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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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의 요원 조지 바신George Barsin은 돌덩이같은 사람이다. 브루스 W. 팀의 만화에 등장하는 인물처럼 거의 2미터에 이르는 키에 떡 벌어진 어깨를 가졌다. 머리가 벗겨지고 턱수염이 났으며 완벽한 모습을 유지한다. 조지에게 맞는 기성품은 거의 없기에 그의 정장은 맞춤제작되었다.

바신은 새벽이 막 지난 오전 6시에 녹색의 공간에 도달한다. 다른 곳과는 동떨어진 곳이었다. 잘 관리되지 못한 1 에이커에서 2 에이커 크기의 관목지가 오하이 메인 고속도로 북쪽으로 멀리 멀리 떨어진 돌출부에 동떨어져 있다.

바신은 재단의 변칙 종교표현 부서의 일원이다. 해당 부서는 광신 종교 집단을 다룬다.

"녹색"은 이곳에 바신이 만나고자 온 광신도 집단의 이름이 아니다. 코드네임이다. 바신은 녹색의 진짜 이름을 알지 못한다. 지난 밤의 브리핑에서 어째서 진짜 이름 대신 코드네임을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타당한 보안적 이유가 있다고는 설명을 들었지만, 그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은 듣지 못했다. 바신은 바보가 아니었기에 이를 진짜 이름에 대한 인식 재해가 어떤 식으로든 존재할 것이라 받아들였다. 혹은 기억을 흐리게 하는 현상이 진짜 이름을 기록할 수 없도록 만들었거나. 바신은 재단의 연구직 인원들과 오랜 기간동안 상대해왔기에 이 가능성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지만, 혹은 누군가가 말 그대로 진짜 이름을 기록하는 것을 잊어버려서 잘못을 덮으려 했거나.

녹색의 SCP의 번호가 있는지 없는지는 들은 바가 없었다.

*

중구난방하게 뻗어져 나간 하얀색 집이다. 1층짜리에, 나무 재질이며, 모든 창문이 다르게 디자인된 채로… 썩어가고 있다. 쓰레기 더미, 잡동사니, 녹이 슨 차량 부품, 그리고 역겹기 짝이 없는 녹색 액체가 드럼통 여럿에 담겨 널려 있다. 버드나무와 플라타너스 나무가 집을 두 바퀴 반 감싸오며 이파리와 씨앗, 그리고 이런저런 생물학적 쓰레기를 떨구며 배수로를 막고 있다. 창문을 통해 보이는 것은 오직 커튼과 블라인드가 쳐진 모습뿐이다. 정문이 약간 열려 있다.

바신은 안쪽으로 조심스레 걸음을 옮긴다. 입구가 대합실과 식당, 부엌이 있는 넓은 곳을 향해 열린다. 방은 어두웠으며, 바신이 열어놓은 입구에서 흘러나오는 빛이, 그리고 가리개로 막힌 창문의 가장자리 언저리에서 새어나오는 빛이 대부분이다. 건물 내부는 더러웠으며, 곰팡이 냄새가 난다. 바람 한 점 없는 공기는 오븐의 내부와도 같다. 희미하고, 생기 넘치는 누군가의 말소리를 제외하고선 극히 고요하다. 그 말소리는 완전히 알아들을 수 없는 채로 대합실의 아래층에서 들려온다.

"—말벌이랑, 음… 그래, 안쪽은 날카로울 거야. 움직이게 될 때가 오면 아마 tloi kwrlu dlth 피가 날 거—"

바신은 한때는 거울이었지만 현재는 완전히 검은 페인트로 칠해진 벽의 장식을 지나 대합실의 아래로 내려간다.

집의 나머지 공간에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짧은 수색 이후에 바신은 마지막 방에 도달한다. 문은 닫혀 있지만, 집중한 채로 중얼거리는 소리가 문의 뒤에서 들려온다.

"—집에서, 개 쉬운 일이야. 뭐 하나 알려줄 게 있어. 널 떼어놓을 수 있을 두 단계의 계획인데 말이야, 다음 alth amnth를 잊지 마. 첫째, 너보다 약한 사람을 찾고—"

바신은 크게 두 번 노크한다.

우다다 내뱉고 있던 말소리가 그친다. 다른 소리는 하나도 없다. 바신은 문을 연다.

방은 어두웠으며, 창문은 두꺼운 커튼으로 막혀 있다. 문의 건너편에 컴퓨터 탁자가 있으며, 그 위에 수용할 수 있는 최대한의 잡동사니가 쌓여 있는 듯 하다. 잡동사니는 분해된 하드웨어와 USB, 초콜렛 껍데기, 종이 잔해, 볼펜으로 이루어져 있다. 쓰레기로 인해 움직일 수도 없는 게이밍 마우스 또한 있다. 그 외에 있는 것은 설치된 좋은 품질의 비디오 카메라, 모니터, 모니터에 나와 있는 비디오 자료들, 그리고 먼지였다.

모니터의 건너편, 값싸고 골격만 있는 회전 가능한 의자에 20살 근처의 젊은 남자가 축 늘어져 있다. 남자는 말랐으며, 색이 거의 없이 창백한 피부를 가지고 있기에 영양실조에 의해 그렇게 되었을 수도 있겠거니 바신은 추측한다. 어떻게 보면 멋지고 유행하는, 그러나 지금은 망가져버린 머리 스타일을 하고 있다. 또한 바신은 남자가 뒤를 돌자 눈 밑의 다크서클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치 1년동안 잠을 잔 적 없는 사람처럼 보였다. 남자는 지독한 악취를 풍긴다. 방의 안은 그 냄새로 가득 차, 눈으로 볼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런 식으로 이루어지는 이 바이러스성 종교적 변칙 현상(이 젊은 남자를 마치 모루 구름처럼 떠받들며 모이는 숭배 현상)을 "녹색"이라 이름 붙였으며, 그 주체인 남자는 "적색"이라 칭한다.

"좋은 아침이네요." 바신이 입을 연다. "방송 봤습니다."

젊은이는 헤드폰을 끌어내린다. "거 시발 뉘쇼?"

"조지 바신이라 합니다. 조직의 일원이기도 한데— 그 조직 이름이—"

적색이 아주 빠르고 날렵한 미친개가 우리에서 튀어나오듯 의자를 박찬다. 첫인사는 헤드폰을 떨구며 내지른 주먹이었다. 바신은 왼쪽으로 무게중심을 슬 옮겨 주먹을 피한다. 그리고는 적색의 팔을 붙잡고 앞으로 거칠게 끌어당겨, 공격의 방향을 바꾸여 젊은이의 이빨을 문 테두리에 부딪히도록 한다. 적색은 뒤로 굴러 몸을 웅크린다. 그리고 자신이 발을 디딜 곳을 재빠르게 찾아낸다. 적색의 입꼬리에 피와 거품이 섞여 나오기 시작한다. 바닥을 더듬으며 기어다닌 끝에, 적색은 납땜용 인두를 찾아낸다.

다시 적색이 돌진해오자, 바신은 가장 중요한 찰나를 인두의 전선을 쫓아 플러그가 꼽혀 있는지, 혹은 뜨거운지 살펴보느라 허비한다. 인두는 플러그가 뽑혀 있었지만, 그 약간의 틈은 적색이 파고들기에 충분한 시간을 만들어내어 적색이 양손으로 인두를 바신의 몸뚱아리에 쑤셔넣는다. 끼이익 하는 전기음이 들리고 주황빛의 스파크가 튄다. 인두는 바신의 셔츠에 구멍을 뚫지만 그의 복부는 미끄러져 지나가 셔츠를 길게 찢을 뿐이었다. 그 안쪽에 맨살이 드러난다. 바신은 일부 신화 속에 나오는 보이지 않는 보호막으로 머리 뿐 아니라 몸 전체도 보호받고 있었다.

바신은 적색에게 헤드락을 건다. 곧이어 적색이 썩 좋지 못한 궤적을 그리며 마구잡이로 발차기를 한다. 적색은 악마의 힘을 지니고 있으나, 말하자면 바신은 사실 준비된 채로 이곳에 왔다. 조금 더 움직인 끝에, 적색은 무장해제를 당하고, 기절하여 바닥에 눕혀져 꼼짝도 못 하게 된다.

바신은 전투를 복기한다. 바신이 살기 위해 싸우는 진짜 전투의 수는 여전히 한자릿수이다. 이 전투는 그 중간 정도에 위치하겠지. 15초 동안의 싸움. 두 명 다 실수가 있었다. 학습경험이다.

"그러시다면야 소개는 건너뛰도록 하겠습니다." 바신이 적색에게 말한다. "라이브 스트리밍 벡터는 참신했습니다. 전에 본 적도 없었네요. 통칭 자기-발전-교재-그리고-벽으로-둘러싸인-복합 모델이라 불리는 것에 비하면 아주 효과적이에요. 독창성에서 1점 드리죠. 10점 중에서요. 그런데 우리는 수십년 전에 이미 이를 예측했고, 격리 절차를 시행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스트리밍 서비스에도 우리 직원이 있죠. 제가 입만 뻥긋하더라도 당신의 계정은 정지될 겁니다. 당신 채널을 접종 코드를 배포하는 데 사용하고 있습니다."

바신은 셔츠를 정돈하고자 하였으나 잘 되지 않았다. 바신은 셔츠에서 신경을 끈다.

"하지만 당신이 근원이죠." 바신이 말을 잇는다. "간단한 예방 코드 따윈 별로 효용이 없을 겁니다. 신체적인 개입이 필요하겠죠." 바신은 지금 맞상대를 하고 있는 상황을 위해 가져온 작동 가능한 총이 있는 자켓의 안쪽에 손을 집어넣는다. 그리고 안과 의사가 가지고 있는 것과 별다를 게 없는 라이트를 꺼낸다. 바신은 무릎을 꿇고 적색의 오른쪽 눈꺼풀을 들어올려 라이트를 눈에 비춘다. 하얗고 동그란, 눈부신 불빛이 남자의 눈에 쏟아져, 눈을 열린 상태로 고정시킨다. 바신은 효과적으로 적색을 바닥에 제압한 채로 적색의 근육 또한 고정시킨다. 적색이 이를 악문다.

바신이 적색에게 말한다. "이 남자는 무고한 사람입니다. 당신이 이 남자에게 한 행동은 해서는 안 되는 행동입니다. 남자를 풀어주고, 현실을 영원히 떠나십시오."

치석이 낀 이빨 사이로 적색이 목소리를 낸다. "거. 시발. 뉘시냐니까?"

"알겠습니다." 바신은 또 다른 버튼을 눌러, 순백색의 원반 형태의 패턴에서 적색과 청색으로 이루어진, 복잡한 나선형 형태의 별로 이루어진 패턴으로 바꾼다. 갈비뼈가 깨지는 듯 한 뚜둑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젊은 남자가 비명을 지른다. 적색과는 다른 목소리였다. 온몸에서 쥐어짜내는 듯 한 비명이었다. 고통에 가득 차 끔찍하게, 자신이 낼 수 있는 가장 큰 목소리로 비명을 지른다. 배에서부터 끌어낸 비명은 갑작스레 나와 숨이 차 헐떡일 때까지 계속되며, 그리고 다시 이어간다. 등이 활처럼 휘고 바닥을 긁어댄다. 잠시 동안 숨을 크게 들이쉬고 진정된 이후 오열한다.

"하 시발… 돌려보내지 말아줘. 부탁이야."

"그러지 않겠습니다. 다 괜찮을 겁니다."

"돌려보내지 말아줘. 안 보여. 거기 누구야?"

"괜찮습니다. 다시 보이도록 만들어드리겠습니다. 제 이름은 조지라고 합니다. 당신의 이름은?"

"구멍이 있어." 젊은이는 메이는 목으로 소리를 낸다. "그리고 그 구멍은 항상 깊어져. 멈추지 않아. 구멍에는 끝이 없어." 남자는 잠시 동안 앞뒤가 맞지 않는 말으로 횡설수설대다 점차 말을 줄여갔다. 보이지 않는 눈이 흔들린다.

"지금 매우 좋지 않은 곳에 계십니다." 바신이 그리 말한다.

남자는 격하게 동의한다.

"뭔가가 잘못됐어요." 바신이 덧붙인다. "그리고 그게, 그 잘못된 잔인한 게, 당신을 찾아내어 납치하고는 당신 행세를 한 겁니다. 지금 이 곳에 존재하지는 않습니다. 당신의 피부를 손가락인형으로 사용하고, 당신이 돌아다니도록, 말을 하도록 하는 겁니다. 모사하는 거죠. 당신이 지니고 있는 악몽은 수백 수천명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악몽이기도 합니다. 참으로 불행한 사실이죠. 좋은 소식은 우리가 당신을 잡았다는 겁니다. 저는 당신이 아직 그 몸뚱아리 안에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당신을 끄집어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있기도 합니다."

"'좋은 기회'라고?" 젊은 남자가 숨을 두 번 몰아쉰다. "책임질 수 없는—" 남자는 다급해지기 시작한다.

"적색과 청색의 나선에 집중하세요." 바신이 말한다. 바신은 여전히 남자의 눈에 라이트를 들이대고 있다.

"뭐? 안 보인다고 말했잖아."

"보이지 않는 이유는 지금 이 시신경에 직접적으로 연결된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당신의 정신은 앞을 볼 수 있는 것에 의해 갇혀 있습니다. 당신은 나선을 볼 수는 없지만, 왠지 모르게 어떻게 생겼는지는 알 수 있을 겁니다. 당신의 손등에 느껴지는 뜨거운 문양처럼, 그 형태를 느낄 수 있습니다." 바신의 목소리는 점차 최면의 박자를 타며 느려진다. "나선의 생각이 당신에게 들어갑니다. 퍼져나가며 커져갑니다. 점차 많은 공간을 차지하게 됩니다. 나선에 대한 생각이 많아질수록, 나선 외에 다른 생각은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젊은이는 할 말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숨이 점차 고르게 되어간다.

"생각이 차분해졌군요." 바신이 말을 잇는다. "나선형이 당신을 채워갈 것입니다. 반복적으로, 눈 결정처럼. 당신이 움직일 수 없을 때까지. 당신의 두뇌는 현재 중독되어간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당신은 눈이 멀었지만, 지금 보고 있는 것에서 시선을 돌리거나 지금 보고 있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는 반사적인 필요를 느낍니다. 너무 길게 나선을 바라보는 건 치명적이거든요."

바신이 젊은 남자의 눈에 유독한 광선을 비추는 동안 길고 무거운 침묵이 이어진다. 밝게 빛나는 빛에 비추어진 눈을 바라보면서, 바신은 특정 반응이 일어나길 기다리며 시각 반응의 과정을 쫓는다. 확실하게 드러나는 반응이 아니다. 어느 정도의 추측이 필요하다. 바신은 확신이 들 때까지 기다린다. 결국 바신은 라이트의 버튼을 떼고, 빛을 거둔다.

젊은 남자는 이제 완전히 축 늘어져 버렸다.

*

바신이 무릎을 삐걱대며 몸을 일으킨다. 그리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어깨에서 긴장이 조금 풀린다. 바신은 라이트를 내려놓는다.

"밈적 화학 치료법이라 생각하셔도 됩니다." 바신이 입을 뗀다. 완전히 정체된 대기를 채우기 위한 목적이 대부분인 혼잣말이었다. 젊은 남자는 바스락대는 분홍색만을 들을 수 있을 뿐이었다. "나선형 기호는 기본적인 인지독물입니다. 따라서 오랜 기간의 노출은 치명적입니다. 하지만 그 정도로 노출시키지 않으면 회복이 가능하죠. 당신은 이 독에서 회복할 수 있지만, 적색은 그렇지 못합니다. 당신은 살아남을 것이며, 적색은 죽을 것입니다. 친구, 왜냐하면 당신은 총명하며 창의적인 인류이며, 적색은…"

바신은 자신이 한 말과 자신이 알고 있는 녹색에 관련된 현상, 그리고 녹색 내부에서 고통받고 미쳐가는 수백 수천명을 떠올린다. 그 자들은 전 세계에 분포되어있다. 바신은 적색의 소름끼치는 메시지로 점철된 집에서 찍은 사진을 본 적이 있다. 바신은 극도로 검열되어 제한된 양의 소리만을 들을 수 있었다.

열정이 없는 사람들이 더욱 나은 현장 결정을 내린다. 그것이 바신이 늘상 받은 가르침이었다. 하지만 열정이 없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가끔 무엇보다 힘들 때가 있다.

"…병신일 뿐이니까요."

바신은 하릴없이 방에서 시간을 보내다, 컴퓨터 하드웨어를 더 자세히 보기로 한다. 납땜용 인두 받침대 외에 딱히 주목할 만한 점은 없다. 방의 내부에는 후줄근한 침낭이 든 간이 침대가 있다. 바신은 침낭을 치워 젊은 남자를 침대 위에 편안한 자세로 옮긴다. 그리고 커튼을 친다. 불쾌하게도 화창한 날이었으며, 창문을 통해 태양이 쨍 하고 비춘다.

결국 바신은 자신의 환자에 시선을 고정할 수 있는 곳으로 회전 의자를 멀리 옮겨 몸을 싣는다. 그리고 바신은 재단의 보급용 핸드폰과, 끔찍하게도 얽힌 한 쌍의 소형 헤드폰을 주머니에서 꺼내 얽힌 부위를 풀기 시작한다.

바신은 긴장을 풀어 독백을 시작한다. 누군가가 들으라고 하는 말은 아니었다.

"사실, 여기 올 필요는 없었습니다. 녹색같은 일이 발생했을 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물리적인 방법 외에도 있거든요. 당신을 처음 발견하고 세웠던 계획이 뭔지 아십니까? 당신의 머리 위로 궤도 레이저 포를 떨구는 거였습니다. 우리는 그럴 만한 능력이 있습니다, 친구. 가끔 있었단 말입니다. 당신의 집은 그을린 나무의 원을 이루며, 당신은 그 중앙에서 다 탄 마시멜로처럼 되겠죠. 그게 우리가 악성 단일 책임 밈적 변칙 개체에 대응하는 최후의 수단입니다. 우리는 팔을 뻗으면 닿는 거리에 이 수단을 두고, 가능한 가장 먼 거리에 목적지를 설정하며,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무감각하게 세세한 건 신경쓰지 않고 작동시키는 겁니다. 잔인하죠. 사람같지도 않겠죠. 궤도 레이저의 유지비가 비싸기도 하고요. 우리는 그걸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진짜로 효과적인 것일 수도 있습니다. 전 그렇게 생각할 만한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네요. 통계를 볼 수 있지도 않고 말입니다."

"그래도 우리에게 언제나 더 나은 길이 존재한다는 건 압니다. 그래서 저는 파일을 찾아봤고, 당신을 찾아봤으며… 실낱같은 가능성에 걸기로 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거대한 제도 속의 초라한 남자일 뿐입니다. 하지만 저는 발언권이 없는 매우 날카로운 미팅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습니다. 이해하기 편하게 바꾸어 말하자면, '이 계획의 중심에는 완전히 무고한 아이가 있습니다. 이런 일을 겪을 이유가 없는 아이입니다. 최소한 시늉이라도 취해야 합니다.'라고 말입니다."

그림자 하나가 방을 가로지른다. 바신은 짧게 주위를 둘러보지만, 어디론가 사라진 상태이다. 바신은 그것에서 신경을 끈다.

"그리고 또 말했습니다. '만일 이게 이루어진다면, 많은 돈을 절약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라고요. 이 대목이 그 사람들의 이목을 끈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결국 동의를 이끌어냈죠. 그래서 제가 여기 있는 거고 말입니다. 당신이 원자 상태로 분해되는 것 대신에 어려운 방법으로 당신을 살리고자 하면서요. 하루 종일 걸리겠죠. 여섯 시간, 어쩌면 열 시간이. 걱정하지 마세요. 팟캐스트도 들고 왔으니까."

바신이 소형 헤드폰의 줄을 다 풀자 적색의 왼쪽 귀에 하나를 꼽는다.

"그쪽 사람들을 당신을 꽤나 싫어할 것 같은데." 적색이 말한다.

망했다.

바신이 총을 뽑는다. 늦었다. 분명 아무도 말을 할 수 없어야 했을 텐데. 하지만 행동이 늦은 진짜 이유는 그에게 들린 말 때문이었다. 말은 바신을 스쳐 지나갔어야 했지만, 그 말에는 날카롭고 악의적인 진실이 담겨 있었다. 사실은 그 아이디어에 동의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점차 목소리를 키워가며, 점차 더 많은 선임 재단 감독관에게 오랫동안 말해왔다. 말로 싸움을 억제했다. 무시받고, 또 무시받았다. 어제 마침내 그들이 바신에게 한 번 시도해보라 한 것도 마지못한 투가 지배적이었다. 일순간 더러운 의심이 스쳐 지나갔다. 알고 있던 걸까? 그냥 자신을 죽이려 했던 걸까?

아니다. 바신은 안다, 당연히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 늦어버렸다. 바신이 총을 더듬거리며 꺼낼 적에 적색은 이미 자세를 바로잡아 복화술사의 꼭두각시 인형이 그러하듯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돌려 바신을 똑바로 쳐다봤다. 둘은 시선을 마주친다. 이번에는 적색의 눈이 완전히 뜨여진 상태이기에 바신은 적색의 저편에 무엇이 있는지 볼 수 있었다. 녹색의 이해가 눈구멍로부터 튀어나와 바신에게 향한다. 이해는 바신의 두개골 뒷부분 속에 정착한다.

바신은 본능적으로 움츠러들어, 이해와의 연결을 끊고 눈을 감는다. 바신은 의자에서 뒤로 넘어가, 방의 구석 부분으로 이동하게 된다. 바신의 주황색 결정 보호막이 요동친다. 보호막을 지나친 것 때문에 자신 나름의 공황을 드러낸 것이다. 간헐적으로 보호막은 불투과의 성질을 띠어, 제정신을 잃어가는 바신의 호흡을 끊어낸다. 그리고는 툭 소리를 내더니 사라진다.

바신은 방금 노출되었던 개념복합체를 완전히 이해하는 훈련을 받지 않았다. 기초적인 수준의 실용적 밈학 훈련만을 받았다. 나선형 치료나 다른 몇 종류의 치료법에 접근할 권한이 있으며, 도미노처럼 사람을 쓰러뜨릴 수 있는 특정 공격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 하지만 바신은 입문자 수준의 종사자였다. 전문가도 아니었으며, 과학자도 아니었다. 녹색의 온전한 능력은 바신의 이해력을 아득히 넘어선다. 루이스 슬로틴의 방사선 실험을 당한 인원 중 하나가 된 기분이다. 바신은 자신이 죽을 것이라는 것을 직감한다. 단 하나의 문제는 '자신이 얼마나 더 살 수 있을 것인가'였다.

적색은 웃음을 바신에게 고정한 채로 다리를 훙 휘둘러 침대에서 내려온다. "적색과 청색의 회전하는 빛. 넌 얼마나 퇴화한 거지?" 적색은 점점 커져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원래 사람이 있어야 할 구멍이 있는 위치로 뒷걸음질쳐 가라앉는 것처럼 보인다. 바신은 스스로 구석에서 나올 수 없다고 판단한다. 어딘가에 고정된 것 같다. 손이 천천히 딱딱하게 굳어가, 아무런 감각이 느껴지지 않게 되어간다.

바신은 이내 자신의 오류를 깨닫는다. 바다에 독을 풀려 시도했던 것과 같은 것이다. 바신은 모든 것을 깨닫는다. 세상을 향하는 적색의 기괴한 시선. 그 남자, 혹은 그것의 막대하고도 잔인한 약속을. 모든 곳이 썩어있다. 적색에게 감염된 수백 수천의 사람들은 맛보기였을 뿐이었다. 세상의 모든 곳에서 비밀스레 포자가 자라나고 있었다. 사람의 허파 속에서, 마음 속에서, 말에서, 토양에서, 하늘에서. 구더기와, 종양과, 별의 신호들이. 그 누가 이를 예측할 수 있을까? 어떻게 저 모든 사람들이 그걸 원할 수 있는 걸까?

"당신—" 바신이 뜻하는 당신이란 하나의 대상이다. 적색과, 적색이 몸을 차지하기 이전의 사람 사이의 구분은 존재하지 않는다. 구해야 할 사람은 없었다. 망할 계책에 빠졌다.

스스로 불러온 재앙이었다.

"당신이 이 일을 벌였습니까?" 바신이 힘겹게 말한다. "그게 당신을 납치한 게 아니었군요. 당신이 초대한 거였습니다. 아무런 이유 없이 자신의 영혼 절반을 난도질하고, 그 조각을 적색에게 바친 겁니까? 당신은 지금 상상 불가한 존재에게 붙은 겁니다. 당신은 자신이 한 행동이 얼마나 파멸을 향할지 이해할 수 없겠죠. 당신은 자살을 한 것과 마찬가지라고요."

적색이 바신에게 다가간다.

총. 바신의 정신이 산산조각나고 있다. 하지만 한 단어가 수면 위로 떠오른다. 총이다.

총은 바신과 적색 사이에, 창문에서 세어나오는 주황색 햇빛을 받으며 빛나고 있다. 바신은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내어 총에 돌진한다. 하지만 바신은 극한의 의지 속에서 천천히 감각이 사라지는 것이 오직 손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손에 대한 인지력조차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을 뿐이다. 바신은 이것이 가벼운 항밈학적 가림막 효과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 바신이 알 수 있는 것은 결국 양 팔이 조금밖에 남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뿐이다. 총은 사용할 수 없다. 바신이 할 수 있는 것은 바닥에서 총을 밀어대는 것 뿐이다. 바신은 비참하고 무력하게 소리친다. 적색이 웃는다. 총을 발로 차 걷어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재단이 당신을 저지할 겁니다." 바신이 기도를 외듯 힘겹게 입을 뗀다.

적색은 '재단'이라는 단어를 어디선가 들어봤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린다. "거기 사람들이 다 너처럼 약하냐?"

이해란 쌍방으로 통하는 것이다. 바신은 적색의 역할을 어렴풋이 깨달았으며, 이는 역으로 적색 또한 바신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또한 깨닫는다는 뜻이다. 적색은 이 증오로 가득한 굴 속으로 바신을 파견한 권력구조를 알아낸다. 바신이 알지 못한 '스트리밍 서비스에 있는 직원들'의 그림자를 알아낸다. 영원히 오지 않을 출동 명령을 기다리며 건물 주위에서 대기중인 기동특무부대를 알아낸다. 정장을 입은 넷, 혹은 다섯 명의 '잔인한', '사람같지 않은' 사람들이 서로 조직의 망을 형성하며 조직의 최상부에 자리잡고 있는 것을 알아낸다. 그 중 한 사람이 레이저 발사 버튼이 있는 막대기를 가지고 엄지 주위에 돌리고 돌리며 놀다가, 떨어뜨린다.

그것이 그 자, 혹은 그 것인 적색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들의 한계이기 때문에, 거기까지가 적색이 정신 상태에서 찾아낼 수 있는 최대한이었다.

그림자가 태양으로부터 다시 튀어나온다. 이전과 똑같이, 하지만 이번엔 더 길게. 적색은 창밖을 바라보다, 퉁명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림자는 떠난다.

바신이 옆으로 툭 쓰러지고, 어깨까지 감각이 사라진다. 이것이 자신의 마지막 말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바신은 입을 연다. "통제하고 있다고 생각하시겠죠. 하지만 그건 당신마저 죽일 겁니다. 우린 당신을 꺼내줄 수 있어요. 당신은 적색을 격리시키는 걸 도와줄 수 있고 말입니다."

적색이 웃음을 거두지 않은 채로 몸을 굽힌다. "나를 봐. 똑바로 봐." 바신이 적색을 바라본다. 선택권이 없었기 때문이다. 고통이 느껴진다. 적색은 바신이 똑똑히 들을 수 있도록 크고 확실히 말한다. "거절한다."

"자… 자인. 삼 사 육. 사메크 신." 바신이 속삭인다.

적색이 눈을 꿈뻑인다. "뭐?"

뭔가가 삐 소리를 낸다.

"Ae 별." 바신이 그리 말한다. "Ae 별."

"썅." 적색이 주위를 둘러본다. 갑자기 알림음이 들린다. 핸드폰이다. 바신의 핸드폰이 어디 있는지 놓쳐버렸다. 적색은 침대 밑에서 핸드폰을 찾아낸다. 적색은 핸드폰을 낚아챈다. 음성 인증 인터페이스가 화면에 떠 있으며, 인증은 거의 끝나간다. "멈춰. 취소. 되돌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목소리가 틀렸다. 적색은 핸드폰을 떨구고, 총을 찾아 뒤진다.

"자엘로치 아네오라. 발사." 바신이 말한다.

적색이 첫째 탄환을 핸드폰에 박아넣는다. 둘째 탄환은 바신의 두개골에.

적색은 천장을 바라보고, 기다린다. 여전히 알림이 울린다. 그리고 기다린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다음: 잊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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