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을 감추는 유쾌한 파수꾼, 그림형제

1. 개요

SCP-006 근처의 지하에서 해당 SCP의 샘물이 담긴 나무통 저장고를 발견했습니다. 이곳은 수 세기 전부터 존재했던 것처럼 보이며, 500개 정도는 되어 보이는 숫자의 통들이 상온의 온도로 진열되어 있습니다. 적어도 20통 이상의 통이 최근에 밖으로 옮겨진 듯한 흔적이 발견되었습니다. 통 하나하나를 샅샅이 조사 중입니다만 이 저장고가 누구의 손으로 만들어진 것인지, 통을 가져간 것은 누구인지 알 수 있을 만한 정보는 찾지 못했습니다.

*해당 보고서는 관리자 등급 이상의 인원에게만 열람이 허락됩니다
 

2. 보고

대상이 SCP로 분류가 될지 확신할 수가 없습니다. 겉보기에 그는 평범한 남성이며, 특이한 점이라고는 SCP-006의 영향으로 수 세기를 살아왔다는 점 밖에는 없습니다. 따라서 답신이 올 때까지 통상적인 격리 조치를 취하고 기다리겠습니다. 더불어서, SCP-006을 계속 제공할 것이냐에 대한 여부도 결정해주시기 바랍니다.

특수 격리 조치: 재단 측에 호의적으로 협조하고 있고, 도주의 우려도 크지 않으며 보통의 인간의 범주를 벗어나는 위험성 또한 가지고 있지 않으므로 제17기지 내에 격리하고 숙식을 제공합니다. 기지 외부로 나가는 것은 아직 허용되지 않습니다. 대상은 보안 인가 4단계 이상의 승인을 받아 접촉 가능합니다. 이 자에 대해서 관리자 등급 이상의 인원을 제외하고는 알리지 않습니다.

발견 경위: 얼마 전 발견된 SCP-006 근처 지하의 저장고를 향해 트럭을 운전해오는 것을 상주 중이던 보안 요원이 제지하고 재단 소유 기지로 이송했습니다. 그는 ██세기부터 해당 SCP의 존재를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보관소의 나무통을 가져가려는 목적으로 온 것이라 스스로 밝혔습니다. 1992년부터 재단이 SCP-006을 관리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나타낸 반응으로 보아 재단의 존재에 대해 어렴풋이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정보 누설이 아니라 오랫동안 살아오면서 접촉한 SCP들과의 관계에 인한 것으로 보임. 조사 요망

설명: 신장 166cm, 체중 59kg의 왜소한 독일계 남성. 갈색이 섞인 금발이고 눈동자 역시 옅은 갈색. 신체 모든 부분이 아주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나이는 대략 ████살으로 추정. 자신을 그림형제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재단에 대해 큰 호기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신체 내부에 위치 추적기를 이식하는 것을 자발적으로 제안할 정도로 재단에 협조적인 자세를 보입니다아직 실현되지는 않았음 특출난 미남이라곤 할 수 없습니다만 전체적으로 호감형이며 대화 솜씨나 예절에 관한 부분도 말끔합니다. 늘 유쾌한 태도로 농담하기를 즐겨 하고 굉장히 사교적인 성격.

SCP-006에 대한 정보는 하위 보안 레벨 인원들에게 공개되지 않았으므로 외부에서의 해당 화제에 대한 대화는 금지됩니다. 대상에게 요청을 했고 동의를 구했습니다만, 불이행의 가능성을 생각해 모든 대화는 기록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약속을 어길 경우에 대한 방안을 생각 중에 있습니다.

부록

인터뷰 G108-a

루핀 박사: 좋아, 자네가 그림 형제라고? 형 쪽인가, 동생 쪽인가?

그림: 나는 딱 한 사람 뿐이오. 야곱이나 빌헬름은 내 가짜 이름들 중 하나일 뿐이야.

루핀 박사: 두 형제가 사실은 한 사람이었다, 그 소리인가?

그림: 그렇소. 오랜 세월을 살아가야 한다면 신분도 여러 개가 필요한 법이지. 사실 나는 다른 필명들로 수 세기에 걸쳐서 많은 책을 썼소. 그중엔 당신이 알고 있는 것도 꽤 될 거요.

루핀 박사: 예를 들면?

그림: ████ ███, ████, █████ ██.

루핀 박사: 세상에.

인터뷰 G108-b

루핀 박사: '샘물 저장고'에서 통 스무 개 정도를 빼간 것이 당신이오?

그림: 뭐라고? 난 지난 한 세기 동안 그곳에 한 번도 찾아간 적이 없소.

루핀 박사: 뭐!

그림: 난 지금까지 그곳에 100년마다 들러서 통 여섯 개씩을 챙겨 나왔소. 그 정도만 있어도 그 시간 동안은 문제없었으니까.

루핀 박사: 그럼…… 짐작 가는 사람이라도…….

그림: 한 가지 말해둬야 할 게 있을 것 같군.

루핀 박사: 그게 무엇이오?

그림: 그 저장고는 내가 만든 것이 아니오. 아주 우연한 기회에 발견하게 된 것이지.

루핀 박사: 그러면 그곳 주인이 따로 있다는 소리요?

그림: 나는…… 잘 모르겠소. 하지만 나름대로 조사 중이었소.

루핀 박사: 잘 진행되었는지 모르겠군.

그림: 옛날부터 그곳 근처 주민들이 그 샘을 부르는 말이 뭔지 알고 있소? '지혜의 샘'이오. 대체 왜 그럴까? 나는 300년 가까이 살아온 후에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었소. 지혜는 결국 경험이었소. 수많은 경험들이 모여 현자를 만들어냈던 거요. 저장고를 만들어낸 녀석은 모르긴 몰라도 굉장한 지혜를 갈망하던 녀석이었을 테지. 그리고 그건 아마……. ……이야기 속에 단서가 있을 거요.

인터뷰 G108-c

루핀 박사: 자네의 집에 대해 물어보고 싶은 게 있네.

그림: 내 집은 세계 여기저기에 흩어져있소. 그걸 묻는 건가?

루핀 박사: 나는 러시아 ██████ ██ 숲에 있는 그 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거요.

그림: 아…… 거기.

루핀 박사: 거기 침실에 있는 그 녀석은 대체 정체가 무엇인가?

그림: 나도 잘은 모르겠소. 그 집은 처음부터 거기 있었소.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기둥이 다 뽑혀있는 그 상태 그대로. 거길 발견하고 얼마 되지 않아 나는 거기 들러붙어서 많은 이야기를 써냈지. 그림 형제의 이름으로 정리해놓은 동화들은 모두 그곳에서 쓰인 거요. 내 생각에 유럽인들은 오래전부터 그곳을 직감적으로 느끼고 있었던 것 같소. 그렇지 않고서야, 그런 설화들이 떠돌아다닐 수 있었겠소? 그리고 그 침실에 그 녀석으로 말할 것 같으면…… 흠, 하여간에 놈은 늑대가 맞을 거요.

인터뷰 G108-d: 해당 자료의 열람에는 보안 인가 5단계가 필요합니다

루핀 박사: 자네는 몇 세기를 살아왔으니 흥미로운 경험을 많이 했겠군.

그림: 그래, 맞아요. 따지고 보니 사실 내가 인생 대선배인데, 이거, 존칭으로 불러야 하지 않을까?

루핀 박사: 어……

그림: 농담이오. 확실히, 나는 역사 교과서에 실렸을 만한 때와 장소 여기저기에 서있었소. 남북 전쟁을 경험했고, 세계 2차 대전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지. 링컨 대통령의 취임식 때도 있었고, 비스마르크가 죽었을 때 장례식에도 참석했소. 그때는 러시아에 푹 빠져있던 때라 거기서 책을 몇 권 쓰기도 했었는데. 하지만 가장 경이로웠던 경험은 역시…… 네우사라를 만난 거였지. 이거 말해도 되려나?

루핀 박사: 네우사라?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걸…… 아! 앨버트!

앨버트 박사: 예, 박사님!

루핀 박사: SCP-032의 사진을 가지고 오게!

인터뷰 G108-e: 해당 자료의 열람에는 보안 인가 5단계가 필요합니다

루핀 박사: 이 사진, 알아보겠나?

그림: 아, 이건! 티타니아의 감옥이군. 이 사진은 어떻게 구했소?

루핀 박사: 이것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시오.

그림: 내가 바라던 대답은 아니지만, 뭐 그러지. 나는 ████ █████ 지방의 외딴 숲에서 책에 대한 영감을 얻으려고 이리저리 서성였소. 그런데 나무 꼭대기에서 뭔가 빛나는 것이 보이는 거요. 나도 모르게 소리쳤지. '야! 정말 예쁜데!' 그러자 빛 송이가 내 쪽으로 내려왔소. 그게 네우사라였던거요. 요정! 나는 그녀와 많은 얘기를 나누었고, 평생 다 못할 정말 진귀한 경험을 했지.

루핀 박사: 그런데 어쩌다가 그녀가 감옥에 갇히게 되었소?

그림: 그것이…… 그때 요정들은 상황이 좀 안 좋았소. 전쟁 중이었거든. 아니, 사실 전쟁이라기보단, 일방적으로 당할 처지에 있는 걸 가까스로 막으면서 억지로 버티고 있었지. 티타니아는 아무도 믿지 못했소. 그래서 필멸자와 접촉했던 네우사라를 쉽사리 받아들일 수 없었을 테지.

루핀 박사: 전쟁? 누구와?

그림: 그녀는 그 자를 '거인의 아들'이라고 불렀지. 우리에게 좀 더 친숙한 이름은 아마, '오딘'일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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