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형 개체 전문 기지 중 하나가 이곳 제145K기지입니다. 기지 주둔 기동특무부대인 람다-7은 단순히 기지가 소재한 전라북도 뿐 아니라 대한민국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인간형 개체에 대한 일차적 대응을 시도하는 일이 빈번하죠. 또 이 기지에는 조리사, 의료 인원, 미용사를 비롯해 인간형 격리에 필수적인 인원들이 다수 있고요.
제 소개를 하죠. 저는 황영미입니다. 제145K기지의 인간형 담당 인원 중 한 명이죠. 더 상세히 말하자면, 기동특무부대의 확보 계획을 세우는 전술 전문가 비슷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약학과 의료 지식, 재단 교통 및 수송 지식 전공자이자 전문가이기도 하죠. 여기서 제가 만난 85%의 신입들은 이렇게 생각합니다. 아니, 대체 그럼 세운다는 전술이 무슨 전략인 것일까?
사실 교통과 수송 지식은 필수적입니다. 변칙 개체를 재단 기지로 이송하려면 민간인들은 모르는 지름길을 쓰거나 못 해도 최대한 빨리 움직여야 하거든요. 도로에서 트럭이 터지더니 거대한 뱀이 울부짖으며 튀어나오는 사태를 민간인들에게 보여줄 수는 없잖아요? 거기다 위치가 노출되면 뱀의 손 같은 자들이 습격해 올 수 있거든요. 그런데 왜 약학 지식이 필요한 것일까? 이것이 궁금증의 핵심이겠죠.
먼저 이런 사실을 하나 말씀드리겠습니다. 인간형 개체 즉 변칙적 능력을 지닌 인간은 크게 두 분류로 나뉩니다. 그 개체가 초상사회에 대해 이미 알고 있거나 모르거나죠. 전자의 경우 재단의 개입은 더 어렵거나 필요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명천구라는 변칙 동네에는 변칙 능력을 지닌 예술가들이 다수 삽니다. 기적술— 즉 마법부터 시작해서 다양하죠. 이 경우는 애초에 명천구라는 동네 그 자체가 넥서스(Nexus)라고 해서 거대한 격리실입니다. 안에서 무슨 개판이 일어나도 바깥은 아무 일 없죠.
골치 아픈 경우를 논하자면, 능구렁이 손에는 발견된 바 강력한 정신조정 능력자가 있습니다. 살인을 개의치 않고, 육체적으로도 강력하며, 거의 한계 불명의 정신 간섭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그 개체를 못 붙잡은 이유는 능구렁의 손이 길Way이라는 차원 통로를 통해 우리나 GOC의 공격을 굉장히 효과적으로 피해다니기 때문입니다. 요주의 단체에 소속된 인간형들은 첫째, 잡기 힘든 곳에 숨습니다. 둘째, 지속적으로 정보를 공급받으면서 변칙적 특성을 효과적으로 활용합니다. 셋째, 재단이나 지역 정부와 외교적 관계에 있습니다. 그러니까 족치기가 아주 어렵습니다.
그럼 초상사회에 대해 모르고 있는 인간형은 어떨까요? 이 경우, 이런 인간형들은 변칙성의 지식 측면에서 보면 섬과 같습니다. 대다수의 이런 인간형은 자신만이 유일한 변칙 개체라고 착각하고 변칙 능력을 감추거나 활용하게 됩니다. 감춘다면 솔직히 우리로서도 알아낼 수 없지만 드러낸다면?이 경우, 만일 변칙 능력이 둔갑이나 형태 변환 부류가 아니라면 순식간에 재단이나 GOC에 발각되죠.
다음 이야기를 하기 전에 이 표를 보겠습니다.
제145K연구격리기지에 격리 중인 인간형 분류 (2017, 39개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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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칙성 조정 가능 | 변칙성 조정 불가능 |
23개체 | 16개체 |
보다시피 의외로 자신의 변칙성을 통제하지 못 하는 인간형 개체가 다수입니다. 여러분도 알고 계실 대표적 개체로는 SCP-1915가 있습니다. 자신의 변칙성을 조정하기는 커녕 변칙성에 휘말리게 되죠. 이렇게 되면 통제불능한 변칙성이 죄다 사방으로 튀므로 발현 즉시 발견됩니다. 정말 심각한 경우가 아니라면 순조로운 작전으로 직결됩니다. 이 경우 인간형 개체는 자신의 능력에서 벗어나고자 하므로 반항을 중지하고자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더구나 변칙성 때문에 소중한 주변인이 피해를 보았다면 말이죠.
그게 아니더라도 재단이 더 유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개체가 자신의 변칙성을 이해하고 있더라도 재단이 지닌 데이터 상의 이해도보다 높지 못합니다. 스크랜턴 현질성 닻(SRA)는 무작위로 튀어나가는 현실조작에 극히 유리한 재단 장비로 이 경우에 특히 유용하죠. 하지만 결국 어떻게 되었든 만일 그 변칙성이 인간에게 어떻게든 유해한 작용을 한다면 재단 대원이나 요원은 그 인간형 개체를 일방적으로 제압하는 것이 아니라 강대강으로 싸워야 합니다.
격리 중인 제어형 인간형 개체 능력 분류 (201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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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조정자 | 7.58% |
기적사 | 6.2% |
신체 개조자 | 3.05% |
재생능력자 | 2.002% |
정신조정자 | 0.098% |
이것은 자신의 변칙성을 조절 가능한 인간형의 변칙성 분류입니다. 보다시피 가장 많은 현실조정자가 7% 수준입니다. 이 분류의 치명적 약점은 현실조정자든 뭐든, 인간형의 능력이 정말 제각각이라 능력 분류 자체가 어렵다는 거죠. SCP-105는 사진을 통한 원격 간섭 능력이 있습니다. 그런데 현실을 조작하니 현실조정자로 분류될 수는 있지만 이런 부류를 전부 합한 현실조정자는 대략 인간형 중 40%. 모아놔도 그 기작만 비슷하지 변칙성 자체는 큰 연관이 없는 것들의 묶음이 됩니다.
말인 즉슨 애당초 인간형이 자신의 변칙 능력을 조절 가능할 때, 재단 인원이 변칙성 그 자체도 알기 힘든데 어떻게 응용할지는 알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실제 있었던 이야기 하나 들려드리죠. 공중에서 유리조각을 생산하는 유클리드급 독립체를 재단 인원들이 붙잡으러 갔습니다. 이론상 떨어지는 유리조각에 찔리지만 않으면 되니 방호구를 착용하고 작전에 돌입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호흡기 내의 공간에 유리조각이 생성되어서 즉사했습니다.
매체미디어는 소위 능력자 배틀물이라고 해서 초능력자가 아무 쓸모없는 능력으로도 강한 상대와 싸워 이기는 창작물을 쉴애없이 내보냅니다. 이런 서사에 노출된 민간인이 우연히 변칙 능력을 발현했을 때의 위험성은 더욱 강해집니다. 아무 지식 없는 인간형보다도 더욱 창의력에서 우위를 점하죠. 농담이 아닙니다. 저도 농담이었으면 좋겠군요.
이런 변칙 능력이 확인 불가하고, 변칙성의 위협도 높으며, 상대가 자신의 능력을 완벽히 응용 가능한 상황을 생각해 보세요. 아마, 상대는 시가지에 있을 가능성이 높죠. 상대가 가장 잘 아는 곳에서 싸우면 말려들기 쉽습니다. 변칙성이든 기특대의 총성이든 드러나는 순간 장막 정책 부담입니다. 이 경우 최고의 수단은 싸우지 않는 것입니다. 상대가 인식하기도 전에 확보하는 거죠. 그게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궁금한 모양이군요.
자, 그럼 퀴즈 하나 내겠습니다. 집중해 보세요.
당신은 기특대 팀장입니다. 운용 가능한 인원은 10명이고, 잡아야 할 대상은 모든 사물의 속력을 낮출 수 있으니 자신 주변의 시간을 멈추는 것과 흡사한 변칙 능력을 사용합니다. 이러니 인원의 움직임이 멈춘 상태에서는 어떤 반항도 불가능합니다. 심지어 배경은 서울 한복판입니다. 인간형이 변칙 능력을 발휘하는 순간 난장판입니다. 이때, 기억소거제 소모를 최소한으로 해서, 어떻게 인간형을 확보할 수 있을까요?
총이요? 안 됩니다. 총알을 영거리 저격한다면 물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단, 저격수를 숨기는 것부터 민간인이 파악할 가능성을 생각해야 합니다. 위험 부담이 크죠. 거기다가 재단은 GOC가 아닙니다. 무효화가 아니라 확보 개념으로 들어가봅시다.
마취탄이요? 확보가 가능하기는 하겠지만 위험 부담은 여전한데요.
움직임이 정지되는 순간 터지는 폭탄…… 그런 게 어디 있나요? 아니, 거기다 무효화가 아니라 확보 개념으로 들어가보자니까요.
사실 현장에서 가장 정답에 가까운 것은 싸우지 않고 확보하는 것입니다. 인간형이 재단을 알아채기도 전에, 변칙 능력을 이쪽으로 쓰기도 전에, 조우하기도 전에 제압합니다. 자, 이제 왜 제가 약학 전문가인지 알 수 있겠군요.
인간형을 제압하는 방법은 총만이 아닙니다. 재단 인원은 사회 곳곳에 있거든요. 그 대상을 면밀히 분석해서 먹을 밥에 수면제를 타고, 마실 물에 마취제를 타며, 병원에는 재단 인원을 대기시킬 수 있습니다. 제 역할은 약물을 선택하고 효과를 예상하는 겁니다. 일단 먹기만 하면 인간형이 어디서 쓰러질지 의식을 잃을지를 예측하면 장비와 무기는 물론이고 인원도 아낄 수 있죠. 재단은 그 어떤 인간형보다도 사회적 우위에 서 있죠. 그림자 파시스트 정부, 그런 게 이유 없는 별칭이 아닙니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을 손자병법에선 최고로 꼽습니다. 변칙성 연구는 표준형 격리실에서 해도 됩니다. 무엇보다 장막이 제일이거든요.
지금도 세계 어디에선 누군가가 우리가 타 둔 약을 무심코 마십니다. 그리고는 확보되는 거죠. 아이러니하지 않습니까? 윤리적으로 기묘하게 들린다는 말을 들어는 봤습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인간형에게 총을 쏘고 닻을 던져대며 죽음의 위기에 몰아놓지 않는 방법이거든요. 거기다 저 같은 사람들이 세심하게 대상의 병력과 약 복용 기록도 체크하고, 재단 내에서만 이용되는 효과적인 약물 종류도 꽤나 있거든요. 보여드리죠.
이 약은 거버너스 67입니다. 현실조정자 마취제죠. 변칙 능력자가 실제적인 변칙 능력을 사용할 때의 뇌 기능이 발현되면 작용해 마취시키기에, 변칙 개체만 골라 마취시킬 수 있습니다. 굉장히 광범위하게 사용되며 확보부터 격리까지 온갖 과정에서 애용되는 물건이죠.
이건 파다르닌이라고 합니다. 근육과 신경을 일시적으로 마비시켜, 생각과 행동을 방해합니다. 이 상황에선 변칙 능력 발현은 커녕 걷거나, 일어나 있기도 힘듭니다. 이러니 마신 자는 순식간에 무력해지죠.
물론 어떤 분들은 미지의 인간형과 총질하며 싸우는 것을 기대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재단은 가장 효율적이고도 윤리적인 것을 원하죠. 약을 타는 것이 지금은 가장 윤리적인 것이 아니겠습니까. GOC의 행동 또한 이런 형태를 취하는 추세입니다. 수면제 대신 약의 종류만 바꾸어도 되는 일이니까요.
이런 방식은 비단 인간형 대응 뿐 아니라 여러 곳에서 쓰이거든요. 아, 굳이 알 필요는 없습니다. 재단이 다 그렇듯이 알려고 하지 말고, 그냥 이러한 방법이 있구나 하고만 생각하십시오. 뭔가를 마시고 정신이 몽롱해진다면, 그냥 순응하십시오. 음식에 뭔갈 집어넣고 숨긴다는 것이 역사가 긴 이유가 있죠. 그렇지 않습니까.
앞에 놓인 베이글과 커피는 드셔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