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월요일

긴 밤일을 끝마치고 당신은 길거리를 터벅터벅 걸으며 집으로 간다. 비가 주룩주룩은 아니지만 부슬부슬 가랑비가 되어 내리기는 하다. 선견지명으로 방수 재킷을 챙겨오긴 했지만 젖지만 않을 뿐, 고요한 밤공기가 쌀쌀하긴 마찬가지다.

오늘 사무실은 유쾌하진 않았다. 만화도 별로 인기가 없고, 판매 부수도 자꾸 내려간다. 당신에겐 나쁜 소식이다. 정리해고 시즌이 찾아오면 당신부터 제일 먼저 도마 위로 올라갈 테니까. 새 직장을 찾긴 어렵다. 떨어져가는 인기가 그리 놀랍진 않다. 몇 년 묵은 오래된 만화였으니까. 하지만 어떤 투자자가 되게 불만이 많아진 모양이었다. 오늘은 정장맨이 서성이며 찾아와서 질문도 하고 꼽도 주고 그랬다.

잠깐, 멈춰서서 당신은 핸드폰을 꺼내 은근 의심하던 것이 사실임을 깨닫는다. 그렇다, 길을 잘못 들었다. 공원은 원래 가는 길하고 전혀 달랐다. 빗속에선 길 잘못 들기야 쉬우니까. 한숨을 내쉬고 당신은 돌아서서 하릴없이 빗속을 또 10분 동안 터덜터덜 걸어갈 각오를 한다.

저 앞에 어떤 형체가, 가로등 아래 가만히 서 있다.

월요일싫어
당신이 다시 멈춰선다. 왠지 불안해진다. 누군지 몰라도 저 사람을 부르고 괜찮냐고 물어보지만 대답이 없다. 대신 저 형체가 앞으로 스을금 나와 불빛 속으로 한 걸음을 내딛는다.
월요일싫어

헐렁한 옷가지는 걸음마다 주루룩 흘러내리다시피 하고, 헝클어진 주황색 털은 더럽기가 빗물에도 안 씻겨나갈 꼴이었다. 눈 풀린 얼굴은 빼또롬하게, 목에다 대충 얹어놓기라도 한 듯이 걸음마다 흔들거렸다. 꼬리는 물웅덩이로 질질 끌리면서 온몸을 벌써 뒤덮은 얼룩을 더 잔뜩 선물했다.

저 형체가 갖고 있던 오래된 야구빠따를 쳐들더니, 더 빨리 다가왔다.
월요일싫어

당신이 휘청이며 뒷걸음질치다가 도망친다. 공포가 목구멍까지 차올라 울음이 목을 조이며 터져나온다. 당신은 고개를 뒤로 했다가 다시 앞으로 봤다가 하면서, 필사적으로 도망치면서도 저 형체를 시야에서 놓치지 않으려 한다. 형체가 달려오면서 빠따를 울타리로 세게 두드린다. 한 대마다 콰직 소리가 소름끼치게 들려온다.

괴물한테 신경이 팔렸다 보니 당신은 발밑의 웅덩이를 못 보고, 휘그덩 미끄러져 땅바닥에 철퍼덕 처박힌다. 세상이 뱅뱅 돌고 어둠과 빗줄기만이 보이다가, 괴로움 찬 이야옹 소리가 위에서 나직이 들려오더니 바로 엉덩이에 한 방이 날아온다. 당신이 아파 비명을 지르다가, 잠시 숨 쉬는 사이, 무언가 찢어지는 끔찍하고 축축한 소리가 들려오고 곧이어 새된 후우응 울음소리가 난다. 그러고는 당신의 얼굴로, 액체 뚝뚝 떨어지는 질뻑한 음식덩어리가 밀려온다. 저 괴물 폭행범이 당신의 목구멍으로다 음식을 한 움큼 밀어넣고 있다.

하아, 월요일 진짜 싫어.


🈲: SCP 재단의 모든 컨텐츠는 15세 미만의 어린이 혹은 청소년이 시청하기에 부적절합니다.
따로 명시하지 않는 한 이 사이트의 모든 콘텐츠는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동일조건변경허락 3.0 라이선스를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