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국 행정감독부 임시업무(후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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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의 범죄는, 욕망이 아니라 포만에 의하여 야기되나니

20██년 3월 도쿄도 모처 일본생류창연 관련 시설? 요원 사이토

「다 이야기하겠다고? 그 말은 생물 특화 요주의 단체에 왜 사이보그가 있는지를 말하는 것인가? 아니면 너 자신의 처신에 관해서인가?」

손에 든 엘리펀트 건의 총대로 바닥을 통통 두드리며 농담조로 물어본다. 일견 협력적으로 보이는 이 금발의 변칙존재도 이쪽의 상태를 살피는 듯 천천히 걸어온다. 할리우드에 나올 것 같은 수상하고 구린 미소의, 사기꾼 같은 인상의 녀석이다. 손을 흔들며 레드카펫 위를 걷는 편이 훨씬 어울릴 것이다.

「아아, 어느 쪽이든. 뭐라 하든 나는 너희들 재단에 흠집을 내기 위해 도망친 몸이니까. 입을 봉하기 전에 몸을 지킬 수단부터 준비해야 하지. 확보한 나를, 너희들이 말하는 요주의 단체인지 그것들이 덮쳐들어서 내가 임계에 도달해 위험수준에 이른 순간, GOC가 순식간에 난입해서 배제한다. 그런 줄거리였던 것이다」

변칙존재 새끼는 허섭스레기가 되어 버린 사이보그를 발로 걷어차며 대답한다. 그야, 일본생류창연이 생물 특화 단체인데 사이보그 같은 메카메카가 튀어나온 시점에서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이 놈의 말대로라면 상상 이상으로 위험한 상황인 것이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싶지만 어쩔 셈이지? 습격당할 것을 알고 있다고 해서, 이렇게 공공연한 장소에서 습격을 할 정도로 무모한 집단은 아니겠지, 도망치면 그만이야」

「도망칠 수 있다면 말이지. 놈들은 벌써 잡인을 다 물리쳤어. 잘 도망가게만 해 주면, 너희들한테 유리하게 증언해주마. 생명이 보장된다면 재단에 격리되는 것도 허용 가능. 다만 몇 가지 상식적인 조건을 걸고 싶은데」

남자는 주머니에서 회중전등 같은 것을 꺼내더니, 지면을 비추듯이 스위치를 넣었다. 그러자 남자를 중심으로, 주변 몇 블록의 지도가 광학적으로 전개된다. 조금 전까지 뻗어 있던 쿠루스가 머리를 흔들며 이쪽으로 다가와 말한다.

「이건 또 무슨?」

「GOC 요원의 위치에 연동된 매핑툴이다. 나를 포함해서 GOC 공작원들에게 내장된 칩에 연동되어 그 위치를 표시하지. 현재는 나만 표시되어 있는 상태이지만……」

변칙존재 새끼가 뭔가 조작을 하자 주위에 파란 점과 빨간 점이 여러 개 표시된다. 지금 우리가 있는 건물을 둘러싸듯이 광점이 여러 개 표시되고, 놈이 조작할 때마다 간이적인 데이터가 입체적으로 표시된다. 좀 전에 박살난 사이보그를 포함해서, 위험한 녀석들이 여럿 보인다.

「이렇게. 요원들은 파란 광점, 사이보그나 공세병기는 빨간 광점으로 표시되지. 우리는 독 안에 든 쥐인 거다. 나는 확실히 핵폐기물에서 유래한 현실개변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 효과는 한정된 것, 너희를 달고 나온 시점에서 공격당해서 더미를 몽땅 탈취당하고 생각지도 못한 데서 살해당하게 생긴 것이다. 당연히 너희들의 추태로 카운트되겠지」

쿠루스가 이야기를 들으면서 상황을 이해한 듯, 머리를 싸맨다. 그리고 끙끙대며 정보단말을 꺼내 무언가를 확인한다. 뭔가 빠르게 중얼거리더니, 갑자기 이쪽으로 말을 돌려온다. 그렇지 않아도 작은 키가 더욱 억눌려 작아진 듯한 마스코트 인상인 주제에 눈만 날카롭게 빛나고 있다.

「사이토씨, 혹시 이바노프씨가 뭔가 거창한 것을 준비해 주거나 하지 않았나요? 그 커다란 라이플 이상으로 눈에 띄는 것으로」

「아아, 수류탄이 2개, 연막탄도 몇 개. 차로 돌아가면 일회용 런쳐가 한 발」

전개된 지도에서 한 점을 가리켜, 차의 위치를 가리킨다. 쿠루스는 자신의 시계와 메모를 비교하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지도상의 몇 군데를 가리키며 말한다.

「그렇군요. 그럼 사이토씨. 시간을 벌어 주세요」

「미끼가 되라고?」

「적당히만 끌고 돌아다녀 주세요. 그 사이에 운노씨는 그쪽의 코끼리발하고 도망치시고. 저는 사이토씨를 엄호하겠습니다.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뭐, 되는 대로 되겠죠. 미스터 로그, 방금 전 그 증언은 기록되었으니, 약속은 지키라고 하겠습니다」

나는 큰 소리로 한숨을 쉬고, 총대를 바닥에 내리친 뒤 아무렇게나 운노에게 집어던졌다. 운노가 허둥지둥 받아드는 것을 보고 낄낄 웃었다. 쿠루스는 이동 루트나 도망갈 길을 순서대로 나타내면서, 어떻게 움직어야 할지를 내비게이트한다……. 뭐, 나중에 다시 확인하는 편이 좋을 것 같지만.

「운노, 돌아가면 네가 한턱 쏴라. 두 발밖에 없으니 잘 쓰고」

「하아, 각자 내는 걸로 하자. 요새 이런저런 일이 많아서 지갑이 홀쭉해요」

서로 돌아보는 일 없이, 다른 방향으로 걸어간다. 운이 좋으면 또 만날 수 있겠지.


20██년 3월 ██일 제8100기지 정치국 행정감독부 ”실장대리” 요원 이바노프

왜 내가 이런 걸 하고 있어야 해. 나는 현장에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일하는 게 더 성미에 맞는데. 그런 푸념을 하면서, 쿠루스나 운노 등 현장에 나간 녀석들의 상황을 모니터로 마크한다. GOC가 제공했다는 정보는 아니나다를까 놈들의 손바닥 위, 사람 좋은 녀석들은 시원하게 나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경호에 여유가 생기는 대로 기동특무부대를 돌려라. 책임은 내가 진다. 현장요원이든 은폐반이든, 내 클리어런스로 수배할 수 있는 건 다 쓸어넣어」

상위 클리어런스가 족히 2시간 돌아오지 않는 것을 좋을대로 서류를 뿌려 각지각처에 명령을 내린다. 최단으로 1시간 정도 벌 수 있으면, 손이 비는 특무부대가 달려가서 녀석들을 구해낼 것이다……. 옆에서 간섭이 찔러들어오겠지만.

「뭐어, 문제는 그 세 사람과 코끼리발 양쪽 모두 살아남을 수 있는지 어떤지 그것인가……. 빈틈없이 사람을 물리쳐 놓고, 뒷처리는 GOC에 떠넘겨야지」

모니터를 터치하며 화면을 전환한다. 권한을 풀로 활용해 동원한 첩보위성의 확대영상에서 보이는 영상에는, 이제 막 건물에 특수부대처럼 보이는 그림자들이 돌입하는 상황이 비치고 있어, 상황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을 손에 잡힐 듯 알 수 있었다.

한숨을 쉬면서 비닉통신으로 러시아 대사관에 전화를 걸었다……. 이 사이, GOC의 현지 전력을 얼마나 깎아낼 수 있을지, 할 수 있는 수단은 다 손을 써 봐야 한다.


20██년 3월 도쿄도 모처 일본생류창연 관련 시설? 요원 운노

공각기동대 같은 느낌일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는데. 묵직하고 무거운 2연장 라이플을 손에 들고, 볼링장 반입구였을 뒷문으로 걸어가면서, 나는 희한하게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애초에 정치적인 우위를 얻기 위해 핵무기나 다름없는 특이능력자 따위를 동원하려 드는 GOC 쪽이 이상한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바로 그 “특이능력자”인 로그가 괴아(怪訝)한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뭔가 묘한 것이라도?」

「아니, 의외로 쉽게 믿어주는구나 싶어서 말이아. 아까 그 꼬마는 반신반의라고 해야 하나, 어쩔 수 없이 어울려 준다는 식이었지만, 너는 제법 이쪽 같다는 느낌이다」

아까 사용한 회중전등 모양의 스틱을 만지작거리며, 그는 어깨를 으쓱한다. 가죽 재킷에 청바지, 홀스터에 권총은 없고 보이는 것은 스틱을 수납하는 공간과 매거진용 파우치 뿐…….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가벼운 착장에 기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나도 모르게 묻고 말았다.

「그런데, 현실개변자라던가, 방사선이 어쩌고 그런 말을 들었는데, 실제로 할 수 있는 게 뭐죠? 무슨 묘한 능력을 썼는데 내가 휘말리면 본전도 못 찾으니까」

「내 능력은 한정적인 것이야. 현실을 왜곡시켜 열량을 방사하고. 체내에 생체전류를 발생시키는 장기(臓器)를 의사적(疑似的)으로 발생시켜 방전한다. 신진대사나 수면을 제어하고, 자신에 한하여 부상을 치유. 소위 말하자면 슈퍼솔져라는 것이지. 다만 그 대가로서 능력에는 임계점이 있다. 상한을 넘어서 사용하면 몸에서 방사선이 방출되는 위험물질이 되어간다, 그런 느낌」

「되도록 아껴가며 사용해 주었으면 하는데요. 이 나이에 방사선 피폭을 당해서 머리카락과 작별하거나, 암 걸린 세포에게 죽임당하는 건 사절이라」

「오라이. 여기서 벗어나면 보호받을 수 있는 거니까, 가능한 한 배려하도록 하지」

그런 대화를 하면서 반입구에 이른다. 로그가 지면에 현재 위치를 표시하자, 벽 한 장을 사이에 둔 반대편에 여러 명이 버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라이플을 슬링 너머로 등에 업고 권총을 뽑는다. 어떻게 할까? 뛰쳐나가면 벌집이 될 것이다. 우회하기에는 비상구가 이미 막혔다. 영격하기도 미묘한데…….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건물 반대측, 즉 주차장 쪽의 입구에서 큰 폭발음이 울렸다. 이어서 연속적인 총성이 여러 번 들려온다.

「저쪽도 시작한 것 같으니, 상황을 봐서 움직이기로 합시다. 일단 벽 너머의 녀석들이 움직일 타이밍에 맞춰 불시에 도망가도록 하죠」

「그냥 벽을 뚫어 버려도 되는데. 그 정도는 주위에 영향 없이 할 수 있어」

나는 순간적으로 자신이 무슨 액션영화의 등장인물이 된 것 같은 착각을 다시금 맛보았으나, 조금만 기다리라고 그에게 고하고 숨을 죽였다. 나는 총격전 액션히어로가 아니다. 에단 헌트도, 제임스 본드도 아닌 것이다.

그리고 몇 분 뒤……. 한층 더 큰 폭발음이 울려퍼지고, 건물이 뒤흔들리는 진동이 온몸으로 느껴질 때, 나는 겨우 그에게 말을 걸었다.

「지금입니다, 도망가죠」


20██년 3월 도쿄도 모처 일본생류창연 관련 시설? 요원 사이토

적당히 거창하게 실행해 보았지만, 이제는 몰리고 있는 자신에게 내심 후회를 하고 있었다. 정면에서 돌입해온 놈들에게는 연막탄과 채프탄으로 교란을 한 것 같았지만, 어딜 가나 사이보그가 쫓아온다. 수류탄을 직격당해도 크게 저지되는 기색도 없이 계속 쫓아오고, 어딘가의 군용 단축기관총 따위를 들고 나온 놈은 겁도 없이 정확하게 되쏘아온다. 쿠루스의 내비게이트나 지원이 없었다면 벌써 죽었을 것이다.

「쿠루스, 총알 없어!」

「저도 없어요! 됐으니까 다음 모퉁이에서 오른쪽, 그 앞의 문으로 빠져나가면 차가 있는 주차장입니다! 문을 빠져나가는 대로 남은 연막탄과 수류탄을 전부 집어던질 테니 차에서 무기를!」

「알았다! 나온다……, 지금이야!」

순간적인 연계로 뛰쳐나와 검은색과 주황색으로 도색된 스포츠카에게로 대시한다. 폐허에 인접한 주차장은 누가 버린 것인지 알 길 없는 경차 두어 대가 서 있는 것 외에는 텅 비어 있었다. 주차장 2층에 위치한 그곳은 차폐물다운 차폐물도 없어서, 내심 신에게 기도하며 필사적으로 달린다. 발밑에 총탄이 4~5발 스치고, 또 한 발이 머리카락 몇 가닥을 끊어낸 감각이 있었지만, 운 좋게 명중 없이 차까지 도달한다.

「사이토씨! 이쪽으로 메카메카한 게 와요! 서둘러요! 아 좀 빨리!」

당황해서 소리를 질러대고 있지만, 어쨌든 쓸 만한 것을 꺼내지 않으면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차의 수납함을 열고 인증을 하고……, 어째서 내 지문이 등록되어 있는지는 나중에 저 새끼를 추궁하는 것으로 하고, 몇 초만에 열린 스페이스로부터 일회용 런처를 꺼낸다.

「이럴 줄 알았으면 러시아 연수 때 진지하게 사용법 배워두는 건데」

그런 말을 중얼거리며, 기억에 의지해 포신을 늘리고 구식 RPG18 런쳐를 준비한다. 덩치가 2미터는 될 다리 6개짜리 사이보그는 금방이라도 쿠루스를 덮칠 기세고, 팔에 부착된 낫처럼 생긴 부위를 들어올리고 있다.

「폭풍에 대비!」

대비할 수 없는 것을 알고서, 발사 레버를 밀어넣어 포탄을 발사한다. 푸슉 하고 모양 빠지는 발사음에 이어, 꼬리를 남기며 날아간 로켓이 운 좋게도 사이보그의 몸통을 꿰뚫어 기묘한 각도로 스핀회전을 하며 상체를 날려 버린다. 예상했던 폭발과 달리, 사이보그의 안쪽에서 터져나오듯이 되어 주위에 파편을 비산시킨다.

런처를 내팽겨치고 PWD에 탄약, 방탄조끼, 수류탄, 차에 있던 보스턴백을 닥치는 대로 쓸어담고 운전석에 올라탄다. 쿠루스가 비틀거리며 필사적으로 차를 향해 달려와서, 문을 열어 주고 시동을 건다. 기분 좋은 엔진음이 울려퍼지고, 엔진이 지금 바로 튀어나갈 수 있다고 알려 온다.

「자, 도망치자!」

차에 쿠루스가 뛰어들어온 것을 확인하고서 악셀을 밟는다……는 것이 너무 밟았다. 몇 초만에 시속 100 킬로미터에 도달한 경량 스포츠카는, 스티어링을 조작하기도 전에 삭아빠진 울타리를 뚫고 아래로 낙하하기 시작했다.

「떨어진다! 떨어지고 있어요오!」

「알바냐! 너무 빨라서 이렇게 됐다고, 씨발!」

이바노프의 돈을 쳐바른 러시아제 스포츠카는, 한순간 부유감 뒤에 충격과 함께 지면과 인사하는 신세가 되었다. 다만 행운이었던 것은, 낙하한 지점에 GOC의 파워드슈트가 대기하고 있던 것을 불의의 일격으로 깔아뭉개 격퇴할 수 있었다는 그 점 하나 뿐이었다.


20██년 3월 도쿄도 모처 일본생류창연 관련 시설? 요원 운노

로그는 도망치자는 말을 들은 다음 순간 피식 웃더니, 자기 능력을 최대한으로 사용해 벽을 날려버렸다. 왼손이 붉게 빛나는가 싶더니, 눈이 부실 정도의 빛이 번쩍, 다음 순간에는 눈앞의 벽이었던 것에 사람 두 명이 충분히 통과할 수 있는 큰 구멍이 나 있었다.

「한다면 한다고 말을 좀 해요! 눈이 머는 줄 알았네!」

「그치만 안 멀었지? 그러면 오라이다」

옷도 용모도 그대로, 다만 팔에서 증기를 내뿜고 있는 그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무지막지하게 뚫려 있는 구멍 쪽으로 팔을 돌린다. 그러자 파직파직 번갯불이 튀다가, 뒤이어 무언가 넘어지는 소리와 살이 타는 역겨운 냄새가 난다. 눈앞에서 벌어지는 변칙현상을 뿌리치듯이, 권총의 안전장치를 풀고 내달리기 시작했다.

「아 됐어요! 갑시다! 이렇게 된 이상 빨리 교섭을 마무리지을 수 있는 이바노프씨라던가 쿠루스씨라던가 윗사람 아무나한테 던져버리고 말아야지!」

「그게 누군지 모르겠지만 동의다. 생명의 위험 따위 노출되어서 좋을 거 없고, 무조건 초상현상을 일으킬 수 있는 것도 아니야」

「그러면 자중을 좀 하시죠」

날아오는 총탄에, 제대로 겨냥도 않고 대충 되쏘며 내달린다. 차폐물에서 차폐물로 옮겨가는 와중에도 총알비는 줄어들 기미가 없다. 다만 유일하게 이쪽에 유리한 점이라면, 로그가 무엇인지 기묘한 쉴드인지 역장인지 뭔지 그런 것을 사용해 방패막이가 되어주고 있다는 것뿐이다. 총알이 가까이 날아올 때마다 번갯불이 튀면서 공중에서 무언가에 튕겨져 나간다. 이온 냄새가 희미하지만, 신경쓸 겨를도 없이 가까이 보이는 철제 더스트박스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더스트박스에 총알 몇 발이 박히지만, 어떻게든 뚫히지 않고 총성이 멎는다.

달리면서 보았던 것들로부터 정보를 정리한다. 타고 온 차까지 앞으로 250 미터 정도 남았다. 더스트박스를 뛰쳐나가 50 미터 정도 달린 뒤 모퉁이를 하나 돌면 나오는 노상에 정차해 놓았다. 지금 차폐물로 삼은 더스트박스에서 보이는 범위에서 차가 있는 방향에는 군용 카빈을 든 병사가 두 명, 거기에 파워드슈트 같은 투박한 실루엣이 하나. 튀어나가면 그대로 벌집이 될 것이고, 로그의 실드도 너무 많이 사용하면 임계점인지에 도달해 버릴 것이 틀림없겠지. 손에 들고 있는 패를 고려하자면……, 권총탄이 남은 게 6발, 유탄 따위 상등한 것은 없고, 2발 뿐인 괴물총은 노리고 쏜다고 맞을 것 같은 물건도 아니다.

「미스터 로그, 뭔가 좋은 방법이?」

「있다면 벌써 사용했겠지. 저 파워드슈트는 나 같은 놈을 죽이라고 커스타마이즈된 거야. 상식적인 범위에서, 물리적으로 짜부당할 수밖에 없지」

「그렇겠지요……. 아까까지 그 방어막 그거, 앞으로 얼마나 더 사용할 수 있나요?」

「1분은 전개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은 위험하다. 나도 내 능력으로 자폭하고 싶지는 않아」

문득, 내 통신기로 눈길이 간다. 그러고 보니 기동부대 지원을 부탁했는데, 어떻게 되었을까? 시험삼아 작전용 지정채널을 몇 개 돌려 본다. 어차피 밑져야 본전이다. 연결이 되면 럭키라는 그런 심경이었다.

「HQ, HQ, 여기는 8100기지 소속, 정치국 요원 운노입니다. 등록코드 2298-81-0015. 현재 신원불명의 무장집단에게 공격받고 있습니다. 파워드수트와 기계류 변칙존재를 포함한 맹공에 포위당해 있어서 구원을 요청합니다. 반복합니다. 시급하게 구원이 필요합니다」

심한 잡음 가운데, 귀에 익은 목소리가 대답한다. 그 쓸모없는 러시아인이 비웃는 듯한 태도로 회신해 왔다.

「여어, 사람 좋은 것도 지나치니 그런 꼴을 당하는 거다. 딜리버리야 아까 벌써 보냈지. 대기시키고 있는데 연락이 전혀 없으니 무슨 일인가 싶었다. 상의도 없이 대규모로 행동하고」

「이바노프! 잔소리는 됐으니까 뭘 보냈는지 그거나 가르쳐 줘요」

Хорошо알았다, 알았어. 현재 너희를 포위하고 있는 GOC의 위장 파라밀리 패거리를 러시아 대사관 소속의 GRU 패거리와 기동특무부대 ろ-4 "잔당 사냥꾼"의 공동편성부대로 역포위하고 있다. 마침 작파토가 재편 중이라 다행이지 뭐냐. GOC의 협력 의뢰에 대한 습격 대응이라는 것으로 놈들의 증언을 역이용해 주었지. 위치나 알려라. 신호 보고 강습하게. 신호탄이든 발연통이든 뭐든 있을 거 아니냐」

「물론, 뭔가로 장소야 알릴 수 있겠습니다만, 사이토하고 쿠루스가 따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쪽도 유의해 주십쇼」

「아아, 이미 알고 있어. 사이토가 내 차를 운전해서 부처님 곁으로 보낸 걸 하늘에서 다 봤거든……. 하늘에서 아주 똑똑히」

그러고서 무선은 침묵했다. 뭐랄까, 여러가지 의미로 동정이 되지만, 어쨌든 그것은 살아남은 후에 사이토가 적당히 알아서 할 일이다. 지금은 신호다……. 문제는 어떻게 신호를 보내느냐 그것인데…….

「미스터 로그, 총알 방어는 더 안 해도 되니까, 하늘에 신호탄이든 불꽃놀이든 그런 걸 쏠 수 있을까? 발연통 연기 정도만 되어도 좋겠는데」

「하면 놈들도 움직일 텐데, 괜찮나?」

「구원군이 들어오려면 위치 지정이 필요하다니까. 빨리 좀 도와주러 오면 좋았을 것을……」

「그렇다면, 신호를 하자마자 뒤로 대시하는 거다. 커스터 장군 같은 꼴을 당하는 건 절대 사절이다」

그러고서 로그는 재킷 주머니에서 무언가 유탄 같은 것을 꺼내더니, 힘껏 하늘로 집어던졌다. 유탄은 빨간 연기를 뭉게뭉게 토해내고, 그것을 신호로 우리는 좀 전까지 있던 건물로 힘껏 대시한다. 뒤에서 펑펑 뭔가 쏘는 소리가 나고, 다음 순간 우리가 있던 자리에 철제 화살이 쏟아지고, 계속해서 빗발치는 탄막이 끼얹어진다. 받아칠 틈도 없어서 필사적으로 달리다가, 갑자기 타이어가 헛도는 것처럼 더 나아가지 못하고 순간적인 부유감 뒤에 얼굴부터 땅바닥에 처박힌다. 시야갸 붉게 물들고, 뒤늦게 오른다리에 날카로운 고통이 달린다. 비명을 지를 것 같은 것을 필사적으로 삼키고 일어서려 하지만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벽에 뚫린 구멍까지 10 미터 정도 남은 지점이었다. 로그는 건물 안에 들어가서 뭐라고 외치고 있지만, 이명 때문에 아무 것도 들리지 않는다……. 필사적으로 외치고 있었으나, 탄막 때문에 몸을 숨긴다. 진동이 다가온다. 몸에 남은 힘을 쥐어짜서 건물 쪽으로 도망치려 하지만, 뒤로부터 발소리는 점점 가까워진다……. 아까 그 파워드슈트일까? 사이보그에, 파워드슈트에, 겨우 몇 명 때문에 거창한 전력투입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대로 죽는 것은 빡친다.

「씨발거진짜아아아아아!」

몸을 굴려서 똑바로 눕는다. 억지로 라이플을 들고, 눈에 들어오는 큰 그림자를 향해 방아쇠를 당긴다. 두 개의 총신에서 15.7 ㎜의 탄약이 곧바로 발사되어, 온몸을 내리치는 듯한 반동과 폭음을 발생시킨다. 발사된 탄두는 운 좋게도 파워드슈트의 동체에 명중, 예상치 못한 큰 구멍을 내고 작렬한다.

씨익 웃어 보이지만, 그와 동시에 힘이 빠져나간다……. 기어서라도 일을 해내지 않으면 안 되는데, 그치만, 졸리다……. 희미해져가는 의식 속에서, 누가 몸을 들어올리는 듯한 감각만 느끼고, 내 의식은 거기서 두절되었다.


20██년 3월 ██일 제8100기지 정치국 행정감독부 의무실 요원 운노

서걱서걱 하는 섬뜩한 소리에 눈을 뜬다. 무기질적인 흰 천장에 커튼……. 언젠가 실려온 기억이 있는, 기지 의무실이다.

「호오, 이렁낙오」

뭔가 입안 가득 처넣은 소리가 옆에서 들려온다. 귀에 익은, 막돼먹은 여자 목소리다. 시선을 돌리자, 사이토가 누가 깎아 준 사과를 먹으며 말하고 있다. 그 옆에서는 이바노프가 작은 나이프로 부지런히 과일을 깎고 있다…….

「보통 반대 아닌가요?」

「나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그 쪽의 지혜가 깊은 여자에게는 통용되지 않는 듯 하이」

이바노프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한다. 크게 한숨을 내쉬고, 발치에 놓인 서류가방에서 파일링된 서류를 꺼내 내게 던진다. 사이토는 우걱우걱 무슨 말을 하고 있지만, 생각보다 크게 썰린 사과 때문에 무슨 말인지 전혀 못 알아먹겠다. 처먹고 얘기해.

「그게 이번 일의 전말이다. 네가 허벅지에 총을 맞고 내 라이플 반동에 퍼질러진 동안 후처리는 다 끝났다. 이의 없으면 사인이나 해라」

「결국, 도대체 뭐 때문에 그런 일을 당했던 겁니까?」

「간단한 이야기다. 작파토 재편을 재단이 주도할 것인가, GOC가 주도할 것인가, 그런 이야기지. 연합은 그 로그를 미끼로 해서 작파토에서 재단의 발언권을 떨어뜨리려고 했다. 일부러 도망가게 풀어놓고 우리를 유도해서, 방해되는 놈들을 한꺼번에 싹 쓸어버린 뒤, 도와주러 갔지만 제 시간에 도착하지 못했다는 식으로. 그게 다 우리 실책인 걸로 뒤집어씌어서 일본에서의 발언권을 떨어뜨린다. 그런 줄거리였던 것 같다. 하지만 뒤집어쓰기 전에 내 친정과 결탁해서 여러가지로 위협해 주었지」

낄낄 웃으며 국내의 첩보사정을 자랑스럽게 늘어놓은 뒤, 이바노프는 서류가방에서 하나 더, 정리된 서류를 꺼내 이번에는 사이토의 무릎에 올려놓는다. 사이토는 대충 정장에 과즙을 닦고 서류 내용물을 들여다본다.

「엥, 왜 나는 시말서야. 운노는 사인만 하도록 보고서 작성도 면제인데!」

「그 크리미아 개조에 얼마를 쓴 줄 알아! 그리고 장비류에다가 동원한 놈들에 대한 변명, 수당, 기타 여러가지 뒷처리 다 내가 했다. 닥치고 써! 어차피 책임은 전부 내가 지게 되어 있으니까!」

버럭버럭 말하고는, 내일 아침까지 써 놔라. 걷으러 갈 테니까. 그리고 그 과일은 내가 가져온 거니까 처분해 버려. 등등의 말을 더 남기고 이바노프는 떠났다. 사이토는 그 등에 가운뎃손가락을 세워 매도하다가, 기분이 풀렸는지 내 쪽으로 돌아선다.

「아 그치, 너 부상 말인데, 전치 1주일이라더라. 다리에 총알은 뺐고, 타박상도 대수롭지 않대. 운이 좋았지」

「예에, 정말로. 그래서 결국 그 미스터 로그는 어떻게 되었나요? 설마 연합에 넘어간 건 아니겠죠?」

「그 놈은 재단에 수용되기를 원했으니까, 이바노프가 연합에 지랄해서 우리가 격리하게 되었지. 연합이 자신을 더티밤으로 만들어서 일본을 위험에 빠뜨리려고 했다는 둥 그걸 자기 몸뚱이와 가지고 온 데이터로 증명해야 하니까. 지금쯤은 연구팀을 꾸려서 국내의 어디에 격리할 것인지를 협의중일 거야」

자세한 것은 서류를 읽어 보라며, 사이토는 과일이 쌓인 바구니에서 대충 하나를 집어들고 그대로 일어선다. 팔랑팔랑 손을 흔들며 떠나려다가, 문득 생각난 듯 내 쪽을 돌아보며 말한다.

「아참, 쿠루스 그 년도 무사했어. 그 년은 또 그 년대로 갚아 주겠다고 벼르고 있더라고. 정말이지 중학생처럼 건강한 년이라니까」

낄낄 웃다가, 이제야말로 나는 의무실에 혼자 남겨진다. 눈을 뜨자마자 난장판을 놓는 놈들이라고 생각하며 서류를 열어 본다. 내용을 보니 이번 일의 경위가 간단히 정리되어 있고, 일의 경위와 상황의 추이가 기록되어 있다. 내가 쓰러진 뒤, 러시아 대사관에 주둔하고 있던 GRU의 소규모 그룹과, 경비 교대업무가 끝나서 달려온 기동부대가 우리를 구조한 것을 중심으로 해서, 역정보는 무엇이며, 사전 경위가 무엇이고, 이쪽에 이 이야기를 들고 왔던 2인조가 퍼지당했다는 것, 등등 가지가지가 기재되어 있었다. 내용을 확인하고, 확인란에 볼펜으로 사인한 뒤, 과일 옆에 적당히 내버려뒀다.

「스탠드플레이가 팀워크를 닿는다니 거짓말이지. 카오스가 될 뿐이야」

이번에 내 역할이 하나 끝난 것에 안도하며, 나는 다시 의식을 잃기로 했다.


20██년 3월 ██일 제████기지 ██████████ 요원 사이토

텅 빈 방에 의자 두 개가 놓여 있다. 하나는 옛날 일본 샐러리맨풍의 남자, 다른 하나에는 내가 앉아 있다. 남자는 징그러운 미소를 지으며 식은땀을 줄줄 흘리고 있다. 시원찮은 놈이다.

「해서, 카토씨? 아니면 이토씨인가? 어느 쪽이든 상관 없지만. 내가 왜 여기 있는지는 이해하고 있겠지?」

「그을쎄요? 왜일까요? 저는 그저 의뢰를 했던 것 뿐인데요, 네네」

「그래, 그 의뢰가 너희들의 윗선을 통하지 않은 것이었던 덕분에, 우리는 같은 연합 부대와 서로 미확인 무장집단으로서 충돌하는 불운한 사고를 저지르는 신세가 되었으니까. 일본생류창연 시설은 잘도 말해 주었더군」

나는 품에서 전압을 떨어뜨린 스턴건을 꺼내 따닥따닥 방전시킨다. 전에 이것으로 위협했을 때는 너무 지나쳐서 배터리가 나갔기 때문에 이번에는 조심해야 한다고 의식한다. 건방지게 개소리 하면 별다른 이유 없어도 지져버릴 테다.

「글쎄요?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군요, 네네」

「글쎄다, 나는 그 건에 관해서는 어차피 끝난 일이니까 아무래도 상관 없다고 생각해. 하지만, 내가 쓰게 된 시말서에 필요한 설거지는 해야 하니까 말이야」

말버릇이 기분나빴기 때문에, 일단 스턴건 전격을 먹여준다. 진땀을 분출하며 고함을 질러대는데, 오히려 불쾌한 기분이 더해질 뿐이라서 스턴건을 적당히 떼어 준다.

「해서, 나는 딱히 심문을 잘 하지도 못하지만, 전문가가 휴가 중이라서. 알고 싶은 걸 말해주었으면 하거든」

「우선 무엇을 알고 싶은지 그것부터 알려주지 않으면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습니다만, 네네」

「아아, 그러고 보니 말을 안 했네. 근데 어차피 네가 킬스위치로 가득하다는 건 알고 있어. 그래서 난 그냥 재미로 장난만 칠 거고, 진짜 심문은 그 뒤야. 힘내서 얼마나 잘 할 수 있을지 각오해 두는 게 좋을 거야」

화풀이의 시작이다. 겨우 스포츠카 한 대 박살낸 정도로 시말서를 쓰라고 시키다니.


20██년 3월 ██일 제████기지 ██████████ 쿠루스 감시관

매직미러 너머로 사이토가 하는 짓을 보면서 메모를 한다. 유치한 덫에 걸린 나도 나지만, 그래도 덕분에 연합에 대해 이니셔티브를 얻는 계기가 되었다고도 생각한다. 이바노프가 말하기를 이번 건은 사람이 너무 좋은 녀석들이 뜻밖의 공명을 얻어온 것이라고 하던데, 그렇다면 적어도 오점이 되지 않을 정도의 공적은 세워 두어야 한다.

「그래서 미스터 로그, 당신의 조건이라는 것을 들어봐도 될까요? 결국 저는 아직 당신이 재단에 격리되는 조건이 무엇인지 아직 듣지 못했습니다」

「그 러시아인한테 다 말했는데. 뭐, 상관 없나. 나는 너희들한테 일을 맡기고, 그 대신 인생의 양식을 넘겨라. 그런 거래를 했지. 어드바이저로서 필요할 때 이야기할 기회를 달라고」

목에 휴대형 스크랜턴 닻을 달고 능력을 봉쇄당한 로그는 유쾌하게 웃는다. 시원시원한 얼굴이지만, 내심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 속내는 헤아릴 수 없다.

「뭐 어때요. 앞으로 당신은 등급을 지정받고 번호로 불리는 신세가 될 테니까요. 어떻게 몸을 흔들며 어떻게 살아가실지는 알 바 아니죠」

「그렇게 말하지 마, 아가씨. 어차피 언젠가 또 만나게 될 거야. 저쪽의 사이비 일본인 요원 같은 재미있는 녀석들이 데굴데굴 하고 있으니까」

나는 어른스러워 보이도록 상냥한 미소를 지어주며 방을 퇴실한다. 이번에는 사람들과 너무 많이 엮였다. 다음에는 무대에 서지 않고 뒷방에서 일을 할 수 있기를 기도하자. 역시, 일이란 조용하면서 확실하게 해야 한다. 정치도 첩보도 물밑에서. 소리를 내는 것은 마지막에만 하면 되는 것이다.

오피서 닥터 솔저 스파이
제4화 후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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