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쇠 씨는 한숨을 쉬었다.
열쇠 씨는 열쇠다. 진짜로 열쇠다. 열쇠 씨는 그저 작은 열쇠에 불과하다.
열쇠 씨는 생각한다. 자신은 왜 태어난 걸까? 열쇠 씨는 천장을 바라봤다. 실은, 고개를 돌릴 수 없어 천장밖에 볼 수 없다. 천장에는 거대한 실링팬이 돌고 있다. 아마도 무언가를 환기하기 위해 단 것이겠지.
"안녕!"
열쇠 씨의 옆에서 누군가가 인사했다.
"누구야?"
열쇠 씨가 물었다.
"난 열쇠 씨야."
옆 친구는 자신을 열쇠 씨라 소개했다.
"나도 열쇠 씬데?"
"정말?"
열쇠 씨는 열쇠 씨와 대화를 나누었다.
"열쇠 씨는 태어난 지 얼마나 됐어?"
"3시간 정도?"
"난 지금 태어났는데!"
열쇠 씨는 웃었다. 열쇠 씨도 웃었다. 열쇠 씨와 열쇠 씨가 한창 떠들고 있는 사이, 집주인이 열쇠 씨와 열쇠 씨를 향해 걸어왔다. 그리곤 열쇠 씨를 집었다.
"드디어, 선택받았어!"
열쇠 씨가 환호성을 질렀다.
"축하해!"
"고마워!"
열쇠 씨는 축하했다. 열쇠 씨도 열쇠 씨의 축하를 고마워했다.
과연 나는 무슨 열쇠일까? 집 열쇠? 아니 차키일 수도 있겠다. 열쇠 씨는 기대하고 있었다. 열쇠 씨는 앞을 바라봤다. 문구멍이다. 열쇠 씨는 더더욱 기뻐했다. 주인이 천천히 열쇠 씨를 문구멍 안으로 넣는다.
"좋아! 어서 빨리 돌려줘!"
열쇠 씨는 주인이 어서 자신을 돌려줬으면 싶었다. 갑자기, 문에서 뜨거운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 열기는 매우 뜨거웠다. 열기는 열쇠 씨를 녹이고 있었다. 열쇠 씨는 당황했다. 자신을 만든 이유가 고작 자신을 죽이기 위해서였다니!
"에라이 씨바—"
열쇠 씨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열쇠 씨는 녹아 없어졌다. 문은 열렸다.
"누가 이딴 설계를 한 건지, 한 번 문을 열 때마다 열쇠가 계속 필요하잖아."
집주인이 한숨을 쉬었다.
혼자 남은 열쇠도 한숨을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