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의 노크

지금은 새벽 4시이고, 난 욕실에서 막 일어난 참이었다. 나는 목욕탕에 누워있었는데 한때는 뜨거웠던, 그러나 시간이 흘러 차가워진 물방울이 내 얼굴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내가 얼마나 잠들어 있었는지 가늠이 가질 않았다. 사실 별로 상관은 없었다.

몸을 일으켜, 바닥에 쌓여있는 옷가지들 중에서 수건을 하나 집고 약간의 이질감을 느끼며 그것을 몸에 두른 후, 내 작은 침실로 향해 뚫려있는 복도를 걸어갔다. 바닥에 널려있는 옷가지를 바라보며, 내가 좋아하는 티셔츠와 바지를 고른 후(아니면 그냥 무작위로 골랐거나. 더 이상 확실하지가 않다…) 그것들을 입고, 달기고, 지퍼를 올리고, 단추를 끼워맞추며 내 몸에 편안하게 느껴지도록 입혀나갔다. 하, 편안함이라니. 카드보드와 공업용 테이프로 덕지덕지 붙여진 창문에서 들려오는 노크소리를 무시하며(내 시선이 잠깐 머물렀지만, 잠시뿐이었다. 최소한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부엌에 아침을 먹으러 향한다(망가진 냉장고 때문에 살짝 미지근한 우유와 눅눅한 시리얼). 거기에다 어제일자 신문의 의욕따윈 존재하지 않는 구직광고라니. 난 매일 아침마다 신문을 가져와 뒤졌다. 직업, 임무, 날 앞으로 밀어줄 그 어떤거라도, 이 도시 남부의 17세기 이후로 아무도 살려고 하지 않는 낡아빠진 주택의 엿같은 14층에서 날 꺼내줄 그 무언가를 찾기 위해. 하지만 이제는 그럴 기분조차 나지 않았다. 한숨과 함께, 남아있는 시리얼을 쓰레기통에 처넣은 후 싱크대 안의 설거지감 위에 그릇을 올려놓는다. 여기서 나가야겠어.

복도로 돌아가 방으로 가서 재킷을 집어들고(여긴 얼어죽을 것 같다) 내 눈은 다시 창문 위로 덧붙여진 카드보드위에 머물렀다. 그 뒤에서 조용하게, 톡,톡,톡. 그녀는 아직도 밖에 있다. 항상 그랬다. 어두워지기 시작할때부터, 해가 솟아오를때까지, 창문을 조용하게 두드리면서. 14층 위에서, 밤바람에 머릿결을 흩날리며, 나에게 창문을 열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녀를 들여보내라고 말하고 있었다.난 당신의 삶을 바꿀 수 있어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는 듯 했다. 날 들여보내준다면. 나는 덜덜 떨면서 눈을 돌렸다.

네이트 (신이시여 내가 그 녀석을 얼마나 그리워하는지)는 항상 내게 내가 우울해 보인다고, 내가 환각을 본다고, 내가 도움을 필요로 한다고 말하곤 했었다. 그러곤 했었다. 그녀가 그의 창문으로 와서 두들기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는 나에게 전화를 걸어서, 헉헉거리며 나를 믿지 않았던 것에 대해 사과했다. 수화기 저편의 목소리는 이상하게 들렸다… 간절한듯이. 나는 그후로 그를 한번도 보지 못했다. 잘 지내고 있는가 걱정이다.

내가 처음 여기 왔을때, 삶은 정말 대단해 보였다. 마치 세상이 내 앞에 넓게 펼쳐진 기회이고, 내가 한 걸음 내딛기만을 기다리는 것처럼. 내가 이 아파트를 골랐다. 이 창문이 마치 신에게서 떨어진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모두 빛나고, 생동감있는 야경을 그저 밖을 내다보기만 하면 볼 수 있었고, 그 기분에 잠겨서 멍하니 있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기분은 몇달간 날 기분좋게 해주었다.

하지만 자연적으로 기쁨은 옅어졌고, 나는 너무 많은 필요한 물건과, 너무 많은 문제와, 항상 부족한 돈 그리고 그것들을 모두 생각할 너무 많은 시간이 있었다. 결국 나는 현재까지도 진행되고 있는 미약한 우울증에 빠져들었다. 그러던 어느날, 그녀가 왔다.

그때는 밤에 잠을 잘 수 있었다. 매일 밤, 지속적으로, 고통스러운 시간 속에서 뒹굴다 잠드는게 아니라. 그리고 그녀가 처음 나타났을때도 잠을 자고 있었다. 난 작은, 정중한 노크소리에 가까운 소리에 의해 잠에서 깼다. 너무 작아서 처음에는 일어나 문으로 가서, 조용한 복도를 내다보았었다. 침대로 돌아왔을때, 그녀를 볼 수 있었다. 아무것도 딛고 서지 않은 채로, 치맛자락을 바람에 휘날리며, 한손으로는 유리를 두드리고, 다른 한손으로는 내가 그녀를 보고 놀라는 동안 친근하게 흔들어 주고 있었다. 내가 살아오는 동안 밤에 유리창을 두들기는 생물과 영혼의 이야기를 읽어왔었고, 누군가가 문을 열어줘야지만 집에 들어올수 있는 흡혈귀 이야기도 읽었었다. 나는 (최소한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 위험을 알고 있었다. 난 거실로 나가 소파위에서 발버둥치며, 아침이면 그녀가 사라졌기를 간절히 빌었다.

그리고 그녀는 사라졌었다. 그리고 밤에 다시 돌아왔다. 그 다음날 밤에도, 그 다다음날 밤에도, 두드리며, 조용히 나를 부르며, 내 삶을 더 낫게 바꿔줄 수 있다는 무언의 약속을 읇조리며. 저절로 나는 창문을 가렸고, 그녀를 무시하려고 노력하며, 정상적인 삶이 돌아오기를 빌었다. 하지만 아니다. 전에도 그런적이 없었고, 앞으로도 그런일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난 지금 여기서, 땅의 내려다보며, 시선을 돌리며, 저 창문 이외의 다른 곳이라면 어디든지 응시하고 있다. 그것을 바라보고, 열고, 그녀를 들여보내려는 간절한 소망으로 떨며, 내 몸의 근육 한 점까지 그게 얼마나 잘못된 일인지 자각하고 있었다. 나는 이제까지 버텨왔지만, 내안에 더욱 깊게 잠길수록, 나는 곧, 곧 내가 저 창문으로 걸어가, 떨리는 손으로 방어막을 뜯어내고, 손잡이를 향해 손을 뻗을 것을 알고 있다…

엿이나 처먹으라지. 내일, 나는 총을 사러 갈 것이다. 어차피 아무도 나를 그리워하지 않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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