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거미를, 우러르다.


사랑 ところ
이야말로 ───

숲을 한 줄기 바람이 훑는다. 8월의 더위를 받아 땀을 흘린 내게는 그 바람이 너무나 기분 좋게 느껴졌다.
이 숲은 예로부터 우리 집 곁에 있었다. 유서깊다고 해도 좋은 넓은 숲이다.
나날이 잡무에 피로를 느낀 나는 그 숲으로 산보를 나갔다.

내 옆에는 아내가 있었다.

그녀는 처음 만났을 때와 같은 미소를 지으며, 내 곁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나는 그녀와 함께, 처음 만났던 날처럼 숲을 산책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 숲에는 풍부한 자연이 숨쉬고 있다.

수백 그루의 전나무Abies firma가 자라 우거지고, 여기저기에 풀꽃도 보인다.
저쪽에는 애기메꽃Calystegia hederacea등심붗꽃Sisyrinchium atlanticum.
잡초라는 이름의 풀은 없다. 사람마다 이름이 있듯이.

그런가 하면, 그쪽 방향에는 비너스도라지Triodanis perfoliata, 약모밀Houttuynia cordata, 파드득나물Cryptotaenia japonica.

그리고 푸르고 강하게 숨쉬는 갈대Phragmites australis.
그 풀은 뻘겋게 물들었다. 우리나라와 다른 나라의 그것들이.

그런가 하면, 지의류도 많아 그 종류가 100종을 넘길 것이라 생각된다.
나는 그것을 내가 살기 위해 짓밟았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관계않고.

내가 그녀의 손을 잡자 그녀는 수줍게 「이제 그럴 나이가 아니옵니다」라 말한다.
확실히 그럴지도 모른다. 우리에게는 이미 기명의 아이들이 있으니 그들의 장래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내가 진행 중인 사업 또한 앞으로의 장래가 염려되는 지경에 있다.
실제로 많은 문제들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가 여기서 손을 잡고 한가로이 산책을 하고 있는 모습 따위 보인다면 체면에 나쁠지도 모른다.

허나 나는 그것을 한때나마 잊고 싶었다.

나는 아내에게 「아랑곳할 일 없소」라 한 마디만 하고 그녀의 손을 이끌고 걸었다.
참으로 산책을 할 여유 따위 요즘에는 없었다. 그러므로 나는 그녀와의 시간을 아끼고 싶었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시간. 그녀와의, 그녀만을 위한 시간.

문제는 없다. 나는 이 집의 가장임에 틀림이 없다.

8월의 잔조가 내 셔츠와 피부에 뿌려진다. 그녀의 얌전한 블라우스와 피부에도.
나는 그늘을 향하여 그녀의 손을 이끌며 걷고 있다.

그러자 그녀는 내 손을 거꾸로 잡아 끌었다.
그저 자그마한 힘에 지나지 않았으나, 나는 그것을 그녀의 의도로 살폈다.

「저것을 보소서」

그녀는 하늘을 올려다보았고, 드넓고 맑게 갠 하늘에 저녁해가 접어들고 있었다.
일륜은 황혼의 지평선 너머로 가라앉아갔다.

아름다웠다.

옆을 보니 그녀 역시 석양을 바라보고 있었다.
생각해 보니 이러는 것이 얼마만인가.

이런 식으로 둘이서 하늘을 바라보는 것이.

나는 생각을 돌이킨다. 그녀와 처음으로 “만난” 날의 일을.


내가 태어난 집은 호의적으로 봐도 엄격한 가풍을 지닌 가문이었다.
이 나라에 있어서 그 엄격함은 제일가는 것이었다고 해도 좋다.
이것은 어려운 소년시절을 보낸 이들 대부분이 가정에 대해 가진 전형적인 말씨일지도 모르겠다.
허나 적어도 이것은 사실이라고 나는 단언한다.

젊어서 가업을 이은 부친은 병약했고, 부친 대신 나를 키우고 만들어낸 것은 조부님이었다.
가장으로서 훌륭한 업적을 남긴 조부님을 나는 항상 존경하고 있었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부모와 떨어져 엄격한 교육을 받는 일도 견뎌낼 수 있었다.
나는 부모를 사랑하는 만큼 조부님을 사랑했다. 그분께서 돌아가셨을 때 나는 매우 슬퍼했다.

나는 엄격한 가풍에 대해서는 어떻게든 잘 해내고 있었다고 말해도 좋았다.
낡은 지식과 새로운 지식, 그 양쪽을 배우며 생업을 견뎌낼 수 있는 인간이 되기 위한 노력을 거듭했다.
나는 나대로 약간은 궁굴한 이 집의 가풍이라는 것을 사랑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를 만나기 전까지는 그랬다.

내가 태어난 집은 엄격한 것으로 통한다. 그래서 결혼상대도 대체로 집안의 뜻으로 결정되었다.
내 의사 같은 것은 별로 존중받지 못한다.

세간의 대체적인 남녀는 무엇인가의 형태로 만나고 교제를 해서 그 위에 결혼을 한다고 말해진다.
그러나 우리 집의 가풍은 그런 것을 허하지 않았다.

정직히 말해 마음이 무거웠다는 것이 사실이다.
세상 일반의 형식에 따른다면 상대를 고르는 것은 신중했어야 한다.
그것은 우리 집과 관계된 여러 연장자들도 대체로 같은 말을 했다.

결국 내 의사는 없어도 되는 것이다.
이 결혼은 내가 장래에 가업을 이은 뒤 내 다음의 세습자를 만들기 위한 것일 뿐이다.
그래서 상대의 사진을 볼 때까지는 아주 귀찮고 마음이 무거울 뿐이었다.

그 당시 나는 곧 스무 살이 되는 나이였다.
그런 나의 상대는 열여덟이라 했다.

나도 그녀도 많은 것을 학교에서 배우고 있는 중이었다.
나는 구라파에 가서 많은 것을 견문하고 귀국한 뒤였고, 그녀는 아직 여학생의 신분이었다.
그리고 졸업 후 곧바로 혼례를 하기로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한다.

너무 젊은 결혼이라 할지도 모른다.
허나 내 집안과 친척들은 항상 젊을 때 혼례하여 대를 잇기를 강요한다.
나 또한 그것을 관례로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허나 나는 시종에게 건네받은 사진을 보고서 말을 잃어버렸다.
부드러운 미소를 띤 그 소녀에게 나는 일순간 마음을 빼앗기고 만 것이다.

만나고 싶다.

그 다음 순간 그렇게 생각을 하느라 앉지도 서지도 못하고 안절부절했다.
그러나 내게는 직업이 있었고, 그것을 위한 도움도 필요한 시기였다.
병든 부친의 용태는 날로 악화되고 있어 언제 돌아가셔도 이상할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이 사진을 보고 수긍했다.
그리고 소리내 말했다. 이 사람으로 좋도다, 라고.

그리고 일이 무섭도록 빠르게 진행된 것을 기억한다.
결혼 상대가 그녀라고 생각하니 가슴 속이 약동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이다. 그렇다, 그 다음이 좋지 않았다.

우리 집의 혼례에는 우리 집안의 친척 및 관계 깊은 연장자들이 참견을 해왔다.
나는 그 사실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혼례에 제동이 걸린 것은 그로부터 며칠 후라고 기억하고 있다.
나는 그동안 그녀의 사진을 여러 번 바라보면서 언제 만날지, 오늘 만날지 기대하고 있었다.

그것이 갑자기 백지화될지도 모른다는 말이 나왔다.
그 말이 나온 것은 우리 집과 관계 깊은 연장자 중 한 명이었다.

친척이면 몰라도 왜 남이 참견을 하는가 싶은 이야기일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조부님과 사업을 일으키고 조부님께 공헌한 은인들이었다.

사실 그들 중 한 사람──이미 조선 땅에서 숨졌는데──은 조부님의 보좌역으로 일했었다.
다른 연장자들도 각각 역시 무언가 큰 역할을 하면서 우리 집의 생업에 공헌을 해온 것이다.

그 공로자가 혼례는 안된다고 말했다.

일의 시작은 이렇다.
어느 날 그녀 집의 시종이 유출한 한 마디를, 그 연장자와 관계 깊은 자가 들었다고 한다.

그녀는 하늘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예쁘네, 맑게 갠 은막 같은 하늘이야」

그 후 그녀가 다니던 학습원의 신체검사에서 그녀의 색각장애가 발견된 것이란다.
이는 유전성인 것으로, 그녀의 집에서도 시각장애인이 몇 명인가 나왔다고 한다.

연장자는 그 시각이상이 자손에게 유전될 것을 두려워한 것이다.
정말 유난한 마음씀씀이, 망극하여라────나는 그 말을 잠자코 들으며 감사까지 표했다.

하지만 본심은 쓰라림으로 가득했다.


그 뒤 우리 집과 그 주변은 혼례에 대한 분쟁으로 느닷없이 시끌벅적하게 되었다.

내 은사는 많은 사람들과 교섭해 혼례 해소를 막으려고 동분서주하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나는 그저 상황을 지켜보는 것밖에 못 했다.
이미 학교는 졸업했고, 직업에 관해서도 아무 권한이 없는 풋내기에 불과한 나였다.
그러니 지금의 상황을 뒤집을 수도 없다. 민민하는 나날이 계속되었다.

나는 그 동안에도 그녀의 사진을 계속 바라보았다.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정리해 갈겨쓴 글과 함께.
그녀는 모범적인 여학생으로, 여러 학문을 비롯해 다양한 것들을 익히기를 좋아한다고 되어 있었다.

그 중에서도 그녀는 음악을, 피아노를 사랑했다.
월터 도널드슨의 “My Blue Heaven”이라는 곡을 좋아하여 자주 친다고 한다.
그 곡에는 민대구로 보드빌리언이 가사를 붙인다고 했다.

그 노래는 집에서 바라보는 파란 하늘과, 사랑이 넘치는 가정의 따뜻함을 노래하는 곡이었다.
그녀는 자신은 볼 수 없는 「파랑」이라는 것도 음악을 통해서 공유하고 사랑했다.

자신은 볼 수 없는 것마저도 그것을 많은 사람들과 함께 현명히 건반에 손가락을 춤추었던 것이다.
그녀의 기분이 나에게는 지상의 것으로 생각될 수밖에 없었다.

그 마음을 왜 모르겠는가.

확실히 장애는 아이의 인생에 무거운 멍에를 줄지도 모른다.
그 아이가 군인이 되어야 할 때가 오면 그것은 그야말로 중대사다.

허나 그래도 여전히 나는 그녀의 마음에 보답하고 싶었다.
그녀를 구하고 싶다는 기분도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그녀가 나의 직업과 가격에 걸맞게 자란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즉 그녀를 내가 짝으로 맞지 않으면 그녀의 인생은 또 다른 것이 되어 버린다.
그 후 그녀의 인생이 어찌 될 것인가 나는 알 수 없다.
허나 세간은 분명 그녀를 책하고 조소할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면 그녀의 그 미소는 영원히 없어지게 될 것이다.

혼례 따위가 없을지라도 그녀는 평생 웃으며 지내야 한다.
허나 어일친 이래로 우리 나라의 봉건적인 폐풍은 청산되기는커녕 더욱 심해지기만 했다.
여성은 이금도 혼인에 매이고 집에 매이고 폐풍에 인생을 좌우당한다.

이는 분명 무언가 잘못되었고 뒤틀린 것이다. 결코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다.

그러니까 적어도 내가 그녀와 혼례를 행할 수 있다면 그녀도 구할 수 있다.
이는 분명 나의 우쭐함이요 증상만이다. 그래도 나는 생각했다.

「하늘은 파랗다」 따위 누가 정한 것이냐.

저 멋진 미소를 가진 그녀가 하늘은 은색이라고 말한다면 그걸로 된 것 아니냐.


그리고 며칠이 지나서도 나의 혼례에 대해서는 아직 이야기가 돌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그 후로도 그녀의 사진을 바라보며 그녀를 생각했다.

정말이지, 나는 이제 성인이 된다고 하는데 이런 묘한 이야기가 있겠는가.
다 큰 남자가 반한 여자를 만나러 가지도 못한다니.

그리고 어느 날 내게 두 사람 은사가 찾아왔다.
한 사람은 핫토리라고 하는 제국대학 교수로, 내게 생물학을 가르친 사람이다.
그리고 다른 한 사람은 어딘가 기묘한 표정의 남자였다.

석고상 같은 단정한 얼굴에 호호 할아버지 같은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허나 그것이 그의 상태인 것이었다. 그의 이름은 이테기리라고 했다.

직업은 의원이지만 생물학에도 남다른 조예를 가지고 있었다.
가격은 높은 편으로 남작 작위를 가졌고, 의학관계자 및 생물학학회에도 무섭게 발이 넓었다.
두 사람 모두 뛰어난 생물학자이며, 내 생물학 지식은 이 두 사람에 의한 바가 크다.

그들로부터 배운 것 가운데 매우 흥미로웠던 것 중 하나가 유전학이다.

나는 핫토리에게서 인간은 원숭이의 말예라는 이야기를 듣고 정말 놀란 것이었다.
그리고 이테기리에게는 어쩌면 인간은 인간 이상의 것으로 변할지 모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인간이라는 종은 상황에 맞게 진화해 온 생물이라는 말이었다.

우리나라에 있어 혈통이란 형태 없는 신앙과도 비슷한 중대한 것이다.

사실 이 나라에는 조부님의 시대 이전보다 엄한 신분제가 깔려 있었다.
물론 그것은 지금도 별로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감각을 이 두 사람은 아주 쉽게 분쇄했다.
이후 나는 혈통이라는 것의 힘을 믿기를 일체 그만두게 되었다.
연장자들에게 반감을 느낀 것도 본시 이것이 원인인 이유였다.

설혹 어떤 유전자가 자식에 들어간다 하더라도, 그 부모가 자식을 지탱하면 된다.
가정이란, 집이라는 것은 그러기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그녀와 함께 따뜻한 가정을 이루면 좋다.
그렇게 말했는데, 그녀의 색각장애의 유전에 관해서는 우리 어머니도 난색을 표하는 것이었다.
「불순분자」를 우리 집의 피에 섞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는 어머니에게 굉장히 실망했다.
그렇게 푸념하는 내게 핫토리 교수는 끄덕이며 이렇게 말했다.

「그것은 소위 “우생학”이라 이르는 것일지니,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옵니다」

그 말을 받아 이테기리 남작은 이렇게 말을 계속했다.

「정말 개탄스러운 것은 생물학이나 의료가 이런 상황에 무력한 것입니다. 정말 한심할 일입니다」

이테기리 남작의 얼굴에는 부드러운 미소가 그대로였지만, 그는 참으로 미안한 듯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안심하소서. 반드시 차도의 혼례에 관해서는 잘 해결되리이다」

핫토리 교수는 내게 기묘한 말을 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무엇이 잘 해결된다는 것인가.

「이쪽에 대해서는 그대의 교수 중 한 명인 스기우라군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지 않소. 그러니……」

교수는 이테기리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렇네, 나는 썩어도 남작이니. 이따위 소꿉장난, 속히 끝내 보이겠네」

이테기리는 태연하게 말했다. 그러나 연장자들은 우리 집에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그것을 뒤집으려면 남다른 고생이 필요할 것이다. 어찌 그것을 하겠는가.

「야마가타씨도 고령이시니 이제 이런 불장난은 그만두시지 않으면. 그렇잖은가, 핫토리군」
「남작의 말씀대로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자면 무엇하나…… 언젠가 허가의 어방께옵서도 하늘이 파랗게 보일지 모르나이다」

어떻게 그렇단 말인가? 핫토리 교수는 무언가 아는 눈치였다. 허나 그녀의 시각장애는 진짜라는데.
그런데 하늘을 파랗게 볼 수 있다니 과연 어떤 일인가. 나는 알 수가 없었다.

「그러하옵니다. 하늘의 빛깔 따위, 어디 누구도 신경쓰지 않게 될 것이옵니다. 제게 확신이 있나이다」


그리고 얼마 뒤, 혼례를 둘러싼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무변의 자들────미혹한 무리가 아니라────에 대하여 내 은사 중 한 명인 스기우라가 격문을 흔들며 선동했다.
그리고 우리 집 주변의 유력자들이 그에 모이면서 결국 연장자가 꺾였다.

이 운동의 배경에 핫토리 교수와 이테기리 남작의 암약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어느 날 이테기리에게 물어보니 그는 한 마디 「그저 조금 눈을 갈아드린 것 뿐이옵니다」라고 말했다.
나는 자세한 것은 일절 모르지만 어쨌든 혼례는 성약의 연을 맺게 된 것이다.

그리고 나는 다시 판결의 기회를 얻어 드높게 이렇게 말했다.

「그녀가 좋다」라고.

그리고 며칠이 더 지나 마침내 그녀를 만났다.
아니, 우리는 이미 만났던 것인지도 모른다.

은판의 사진 너머로 미소짓는 그녀와 나는 이미 여러 번 밀회를 나누고 있었다.
은막의 하늘을 보는 그녀는 조금 부끄러운 듯 나에게 웃는다. 나는 그녀에게 미소를 보냈다.


그런 지도 십수년이 다 되었다. 우리 사정도 상당히 변했다.
허나 그녀의 미소는 변함이 없다. 그것은 나의 복이었다.

나는 혼례 후 그녀에게 피아노를 쳐 달라 했다. “My Blue Heaven”을.
아니, 지금 이 곡을 본국에서 부르는 이름은 다른 것이다.
그 곡은 호리우치 케이조라는 작곡가가 가사를 역사하여 「나의 파란 하늘」(私の青空)이라는 제목으로 불리고 있다.

나는 불어오는 바람 속에서 아내의 손을 잡고 그 노래를 콧노래로 부른다.
아내 또한 나를 따라 작은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온다.

좁지만 그래도 즐거운 우리 집 사랑이 그늘로 드린 곳

좁지만 그래도, 인가.

나는 콧노래를 문득 멈추고 하늘을 우러러본다.

이 집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은 집이라 말할 수 있다.
넓이만 40만 평이니, 나와 아내와 아이들이 살림을 하고, 사용인이나 경호자들까지 살기에 넘치는 넓이다.
그리고 이 집 밖의 사람들이 살림하기에 이 집은…‥ 아니, 우리 나라는 너무 좁을지도 모른다.

이 집의 번지는 치요다구 1-1번지. 우리 집.

이 파란 하늘 아래 우리는 굶지 않고 육신도 온전하게 살림할 수 있다.
허나 이 집 밖으로 나가면…… 비참하기 짝이 없는 불타는 광야가 어디까지나 넓게 펼쳐져 있는 것이다.

나는 그 일을 한 시도 잊은 적이 없다.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는 것이다.

이 나라를 미증유의 전화가 덮쳤다. 내 이름으로 시작된 전쟁이다.
그것이 불과 얼마 전에 끝났다. 끝도 내 이름으로 끝냈다.
이것이 우리 집의 가업이며, 나의 직위이고, 직책이었다.

이름 없는 민초, 따위 헛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모든 초목에 이름이 있고 모든 원소에 이름이 있듯이 사람마다 이름이 있다.
그 많은 개인을 나는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이다. 처음에는 아주 작은 정치적 반항으로 시작되었다.
나는 그것을 정의감으로 규탄했다. 이 국가의 기관인 것도 망각하고.

그리고 나는 서서히 위신을 잃어갔고, 기관은 자율성을 잃고 그저 이용될 뿐인 존재로 전락했다.
내 부덕의 소치인가, 아니, 그래서는 해결되지 않는다.

지금도 이 집의 장대한 해자 밖에는 많은 사람들이 굶주리고 병들고 절망을 맛보고 잇다.
그들을 절망에 빠뜨린 것은 나다. 내가 직접 그 원반에 말을 불어넣지 않았나.

물자를 암거래하고 그것들을 독점하는 자들이 있어 많은 이들이 굶주리고 있다.
고아들은 맨홀에 기어들어 곤궁과 고독 속에 주려 죽어가고 있다.
미군이 젊은 여성을 능욕하거나, 혹은 절망에 몰린 자들이 노상에서 총을 난사한다.

이것이 우리 집이다.

나는 그저 이 해자 안쪽에서 안온하며 그것들로부터 시선을 돌리고 있다.

그렇다, 나는 잊고 싶었던 것이다. 다만 그것 뿐이었다.


「여보」

아내가 내 손을 잡아끌었다.

「아아, 미안하오」

나는 다시 하늘을 우러러보고, 그리고 아내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대화했다.

「어찌 보이십니까? 저 하늘의 빛깔이」
「그대도 신경쓰고 있소이까. 그 재단이라는 자들의 말을」

그 전쟁이 끝난 뒤, 우선 미군이 왔다. 키가 멀대같이 큰 원수가 왔고, 그리고────재단이 왔다.

재단의 히즈만인가 하는 판무관이 말했다. 핫토리도 이테기리도 우리의 동료였던 것이오, 라고.

아무래도 그들은 우리나라의 뱃속에까지 당당하게 기어들어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많은 것을 내게 전했는게, 내가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이 많았다. 그것은 그들의 힘의 일단을 드러내 보이는 것이었다.

그 중 하나로 파란 하늘색에 관한 것이 있었다.

그들이 말하기를, 하늘은 본래 은막색이었다고 했다.
그래서 아내는 그 일이 신경쓰이는 것인가.

「아닙니다. 다만 듣고 싶습니다. 당신의 입으로요」
「나는────나한테는 저 하늘이, 파란 빛깔이나」

나는 젊어서 많은 사람들과 같은 것을 보면서 일을 맡아왔다고 생각했다.
이는 우리 집의 가업, 공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그것은, 그것은 결국은 나의 우쭐함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 아닌가.

사실 나는 육군이나 해군의 보고를, 그 거짓을 결국은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 아닌가.

그러니 나도 그녀가 보던 은막의 하늘을 보고 있던 것이 아닌가.

아내가 내 손을 강하게 쥔다.

「그것이 우리의 빛깔이군요」

나는 그녀의 손을, 그저 맞잡았다.

「해가, 저무는구려. 나가미야」

나는 그녀의 이름을 부른다.

그녀는 내 손을 부드럽게 놓고 한 발 앞으로 나선다.
그녀에게 그 석양이 어떤 빛깔로 보이는지, 나는 모르겠다.

그리고 그녀는 돌아본다. 바람이 긴 치마를 흔드는 가운데 그녀는 미소짓는다.

「예에, 하오나────떠오르는 태양보다 저무는 태양 쪽이 저는 좋나이다」

잔조가 멸망한 제국의 잔재와, 폐허와, 기아, 폭력, 능욕, 혼란이 우글거리는 도쿄를 비춘다.

그 빛을 받아 빛나는 저녁해가 파란 하늘 가운데로 저물어 가라앉아 가는 것을 우리는 보고 있었다.



사랑 ところ
이야말로 파란 하늘


🈲: SCP 재단의 모든 컨텐츠는 15세 미만의 어린이 혹은 청소년이 시청하기에 부적절합니다.
따로 명시하지 않는 한 이 사이트의 모든 콘텐츠는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동일조건변경허락 3.0 라이선스를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