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크리틱 1: 비평가의 의무

Metacritique

by Carlos R. Kalinin, 사이트 회원

1. 비평가의 의무

SCP 재단 위키는 회원에게나 외부 독자층에게나 무자비한 품질 관리와 쌩 날로 된 피드백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이러한 평판은 어떤 점에서는 커뮤니티에 이익이 됩니다. 작가가 작품을 쓰는 데 더 노력할 수 있게 해 주고, 비평가가 정직한 (그러므로 소중한) 비평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 주고, 이 사이트의 진정한 유저 (= 독자) 가 되기 위한 경험을 높여 주며, 또한 이 커뮤니티의 일종의 트레이드마크이기도 합니다. 저는 위키의 이런 면이 마음에 들어서 2012년부터 사이트에서 활동을 시작했고, 지금까지 제가 한 모든 일들에는 이것들이 길을 이끄는 원칙들로 작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좋은 게 있으면 나쁜 것 역시 따라오죠.

많은 사람들이 "냉혹하게 비평하기"와 "지랄하고 자빠지기"를 혼동하곤 합니다. 두 가지 평가를 자주 받아 온 사람으로서, 저는 둘을 구별하는 게 까다로울 수 있다는 건 이해합니다. 이 커뮤니티는 태어날 때부터 이 문제를 논의해 왔고, 우리의 비공식 교리 "차갑되 잔혹하지 않게" 가 머릿속에 자리잡고 더 지독한 원칙들이 쑤셔 들어가는 데 많은 진보가 있었긴 하지만, 이 문제는 우리와 아직도 씨름하는 중입니다.

물론 우리한텐 비평 정책이 있고, 그곳엔 도무지 오해를 할 수 없을 만큼 크게 "병신같이 행동하지 마세요"라고 쓰여 있죠. 그럼에도 이 사이트의 문화는 종종 문학비평을 쓰는 척하면서 도움 안 되는 인신공격을 날려도 된다 하는 면죄부처럼 해석되고는 하고, 가끔 사람들은 정말 그렇게 공격을 날리고는 합니다. 그런 공격의 일부는 병신스러움 속의 뭐라 말 못할 성질, 그리고 스태프로서 우리가 "눈으로 보면 알 수 있음"에 보이는 집합적 의존성 때문이겠죠. 그리고 또 일부는 또 다른 요인에서 우러나옵니다.

바로, 비평을 못 하는 사람 때문입니다. 다른 커뮤니티처럼 우리 위키 회원들도 다른 회원들 사이에서 언제나 악명과 존경을 서로 다툽니다. 회원 사이에서 인기를 얻는 방법 중에 하나는 물론 성공적이고 좋은 작품을 내놓는 것이겠죠. 그리고 많은 분들이 발견하신 것처럼 (여러분도 찾으셨겠죠), 이건 성취하기 굉장히 어려운 방법입니다.

그렇게 되면 몇 초 안 되어서, 영원한 영광과 명성을 가져다 줄 뭔가 더 쉽고 그래서 더 매력적인 방법을 자각하게 됩니다. 바로 노련한 비평가로서 자기 평판을 닦는 것이죠. 얼마 안 있으면, 많은 회원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자기는 무자비한 자칼이 되어 실패작이란 이름의 시체를 물어뜯어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 그리고 무언가를 쓰는 것보단 무언가를 비평하는 게 더 쉽다는 사실, 이 두 가지 사이에 막강한 시너지가 발생합니다. 그렇게 우리가 얻는 것은 예측가능하며 또한 끊임없이 반복되는 궤도입니다. 한 회원이 좋지 않은 작품을 쓰고, 코멘트 속에서 무참히 파괴되고, 그 회원은 자기 작품이 지워지는 모습을 지켜보고, "난 이제 목 매달리는 쪽 대신 때리는 쪽이 되어야지"라고 결심하게 됩니다. 이건 인간 본성의 견지에서 완전히 이성적인 반응입니다. 커뮤니티의 관점에서는 질 좋은 작품을 작성하고 그런 작품이 태어날 만한 창조적 환경을 조성하고자 하는 일이겠지만, 결국 이는 약효가 느리게 퍼지는 독극물입니다.

이 사이트에는 지금 병신같은 비평이 지천에 널려 있습니다. 제가 이 시리즈를 시작한 이유, 그리고 특히 이번 편을 작성하는 이유는 제가 한 번에 80곳에 임재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저에게는 자기 권력을 강화하는 데만 정신이 팔린 병신같은 비평들을 일일이 논박하고 교정할 돈도 시간도 없습니다. 누군가 방의 치수를 트집 잡으면서 핵심 개념이 삐걱거린다는 기본적 문제를 무시할 때, 다른 누군가 작가에게 회수 기록하고 슬렌더맨 강도와 진행한 면담을 세 개쯤 넣으라고 할 때, 또 누군가 비평이랍시고 "1000번대 2000번대 좀 읽고 오세요" 하는 말밖에 못 할 때, 이 사람들 모두가 작가와 커뮤니티에 폐를 끼치고 있는 셈입니다. 이들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비생산적 피드백들이 이 커뮤니티의 또 하나의 목표, 유저들의 능력을 발전시켜 주고 더 나은 작가로 만들어 주는 것, 이것에게서 관심을 흩트려 놓고 있습니다.

제 포럼 서명란에 적혀 있듯이, 저는 포럼 비평팀사이트 비평팀의 멤버입니다. 많은 유저들이 이런 팀이랑 다른 스태프 팀이 있는지도 모르시던데, 이번 참에 알아두시면 좋겠네요. 저희의 공식 책무 중에는 비평 질을 유지하는 일 역시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 일 하나 때문에 제 시간이 마르고 닳아서, 또 다른 중요한 의무, 즉 비평을 요청하고 위키에 올라가는 작품을 비평하는 일을 할 시간이 갈수록 부족해집니다. 제가 보기에 이건 이중으로 문제가 있습니다. 작품들이 도움 안 되는 비평을 활발하게 접수할 뿐만 아니라, 훨씬 경험 많은 비평 팀 멤버들이 모두 비평을 비평하느라 바빠서 정작 이 멤버들 비평은 접수가 안 되고 있어요.

비평가를 비평하느라 소모하는 돈과 에너지는 언제나 발생하겠죠. 저도 이해합니다. 하지만 저는 유저들을 감시하느라 드는 노력, 그리고 작품을 향상시키는 데 드는 직접적 노력 (곧 우리가 여기 있는 가장 큰 이유), 이 두 가지의 양에는 적절한 균형선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균형선이 어디 있느냐 하는 건 부정확하고 또 댓글 만 개짜리 토론도 벌릴 만한 주제겠죠. 그러나 지난 몇 년 동안 비평을 몇 지랄톤쯤 쌓아 온 사람으로서, 최근에 우리는 한 음절마다 부정확한 한 줄짜리 병신같은 포스트를 날리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소요하고 있었다는 개인적인 생각이 듭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중앙계획정책이나 하향식 정책으로 사이트 역학 및 문화에 변화를 강제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간단명료한 규칙들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건 아닙니다. 저는 시간이 허락하는 한 비평계를 지배하는 규칙들 중에서 병신같은 녀석들을 누구보다 분명하게 끄집어내 폐기하고자 합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필요한 개선의 방식은 대개는 회원들에게서, 비평가의 역할에 대한 태도와 이들이 요구하는 노력의 양을 재고하는 데서 나올 것입니다.

이런 점을 명심하면서, 제가 비평을 하면서 적용하려 하는, 길을 이끌어 주는 몇 가지 원칙들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 비평가에게는 작가가 스스로 나아지도록 도와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 커뮤니티는 작달막하고 보잘것없는 곳입니다. 공식적으로 있는지는 모릅니다만 제 생각에는, 이곳에는 이해심이란 게 있습니다. 이 사이트는 회원들에게 자기 작품을 감상해 줄 충분한 독자들을 제공합니다. 그 답례로 회원들은, 우리 모두가 더 나은 작가가 될 수 있도록 모두의 노력 속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습니다. 누군가 비평에 참여한다면, 저는 이 생각이 그 사람의 머릿속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비평가에게는 사이트의 질을 유지할 의무 또한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보다 더 큰 독자들을 위해 글을 씁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독자들에게 매일 판매를 시도하는 제품이 있습니다. 우리는 독자들에게 양질의 경험을 제공해야 합니다. 이것이 뜻하는 건 어떤 작품들은 신속하게 삭제된다는 것이고, 또 어떤 작품들은 햇빛을 영영 보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 두 가지 의무가 상충할 때가 있습니다. 옛날에 저는 모든 작품은 얼마나 끔찍하든지 간에 비평과 노력을 충분히 들이면 모든 결함을 잡아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곤 했습니다. 그런 생각은 지금은 성립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표준을 만족시키기에 필요한 시간을 모두가 가진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어떤 때는 얼마나 도움을 제공해도 작가의 기본적 필력을 고치기에 부족할 때가 있습니다. 작품이 얼마나 많은 비평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한계는 예상하기도 어렵고 또 비평가마다 다르겠죠. 저는 오류들과 맞춤법 실수들과 쓸데없는 수식어 잔치들이 모두 한 줄 한 줄 살려 나갈 수 있는 건 아니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 비평은 속담보다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개미 더듬이보다 짧네요." "A를 하는 B네요." "D&D 몬스터 매뉴얼이네요." "배경 설정이 필요하네요." 저는 캐치프레이즈들이 의미 있는 비평의 필수요소처럼 쓰이는 모습을 너무 많이 봐 왔습니다. 이런 속담들이 굴러다니고 있는 이유가 있었나요?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하나 꺼내 쓰시려면, 구체적으로 그 문제가 문제가 되는 이유를 설명해 주셔야 합니다.
  • 문제를 정확하게 지적하세요. 특히 치명적인 이슈입니다. 비평가에게는 작가가 자기 작품의 질 (아니면 결점)을 적절한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 줄 전체론적 진실함이 필요합니다. 저는 작품의 질이 많이 나쁘거나 컨셉이 기본부터 잘 돌아가지 않을 때, 사람들이 개체의 배경 설정이 뭔지, 구체적으로 무슨 격리실을 써야 하는지 하느라 시간을 다 써먹는 모습을 숱하게 봐 왔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 미터법을 써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것뿐이라면, 일단 자제하세요.
  • 차갑되 잔혹하지 않게. 이것도 캐치프레이즈죠. 하지만 제가 글쓰기 과정에서 정말 중요하다고 여기는 말입니다. 비평할 때는 냉정하고 객관적인 자세로 임하세요. 자기 보기에 자기가 답글을 다는 이유가 자신이 화가 난 게 있어서라면, 실패작이 삭제되기 전에 한 마디라도 더 보태고 싶어서라면, 굴러다니는 비평 속담 중에 하나에 안 맞아서라면, 포스트를 쓰는 걸 자제하고 자신이 쓰던 비평글을 다시 검토해 보세요.
  • 두려움 없이 비평하세요. 저는 이름 모를 회원이 작성한 나쁜 작품들이 수많은 반응들을 낳는 데는, 이네들이 객관적으로 끔찍한 작품이 되곤 한다는 사실 말고 또 다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경우 가입한 지 좀 덜 오래 된 회원들은 입지가 확고부동하고 눈에 쉽게 띄는 작가들의 작품을 겨누어 비판하기를 두려워합니다. 그런 한을 품고 자기 스트리트 전적 좀 올리려고 다들 걷어차는 곳이 어디겠습니까? 이런, WeedLord2233이 새로 "절대 슬렌더맨 아님"이란 엣씨피를 올렸군요. 모두 정강이 걷어차 드리러 가자고요, 하는 거죠. 비평을 하고자 한다면, 관리자에게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라면, 뉴비한테도 하지 마세요. 평가 모듈의 권능 앞에 우리는 모두 평등합니다.
  • 째지 마세요. 다음에 다른 사람 작품에 답글을 남기려 할 때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나는 작가가 작품을 개선할 수 있게 도와주거나, 사이트의 작품 질을 향상시키려 하는 데 최선을 다하려 답글을 쓰는 걸까? 아니면 최고로 우습고 최고로 날카로운 모욕을, 반격할 생각을 웬만하면 하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날리려고 답글을 쓰는 걸까? 많은 사람들이 비평을 자기 이름을 날리겠다는 생각으로 던지고는 합니다. 그런 생각을 하시는 분께 이 말씀은 제가 확실하게 드리죠. 신뢰를 쌓는 지름길이라는 건 없습니다. 동료 작가들이 능력을 다할 수 있도록 매일 도움을 아끼지 않는다면, 존경은 저 알아서 찾아옵니다. 맨날 평점 -25짜리 글 스레드에서 모욕만 가득한 불합리한 추론만 풀면서 얻을 수 있는 평판은 여러분은 좆도 못한 광대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마도 더구나 차단도 포함되겠죠.

저는 완벽한 사람은 아니고, 제게도 위에 있는 이상적인 이야기들을 충분히 따르지 못하는 경우들이 의심할 수 없을 만큼 많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비평을 달 때마다 이 규준들을 생각해 보고, 규준들을 따르고자 최선을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다른 회원 (사이트 회원, 비평팀 멤버 양쪽 모두) 들도 몇몇 특정 지점에 대해서는 다른 관점을 갖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저는 비평은 진지하게 접근해야 하는 작업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사이트에서 작품을 작성하는 것만큼이나 진지한 작업이요. 우리는 자신의 비평법을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 알아보는 긴 여정을 걸어왔고, 현재의 이슈에 상관없이 저는 우리에게는 다른 인터넷 기반 창작 커뮤니티와 확연히 구별되는 창작 과정이라는 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더 많은 사람들이 비평가라는 역할을 진지해야 할 만큼 진지하게 바라볼 수만 있다면, 우리가 비평과 피드백을 제공하는 방식에 큰 발전을 일구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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