”

“괜찮아요.” 아이리스가 침을 삼키고 말했다. “이건 그냥… 핸드폰에 손을 넣는 게 젖은 모래에 손을 넣는 것 같다고 한 거 기억나요? 그러다가 긁힌거에요…”

“GOC의 마법사들은 피로 널 추적할 수 있어.” 애덤스가 권총을 집어들며 말했다. “피 좀 닦아야 겠다. 블레어?”

“알았어.” 블레어가 말했다. 블레어는 핸드백에서 가장자리에 레이스가 달린 손수건을 꺼내 권총을 꼼꼼히 닦았다.

“애당초 어떻게 우리를 찾을 수가 있었지?” 첼시가 물었다. “첩자라도 있었던 건가? 언제부터 들킨 거지?”

그 세 사람이 했던 말이 맞다면, 운이 나빴던 거였어. 애덤스가 생각했다. 아오 시발. 그 술집 좋아했는데… 애덤스는 핸드폰을 찾으러 더듬거리다가, 습격자들에게 뺏겼음을 깨달았다. 망할. 윗분들에게 또 갈굼당하게 생겼구만.

“아이리스?” 블레어가 말했다. “너 괜찮은 거지?”

아이리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새로 산 스카프를 긁힌 관절에 감싸고 피가 옷과 첼시의 차에 묻지 않게 할 뿐이었다.

“어이.” 애덤스가 아이리스 어깨에 손을 얹으면서 말했다. “좋은 지원이 됐어. 고마워.”

아이리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별 말씀을요.” 아이리스가 속삭였다.

차는 계속 고속도로를 달렸다. “이제 어떡하지?” 첼시가 물었다.

“은신처로는 못 돌아가.” 블레어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리고 그쪽은 우리 차도 알잖아. 미안해, 첼시. 이 차 버려야 할 것 같아.”

“아아아, 망할. 겨우 할부금 다 갚았는데…”


일행은 차를 도시에서 치안이 나쁜 곳의 도로 옆에 세웠다. 블레어가 총을 분해해서 조각들을 강에 던져버리는 동안 애덤스는 24시간 주차장의 담장을 넘어갔다. 약간의 시간과 전선 가지고 이것저것 한 뒤에, 네 여자는 하얀색 미니밴에 올라타 도로로 나섰다.

미니밴의 전주인은 안에 담요 몇 개를 차에 두고 있었다. 제17기지로 향하는 사막을 달릴 때 아이리스는 담요 한 장을 두르고 흐릿한 창에 머리를 기대었다. 아이리스는 자꾸 잠에 들었다 깨었다 했다. 자기를 달래는 미니밴의 엔진 소리와 블레어와 애덤스가 속닥거리면서 얘기하는 소리가 들렸다.

“오늘 산 물건들은 어떡할거야?” 블레어가 부드럽게 물었다.

“나중에 은신처로 물건들을 가지러 사람을 보내야겠어.” 애덤스가 말했다. “일단 당장은 기지로 돌아가자고. 써야할 보고서가 많거든.”

“O5가 이걸 좋게 보진 않을 거야.” 블레어가 지적했다. “그분들은 네가 무모하게 중요한 자산을 위험에 몰아넣었다고 하겠지.”

“O5 말이 맞을 걸.” 애덤스가 인정했다. “하지만 좆합 새끼들이 오메가-7을 재가동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정보만큼은 그 분들도 좋아하실거야. 우릴 미행한 사람이 어떻게 우리가 ‘특수 공격 부대’를 재가동했는지에 대해 말했어. 누군가가 알파-9에 대해 발설한거지.”

“…이런 빌어먹을. 그걸로 어떻게든 되려나.”

길을 가는 동안 잠시 침묵이 흘렀다.

“저기, 애덤스?”

“왜, 블레어?”

“…그래도 전체적으로 보면 ‘몰로토브 II’ 때보단 괜찮았어.”

“넌 내가 우울해 있는 꼴을 못 보는 구나. 대체 왜 그러는데에…?”

아이리스는 창밖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어두운 사막과 애덤스의 큰 키득거림을 들으며 잠에 빠져들었다.


일행은 밴을 타고 문을 통과해 지하 주차장에 주차했다. 보안 요원들이 차를 처리할 것이다. 그들은 이런 일에 전문이었으니까.

이 시간의 기지는 조용했다. 대부분의 연구원들과 직원들은 잘 시간이었다. 오직 야간 근무 경비 요원들만 깨어서 돌아다니고 있었다. 일행은 문을 지나 신원 검사기를 거쳐 강철로 된 엘리베이터를 타고 빠르게 땅 밑으로 내려왔다. 문이 열리고, 벽에 얇은 선이 그려진 하얀 무균 벽이 나타났다.

“…배고파.” 블레어가 말했다. “뭐 먹고 싶은 사람?”

“난 먹을 수 있어.” 애덤스가 말했다.

“나도.” 첼시가 말했다.

아이리스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일행은 기지 식당으로 향했다. 어둡긴 했지만 아직도 운영하기는 했다. 블레어는 빵이나 샌드위치가 있나 하고 냉장고를 뒤졌다. 첼시는 식탁을 정리했고, 애덤스는 구석에 있는 음료수 기계에 음료수를 채워 넣었다.

아이리스는 식탁에 앉았다. 아이리스는 오랫동안 자신의 피 묻은 손을 바라봤다.

블레어가 칠면조 치즈 샌드위치를 자기 앞에 놓았을 때, 아이리스는 마침내 울기 시작했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팔이 아이리스의 어깨를 감싸 아이리스를 끌어안았다. “괜찮아.” 블레어의 상냥한 목소리가 말했다. “넌 잘못한 거 없어, 아이리스.”


여러 면담과 보고가 끝날 때가지 네 시간이 걸렸다. 아이리스는 애덤스와 같이 기지를 나갔을 때 일어났던 모든 것에 대해 심문받았다. 그 날을 다시 떠올리는 건 그 상황을 겪었던 것 보다 두배는 힘들었다.

경비 요원들이 격리실 문을 닫았을 땐, 주간 근무 인원들로 교체 된 후였다. 아이리스는 옷을 벗으려고 하지도 않은 채 침대 위로 쓰러졌다.

아이리스는 몸을 굴려 매우 높은 격리실 안의 멀리 떨어진 천장을 쳐다봤다. 아이리스는 자신이 옳은 일을 했다는 걸 알았다. 과감한 행동을 취하고, 멀리 떨어진 적을 무장해제 하기 위해 핸드폰 카메라를 사용했다. 자신의 행동은 아마 애덤스의 목숨을 살렸을 지도 모르고, 또 애덤스가 탈출할 기회를 줬다는 건 거의 확실했다.

근데 왜 이렇게 기분이 더럽지?

어쩌면 숙취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애덤스의 머리를 향하는 총을 보고 예전에 친구의 머리를 겨누던 총의 모습을 본 기억이 떠올라서 일수도 있다.

“이젠 할 수 없어요.” 아이리스가 웅얼거렸다. “단텐센 박사님의 보고서를 봤잖아요. 제 능력은 이제 사라졌어요.”

“단텐센이 널 풀어주기 위해선 어떤 말이든 할 거라는 걸 난 알아.” 에이드리언이 말했다. “그리고 난 네가 영원히 도망칠 수 없다는 것도 알아. 그들은 널 찾아낼 거야, 아이리스. 그리고 날 대신해서 보낸 사람은 나만큼 친절하지 않을 거야.”

“상관없어요! 거기 다시 돌아가느니 차라리 죽겠어요!”

“…그것도 알아.” 에이드리언이 동정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면 날 죽게 내버려 둘 거야?

에이드리언은 땅바닥에 사진을 던져놓고, 권총을 들어 자기 머리를 겨눴다. “셋까지 셀 거야.” 에이드리언이 말했다. “다 세고 나면 방아쇠를 당길 거고. 그 사진에는 이 권총의 내부 구조가 찍혀있어. 뭘 해야 할지 알거야. 하나.”

“에이드리언?”

“둘…”

“안돼요!”

“셋.”

권총의 공이치기가 큰 소리와 함께 떨어졌다.

그리고 아이리스는 무릎을 꿇었다. 한 손에 든 사진이, 다른 한 손에는 권총의 공이가 있었다. 아이리스는 그 두 개를 떨어트리고 울기 시작했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팔이 뒤에서 아이리스를 안아줬다. “괜찮아.” 베아트릭스가 속삭여줬었다. “넌 잘못한 거 없어, 아이리스.”

아이리스는 침대에서 다시 몸을 돌렸다. 아이리스가 잠드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리고 갇혀있던 오랜 시간 중에 처음으로 아이리스는 아침 먹을 시간에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일이 이렇게 되었구만.” 클레프가 말했다. “잠옷 파티도 못하다니 불쌍한 여자들 같으니.”

“엿이나 드십쇼, 상관씨.” 애덤스는 여전히 멍이든 어깨와 피가 흐르는 코를 치료하고 있었다. 엄청난 숙취와 20시간 동안 깨있는 것과 상처 받은 자존심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애덤스는 지금 장난칠 기운도 없었다.

“나한테 분풀이 하지 마. 적어도 지금은 말이야, 애덤스.” 클레프가 단호하게 말했다. “도대체가 말이야, SCP하고 술을 마시러 가다니. 어떤 미친 생각으로 이런 거야?”

“백업 두 명이 있었습니다. 기동특무부대에게 주변 감시를 맡겼고요.”

“그게 도움이 되진 않았고. 좆합 새끼들의 마법사가 몇 시간동안 기동특무부대를 가지고 놀았잖아. 아마 세 번째 술집으로 출발하기 바로 전에 무슨 짓을 했을 가능성이 높지…”

“노팅엄이에요.” 애덤스가 말했다.

“…아마 너의 지원 인원들을 찾고 치우기 위해 두 단계정도 거친 거겠지. 만약 그 여자의 자비가 부족했다면. 우리 손엔 전멸한 기동특무부대 밖에 없었을거야, 그건 생각해 봤어?”

“게다가,” 클레프가 말했다. “O5 평의회의 절반은 알파-9이 깨지고 불타오르는 모습을 보고 싶어해. 그리고 넌 그들에게 총알을 주었지, 그건 아직 제대로 시작도 안했는데!” 클레프의 입술이 비웃음으로 올라갔다. “그래서, SCP-105와 ‘섹스 앤 더 시티’를 찍은 거에 무슨 가치는 있었어?”

애덤스는 화나서 꽉 다물고 있던 턱을 움직였다. 애덤스의 손은 의자의 팔 받침대를 세게 잡아 삐거덕거리는 소리가 나게 했다. “박사님? 제 생각을 말해도 됩니까?”

“네가 언제는 허락을 받고 말했냐.” 클레프가 무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그래, 말해봐.”

“지난밤에 아이리스는 절 살리려다가 자기 손에 찢긴 상처를 입었습니다.” 애덤스가 말했다. “그리고 제 목숨을 구하기 위해 총을 쐈죠. 탈출하고 싶으면 그냥 걸어 나가면 되는데도 그런 짓을 했습니다. 그렇게 한 이유는 제가 그녀의 친구가 됐기 때문이죠. 왜냐하면 우리는 옷을 사거나 술 마시러 다니는 바보 같은 짓으로 유대감을 쌓았기 때문입니다. 평의회가 그녀를 애당초 들어가기 싫어했던 기동특무부대에 재배치해서 그런 게 아니란 말입니다.”

“어젯밤에 있었던 일이 잘 된 일이라는 거야?” 클레프가 놀랍다는 듯이 말했다.

"전 군대에서 제일 중요한 두 가지가 신뢰와 팀워크라고 말하는 겁니다. 그런게 없다면 당신은 군인이 아니라 징집병이나 광신도를 데리고 있는 겁니다. 징집병들은 살기 위해서 싸웁니다. 광신도들은 대의를 위해 죽죠. 군인은 옆에 있는 사람을 구하기 위해 사람을 죽입니다."

시계가 몇 차례 똑딱거렸다. 클레프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그래서 나보고 평의회에 이렇게 정당화시키라란 거지?” 클레프가 물었다. “협동심 키우기 캠프에서 사고가 생겼다고 말로?”

애덤스는 손가락을 세웠다. “박사님, 연합이 어떻게든 우리가 알파-9 가동을 계획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는 사실을 빼면, 어젯밤 일은 얘들 장난으로 기재 될 것 같은데요. 브라질하고 다를 바 없잖아요?

클레프의 미소가 무엇보다 공격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이것과 브라질의 차이점이라.” 클레프가 말했다. “브라질 땐 내가 O5 평의회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었고, 난 그들의 ‘말 잘듣는 학생’이었지. 네 뒤엔 누가 있나, 애덤스?”

“당신밖에 없습니다, 박사님.” 애덤스가 말했다.

클레프의 시선은 차가웠다. “나가.”

애덤스는 군말 없이 따랐다.

클레프는 머리를 손 안에 묻고 길고 느린 한숨을 쉬었다. “당신 제안을 따르지 말았어야 했는데 말이죠.”

“생각해보니 답이 나오나?” 어딘지 알 수 없는 곳에서 목소리가 나왔다.

“당신이 얼마나 깊은 똥구덩이에 날 처박았는지 깨달은 것 정도겠죠.” 클레프가 말했다.

천장 타일 하나가 스르륵 열리더니, 프로젝터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연초록색 목욕 가운을 입은 중년 여성의 이미지가 클레프 사무실의 벽에 나타났다. 여자는 코코아 한 잔을 마시고 있었다. “알려주고 싶은게 있는데, 박사. 애덤스를 임무에 투입하자고 한 건 당신 아이디어였어.” O5-7이 말했다. “자네의 멘티가 제대로 행동하지 못한다면, 그건 자네 자신을 탓해야지.”

“애덤스가 제대로 행동하지 않은 건 아닙니다. 모든 일에 씨발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어서 그런 거죠!” 클레프가 항의했다.

칠이 웃었다. “그건 자네가 커다란 강철 주먹으로 한 말도 안 되는 짓을 보고 내가 남긴 감상인데 말이야. 그때 자네가 나한테 뭐라고 했는지 기억하나?”

“‘제가 제 방식대로 하는 게 마음에 안 드시면, 처음부터 저한테 일을 맡기시면 안 되죠.’” 클레프가 기억을 더듬어 말했다. “빌어먹을, 칠. 지금 즐기고 있군요.”

“그래 난 이걸 빌어먹도록 즐기고 있지.” 칠이 말했다. “자네가 고집이 세지만 재능 있는 부하를 견디고 있는 걸 보면 아주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만족스럽거든.”

클레프는 의자에 등을 기대며 어정쩡하게 꿍얼거렸다. “그게 답니까, 칠?”

“아니.” 칠이 말했다. “그럴 리가.” 칠은 클레프가 했던 것처럼 의자에 등을 기대는 자세를 취했다. “어젯밤에 사건에서 내가 생각해 본 중요한 부분은 그때 공격한 사람들 또한 조직되어 있지 않고, 미리 연락 받은 게 없다는 거야. 나중에 볼 때도 그렇게 나올 리는 없겠지. GOC가 알파-9이 재가동하는 걸 확신하게 되면, 그쪽은 자신들의 준비 상태를 더 업그레이드 할 거야. 다음번에는 가볍게 무장한 비번 상태의 요원 몇 명이 아닐 거라는 거지. ”

“만약 알파-9이 최상 전력이 된다면, 타격조를 꾸릴 수 있겠죠.” 클레프가 말했다. “하지만 그건 빨라도 몇 주는 걸릴 텐데…”

“…그에 반해 연합은 48시간 내에 전원 준비 태세로 갖출 수 있지.” 칠이 딱 잘라 말했다. “대략 한 달 동안은 우리 쪽이 불리한 기간이 생길거야 — 우리 쪽에서 극단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는 이상.”

“2단계로 넘어갈 생각입니까?”

“2단계로 넘어갈 것을 명령하는 바야. 평의회 투표가 있기 전까지.”

“너무 이릅니다.” 클레프가 항의했다. “저희는 아직 새 기록 체제가 들어올지 확정하지 못했습니다. 만약 소피아ㄱ…”

“하라면 해, 클레프. 칠, 교신 종료.”

프로젝터는 천장으로 들어갔고, 타일도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

클레프는 잠시 자신의 불운을 저주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윽고 벗겨지고 있는 정수리에 모자를 쓰고, 자신의 자켓을 잡았다. 클레프는 사무실 밖으로 나와 인사부에서 조정 조수로 넣어준 여드름투성이의 사무실 자리만 차지하는 인간을 지나갔다. “페온!” 클레프가 소리쳤다. “오늘 오후에 있는 내 스케줄 싹 다 비워, 그리고 누구든 날 찾는 사람은 꺼지라고 전해!”

“… 네, 박사님.” 페온은 겁먹은 채 말했다. “어-… 박사님께서 뭘 하고 계신다고 말할까요?”

클레프의 미소는 신이 난 모습으로 바뀌었다. “개하고 우리 활동복에 대한 얘기를 나눈다고 말해.” 클레프가 말했다.


여자들의 밤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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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8시 30분
노팅험즈 펍 앤드 레스토랑
… 그리고 GOC 요원이 떨어진 스마트폰을 주우려고 쭈그려 안간힘을 쓰는 동안, 앨리슨 차오는 코트 깃을 세우고 빠져 나와 이제는 익숙해진 길로 부드럽게 걸어 들어갔다. 생각보다 일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아마도 이제 최근에 새롭게 전개된 일들에 대한 진실을 어떤 사람들에게 말해야 할 때가 되었다고 앨리슨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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