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엑스 아쿠아리움 공격 사태 비망록: 제일
평가: +6+x

HUB: 무제 1


새벽 4시 02분

서울특별시 강남구 삼성동 탄천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새벽의 탄천은 조용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강변도로를 거니는 이들을 제외하고는 아무런 활기도 느껴지지 않는 그러한 공간. 물은 자기가 원하는 곳으로 서서히 밀물 쳐 갔고, 새들조차 얕은 잠에 빠져 있었다.

그리고 어떤 배.

이 요트에는 통상의 다른 기종들과 다르게 닻이 떼어져 있었고, 오로지 엔진으로만 항해하고 있었다. 지나가는 행인들은 요트를 슬쩍 쳐다보았지만 커다란 주먹이 그려진 것을 제외하곤 아무런 특징도 지나지 않는 이 선박에 그다지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요트는 존재감이 없었다. 아주 자연스럽게 풍경에 섞여들어 가듯이.

선박을 조종하는 남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수일간 시뮬레이션한 결과가 빛을 발하고 있었다. 여태껏 대한민국에서 작전을 수행한 적은 있었지만,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곳, 서울까지 오게 된 것은 처음이었다. 자칫 일을 그르치면 불필요한 관심을 사, 조직 전체에 위해가 갈 수 있다는 사실이 남자의 등골을 서늘하게 했다. 지금껏 이런 대도시에서 임무를 수행해 본 적이 없다는 것도 그의 불안을 높이는데 한 몫을 차지하고 있었다.

「여긴 메이웨더-1, 메이웨더-1. 들리는가?」

교신기에서 음성이 흘러나오자 남자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이내 다른 음성들이 교신기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모두 남자의 동료였다. 그는 조금 마음을 놓고 교신기에 답했다.

「여긴 알리-13. 현 탄천강 위. 목적지에 도달하고 있다」

육지로 간 다른 조원들 역시 목표 지점에 도달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남자는 선창을 내다보며 주먹을 말아쥐었다. 그래, 걱정할 필요 없어. 계획은 착실하게 이행되고 있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하물며, 이 배 안에는 그 말고도 세 명의 동료들이 더 타고 있지 않은가.

「목적지에 도달하는 대로, 임무를 수행하겠다. 멋진 죽빵을.」

「멋진 죽빵을.」

교신이 종료되었다.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운전대를 바투 잡았다.

그리고 바로 앞에서 물기둥이 치솟았다. 갑자기 쏟아진 물보라에 놀란 남자가 운전대를 꺾자 배가 요동쳤다. 운전실 한쪽에서 졸고 있던 동료들이 퍼뜩 깨어났다.

「무슨 일이야!」

「…모르겠다」 조종간을 잡은 남자가 대답했다. 「바로 앞에서 물기둥이 치솟았어. 뭔가 떨어진 것처럼」

「뭐?」

「그냥 자살자 아냐?」

남자는 께름칙한 얼굴로 대꾸했다. "아니, 주변에 떨어질 만한 구조물이 없—」

남자가 말을 멈췄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동료들이 다가왔지만, 남자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눈을 찡그리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인데?」

「…」

「말 좀 해봐」

「…방금 선창에…」

「선창에?」

「…상어가 있었어…」

「그게 뭔 소리야?」

남자의 동료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선창에 나섰다. 점점 밝아오는 하늘과 일렁이는 강물만이 보일 뿐, 상어라고는 코빼기도 찾을 수 없었다. 배 끄트머리에 선 동료들은 인상을 찡그렸다.

「이놈이 몸이 달았나… 상어를 패고 싶어서 헛것을 보기 시작하는군」

한 남자가 중얼거리자 다른 둘이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웃음소리가 끊겼다.

적어도 한 사람은 당분간 웃음소리를 낼 수 없을 것이 분명했다. 어스름 속에서 작은 손이 튀어나와, 선창 한 구석을 들쑤셔보던 남자의 목을 강타해 기절시켜 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싸움이 시작되었다.

코우가 마나는 12세의 여자아이였고, 나잇대치고는 굉장히 강인한 체력과 완력의 소유자였다. 또한 그는 상어이기도 했다. 정확히는, 반인 반상어라는 수식이 옳겠다.

마나의 고향이었던 사미 오 말리에 공화국은 상어죽빵센터에 의해 파괴되었다. 마나의 종족은 산산조각 났다. 군대가 으깨지고 죄 없는 민간인들이 학살당했다. 그날 그곳엔 선한 개념이란 부재했고 그들이 모시던 신 역시 없었다. 수천 명의 사람이 죽었다. 그 시체를 묻어줄 사람도 없이.

그래서 코우가 마나는 당장 눈앞에 서 있는 덩치 큰 SPC 조직원의 복부에 강한 정권을 내지를 때에도 아무런 죄의식을 갖지 않았다.

덩치가 마른기침을 뱉어내며 뒤로 비틀거리며 물러나자, 비니를 쓴 남자가 악을 쓰며 마나에게 덤벼들었다. 마나는 백스텝을 밟았다가 비니의 턱 끝에 강하게 라이트훅을 내질렀고, 다시 레프트훅을 질렀다. 으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비니의 다리가 풀려 넘어졌다. 어린 여자애에게 이렇게 당하고 있는 것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비니가 몸을 일으키려고 했지만, 금방 날아든 푸른색 무릎에 금방 꿈나라로 날아갔다.

「이, 이게!」

정신을 가다듬은 덩치가 어느샌가 덤벼들었다. 쓰러진 비니를 내려다보던 마나가 놀란 토끼 눈을 떴지만, 덩치가 빨랐다. 속도가 붙은 그대로 날아든 몸통 박치기에, 코우가 마나의 몸뚱이는 중심을 잃고 난간에 부딪히고 말았다.

「이 다람쥐 같은 상어 새끼가…」

「…에이, 아프잖어…」

마나는 난간을 부여잡고 일어나려고 했다. 새벽빛을 등지고 다가오는 덩치의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었다. 심장이 쿵쾅댔다. 배가 나아가는 느낌이 다리로 전달되었다. 덩치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덩치가 주먹을 들어 올렸다. 사미 오 마리에를 박살한 그 학살자들처럼. 마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총알이 덩치의 머리를 꿰뚫었다.

마나는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덩치의 싸늘한 시체를 바라보다가 총알이 날아온 방향으로 고개를 틀었다.

그리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렸다.

성유다는 수 미터 떨어진 삼성교 난간 위에서 저격총을 장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교전이 시작되었다.


새벽 4시 22분

서울특별시 ????

제21K기지 상황실은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정보부의 협력으로 교전 지역 인근의 모든 폐쇄회로 카메라와 차량 블랙박스 등은 모두 무력화된 상황이었다. 기동특무부대 무호-17("도시 한가운데") 부대장 김수동은 화면에 뜬 대원들의 상황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었다. 모두가 지정된 위치에서 적들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현재 SPC 조직원 일부가 영동대교를 넘어 접근하고 있습니다. 사수 장소까지 약 2km.」

정보부 마지 요원이 보고했다. 부대장이 고개를 끄덕이고 마이크를 잡았다. 현재 무호-17은 육로와 해로에 약 8:2 비율로 배치되어 있었다. 이례적으로 한-일 인원 교류가 이루어진 현 상황에 가장 알맞은 배치였다.

이번 사태는 평범하다고 볼 수는 없었다. 재단 한국사령부는 불과 며칠 전에서야 이 일을 알았다. 비밀리에 대한민국에 상륙한 상어죽빵센터, SPC의 광양 앤더슨 로보틱스 지사 공격이 있고 나서였다. 몇 개의 시설이 함락되었고, 불탔고, 물품을 탈취당했다. 부대장은 탁자를 톡톡 건드리며 교신이 연결되기를 기다렸다. 상어죽빵센터는 골치 아픈 놈들이었다. 이름부터 머저리 같았지만 그 머저리들에게 흉기를 쥐여주면 짜증나는 상대로 변모했다. 상어, 상어, 그놈의 상어가 뭔지.

재단 한국사령부는 소식을 들은 직후 일본 지부에 협력을 요청했다. 기동특무부대 さ-21 ("물어뜯어 죽이기")는 SPC 대응 부대로 정평이 나 있는 이들이었다. 상대적으로 대응 경험이 미흡한 한국 부대에겐 최적의 동료들이 아닐 수 없었다. 따라서 현재, 이들은 도심 전문 부대인 무호-17과 페어를 이루어 현장에 나가 있었다. 일부는 미리 광양으로 내려가 있었고.

「무호-17. 여긴 김수동 부대장이다」

부대장의 말과 동시에 현장에 나가 있는 일본 지부 요원들의 교신기에 번역된 음성이 들려왔다. 평소라면 전달에 시간이 어느 정도 걸렸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하리우치 에이도가 씨익 웃으며 부대장에게 엄지를 올려 보였다. 김수동은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난 길게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적들이 오고 있다. 각자 제 위치로. 팀 A, 탄천은 잘 지키고 있겠지?」

「벌써 교전 중이라구예!」 수신기에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코우가 마나 대원의 목소리였다. 「천지삐까리에 깔렸심더!」

「현재 접근 중인 선박은 총 3척. 처리하겠습니다.」

뒤이어 성유다의 말 역시 들려왔다.

「좋다. 팀 B, 강변북로에서는 별일 없나?」

「대기 중입니다.」차재연 요원이 응답했다. 「빠른 기동을 위해 배부된 장비를 착용했습니다.」

「아이 아이 캡틴!」가딕하성의 목소리였다.

「팀 C, 영동대교 위는 어떤가?」

「문제 없습니다」 마다라자 마리나 요원이 대답했다. 「수 분 뒤, 트럭들이 접근할 것으로 보입니다.」

「차량 통제는 완벽합니다.」유정헌이 말을 이었다. 「정보부에서 일을 잘 처리하신 모양이로군요」

「정보부가 일을 안 하면 어쩌냐. 다른 일은 아무것도 안 하면서」

뚱한 목소리가 들렸다. 일순간 상황실에 어색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김수동은 한숨을 내쉬었다. 유정원, 저놈의 입을 틀어막아 버리던가 해야지.

「놈들은 앤더슨 로보틱스 광양지사에서 수많은 변칙 물품들을 훔쳤다. 무기, 트럭, 심지어 내비게이션과 아로마향 향초, 앤더슨 팬티까지. 짜증 날 정도로 물자가 많은 녀석들이다. 이 점 잊지 말고 허(虛)를 내주고, 실(實)을 취해라. 김수동 아웃.」


새벽 4시 26분

서울특별시 광진구 자양동 강변북로

「가딕 요원, 준비됐습니까?」

「암요, 요원님은?」

재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할리 데이비슨 위에서 영원히 오지 않을 것만 같은 앤더슨 로보틱스 트럭을 기다리고 있었다. 벌써 한 시간 반째, 방금 들려온 김수동의 말로 적들이 다가오고 있음은 이미 아는 바였지만, 그래도 좀이 쑤시는 것은 참을 수 없었다.

그리고 때마침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

재연의 몸은 재빠르게 긴장한 상태로 되돌아갔다. 온몸의 근육이 일순간 펄떡였다. 숨이 느려졌다. 먹이를 발견한 포식자처럼.

요원으로 일하면서 점점 동물적으로 변하는 것 같다고, 그는 내심 생각했다. 이게 육식동물이 아니고 뭔가.

저 멀리 한적한 도로 저편에서 흉악하게 달려드는 트럭 한 대가 달려오고 있었다. 겉보기에는 평범해 보이는 트럭이었다. 광양에서 전달되어 온 자료에 수록된 모습과 같았다. SPC에게 탈취당한 트럭.

재연은 하성에게 눈짓하고는 바이크에 시동을 걸었다.

트럭은 가공할 속도로 질주하고 있었다.

재연은 이를 악물고 페달을 밟았다. 트럭은 눈 깜짝할 새 그들을 지나쳐 버릴 정도로 빨랐다. 둘은 텅 빈 도로를 스쳐 지나가며 트럭을 바짝 추격했다. 속도를 올릴 때마다 바이크 엔진음이 비명을 질렀지만, 별 수 없었다. 차가운 바람이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트럭은 속도를 줄이려는 기색 없이, 외려 더 속도를 높이고 있었다. 마치 그곳이 고속도로라도 된다는 듯. 사전에 교통량을 통제해 둔 것이 다행일 지경이었다. 재연은 거리를 줄이기 위해 갖은 애를 썼지만, 차량은 절대 틈을 주지 않았다.

재연의 바이크가 출근하는 사람들을 빠르게 지나쳐 갔다. 놀란 숨소리가 귓전을 때리고 흩어졌다.

트럭이 청담대교 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하성과 재연은 양옆 차선으로 나뉘어 쫓기 시작했다. 가까워지지 않는 거리 탓에, 트럭의 운전수는 보이질 않았다. 어느새 그들은 대교 중반까지 도달하고 있었다.

「요원님, 이거 큰일 나겠는데요. 이러다가 강남구 진입하겠습니다」

「나도 알아요, 가딕 요원」재연이 바람 탓에 소리를 지르며 대꾸했다. 「그렇다고 지금 그 장비를 사용하기는 어렵지 않겠습니까?

「그건 그렇지만…」

재연은 앞에서 느릿하게 달리는 모닝을 피해 차선을 옮겼다. 차들이 점점 나타나고 있었다. 좋지 않은 현상이었다. 장막 정책을 파기하게 될 가능성이 더 커진 셈이니까.

…장막 정책?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재연은 재빨리 교신기를 켜고 일대일 채널을 열었다.

「가딕 요원!」

「네?」

「아무래도… 우리 부분적으로 장막 정책을 위반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어이쿠야」

송신기를 통해 들려 오는 하성의 너스레에, 재연은 피식 웃었다. 그리고 허리춤에서 무언가를 끌렀다.

푸른 빛이 일렁이며 눈가를 간지럽혔다. 물체는 텀블러의 외양을 닮아 있었다. 뚜껑과 몸체를 연결하는 부위에서 빛이 흘러나왔다. 재연은 텀블러의 뚜껑을 열고는, 곧장 트럭을 향해 던졌다.

곧장 트럭에 가해지던 중력의 극이 전환되었다.


새벽 4시 26분

서울특별시 강남구 영동대교 남단 교차로

마다라자 요원은 교신을 청취하며 또 다른 앤더슨 로보틱스 트럭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팀 B가 맡은 트럭과는 달리 그들, 팀 C는 한꺼번에 두 대의 트럭을 상대하게 되어 있었다. 그러니까 그와 차 뒷좌석에 차고 있는 쌍둥이 형제 셋이서 그 두 대를 막아야 하는 것이다. 박살을 내든 타이어에 펑크를 내든 정중히 멈춰 세우든 뭐든.

쌍둥이로 말할 것 같으면, 솔직히 그닥 신뢰가 가는 동료들은 아니었다. 요원으로써는 비교적 작은 체구에 한없이 선해 보이는 인상. 차라리 요원이 아니라 보안대에 들어갔다면 더 잘 어울릴 것이다. 게다가 그들은 거동이 불편하기까지 하지 않나.

그들이 쌍둥이인 사실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샴쌍둥이라는 것이 더 중요했지. 도대체 이런 이들이 어떻게 기동특무부대에 배속된 것인지, 마다라자 요원에게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다.

어쨌거나 전투가 시작되면 알게 되리라.

전체 회선에서 정보부 요원, 김미영 팀장의 말이 하리우치 에이도의 목소리로 전달되었다.

「팀 C, 대기. 올림픽대로 방면에서 목표물 2체 이동 중.」

「올림픽대로 말입니까? 영동대교가 아니라?」유정헌이 놀란 목소리로 묻는 소리가 들려왔다.

「위치 추적에 혼동을 주는 변칙성이 탑재된 것 같습니다. 추격 시에 상황실 보조가 지연될 수 있으니, 이 점 주의하세요.」

「…알겠습니다, 팀 C 아웃.」

이윽고 마다라자 요원은 뒤를 돌아보며 내키지 않는 마음을 숨겼다.

「가볼까요?」

쌍둥이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마다라자 요원의 시점에서, 왼쪽 요원이 입꼬리를 올렸다.

「지금까지 그 말만 기다렸다고요, 누님」

마다라자 요원이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차가 허공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트럭 두 대가 나란히 도산대로로 직행하는 모습이 보였다. 셋이 탄 차량이 엔진 소리를 내며 그곳으로 달려갔다. 트럭은 미친 듯이 달리고 있었다. 마다라자 요원은 그곳으로 거칠게 붙었다. 차량 문이 부딪히며 갈리는 소리가 났다. 정원이 휘파람을 불었다.

「요원님 보기보다 화끈하시네!」

「대비하세요」 마다라자 요원이 대꾸했다. 「기적술을 구사할 줄 안다고 들었는데요.」

「그건 정헌이가.」정원이 씨익 웃었다. 「공교롭게도 내겐 그런 재능이 없더군요」

「농담 따먹기 할 시간이 아니야.」 정헌이 조용히 대답했다. 「넌 네 무기나 정돈하도록 해.」

「아, 당연한 말이지.」정원이 너스레를 떨었다.

마다라자 요원은 한숨을 내쉬었다.

트럭은 속도를 올리고 있었다. 그들의 차량과 부딪힌 트럭은 셋을 막으려는 듯 격렬하게 맞부딪히고 있었고, 그 옆에서 나란히 달리던 트럭은 그들을 추월해 달려나갔다.

마다라자 요원은 조수석 창문을 내리고 권총을 여러 발 발사했다. 이대로라면 위험하다. 추가 인력이 없는 상황에서 저 트럭을 놓친다는 것은 단순한 실수가 아닐 터였다. 실수가 초래할 상황보다 더 끔찍할 것이므로.

백미러로 쌍둥이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들은 상황을 눈치채더니, 똑같은 놀란 얼굴을 했다. 그리고 똑같은 결의에 찬 얼굴을 했다. 그리고 동시에 양옆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비명을 질렀다.

「아아아아, 아, 아퍼! 그만 움직여!」

「제발 우리끼리 상의 좀 하고 움직이자!」정헌이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

마다라자 요원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둘을 바라보았다.

이내 쌍둥이는 왼쪽 창문으로 몸을 옮겼다. 정헌이 창문을 열고 왼팔을 빼냈다. 무기가 들려 있지 않은 팔은 서로의 어깨를 감싸 어깨동무 자세를 취했다. 반동을 최소화하기 위함인 듯싶었다.

정헌의 손짓에 녹색 불꽃이 타올랐다. 화염은 곧장 허공에 머물더니, 모습을 바꾸었다. 이내 원형의 마법진이 형성되었다. 정헌이 그 중간을 끌어당겼다가, 되쏘았다.

불꽃의 진이 몇 개의 화살 모양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앞서 나가던 트럭의 창문에서 폭발했다. 트럭이 비틀거리며 인도로 뛰어들었다. 몇 명의 시민들이 비명을 지르며 달아났다.

쌍둥이는 다시 오른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정원이 창문을 열고 함성을 질렀다. 「이번엔 너네다 이 개새ー」

정원의 말은 트럭이 차량을 강하게 밀어붙이면서 끊어졌다. 마다라자 요원은 뒤를 흘낏 쳐다보았다. 쌍둥이가 옆으로 굴러떨어져 있었다. 안전벨트를 하지 못해 생긴 불상사였다. 몸을 일으킨 정원이 외쳤다.

「이 새끼들이 상도덕을 안 지키네! 변신하고 자기 소개할 때는 안 건드리는 거 몰라?!」

그리고는 열린 창문으로 팔을 꺼냈다. 그의 오른팔에는 컴펜세이터를 부착한 AK-74MR 소총이 들려 있었다. 정헌이 몸을 기울여 왼팔을 뻗었다. 그리고는 총열 덮개를 움켜잡았다. 어그레시브 자세였다.

…샴쌍둥이라 혼자서 쏘기 힘들어서 그런 거구나. 마다라자 요원은 핸들을 꺾으며 생각했다. 퍽 기발한 행동이었다.

사격이 시작되었다.

트럭의 컨테이너에 총알이 박혔다. 트럭은 범퍼카처럼 달려들었지만 창가에 총을 발사하자 놀란 듯 방향을 꺾었다.

「한국 특산물이다 새끼들아!!」정원이 소리쳤다.

총구에서 불꽃이 빠르게 튀었다. 물러난 트럭은 이내 다시 접근해 왔다. 먼저 나아가다가 불꽃을 맞은 트럭 역시 차도에서 다시 달리고 있었다. 끈덕지게 달라붙는 후방 트럭에 가려져, 그 트럭은 잘 보이질 않았다.

「마다라자 요원님! 다른 트럭이 보이질 않습니다! 이 트럭을 추월해야 할 것 같은데, 가능하시겠습니까?」

트럭은 너무나 굳건했다. 조금만 앞으로 밀고 나가려고 하면 바로 옆에서 부딪혀 왔다. 덜컹거리는 차량에 몇 번이나 운전대를 놓칠 뻔했다. 뚫고 니갈 방도는 전혀 보이질 않았다. 트럭은 그 상태 그대로 자신을 방해하는 그들과 함께 다른 곳으로 향할 생각인 듯했다. 동료들이 목표한 지점으로 갈 때까지, 자신을 희생해서.

방법은 없었다. 지원 요청을 해야 했다. 애초에 셋이서 두 트럭을 막는다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었다.

문득 마다라자 요원은 뒤를 바라보았다. 쌍둥이가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정원이 기를 쓰고 트럭을 떼어내려고 하고 있었다. 소총에서 총알이 발사되어 트럭의 사이드미러를 부쉈다. 그러나 트럭은 물러서지 않았다.

물러서지 않는 것은 쌍둥이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들의 얼굴은 힘겨워 보였지만 결코 약해 보이진 않았다. 강한 생명력이 느껴졌다. 누구에게도 굴복하지 않을 깊은 힘이.

그제야 마다라자 마리나는 그들이 왜 요원으로 채용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마다라자 요원은 잠시 주저하다가, 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추월? 그래요, 한번 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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