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뎀머룽

O5-4는 일일 O5 회의 중 메세지를 받은 적이 없었다. 적어도 오늘까지는 그랬다. 진동을 느낀 4는 핸드폰을 꺼내 "방해금지" 모드로 설정하려 했다. 그는 화면의 메세지를 무의식적으로 훑었다가, 시선을 빼앗겨 버렸다.

커클랜드 - 데머룽 업데이트: 누군가 제2718기지에 있음. 추가 정보는 개인 회선 참고.

이런 씨발.

4는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 했다. 그는 계속 화면을 바라보면서, 제대로 이해한 게 맞는지 다시 확인했다.

4 옆에 앉은 감독관이 그를 돌아봤다, "괜찮으십니까?"

"으음, 죄송합니다," 4는 그렇게 말하면서 휴대폰을 주머니에 다시 밀어 넣었다, "긴급한 사안입니다. 제 사무실에서 처리해야겠군요." 그는 종이 몇 장을 챙기고는 회의실을 떠나려 일어섰다.

"표결을 진행할 때, 제가 엔더슨 로보틱스 슈트를 정상성으로 분류하는 데 찬성한다고 해 주십시오."

그리고 그는 서둘러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다른 감독관들은 4가 빠져나간 이유를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것 말고도 재단에서 진행 중인 일은 너무나 많았으므로, 만약 모든 감독관이 다른 감독관이 하는 일을 전부 알아야 한다면 그 무엇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은 너무 많은 질문을 하지 않을 만큼 서로를 신뢰했다.

한편 사무실로 돌아가는 4의 발걸음은 점점 빨라져 이내 전력질주가 되었다. 이럴 때마다 반대편 동의 다른 층에 있는 것 말고 주 회의실에서 더 가까운 방을 골랐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여섯 개의 복도와 두 개의 계단을 지나 (그는 한 층만 올라갈 때는 절대 엘리베이터를 쓰지 않았다.), 4는 사무실로 뛰쳐들어가, 문을 걸어잠그고, 책상 앞에 앉아 심호흡을 했다.

"씨발," 그는 혼잣말로 불평하고는, 숨을 깊게 들이쉬고, 전화기를 들었다.


2014년의 어느날, O5-4는 죽음을 두려워하게 되었다. 지난 몇 주 동안 그의 형, 조카딸, 그리고 스승이 모두 세상을 떠났다. 첫 번째는 음주운전 사고였다. 두 번째는 3교시 수학 시간 중 벌어진 총격이었다. 세 번째는 86세에 찾아온 심장마비였다. 큰 사건이었다. O5-4는 그 일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때 그는 다니엘이라고 불렸기 때문에, 그가 많이 들은 말은

"아, 다니엘, 정말 유감입니다."

"다니엘 씨, 만약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언제든 연락하세요."

"원한다면 며칠간 쉬고 오세요, 다니엘 씨. 슬퍼할 시간은 며칠 있어야죠."

그래서 다니엘은 그렇게 했다. 하지만 나아진 것은 없었다. 죽음은 D계급과 기특대에게나 일어나는 일이지, 가족과 친구에게 찾아오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세 건의 장례식이 하루 간격으로 치러졌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결국, 다니엘은 극복하지 못했다.

하지만 사실 그렇게 놀라운 일도 아니었다. 재단 인원에게 죽음을 처음 받아들이는 것은 힘든 법이니까.


"그래."

"혹시 O5-4이신가요?"

"맞네. 누군가?"

"에리카 던더스입니다. 기억하시나요? 저에게 프로젝트 데머룽의 예산을 점검하라고 하셨죠."

"그래 그래. 제2718기지에 누군가 있다고 했지?"

"맞습니다. 지금 기지 전기 요금을 확인했는데, 평소보다 높게 나왔습니다. 누군가 조명과 전기 코드를 하루 종일 쓰고 있는 것처럼요."

"침입자인가?"

"그렇겠죠? 어떤 경보도 울리지 않은 걸 보니 원래 팀의 구성원이 아닐까요?"

O5-4는 수화기를 책상 위에 똑바로 올려놓고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연구원의 목록을 꺼냈다. 그는 한 명씩 재단에서 현재 담당하는 업무와 현재 상태를 확인했다.

"으음… 여보세요? 감독관님? 아직 계신가요?"

이 녀석이군. O5-4는 에밀리 영 박사의 현재 업무 상태로 통하는 링크를 클릭했다.

이전 직위: SCP-4514 연구 책임자

현재 직위: 미지정


2018년, 다니엘은 O5 평의회의 일원으로 선발되었다. 정확히 왜 선발되었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알다시피 재단의 상급자들을 상대하는 일은 마치 안개 속을 해매는 느낌이다. 그는 그저 "평의회 구성원으로서의 의무를 계속해서 수행할 수 없는" 전임 O5-4의 자리에 앉았을 뿐이었다.

새로운 직함을 달고 3일 뒤, 다니엘은 작은 팀을 구성하기 시작했다. 모든 O5 감독관들이 자신만 아는 개인 프로젝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이 팀은 다니엘의 것이었다. 그리고 팀에 확실히 합류한 첫 번째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열정적인 에밀리 영이었다.

그는 제44기지에서 시간을 보내던 중 그녀를 만났다. 당시 그는 D계급 실험 절차에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는 연구 책임자들과 이야기할 예정이었는데, 그때 그는 서류를 한가득 들고 복도를 따라 달리고 있는 에밀리를 알아챘다. 그녀는 다니엘 근처에 넘어졌고, 바인더 종이가 공중에 날렸다.

"앗! 죄송합니다!" 에밀리가 몸을 숙이고 종이를 주우면서 말했다.

"괜찮네, 천천히 하게," 다니엘이 되물었다, "그런데 그렇게 중요한 일인가?"

"실험 결과입니다."

"어떤 실험의 결과지?"

에밀리가 멈칫하고는 다니엘을 올려다보았다, "그 안쪽놈이죠. 아마 답을 찾은 것 같습니다!"

"아. 그렇군… 수고하게."

다니엘은 에밀리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는 몰랐지만, 그녀의 열정 속 무언가에 흥미를 느꼈다. 그녀는 종이를 모두 주운 뒤 "유레카"를 외치며 모퉁이를 돌아 달려나갔다.

다니엘이 제01기지에 있는 그의 사무실로 돌아왔을 때, 그는 재단 연구 보고서 중 제목에 "안쪽"이 들어간 것들을 훑어보았다. 제일 최근에 튀어나온 보고서는 에밀리 영이 쓴 것이었다.

두 달 뒤, 그는 작은 개인 프로젝트를 맡기기 위해 그녀를 불렀다.


O5-4는 다시 수화기를 들었다.

"전기 요금이 언제부터 올라간 거지?"

"한 달은 넘은 것 같은데요? 정확히 말하긴 힘듭니다. 요금을 매일 내는 게 아니라서요."

O5-4는 그의 컴퓨터를 뒤져 프로젝트 데머룽 폴더를 찾아냈다. ΩK가 시작된 이후 열 필요가 없는 폴더였지만, 몇 달 전 그는 SCP-4514 보고서의 새롭고, 또 특별한 판본을 추가했다. 크게 보면 공용 데이터베이스의 판본과 동일하지만, 발견 부분에 수정이 가해졌다.

발견: 2130/5/14에, SCP-4514는 술에 취한 두 사람이 재단 요원 알렉산더 듀랑고와 민간인인 벤자민 월트가 폭력적인 싸움을 벌인 후 회수되었다. 싸움은 그중 한 사람이 월트가 SCP-4514로 인해 살해당함으로써 끝났다. 지역 신문에서 해당 사건을 기사로 낸 이후에 재단 인원들은 이에 대해 인지하게 되었으며, 모든 목격자들에게 기억소거제를 투여하였다. 그 후 통신사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기 위해 역정보 활동을 실행했다.

다음은 SCP-4514가 회수된 후 듀랑고를 대상으로 진행된 면담이다.

면담자: 좋은 오후입니다, 알렉스.

듀랑고: 좋은 오후입니다. 지금 표준 사후 면담으로 진행되는 겁니까?

면담자: 예, 가장 흔한 질문부터 해 보죠, 어디서 그 칼을 얻으셨죠?

듀랑고: 친한 친구한테 아주, 아주 오래전에 받았습니다.

면담자: 어떤 친구죠?

듀랑고: 이 세상에 없는 놈입니다. 오메가-K가 시작되기 며칠 전에 죽었죠.

면담자: 그렇다고 이름이 없는 건 아닐 텐데요.

듀랑고: 예, 예. 그의 이름은 안토니 마이클스입니다.

면담자: 혹시 마이클스가 칼에 뭔가… 흥미로운 일을 했나요?

듀랑고: 제 기억에는 없습니다. 확실한 건 아니지만요. 그에게 굉장히 중요한 물건이었습니다. 항상 가지고 다녔죠. 재단에 들어왔을 때 아버지에게 받은 선물이었답니다.

면담자: 흠. 그렇게 개인적인 물건을 왜 당신에게 준 걸까요?

듀랑고: 잘 모르겠습니다. 어느날 "잘 간수해 줘"라는 편지랑 같이 배송됐거든요. 이미 다 글러먹기는 했지만 말입니다.

면담자: 알겠습니다. 뭐, 알 수 있는 건 이게 다일 것 같네요. 상관한테 잘 해명해 보시죠.

듀랑고: 감사합니다. 그래야겠네요.

5월 14일. O5-4는 달력을 다시 확인했다. 6월 17일.

"씨발."

"감독관님?"


다니엘이 결코 예상하지도, 대비하지도 못했던 것이 있다면, 그것은 자신의 목표가 초과 달성되는 일이었을 것이다. 프로젝트 데머룽의 목적은 선택적인 불멸, 즉 특정한 사람을 영원히 살게 하는 것이었다. 즉 다니엘은 실수로 누군가를 죽이거나, 실수로 누군가를 다치게 하거나, 영생 대신 가늘고 긴 삶을 얻을 경우는 대비하고 있었다. 뭔가 잘못되어 봐야 "불멸" 부분에서 문제가 생길 거라 생각했지, "선택적인" 부분은 신경쓰지 않았다.

때문에 다니엘은 2020년 12월 12일에 프로젝트 데머룽을 어떤 준비도 없이 나머지 재단으로부터 감춰야 했다. 그는 기록들을 파괴하도록 지시했다. 기지의 모든 인원을 내보냈다. 그는 전체 프로젝트 인원들을 기억소거하도록 지시했다. 수많은 일을 지시했다. 분명 빠뜨린 것도 있었을 것이다. 흥분에 빠진 연구원들을 붙들고 입을 닫게 했지만, 그들의 충성심을 높게 보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그의 팀이 자신을 그냥 버릴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채 몇 분도 지나기 전에 그는 에밀리와 마지막 통화를 마쳤고, 긴급 O5 평의회 회의에 불려갔다.

회의는 예상 가능한 질문으로 시작되었다. 정확히 어떤 일이 벌어졌으며 어떻게 격리해야 하는가? 그들은 우선 순위를 정했다.

  1. 개체수 조절
  2. 장막통제
  3. 말기상태 대체품목 연구

마지막 우선사항이 칠판에 쓰여진 뒤, 다니엘은 거의 반사적으로 뭔가를 말해야 한다고 느꼈다.

"왜 이걸 고쳐야 합니까?"

모든 감독관들이 그를 돌아보았다. 그는 펜으로 손장난을 하려는 충동을 겨우 참아냈다.

"이 상황은 기준을 명백히 벗어났습니다," O5-9가 대답했다, "정상성을 다시 회복해야 합니다. 그게 우리가 여기 있는 근본적인 이유 아닙니까."

"맞습니다, 하지만 만약 되돌릴 수 없다면요?"

"아직 연구를 시작하지도 않았습니다."

"저도 압니다만 존재하지도 않는 해결책에 자원을 쏟는 건 어리석지 않습니까!"

다니엘은 그가 한 말을 스스로도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자원의 낭비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는 자신의 영생을 지키고 싶을 뿐이었다.

"4, 당신의 발언은 지금 상황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조금 더 알아본 뒤 다시 이 사안을 검토하도록 하죠," O5-1이 말했다.

다니엘은 일단 수긍했고, 기가 꺾인 채 회의장을 빠져나왔다. 재단은 똑똑한 사람들로 가득했다. 충분히 노력한다면 뭔가 밝혀낼 가능성도 충분했다.

적어도 다니엘은 다음 해까지 그렇게 될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다음 해까지 진전이 없자 다니엘은 그 결론을 조금 수정했다. 또 다음 해에는 조금 더. 그렇게 10년이 지났고, 아무도 ΩK에 맞설 실마리를 단 하나도 알아내지 못했다. 아마 에밀리가 자진해서 5년 동안 혼수 상태에 빠진 것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그리하여, 다니엘은 제안을 모았다. 그 제안은 O5 평의회 회의에 올라갔다.

제안 일자: 2030/9/16

제안 목적: 동물계에 속한 종들의 불멸성을 비변칙으로 재지정한다.

대화문:

ΩK급 "죽음의 끝" 시나리오가 시작된 지 정확히 10년이 흘렀습니다. 이 동안 세계는 불멸성이라는 현상에 끊임없이 노출되었고, 그것에 적응하기 시작했지만, 그동안 우리는 이 현상을 되돌리기 위해 귀중한 시간과 자원을 계속 쏟아부었습니다. 지금까지, 가시적인 성과는 없었습니다.

저도 불멸성이 기준 현실에 있어 고려할 부분이 아님은 확실히 동의합니다만, 세상을 기준선으로 되돌리는 것은 그대로 내버려두는 것보다 더 파괴적인 결과로 이어질 것입니다. 사람들은 죽음을, 그리고 위험을 두려워하는 것의 의미를 다시 배워야 할 것입니다. 기준 현실이 회복된다면 인구 중 대부분은 몇 주 안에 자기 손으로 죽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더라도 이미 전 인류는 이 변칙성의 존재에 노출되었습니다.

누군가는 전 세계적으로 기억 소거제를 투여하여 완전히 되돌려버릴 가능성을 검토합니다. 그러나 전 인류에게 기억 상실을 떠안기는 것은 어떠한 경고도 없이 죽음을 되찾는 것만큼 큰 재앙일 것입니다.

지금으로써, 가장 합리적인 행동 방침은 지금의 세계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이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새로운 기준선을 조정하는 노력에 집중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결론: 제안은 투표 결과 7-5-1로 가결되었다.


O5-4는 급히 연락해 준 에리카에게 고마워하는 것도 잊고 전화를 끊었다. 한 줌의 연구원들이 백 년 전의 행동을 후회한다는 이유로 자신이 가진 가장 귀중한 것을 잃어버릴 수는 없었다. 에밀리는 그의 불멸을 빼앗지 못할 것이다. O5-4는 비서에게 메세지를 보냈다.

발신: O5-4

수신: 그레그 커클란

제목: 긴급: 데머룽 비상사태

내용:

붉은 오른손을 제2718기지로 보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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