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메테우스는 신이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 사실을 잊거나 혹은 이해하지 못한다. 프로메테우스는 신도 인간도 아니었고, 그 둘보다 더 오래된 존재였다. 그는 티탄이었다.
가이아와 우라누스는 교접하여 많은 새끼를 쳤다. 헤카톤케이레스, 키클롭스, 그 외 수십 종의 괴물들이 지상을 어슬렁거렸다. 우라누스는 그들 하나하나를 붙잡아 가이아의 속에 도로 가두었고, 가이아가 티탄들을 낳았을 때야 그들의 모습을 보고 기뻐하였다.
그 아들 사투르누스가 가이아의 충동질을 받아 아버지를 그 거시기 뭐냐, 거세를 해 버리고 왕위를 찬탈했다. 하지만 이건 그리스에서 매우 흔한 일이었다.
그 뒤에 제우스가 또 일어나서 티탄들과 그들의 잔인한 고삐에 맞서 싸웠을 때, 오직 한 줌의 티탄들만이 신들의 편에 서서 싸웠다. 테미스와 프로메테우스가 그들이었다. 그리고 신들은 여차저차 승리하였다.
프로메테우스가 그들의 승리에 공헌한 유일한 이라고 말하는 건 바보같은 짓이고, 난 그럴 생각도 없다. 하지만 많은 고대의 작가들은 그러했다. 어쨌든 프로메테우스는 아주 이기적인 이유로 싸움에 참여했던 것이다. 그 이유란 바로
인간들이었다.
프로메테우스는 당신의 자식들인 인간들에게 문자, 과학, 농업, 의약, 수학을 허해 주었다. 반면 신들은 그들에게 고통을 허하였으며 번제물이나 바칠 것을 요구했다. 프로메테우스가 언제 자기를 기리기 위해 시체에 불을 지르라고 요구한 적이 있었던가?
인간은 그의 창조물 중 하나였다. 그는 그들이 안전하고 강하고 자립할 수 있기를 원했다. 그는 그들이 신들의 축복과 보살핌을 받기를 원했다. 제우스는 그가 불을 훔쳤음에 노하였고, 그는 바위에 사슬로 묶여 매일같이 수리에게 간을 쪼이는 신세가 되었다.
프로메테우스가 신들로부터 불을 훔쳐냈던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 역시 매일같이 우주로부터 비밀을 뜯어내고 있다. 그 옛날에는 불이란 얼마나 신비스럽고 마법적인 것이었겠는가. 얼마나 위험하고 믿기 힘든 존재인가. 무언가의 유일한 출처가, 그것과 연관지을 법한 유일한 물건이, 저 하늘의 별이라니 상상할 수나 있는가?
그것이 고대 그리스인들에게는 얼마나 믿을 수 없는 일이었겠는가. 그런데 지금은? 자명한 일일 뿐이다. 한 번 밝혀진 일은 모두 자명한 것이 되어버린다.
모든 위대한 마법들이 그런 과정을 거쳤다. 모든 위대한 과업들이 그러한 과정을 거쳤다. 모든 밝혀지지 않은 것들이 그러한 과정을 거쳤다.
탐구와 직관에 의해 신비는 상식이 되었다. 희생 제물도, 피도 더이상 필요하지 않다. 우주의 문은 우리에게 더욱 멀리까지 열려 있다.
그 문을 열고 나가 보자.
— 프로메테우스 연구소 고용 계약서에서 발췌. 1982년경 [편집됨]이 작성
사단법인 프로메테우스 연구소Prometheus Labs, Incorporated는 과학 연구 및 개발을 중점 사업으로 하는 영리 복합 사기업이었다. 1892년 설립된 이 회사는 변칙적 테크놀로지를 연구하고 개발하여 상업적 합의매매의 대상으로 삼는 데 집중했다. 1998년에 일어난 [데이터 말소] 이전까지 프로메테우스 연구소는 재단의 가장 왕성한 경쟁자 중 하나로 여겨졌다. 연구소는 변칙 연구를 통해 생산한 양질의 전자, 의료, 제약, 차량, 광학, 생산재를 조달하는 회사로서 높은 평판을 얻었다. 또한 프로메테우스 연구소는 전세계의 여러 군부, 특히 미합중국 군부와 기밀리에 계약을 맺기도 했다. 연구소는 [편집됨] 과 같이 군사적 능력을 향상시킬 목적으로 이들 집단을 위한 셀 수 없이 많은 특수 기술들을 개발했다.
프로메테우스 연구소는 대부분의 주요 요주의 단체들과 연관되어 있었다. 원더테인먼트 산업과의 소송에 휩싸이기도 했고, 마셜 카터 앤 다크에서 물자를 구매하기도 했으며, 맥스웰파 교단과 공조하여 브레인머신 인터페이스를 개발하기도 했다. 만나 자선재단을 위한 저비용 대체음식을 설계하기도 했고, Are We Cool Yet?·세계 오컬트 연합·혼돈의 반란에 연장과 보급품을 판매하기도 했으며, GRU의 “P” 부서에 대한 산업스파이질을 지원하기도 했다. 프로메테우스 연구소는 재단을 공공연히 적대한 적도, 그렇다고 도움을 준 적도 없다. 재단은 프로메테우스 연구소의 보다 변덕스러운 물건들을 격리하기 위한 규약을 설계해줄 것을 주문했으나 거부당했다.
[데이터 말소] 및 그 은폐공작 이후 아직 개발 중이던 프로젝트 상당수가 재단의 손에 넘어왔고, 살아남은 연구소 인력들은 재단에 재취업했다. 다른 요주의 단체들도 연구소의 다른 시설들로부터 프로젝트와 연구성과들을 탈취한 것으로 생각된다. 프로메테우스 연구소는 세계 곳곳에 셀 수 없이 많은 연락망, 지부, 계열사, 사무실을 거느렸다. 이들 시설들은 일반적 업무를 당연히 수행하지만, 각자 특화된 연구 분야가 하나씩 지정되어 있었다. 예컨대 캘커타에 위치한 프로메테우스 연구소 지부는 레이저를 이용한 광학 연구에 집중했고, 뉴멕시코의 시설은 전산학에 전념했다. 그 외에도 행성공학을 연구한 마리아나 해구에 소재한 연구실 같은 보다 난해한 시설들도 있었다. 일부 문서의 내용에 따르면 연구소는 화성에 완전 자급자족이 가능한 시설을 세워 거기서 핵물리학과 양자역학을 연구했으며, 또 쥐라기에 건설한 시설에서는 유전공학을 연구했었다(이들 시설들은 아직 발견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