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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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사무실의 전등불은 모두 나가버렸고, 복도와 통하는 문은 단단히 잠겼다. 적어도 그가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는 다시 열리지 않을 것이었다. 방에 유일하게 남아있던 13번째 감독관은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책상에 눌러 끄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능한 한 선택을 미루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오늘만큼은 시간은 그의 편이 아니었다.

그는 그의 책상에 놓여있던 서류 한 장을 들어올려 다시금 찬찬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어두운 방 안에서, 얼굴을 서류에 가까이 가져다 대어가며 그 얇은 종이에 적힌 문장들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를 꼼꼼하고 세세하게 다시 파악해내려고 애썼다. 이 종이가 말해주는 이야기의 결말이 자신이 이해한 것과 전혀 다른 내용이기를, 자신이 문장들의 뜻을 잘못 이해한 것이기를 내심 간절히 빌고 있었다.

이변은 없었다. 그가 이해한 내용은 서류에 적힌 내용과 정확히 일치했으며, 다른 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재단은 그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거대한 규모의 조직이었고,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더 이상 남아있지 않았다. 재단 사령부에 소속된 한 감독관으로써 저들이 내린 무지한 결정을 따를 것인지, 또는 그러지 않고 이 세상에서 무력하게 사라져갈 것인지를 선택할 일만 남아있었다.

서류를 처음부터 다시 읽어본 그의 얼굴은 무력감으로 일그러졌다. 그는 서류를 바닥에 내던지고, 허공에서 붉게 빛나고 있는 글자들을 노려보았다. 저 멀리서 희미한 사이렌 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었다. 시계 초침소리가 그의 귀에 맴돌기 시작했다. 사무실을 가득 채운 담배 내음이 그의 머리를 어지럽히고 있었다. 그는 선택해야만 했다. 더 이상 고민할 시간이 남아있지 않았다.

마침내, 그는 자신의 오른손을 허공의 붉은 글자에 가져다 댔다. 그의 살갗에 닿은 글자들이 한순간 일그러지더니, 점차 흰 색으로 변하면서 녹아내렸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손에는 작고 붉은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이사관은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제,"

그는 더 이상 돌이킬 수 없었다.

"우린 전부 다 개자식들이야."

담백하게 말을 끝마친 그는 주머니에서 빨간 색의 알약을 꺼내어 입에 던져넣고 힘껏 으스러뜨렸다. 터진 캡슐에서는 점차 씁쓸한 맛이 느껴지더니, 곧 숨도 제대로 쉬어지지 않을만큼 역겨운 향이 그의 온 몸에 퍼져나갔다. 곧 그의 몸은 차갑게 굳었고, 아무런 감각도 느끼지 않게 되었다.

서류의 첫머리에 적힌 그대로 전면전, 총력전의 시작이었다.


12, 11

어느덧 해는 저물었고, 어둔 밤이 찾아왔다. 다른 날보다 유난히 밝게 떠오른 달이 항구에 정박해있는 거대한 군함 하나를 비추고 있었다. 군함에는 흔히들 떠올리는 형태와는 전혀 다른, 특이한 모습의 함포들이 달려있었으며 선체의 넓은 갑판에는 총을 든 요원들 여럿이 모여 주변을 경계하고 있었다. 이들은 모두 재단에 소속된 베테랑 특무부대원들로, 한 인물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경호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한동안 멀리서 군함을 바라보고 있던 여인은, 마침내 마음 속에서 무언가를 내려놓았다. 재단의 감독관이라는 높은 위치인 그녀에게 있어서, 저 배를 출항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배는 수리하면 그만이었다. 목격자는 처리하면 그만이었다. 녹화된 영상들은 지우면 그만이었다. 그래, 그러면 그만이었다. 그녀는 검붉은 빛으로 타오르고 있는 오른손을 들어올렸다.

아주 오랜 세월동안, 그녀는 배에 타고 있을 12번째 감독관과 많은 일들을 해냈었다. 아주 오래 전에는, 그를 믿고 폭발하는 건물들 사이로 뛰쳐들어간 적도 있을 것이다. 우주의 법칙이 들어맞지 않는 거대하고 기괴한 것들이 가득한 이 곳에서,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이라고 여긴 적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흘러갔고, 이들의 역사는 여러 차례 묻혀지고 덧씌워졌다. 그녀는 어느새 숱한 위기 속에서 살아남은 11번째 감독관이 되어 있었고, 그는 더 이상 믿을 만한 이가 아닌, 여러 SCP들과 인력을 탈취해 도망가려는 배반자가 되어있었다.

이젠 그에게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일말의 연민도, 죄책감도. 그녀는 배를 바라보며 오른손을 내리쳤다.

콰앙!


한순간 거대한 섬광이 항구 전체에 걸쳐 번쩍였고, SCP-217-KO에 거대한 폭발이 일었다. 이를 신호로 잠복해있던 기동특무부대원들이 일제히 들이닥쳐 배에 타고 있던 모든 이들에게 납탄 세례를 퍼부었다. 갑판에 서있던 이들 중 몇몇은 빠르게 사태를 파악하고 대응해보려 했지만, 모두 무의미한 저항이었다.

강한 충격을 받고 제 기능을 상실한 배에서 살아남은 요원들이 쏟아져 나왔다. 배에서 자욱히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 속에서 저마다 보이지 않는 적들에게 총을 쏘면서 각기 다른 곳으로 흩어졌다. 몇몇은 어떻게든 선착장에 발을 디뎠고, 몇몇은 바다로 뛰어들었다. 어떻게든 살아보려는 발악이 아닌, 노련히 훈련된 이들의 다분히 의도된 움직임이었다.

각자 다른 방향으로 일사분란하게 흩어지는 저 무리 속에 숨어있을 감독관을 호위하는 대원들의 실력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뛰어났지만, 상대가 그 악명높은 평의회의 직속 특무부대였으니. 사방에 불꽃이 일었고, 살아있던 것들은 피와 살점을 흩뿌렸다. 검은 연기를 내뿜던 배에서 다시금 커다란 폭발이 일었고, 빠른 속도로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감독관은 폭발의 여파에 휘말린 이들 중 익숙한 얼굴을 찾아냈다. 움직이는 것도 힘들어보일 정도로 늙은 몸을 가진 노인은, 자신에게 총을 겨누는 이들에게 무어라 바락바락 외쳐대고 있었다.

'재단이 온 힘을 다하는 멸망 시나리오가 뭐가 있을 것 같아? 나는 재단을 배신한 게 아니야. 저들이 덮은 과거를—'

12번째 감독관은 말을 끝마치지 못했다. 채 1cm가 되지 않는 작은 금속 탄알들이 날아와 그의 몸에 박혔고, 그 중 몇몇은 살갗을 꿰뚫고 심장이나 뇌같은 부위를 파고들었다. 죽음과의 붉은 계약을 끝내 거부했던 그는 그를 호위하던 부대원들과 함께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살갗이 타는 냄새와 화약 냄새가 바람을 타고 11번째 감독관이 있는 곳까지 날아들었다.

"감독관의 몸에서 열쇠를 확보했습니다." 무전기에서 잡음이 섞인 대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상태는?"

"외관 상으로는 이상성부 유적에서 발견된 것과 동일합니다. 곧바로 인근 기지로 이송하겠습니다."

그녀는 구태여 대답하지 않았다. 오랫동안 알아왔던, 언젠가는 삶의 버팀목이 되어주었던 그가 평생을 바쳐온 재단을 배신하면서까지 이루려고 했던 일이나, 재단이 총력을 다해 세상을 멸망시킨다는 시나리오 따위는 더 이상 그녀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그저 피곤하고, 쉬고 싶었다. 잠들고 싶었다.

오늘도 어제와 같이 무의미한 하루였다.


10, 9

10번째 감독관의 눈에 처음으로 들어온 것은 연분홍색과 보라색으로 아름답게 물들어있는 하늘과 그 위에서 빛나고 있는 수많은 별들이었다. 그는 순식간에 바뀌어버린 눈 앞의 풍경에 놀라 뒤로 자빠졌고, 그제서야 바닥에 가득 깔린 모래의 보드라운 질감이 느껴졌다. 얼빠진 표정을 하고 있던 그의 위로 작고 투명한 물결이 밀려와 입고 있던 옷들을 잔뜩 적셨다.

"이 세상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경치지. 마음에 드나, 10?" 어느새 그의 뒤에 다가온 소녀가 말을 걸어왔다. 겉모습은 사뭇 어린아이같았지만 그 조막만한 손에 들린 곰방대와 그로부터 피어오르고 있는 검붉은 연기가,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었다.

"인지재해같은 건가요? 아니면 새로 개발한 취조제라거나."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털어내며, 최대한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어조로 물었다. 재단의 평의원 자리에 오른지 얼마 지나지 않은 그는 눈앞의 9번째 감독관 — 그것도 구태여 어린 소녀의 모습을 하고 있는— 이 어떤 인물인지를 거의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한결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마법." 9번째 감독관이 미소를 지었다. 그 나이대의 아이가 지을법한 표정은 아니었다.

"마법이야. 하늘에 떠있는 별들부터, 뺨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 발밑을 간지럽히는 모래사장, 끝없이 이어지는 저 푸른 바다까지, 전부 이걸로 만들어낸 거야. 허상같은 게 아니지." 9는 들고 있던 곰방대를 공중에 휘두르며 말을 이어나갔다.

"기적술이군요. 이런 것까지 가능할 줄은 몰랐는데…"

"곧 너도 할 수 있게 될 거야. 아주 기초적인 것부터 하나씩." 9는 그의 팔을 가리켰다. 옷깃 너머로 붉은 색의 무언가가 조금씩 퍼지고 있었다.

"총력전 시나리오에 대비해서 제가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더니, 기적학과 연관되어 있었나요?"

"바다 너머에 답이 있지." 10은 그 말에 고개를 들어 바다를 다시 훑어보았다.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 드문드문 작은 크기의 섬들이 자리잡아 있었고, 크고 작은 파도가 해안을 따라 밀려오고 있었다. 하늘과 맞닿아 있는 수평선이 보기 드문 색으로 물들어 있다는 점만 제외하면, 그 뿐이었다.

"더 자세히 들여다 봐." 10의 표정을 읽은 9가 말했다.

"저는 기적학에 대해서는 문외한입니다. 기적술로 펼쳐진 공간 속에서 무언가를 읽어내기에는—" 10은 말을 끝맺기 전 눈앞에 비친 섬들에 커다란 무언가들이 놓여있고, 그것들이 조금씩 꿈틀거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언뜻 보이는 실루엣으로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건축물 같았으나, 왜 저런 움직임을 보이는 지는 유추해낼 수 없었다.

"...살점들?" 10은 긴가민가한 어투였다. 그의 상식선에서 저런 기괴한 것들을 만들어낼 수 있는 건 사르킥뿐이었다.

"자세히 보라니까. 저건 살아있는 유기체가 아냐." 또 이름도 모르는 괴상한 단체가 등장한 건가, 하는 생각을 품은 10은 조금씩 움직이는 것들에 눈을 떼지 않고 살폈다. 한참을 살피던 그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닫는다.

"—섬이 아니군요."

바다 위에 떠있던 것들은 섬이 아니라 거대한 기곗덩어리들이었다. 몸체의 대부분은 바다 밑으로 가라앉아 있었지만, 수면 위로 솟아있는 무언가들은 아주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

"저 거대한 것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 겁니까?"

"보이는 게 전부가 아냐. 바다 밑에는 훨씬 많은 것들이 가라앉아 있어."

"부서진 신의 교단이 만들어낸 건가요? 이런 걸 만들어낼 기술력이라면.."

"SCP-001."

아주 잠시동안의 정적이 흘렀다. 9는 다시 입을 열었다.

"엄밀히 말해 가장 처음으로 발견된 건 아니었지만, 재단이라는 조직이 세워질 수 있었던 건 저것 덕분이지. 사이비 광신도들 따위가 만들어낸 게 아니야."

9는 반응을 기다렸지만, 10은 잠자코 듣고 있기만 했다. 그는 말을 이어나갔다.

"아주 오래 전, 평의회라는 개념조차 없던 초기 재단은 멕시코 연안에 반쯤 파묻혀 있던 커다란 물체를 발견했어. 당시에 전쟁으로 피폐해져 있던— 아니, 이건 집어치우자. 아무튼 재단은 그 물체를 손에 넣었고, 한동안 기지에 처박아두었지. 당시에는 이게 뭔지도 몰랐어.

어느 날, 재단에 유능한 인재가 들어왔지. 그는 복잡한 매커니즘을 가진 기계들을 다루는데 능숙했고, 지금까지도 내려져오는 여러 장치들을 만들어냈어. 그는 당시 재단이 가지고 있던 여러 금속성 SCP들에게서 공통점을 발견했어. 거대한 무언가를 만들어내기 위한 하나의 부품이라고 생각했지. 조금만 재해석하면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었고.

그는 이것들을 활용해 무언가를 만들어내려는 계획을 세웠고, 당시 그를 전적으로 신임하고 있던 재단은 이를 허가했지. 예전, 아주 예전의 재단은 지금의 재단과는 많이 달랐으니까. 그는 몇 년에 걸쳐 설계도를 그렸고, 그걸 기반으로 SCP들을 뜯어고쳤어. 결과는 보시다시피."

"실패했군요."

"성공했어. 입체적인 것을 넘어 창조적인 영역에 들어선 그의 정밀한 설계와 개조 덕분에, 이것들은 본래의 모습을 찾았고, 재단은 비약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지."

9는 잠시 말을 멈추고, 10의 표정을 살폈다. 그의 얼굴에는 의아함을 비롯해 여러 감정들이 그대로 내비치고 있었다.

"공장. 그가 만들어낸건 공장이었어. 그의 설계대로, 물체를 재해석하고, 변환하고, 개조하고, 뜯어고치는 과정을 거쳐서 변칙적인 것들을 양산해낼 수 있었고, 그 반대로 무효화시켜버릴 수도 있었어. 재단의 마음대로 변칙 개체들을 쥐락펴락할 수 있었지. 그걸 완벽하게 제어할 수 있다고 믿었고. 그 다음으로는, 어떤 일이 일어났을 것 같아?"

10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는 9에게서 들은 내용을 다시금 머릿속에서 되새기며 사실인지를 따져보고 있었다. 한동안 대답을 기다리던 9는 대답을 듣는 것을 포기하고 말을 이어나갔다.

"재단이 인류의 역사에서 도려내야만 했던, 최초의 세계 멸망이 일어났지."

"예?"

"기타 잡다한 것들을 생략하고 결과만 보자면 그래. 재단은 겨우 공장을 갈기갈기 찢어버리는 데 성공했고, 그 부산물이 저것들이야." 9는 멀리 있는 들을 가리켰다.

"너가 해줘야 하는 일은 하나야. 그 때 이후로 작동을 멈췄던 부속품들이 최근 들어 다시 활성화되고 있다. 이것들을 무력화시키면 돼."

"하지만 제가 어떻게—"

9번째 감독관은 항의하려던 10번째 감독관의 입술에 연기가 피어오르는 곰방대를 가져다대고는 말했다.

"O5-8, 공장장. 최초로 SCP-001을 만들어낸 자. 배후에 그가 있을 거야. 그를 찾아내서, 계약을 제안해."


8

아직 그는 스스로가 돌이킬 수 있는 존재라고 믿었다. 육신은 썩어 없어진지 오래지만, 그의 의식은 그가 만들어놓은 장치 안에 불완전하게나마 남아있었고, 그렇기에 생각할 수 있었다. 지난 수백년간, 재단이 미처 없애버리지 못한 증오스러운 기곗덩어리를, 한 치의 불씨도 남기지 않도록 완전히 부숴버리겠다는 생각만을 품으며 살고 있었다.

8번째 감독관의 시각과 청각을 대신하는 모든 기관들이 웅웅 소리를 내며 돌아가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설계를 벗어난 피조물이 다시 깨어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고, 곧 한반도를 시작으로 여러 곳에 그 손을 뻗칠 것이라는 것을 예견하고 있었다. 이번에야말로, 이번에야말로 그의 과오를 돌이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그는 생각하고 있었다.

곧 그의 의식은 재단의 한국사령부를 향했다. 재단의 보안 체계는 그의 앞에서 무력했고, 그는 곧 이 곳에서 들려오는 모든 목소리들을 들을 수 있었다.

"비격리 상태였던 부산의 이상성부라는 시설의 변칙성이 무력화된 것을 확인했고, 현재 담당 특무부대인 람다-92가 내부를 탐사하는 중입니다. 말씀하신 변칙 개체들이 확보되는 즉시 보고드리겠습니다."

"64K기지에서 대규모 격리 파기가 발생했습니다. 현재 확인된 바로는 혼돈의 반란 요원들이 R동으로 진입하는 것을 목적으로—"

"그 공장이라는 게 완전히 활성화되면 모든 SCP들이 폭주한다는 의미로 한 말이겠지만, 다른 지부에서도 딱히 믿는 눈치는 아니었습니다."

"ϟK급 총력전 시나리오. 재단이 장막 정책을 비롯한 모든 규약들을 무시하고, 세계 멸망의 주체가 되는 SCP를 무력화시킨다는 내용의 K급 멸망 시나리오. 근데 여기서 의구심이 든단 말이지. 왜 지금일까?"

"현재 기지에 남아있는 인원들에게 알린다. 지금 즉시 기지 서쪽에 위치한 대피소로 이동하라. 다시 한 번 알린다. 지금 즉시—"

"상급감시사령부에서 내려온 지령이야. 거부할 수는 없어."

"변칙예술가들과 현실조정자들, 기적사들을 비롯해 구류해두고 있던 인원들이 격리 파기 사태를 틈타 전원 탈출한 걸로 보입니다. 즉각화력지원을 요청합니—"

"열지마, 네가 그러길 원하고있어. 널 필요로 하고있어. 제발, 열어줘. 더 늦기 전에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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