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쿨전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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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는 사과를 허공으로 던졌다.

그리고는 제법 능숙한 솜씨로 하나를 추가해 저글링을 하기 시작했다. 방 안에서는 오직 사과가 공기를 꿰뚫는 소리와 미약하게 흐느끼는 소리만이 들리고 있었다.

주위는 널브러진 미술 자재들과 조각상들, 그리고 사람들이 난무했다. 유일하게 의식을 잃지 않은 사람은 오직 둘뿐이었다. 광대와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어떤 남자.

광대는 사과를 하나 떨궜다. 그리고는 떨어지는 다음 사과를 잡아 바로 남자의 머리에 내리꽂았다. 남자의 입에서 신음이 터져 나오는 동시에 자세가 허물어졌다.

"자세."

남자가 힘겹게 자세를 고쳤다. 그의 눈에는 한때 자리했던 투지가 아니라 공포와 고통, 분노만이 존재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침입과 공격을 받아낸 남자의 몸에는 아무런 힘이 없었다.

"이… 개새끼야…"

"딱 맞췄네." 광대는 심드렁하게 내뱉고 고개를 치켜들었다. "원래 개새끼가 개새끼 알아보는 법이지."

"왜 이러는 거야… 왜?!"

"알 텐데."

광대는 입맛을 다셨다가 다시 말했다.

"이름이… 팩토리 최였던가? 미안. 네 혀가 한창 트위스트를 춰대서 알아들을 수가 있어야지."

그들은 남자의 작업실에 서 있었다. 몇 시간 전만 해도 얼마 남지 않은 전시회 준비로 바삐 움직이던 예술가들이 이제는 피떡이 된 채로 누워 있었다. 자신의 꿈과 열정에 한껏 심취한, 행복한 이들이었다. 그런데 단지 남자의 눈앞에 서 있는 이 작자, 광대의 공격만으로 그들이 다치고 쓰러졌다. 지금 이 순간 남자의 옆에 쓰러져 있는 예술가들도 그런 이들이었다. 음악가, 소설가, 화가 등… 전부 선(善)과 미(美)를 추구하는 이들로서, 그들에게 죄가 있다면 오로지 예술을 하고 싶었던 욕망이었을 것이리라.

남자의 눈에 다시금 이글거리는 분노가 되살아났다.

"이 미친 새끼야! 네가 뭔 짓을 했는지 알아? 다 자기 작품에 열중하던 선량한 예술가들—"

"미친 새끼?"

광대가 남자의 말을 잘랐다. 그의 입꼬리는 비틀린 채로 올라가 있었다. 마치 남자가 한 말이 상당히 웃긴 농담이라도 되는 듯이. 광대는 유쾌하게 머리를 흔들며 남자에게 시선을 돌렸다.

"미안하지만, 난 미친놈이 아닌데." 광대는 기지개를 피면서 말했다. "주위를 좀 봐. 몇 명이야? 스무 명? 그즈음 되겠지 아마."

광대는 극적인 투로 팔을 벌렸다.

"자그마치 스무 명의 미친놈이 여기 있어, 친구. 아, 너까지 스물한 명이군."

"그게 무슨—"

"다시 말해 이 변칙예술이라는 시장에서, 미친놈은 이미 포화 상태야. 너어무 많이 소비되었다고! 레드오션 중에서도 제일 레드오션이란 말야! 너무 빨개서 검어 보이는 수준이야!"

광대는 남자에게로 허리를 숙였다.

"출근 시간 지하철처럼 꽉꽉 들어차서, 거의 미어터질 지경이라고! 알아들어? 알아듣느냐고."

남자는 대답할 기력도 없이 숨을 헐떡였다. 광대는 짜증스러워하는 표정을 감출 생각도 없이 고개를 까닥였다.

"그 중에서도 니네가 제일 미친놈들이지."

광대는 남자에게서 등을 돌려 그들이 열중하고 있던 작업물로 걸어갔다. 작업물들은 모두 원형으로 가운데에 놓인 탁자를 빙 둘러싸고 있었다. 탁자 위에는 어떤 물체가 놓여있었다. 갈색과 붉은색으로 범벅이 된 무언가가.

"이예림."

"…뭐?"

"이예림이야. 니네가 이렇게 만들어버린 여자애 이름이. 나이는 열 살."

광대는 최대한의 증오를 담아 뒤를 돌아보았다. 남자의 멍청한 얼굴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가 숨을 몰아쉴 때마다멍한 눈동자가 떨렸다. 광대는 탁자에 엉덩이를 걸치고 그를 쏘아보았다. 남자의 얼굴에는 전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이 드러나고 있었다. 짜증을 불러일으키는 얼굴이었다.

"그, 그게 뭐."

"며칠 전부터 실종 신고가 들어왔지. 평범한 경찰들은 찾으려고 했지만 찾을 수가 없었을 거야. 왜? 명천구로 흘러들어 간 이상 그들의 권한을 넘어선 일이 되었으니까. 덕분에 이 아이 부모는 피만 끓고 있겠지. 어떤 미친 ‘예술가’ 집단이 자기네 딸을 이렇게 만들어 버린 지도 모른 채."

광대는 이를 악물면서 으르렁댔다.

"선량한 예술가? 미친 새끼야, 그딴 말이 나와?"

"걘 재료였어. 예술 작품의 재료였다고. 그게 문제야?"

"문제냐고?"

광대는 반문하면서 아이의 살가죽과 근육으로 만들어낸 갖가지 창작품들을 캔버스와 작업대에서 밀어냈다. 와장창 하는 소리와 함께 살점과 피가 튀었다. 작업대 한 켠에 거꾸로 처박힌 컴퓨터가 컨테이너 벨트 돌아가는 소리를 내며 켜졌다가, 펑하는 소리를 내며 연기를 뿜었다.

"너흰 사람을 죽였어. 납치해서, 죽였지. 아무것도 모르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생전 변칙예술이라고는 들어보지도 못했을 아이를 죽인 거라고."

광대는 남자에게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그리고는 굴러다니고 있던 사과를 집어들었다. 남자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너는 정말 예술이라고는 아무것도 모르는군. 이 검열자 새끼. 요즘 트렌드가 어떤 줄 알아? 인간의 비정형적 실존—"

광대는 남자의 광대뼈에 레프트 훅을 날렸다. 으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남자가 바닥으로 나뒹굴었다. 광대는 신음하는 그의 목을 움켜쥐었다. 예술가가 켁켁 거리며 버둥댔다.

"난 니네 예술이 얼마나 뛰어난가는 관심 없어. 많이 쳐줘야 마이너스에 수렴하지."

광대는 웃음을 거둔 채로 사과를 한 입 베어 물었다. 그리고는 남자를 바닥으로 다시 내던졌다. 등으로 착지한 남자가 신음했다.

"팩토리… 공장. 네 작품이 공산품인 걸 의도라도 했나? 참 우스운 이름을 지었어. 너네 파벌이 하나같이 이름이 이상하기는 하다만."

광대는 짝다리를 짚고 바닥에서 꿈틀거리는 남자를 내려다보며 조용히 말했다.

"하기사, 메이저 판에 끼려고 아등바등하며 애써 금수저 행세를 하는 너니, 어울리는 이름이라고 볼 수도 있겠군. 적어도 뭘 의미하는지도 모르겠고 촌스러운 이름은 아니니까 말이야."

그리고 광대는 문득 기억났다는 듯이 한 마디를 덧붙였다.

"근데 너 그거 표절인 거 아냐?

남자는 증오에 찬 눈으로 광대에게 피 섞인 침을 내뱉었다. 침이 발치에 떨어지자, 광대는 피식 웃고는 남자의 어깨를 발로 밟았다. 힘이 들어가고 우두둑하는 섬뜩한 소리가 들리자, 남자의 비명이 작업실 전체를 울렸다. 광대는 발을 빼고는 예술가의 몸을 일으켜 무릎 꿇렸다.

"난 단지 니들한테 경고하려는 거야. 예술인지 테러인지, 발 뻗을 데인지 뻗지 말아야 할 데인지, 제발 봐 가면서 하라고."

"넌 예술가도 아니야." 남자가 힘겹게 숨을 몰아쉬었다. "네가 지금 하는 짓이 예술을 위한 것 같아? 넌 단지 검열만 할 뿐이야. 우리의 예술을 부당하게 쓰레기통에 쏟아붓는 거라고! 검열은 예술이 아니야."

"당연하지. 내가 지금 예술하는 것처럼 보여?" 광대는 입꼬리를 비틀었다. "살인자 족치고 있잖아."

그리고 그는 사과를 남자의 머리에 메다꽂았다. 이번엔 더 깊게. 남자의 몸이 축 늘어졌고, 이번에는 다시 추스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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