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어스 박사의 게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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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08. 2011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은 종교적인 관점에서 해석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됩니다. 우리는 이미 SCP-169의 존재에서 신화의 부분적 사실성을 경험했으며 또한 다른 부분들 역시 마찬가지로 진실일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단서들을 신화의 줄거리와 결합해 짜 맞추어 나가는 방식은 분명 타당해 보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 가장 우선시되어야 할 목적은 '오딘을 어떻게 찾는가'입니다.

먼저 밝히자면, 우리가 이 모든 일을 해결해야 할 명분은 물론 '루시퍼'가 밝힌 <아버지의 존재가 불러일으킬 이 세상의 파멸>입니다. 이는 오딘의 정체를 밝히고 그의 목적을 차단하여 확실하게 격리해야 한다는 좀 더 실재적인 목표 추구가 필요하다는 말로 대체될 수 있습니다. 관련 사항은 아르테미스 실험 보고서, 루핀 박사와 그림과의 면담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사안의 심각성을 확인하셨다면 최악의 경우 오딘을 말소시키는 조치까지 서슴지 않아야 한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계실 겁니다.

루시퍼 이야기부터 시작합시다. 일단 루시퍼라고 칭하겠습니다만, 그녀의 이야기는 북유럽 신화의 내용에 더 가깝습니다. 오딘에 의해 유배된 두 형제를 기억하십니까? 그녀는 이 두 명을 '존재할 수 없는 것들에 묶인' 한 명, 그리고 '바닷속에 처넣어진' 한 명이라고 묘사했습니다. 북유럽 신화를 관심 있게 탐독해본 사람이라면 이것이 늑대 펜리르와 거대한 뱀 요르문간드를 지칭한다는 것을 알 것입니다. 펜리르의 경우 아직 확실하게 판단할 소지가 없습니다만 요르문간드는 미드가르드의 뱀, 혹은 리바이어던, 그러니까 SCP-169를 의미한다는 것은 아주 저명한 사실일 것입니다. 이 사실들로 추측할 때 루시퍼는 그들의 여형제 헬이라고 단언이 가능하며, 그녀가 언급한 '아버지'가 로키라는 점을 어렵지 않게 수용할 수 있습니다. 신화는 로키가 오딘에게 참혹한 감금을 당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딘을 막지 못했을 때 로키가 이 세상을 파괴할 것'이라고 말한 루시퍼에 따르면, (오딘이 로키를 해방시켜줄 리 만무하므로)로키가 이미 징벌의 굴레에서 벗어났다는 추측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로키가 이 세상을 향해 이미 다가오고 있을 것이라는 연계되는 마땅한 추측에 의해서 로키는 어쩌면 우주 공간을 통해서 지구로 향할 것이라는 추리가 가능합니다. 이는 아르테미스 실험의 웜홀 생성 결과와도 부합하는 설명이지만, 현재 상황에서 이 부분은 분명치도 않고 중요한 것이 아니므로 생략합니다.

그림을 발견했을 때 그 배경이 되었던 SCP-006 이야기를 해볼까요? 그림은 이 샘을 '지혜의 샘'이라 칭했습니다. 더불어서, 샘물이 담긴 통과 그 저장고에 대한 언급에서 그는 그 모든 일을 비밀리에 계획하고 작업한 자가 지혜를 갈망하는 자일 것이라 추측했습니다. 그리고 북유럽 신화에 '현자의 샘'이 등장하는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미미르의 샘>이라고 불리는 이 샘은, 예상할 수 있듯 오딘의 소유입니다.

그림은 또한 티타니아에 대한 이야기에서 그녀가 오딘의 무기들을 숨기고 강력한 마법을 걸어놓았다고 했습니다. 분명 허무맹랑한 이야기처럼 들릴 테지만, 우리들이 재단에서 생활한다는 점을 상기하십시오. 앨버트 박사가 아르테미스(SCP-055)를 발견하기 전까지, 그것은 그것에 대한 모든 것이 망각되는 결과를 낳는 무시무시한 SCP였습니다. 정반대로 아르테미스와 결합해 완전한 형상을 갖추는 유적 '달의 석판'은 어떤 상상할 수 없는 행동을 하더라도 뇌리에서 떨어지지 않는, 한번 본 사람을 결국 정신 착란에까지 이르게 하는 더 심각한 능력의 SCP였습니다. 앞서 티타니아가 걸었다는 마법이 이것이라고 보았을 때, 결론적으로 이 두 물체는 오딘의 소유였다는 이야기가 어렵지 않게 연상됩니다. 이 역시 일전의 아르테미스 도난 시도와 충분히 연관을 지을 수 있으며, 최근에 <혼돈의 반란>에 의해 자행된 롱기누스의 창 도난 사건과도 관계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주의하십시오. 이것은 혼돈의 반란 세력이 오딘의 손에 잠식되었을 가능성을 내포합니다. 그러나 만일 이 추리들이 사실일 경우 그것이 의미하는 희망적인 사항 역시 존재하는데, 바로 오딘이 간접적으로나마 행동을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런 사건들이 연이어서 발생할 경우 관련자들을 추적하여 오딘의 소재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며, 또한 발생할 것이라고 거의 확신합니다.

가장 주시해야 할 부분은 역시 후긴에 관한 것입니다. 후긴과 무닌이 오딘의 두 까마귀라는 신화적인 설정은 둘째 치고라도 후긴은 이제까지의 다발적인 사건 아래 수상쩍은 움직임을 의식적으로 계속 보여주는 모습을 취하고 있습니다. 후긴은 위에서 언급한 모든 SCP들과 접촉했었으며, 일전에 앨버트 박사가 아르테미스를 들고 기지로 들어오는 모습을 촬영한 기록에 대해서도 또한 노이즈 도중에 새의 날갯짓 소리, 말소리가 녹음된 것을 식별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오딘과 후긴에 대한 직접적인 기록이라는 것은 확연합니다. 롱기누스의 창이 발견된 당시의 녹취 기록에서도 창 위에 앉은 까마귀를 쫓아내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중동 사막에서 까마귀가 그렇게 흔한 생물체입니까? 그리고 바로 그날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 나타나서 롱기누스의 창을 탈취한 혼돈의 반란 세력과의 관계는 명백해 보입니다. 기지 내 보안 시설을 간단히 돌파하는 수준의 지능을 가진 까마귀가, 이렇게 드러내놓고 활동을 한다는 것은 정말 헤아릴 수 없는 행동입니다. 어느 면에서 보나 이 까마귀의 의도를 파악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한 가지 수상한 점이 더 있습니다. 후긴이 앨버트 박사와 클레프 박사에게 SCP-083-D에 대한 언급을 한 기록에 관해서입니다. 후긴은 그들의 대화를 '우연히' 들었다는 듯이 대화를 전개합니다. 그리고 요정들의 여왕, 즉 티타니아에 대해서 SCP-083-D가 알고 있을 것이라는 말을 흘렸습니다. 그런데 재단 측에서 '공작'이라는 이야기만 들었을 때 그것이 SCP-083-D라는 사실을 구별해 낼 수 있었을 거라고 가정했던 후긴의 확신은 과연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가에 대해서 생각해야 할 부분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것이 재단에 격리되었다는 사실을 후긴이 알고 있었다는 뜻이 되는데, 그렇다면 공작이 죽었다는 사실은 왜 모르고 있을까요?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후긴의 장기 기억력은 뛰어난 편이 되지 못합니다. 이 세 가지는 모두 모순되는 정보입니다. 후긴이 정말 우리를 돕기 위해 그런 말을 했던 걸까요? 전 그저 그것이 공작의 정보에만 집중하게 하여, 티타니아를 찾으려던 우리의 노력을 결국 포기시키려고 했던 의미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만큼 그 까마귀가 영리하다는 뜻도 되겠지요.

따라서 지금 재단 측에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명명백백 후긴입니다. 저는 지금 당장 후긴을 추적할 것을 요구하며, 성공할 시 오딘의 행보에 대한 단서, 혹은 오딘의 정확한 소재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합니다. 우리는 후긴이 눈치채지 못하면서 효과적으로 쫓을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숙고해야 합니다. 즉각적인 행동이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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