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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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걔가 죽을 거란 거를 알잖아, 그렇지? 네가 신이 됨직한 이에게 죽어달라고 기도도 할 거라는 것도?"

"…"

"음, 망할." 여자가 담뱃잎을 갈았다. "우주에 생긴 지구 모양 구멍보다는 낫겠지." 여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작하자."


지금


뱀의 손의 악명 높은 지도자이자, 재단에서는 검은 여왕이라고 알려진 L.S.라는 여성이 방랑자의 도서관에서 촛불에 의지해 책을 읽으면서 세계의 끝을 생각했다.

여기 동(東)에라 구역은 — 도서관은 충분히 컸기에 나라처럼 이런 식으로 이름이 붙여졌다. — 밤이었다.

엄밀히 따져서 방랑자의 도서관에는 낮과 밤이란 개념이 없었다. 하지만 낮밤의 순환은 모든 존재에게 건강한 마법적, 그리고 심리학적 기능을 유지하는 데 중요했다. 이 도서관에 있는 방대한 책들이 알려주듯이 말이다.

그래서 도서관의 많은 구역은 낮밤의 순환을 가진다. '낮'에는 밝은 등을, '밤'에는 어둠과 침침한 빛을. 더 이상하고 더 멀리 있는 구역에는 변형도 많이 들어갔다. 유성우의 환영. 외행성의 공전. 어두운 신이 샹들리에를 통해서 쳐다보기도 한다.

여기 동에라 구역에서의 '밤'이란 별의 소용돌이를 의미했다. 책장 위를 채우는 안개 너머로 보라색과 금색의 하늘에 별들이 검고 하얀 색으로 빛났다. 다른 세상에서의 환상이었다. 사라 멜로 행성의 밤하늘이다.

L.S.는 한 때 사라 멜로로 통하는 길을 탄 적이 있었다. 정말 끔찍한 곳이다. 공기는 용암을 들이마쉬는 것 같았고, 곤충 요정 군단이 즙이 많은 눈알을 먹으려고 사람에게 달려든다. 하지만 그곳의 하늘은 맘에 들었다… 마치 반 고흐의 그림 같았다. 그녀는 가끔씩 여기에 생각을 하려고 오고는 한다.

오늘 밤, L.S.는 자신의 오랜 적, 그녀로부터 아버지를 앗아간 그림자 집단인, SCP 재단이 어떤 식으로 머지않아 세상을 끝내게 될지 생각했다.

L.S.는 사전에 경고를 받았다. 운이 좋았다. 새 중 한 마리가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또 다른 리틀 시스터가 다른 세상으로부터 전언을 보냈다.

L.S.는 회중시계가 세계가 끝나기 까지 정확히 24시간 남았음을 째깍이며 알려오는 걸 바라보았다.

23시간 하고 59초로 되었을 때, L.S.는 책을 닫고 아카이브로 향했다.


두 달 전


켄드라 캠벨은 책상 맞은편 자리에 수갑을 차고 앉은 피면담자를 바라보았다. 저 여자가 싫었다.

캠벨이 조안나 [중간 이름 검열됨] 크로스라는 피면담자만 싫어하는 건 아니었다. 그녀는 기동특무부대 타우-9에서 근무하는 게 싫었다. 캠벨은 "책벌레"라고 불리는 게 싫었다. 그녀는 마법을 조사하기 싫었고, 이제까지 본 적도 없는 빌어먹을 마법 도서관을 연구하는 것도 싫었고, 대부분 독단적인 괴짜 마법사들로 이뤄진 마법 단체를 조사하기도 싫었다.

하지만 당장은 조안나 크로스가 제일 싫을 터였다.

면담 기록 t356y-SH-CROSS-CAMPBELL, 35번

면담자: 켄드라 캠벨 박사. 기동특무부대 타우-9 연구원, 인가등급 2, 타우-9 특별 인가 프로그램 책임자.
피면담자: 조안나 크로스. 뱀의 손 ██████ 요원
참관자: ███████, █████, █████████

[비고: 캠벨 박사가 불만이 있는 듯한 표시를 보였다. 그로 인해 할당된 질문 리스트를 읽기 시작하는데 불필요하게 긴 시간이 걸렸다.]

캠벨 박사: 당신 성과 이름이 조안나 크로스 맞나요?

크로스 요원: 네.

[캠벨 박사가 다시 잠시 멈춘다. 불만스러운 모습이 확연해진다.]

캠벨 박사: 여기서 얘기하는게 —

크로스 요원: 이번이 제 서른다섯번째 심문이에요, 박사님. 제가 무슨 대답을 할 지 아시잖아요. 왜 이번엔 다를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캠벨 박사가 조금 긴 시간 동안 멈춘다.]

캠벨 박사: 면담 종료.

[크로스 요원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캠벨 박사가 심문실을 나간다.]


"왜 아직도 저 사람을 심문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캠벨이 기어스 박사의 느긋한 보폭에 맞춰 발걸음을 늦추면서 말했다. 그녀는 지금 곤경에 빠져있고, 자신도 그걸 알고 있지만, 캠벨은 기어스가 농담을 알아채지 못했음을, 그 뿐만 아니라 자신의 건방진 태도도 이해하지 못했음을 발견했다. "이제까지 서른네 번의 면담에서 정확히 똑같은 답변을 했다구요. 서른다섯 번째 면담의 핵심이 대체 뭐에요?"

기어스는 시간을 들여 대답했다. 캠벨은 기어스의 생각을 읽으려는 충동을 억눌렀다. 기어스는 언제나 그랬듯 똑같은 얼굴 표정을 보였다. 단조로운 계산이 담긴 차가운 얼굴이었다. "기어스." 확실히. 너무 완벽한 이름이다. 농담조일까? 호출명? 우연의 일치?

"전 연구원이에요, 요원이 아니라." 캠벨이 말을 이었다. "전 심문하는 훈련을 받은 적이 없다구요."

"해야 하는 이유는 당신 인가 등급 밖의 일입니다." 기어스가 말했다. "당신이 요원이 아니라 연구원이라는 사실은 당신이 대본을 받은 원인 중의 하나입니다. 당신은 피면담자가 생포된 격리 실패에서 확보한 물체를 연구하는 사람입니다. 그렇기에, 당신이 면담자로서 적절한 선택지입니다."

"저 사람한테서 뭔가 유용한 걸 물어보지도 못하겠다구요."

"당신은 놀라울 정도로 글자 그대로의 규칙들을 따라왔습니다." 기어스가 말했다. "교육받은 대로, 당신은 대본에서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당신도 알다시피 면담자는 감정적 심란 상태를 사유로 면담을 조기 종료해도 됩니다. 그러나 다른 분들은 당신의 정신 상태가 질문 단 하나의 대답만 듣고 면담을 마칠 만하다고 생각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이걸 할만한 다른 사람이 정말 없는 거예요?"

"이 면담을 진행할 자격이 있는 분들 중 다른 일에 참여하지 않으신 분은 한 분 뿐입니다." 기어스가 말했다.

"누구요? 그 사람에게 맡겨도 되나요?"

"리타 버틀러 박사가 기동특무부대 타우-9 인원들 중 유일하게 기지사령부에서 대상을 면담하기 적당한 인물로 판단되었습니다."

캠벨이 단번에 멈춰섰다.

이건 조안나 크로스에 대한 다른 얘기이기도 했다. 조안나 크로스에겐 자매가 있었다.

이부자매였지만 이 둘은 같이 자랐다. 역시나 기동특무부대 타우-9에 배정된 이부자매. 조용하고, 가끔은 재밌는 여자에, 역시나 박사였고, 가끔씩 안절부절 못했지만 그 모습도 사랑스러웠다.

이 자매의 이름은 리타 버틀러였다.

"하지만… 두 사람은 자매에요, 박사님." 캠벨이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도 그렇습니다. 박사."

캠벨이 기어스의 생기가 없고 확고한 표정을 보았다. 이건 조작이란 사실을 캠벨은 알았다. 그게 기어스로부터 나오리라곤 생각을 못했다. 기어스가 상관의 명령 없이 조작을 할 수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여전히 먹히기는 했다.

"전… 알겠습니다." 캠벨이 말했다. "사과드릴게요."

기어스가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 아침에 새로운 면담을 잡도록 하겠습니다."


면담 기록 t356y-SH-CROSS-CAMPBELL, 36에서 발췌

면담자: 켄드라 캠벨 박사. 기동특무부대 타우-9 연구원, 인가등급 2, 타우-9 특별 인가 프로그램 책임자.
피면담자: 조안나 크로스. 뱀의 손 ██████ 요원
참관자: ███████, █████, █████████

캠벨 박사: 스스로를 뱀의 손이라 불리는 단체에서 활동하신 게 맞습니까?

크로스 요원: 네.

캠벨 박사: 재단 보안 시설 제17기지로의 습격을 실행하는 데 도움을 주신 게 맞습니까?

크로스 요원: 네.

캠벨 박사: 당신 집단의 나머지 인원은 어떻게 탈출했죠?

크로스 요원: 얘기드릴 수 없습니다.

캠벨 박사: 왜 당신네 단체가 제17기지로 침입을 한 거죠? 목적이 뭡니까?

크로스 요원: 얘기드릴 수 없습니다.

캠벨 박사: 당신의 목표가 SCP-239, 뱀의 손에서는 "마녀 아이"로 지칭되는 존재를 격리실로부터 빼내는 것입니까?

크로스 요원: 얘기드릴 수 없습니다.

캠벨 요원: 이전에 뱀의 손이 SCP-239의 보안을 뚫으려고 한 것과 관계가 있습니까?

크로스 요원: 얘기드릴 수 없습니다.

캠벨 박사: 재단 관리 하에 있는 SCP 객체 들 중에 알고 계신게 무엇입니까?

크로스 요원: 얘기드릴 수 없습니다.

[일정 길이 생략. 캠벨이 질문 리스트 읽는 것을 마칠 때까지 계속한다. 크로스가 이전과 같이 대답한다.]

[캠벨 박사가 방 밖으로 나가려고 한다.]

크로스 요원: 박사님?

[캠벨 박사가 그 자리에서 멈춘다. 비고: 크로스 요원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아닌 다른 말을 한 첫 번째 사례이다.]

크로스 요원: 제안 하나 하죠. 내일 대본 없이 절 보러 오세요. 당신만의 질문들로 오세요. 진짜 질문들로요. 이런 반쯤 엿같은 밈적 개소리들 말고.

캠벨 박사: [말하기 전 잠시 망설이며] 제가 할 수 없다 하면요?

크로스 요원: 그럼 대체 왜 돌아오시는 거예요? 절 100번은 면담할 수 있겠죠. 500번도요. 제가 무슨 대답을 할 지 이미 다 알잖아요.

캠벨 박사: 왜 지금은 말해주는 거죠?

크로스 요원: 불쌍해서요.

캠벨 박사: [헛기침] 상부의 허가를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군요.

크로스 요원: 전 당신이 규칙을 깨게 만들고 싶지 않아요. 하나 얘기드리죠. 당신 상사에게 GOC에 있는 친구 보고 기아스가 뭔지 물어보라고 해보세요.

캠벨 박사: 왜요?

크로스 요원: 얘기드릴 수 없습니다. [미소] 제 언니에게 안부 전해주세요.


리타 버틀러는 2달 전 제17기지 침입 사건 이후 혼자 지내고 있었다. 이해할 만하다. 리타도 자신의 자매가 뱀의 손 요원일 줄은 몰랐으니까.

리타도 다른 이들처럼 놀랐다. 그녀는 재단에 고용된 그 사건 이후 거의 조안나를 보이지 못했다.

그 사건… SCP-682의 격리 실패, 하필이면. 그 일은 휴게실 대화에서 확실한 특질을 안겨주었다.

682는 유명한 SCP 중 하나로, 모두가, 몰라야 하는 사람들까지도 모두 알고 있는 존재였다. '리타의' 격리 실패는 특히 극적인 종류였다. 682가 재단 긴급 수송에서 탈출해 고전 영화의 괴수처럼 뉴욕 시에서 난동을 피운 것이다. 놈은 작은 마천루를 무너뜨리기까지 했다.

리타와 조안나는 운이 좋았다. 두 사람은 경미한 상처에 따른 병원행으로 사건을 마쳤다. 682가 하늘에서 떨어진 바로 그 지점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도 말이다.

682와의 하룻밤은 초상과의 첫 만남이었고, 재단이 자신을 불렀을 때, 리타는 기꺼이 응했고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리타의 남편은 죽었고, 생물학자 동료들과는 소원했다. 그녀는 682가 너무 멋져서 비슷한 다른 것들을 더 보고 싶지 않다고 농담을 던졌다.

사실이 아니었다. 그건 리타의 일생 중에서 가장 공포스러운 경험이었다.

이 세계에 이런 것들이 목 밑까지 차올라있다… 그걸 모른다, 실마리 조차 없고, 다시 취약한 상태에 놓인다, 이게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일로 들렸다.

적어도 재단이 이 상황에서 좋은 요령을 가지고 있었다. 곧 죽게 된다면, 눈 앞에서 죽음을 맞이할 수 있었다. 거리의 행인들은 그러한 기회조차 없을 터였다.

하지만 조안나는 고용되지 못했다. 어쩌면 종교학을 부전공으로 둔 인류학자는 재단에게 필요없을지도 몰랐다. 아니면 재단이 그녀에게 실시한 비밀 인성 검사에서 떨어졌을 지도 모른다. 누가 알겠는가.

조안나는 기억이 지워졌고, 리타는 재단에 합류하였다.

리타는 그게 끝이라고 생각했다. 어쨌든 일반적인 생물학자로서의 일을 조안나에게 많이 말해준 것도 아니었다. 두 사람은 크리스마스나 부활절에 서로 만났다. 그리고, 지금 이 상황이었다.

조안나 크로스, 뱀의 손의 일원. 조안나 크로스, 테러리스트.

이것만 해도 사람이 방 안에 영원히 숨어 나오지 않게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리타는 혼자 있기엔 너무 지쳤다. 이번 달만 그런게 아니라, 언제나 그랬다.

그래서 오늘 밤, 기동특무부대 타우-9 사람 몇 명이 술을 마시러 나갔을 때, 리타는 함께 따라갔다. "술을 마시러 나간다"라는 말은 제17기지 바를 말했다. 지금은 거의 비어있지만, 그래도, 적어도 다른 기지와는 다르게 기지에 바가 있지 않은가.

리타는 조안나에 대해서 나올 온갖 질문에 대비하여 마음을 다잡았다. 하지만 그녀가 아무에게나 말을 걸 용기를 내기 전에, 타우-9 지역 구역 지휘관인 존 피터스가 코가 삐뚤어지게 취해서 모든 대화를 휘어잡았다.

"결국 용기의 문제라 이거야." 피터스가 선언했다. "기술이야 모두 가질 수 있어. 재능이 개소리지. 용기가 가장 중요한 거라 그거야."

"이 봐, 개소리 하지 마." 피터스 옆에 있는 남자가 말했다. 누구였더라 — 라메쉬 파텔 요원인가? 세상에, 쉽게 외워졌어야 했는데. 리타 딴에서는 더 자주 나올 필요가 있었다.

"용기가 중요하다고!" 피터스가 파텔을 무시하고 극적으로 공중에 주먹을 날리며 말했다. "행동할 용기! 아무도 하지 않을 일을 할 용기 말이야."

"미국도 포함이지?" 파텔이 물었다. "행동할 미국, 다른 미국이 하지 않을 일을 할 미국, 이렇게."

"좆 까, 라메쉬." 피터스가 말했다. "이건 진심이라고, 빌어먹을. 이건 그냥… 망할 수사적 표현이 아니라고."

"술을 너무 많이 마셨거나, 너무 적게 마셨어." 파텔이 피터스의 잔을 치우려고 했다.

피터스가 파텔을 밀쳤다. "아냐, 임마. 아니라고. 난 그냥 개소리를 하는 게 아니야. 그… 현실을 얘기해보자고. 현실에서의 예를 얘기해보자니까." 피터스가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방을 둘러보았다. 그의 눈이 리타에서 멈췄다. "너! 버틀러!"

리타가 의자에서 살짝 일어났다가 보드카를 내려놓았다. "네?"

"빌어먹을 계급장 떼고 얘기해." 피터스가 말했다. "버틀러. 버틀러. 내 친구, 나의 동지여. 어디… 제17기지에 폭탄이 있다고 해보자. 기지 건너편에 있는 3구역에서. 누군가가 연락해서 우리에게 말해준 거야. 우린 그게 언제 터질 지 알 방법이 없어. 하지만 분명히 터질 거야. 잘 따라오고 있지?"

"네." 리타가 말했다. "폭탄이 있다고요."

"당신들 둘이 알아서 해." 파텔이 말했다. "난 한 잔 더 마실래."

"좋아." 피터스가 말했다. "좋아, 그래서 우리가 3구역을 소개시켰다 해보자고. 하지만 한 불쌍하고 늙은 할머니 과학자 여사, 어쩌면 회계과의 바트 같은 사람 — 그러니까 불쌍하고 늙은 할머니 과학자가 — 자, 그 사람이 거기에 갇히고 만 거야, 왜냐면 꼬리뼈가 부러졌거나 어쨌든 그래서."

"네." 리타가 말했다.

"우리를 제외한 사람들은 갈 수가 없어. 몰라, 엣시피들을 격리하거나, 그렘린한테 잡아먹히거나 하고 있겠지. 그렇게 우리는 우리 중 누가 트럭에 올라타서, 3구역으로 돌진한 다음에 그 늙은 여사님을 데려올 지 결정해야 하는 거지.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어, 명령 같은 건 잊어버리라고." 피터스가 술 한 잔 더 마시고 리타를 바라보았다. "어떡할거야?"

"무슨 말 하는 지 모르겠는데요." 리타가 말했다.

"난 용기에 대해 말하고 있다고." 피터스가 말했다. "우리 중 누가 자원해서 3구역을 트럭을 타고 돌진해서 늙은 여사님을 구해낼 깡이 있을까?"

리타가 멍하니 피터스를 쳐다봤다.

"넌 어때, 버틀러 박사, 가다가 함께 폭파당할 한이 있더라도, 그 늙은 여사를 구할 깡이 있나? 이거 중요한 질문이야. 우리 모두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질문이라고."

"잘 모르겠네요." 리타가 말했다. "전 운전을 못하거든요, 그래서… 제가, 어, 그런 질문에 맞닥뜨릴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파터스가 리타를 쳐다봤다. "운전을 못한다고?"

"전 뉴욕에서 자랐거든요." 리타가 말했다. "큰 도시에서는 차 하나 구하기 쉽지 않죠."

"배운 적도 없고?"

"없어요…"

"음, 젠장." 피터스는 자기가 알고 있던 세상에 대한 시선이 흔들리는 것처럼 보였다. 리타는 주변의 모두가 입을 닫고 두 사람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고 있음을 의식했다. "그 자리에서 운전 수업을 해준다고 해보자고! 그럼 어때?"

리타가 잔을 내려다보았다. "운전해야만 하는 상황이 잘 없기도 하고요." 리타가 말했다. "저와 잘 맞지 않거든요. 그리고 저는 기지 내에서 꽤 살았기도 해서, 지금까지…" 리타는 자기가 변호하리라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을 변호하면서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오, 제기랄." 피터스가 말했다. "있잖아, 나…" 피터스가 잔을 바라보았다. "한 잔 더 마셔야겠어. 이따가 다시 보자고, 버틀러. 잠시만—"

그리고 피터스와 파텔 사이에서 한 잔 더 마시는 것 가지고 작은 실랑이가 일어났고, 다른 사람들이 둘을 말리는 동안 피터스는 모든 것을 잊어버렸다.

아무도 리타에게 조안나에 대해 물어보지 않았다. 아니면 재단을 향한 충성심 상태를 묻지도 않았다.

리타는 조용히 술을 마셨다.


면담이 있고 12시간 뒤, 캠벨은 자신의 연구실에 앉아있었다. 그녀는 크로스가 잡혔을 때 함께 발견된 창백한 푸른빛의 종이 화환을 조사 중이었다.

"푸른 백합 화환/요정 화환" 이런 라벨이 붙어있었다. 타우-9의 현장 요원들의 보고서에는 이 화환이 젊은 뱀의 손 일원들에게 유명하며, 갖가지 변칙적 효과가 있다고 확인해 줬다. 이 화환이 정확히 어떤 변칙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는 보고서에선 검열되어 있었다. 여기엔 더 높은 인가 등급을 요했다.

하지만 캠벨은 알고 싶었고, 기어스는 캠벨의 실험을 신경쓰지 않았다. 지난 몇 주간 화환에 가능한 한 모든 실험을 두 번씩 진행했다. 여기에 변칙적인 특성은 수상해 보이는 흙정도 밖에는 없는 듯 했다.

캠벨은 책상에 흩뿌려진 종이를 한데 모았다. "오늘 밤은 이정도면 됐어." 캠벨이 큰 목소리로 말했다.

"뭐가 다 됐어?" 뒤에서 어떤 목소리가 들렸다.

캠벨이 깜짝 놀라며 뒤를 돌아보자, 실험용 가운을 입은 너무 창백한 인상의 남자가 캠벨의 책상으로 다가왔다.

"안녕, 캠벨 박사." 남자가 말했다.

캠벨은 흐려지는 빛에 눈을 가늘게 떠 보았다. 사무실의 빛이 이렇게까지 어둑어둑해질 줄은 미처 몰랐다. 아니면, 망할, 조명 문제로 보는 게 더 나았다. 이 개같은 화환의 무섭고도 미묘한 변칙적 효과가 아니라면 말이다. 어느 쪽이든, 그 남자는 명찰을 하고 있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누구신지…"

그러자 캠벨은 무언가가 그의 목에 걸려있는 걸 보았다. 화려하게 장식된 부적이 달린 목걸이었다. 붉은 보석이 별 모양 광채의 중간에 반짝거리고 있었다.

SCP-963-1. 브라이트 박사. 브라이트 이사관.

캠벨은 손에서 종이가 미끄러져 내려가는 것을 느꼈다.

캠벨은 이전에 브라이트 박사를 직접 본 적이 딱 한 번 있었다. 조안나 캠벨이 사로잡혔던 제17기지 침입에 따른 혼돈의 현장에서였다.

캠벨은 겨기에서 나온 SCP를 마주했다. 눈코입이 없는 얼굴에 피부에 비늘이 돋은 인간형 개체였다. 그건 자신의 손을 길고도 날카로운 칼로 — 엄밀히 따져보면, 칼자루에서 살짝 위쪽의 칼날부분에 가시와도 같은 쐐기가 난 독일 츠바이핸더였다 — 바꾸더니, 한 번의 빠른 동작으로 그 츠바인핸더를 브라이트의 가슴에 쑤셔넣었다.

그것이 칼을 뽑자, 쐐기가 브라이트 목에 있는 목걸이에 걸렸고, 부적이 함께 딸려왔다.

그러자 얼굴이 없는 괴물은 갑자기 유순해졌다. 왜냐하면 그게 브라이트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진정해." 브라이트가 말했다. "좋은 소식을 전해주려 왔으니까."

브라이트가 얇은 서류철을 건냈다. 캠벨을 그것을 받았다.

"이사관님이 좋은 소식을 직접 전달하러 오실 줄은 몰랐네요." 캠벨이 말했다. 목이 바짝바짝 말라갔다.

브라이트가 웃었다. "너에게 줄 명령이 바뀌었어. 한 번 봐봐."

캠벨은 서류철을 열고 지시사항을 읽어보았다. 내용은 눈에 띄게 짧았다.

캠벨이 헛기침을 했다. "죄송하지만, 제가 제대로 읽은 게 맞나요? 제가 질문을 제시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인 이상, 크로스에게 말 그대로 무엇이든 물어볼 수 있다뇨?

"걱정하지 마." 브라이트의 말투는 개방적이고, 친근했다. "만약 네가 들어선 안 될 것을 크로스가 말한다면, 네 기억을 지우면 되니까. 큰 일도 아니지."

"큰 일이 아니라고요?" 캠벨이 막을 새도 없이 말이 흘러나왔다.

브라이트는 그저 웃어보이면서, 걸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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