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자의 스트라디바리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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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자의 스트라디바리우스

"그 바이올린", 알라가다의 축복, 또 다른 기현금(奇絃琴)
KTE-2524-카팔라-프로이트(분서꾼들)
1715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 "시체(cadàvere)"

개요

Я вас любил: любовь еще, быть может,
В душе моей угасла не совсем;
Но пусть она вас больше не тревожит;
Я не хочу печалить вас ничем.
Я вас любил безмолвно, безнадежно,
То робостью, то ревностью томим;
Я вас любил так искренно, так нежно,
Как дай вам бог любимой быть другим.

당신을 사랑했다오, 어쩌면 내 안의 사랑은,
완전히 꺼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오.
하지만 사랑으로 더 이상 당신을 괴롭히지 않으리이다.
그 무엇으로도 당신을 슬프게 하고 싶지 않다오,

당신을 사랑했다오. 말없이, 절망적으로.
때로는 소심함으로, 또 때로는 질투로 애태웠었소.
당신을 사랑했다오. 그렇게 진실로, 그렇게 상냥하게,
다른 누군가에게는 사랑받는 사람이 되길 바라오.


『당신을 사랑했다오』(Я ВАС ЛЮБИЛ)
알렉산드르 세르게예비치 푸시킨(Александр Сергеевич Пушкин)

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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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1년 마지막으로 촬영된 망자의 스트라디바리우스.

알려진 바

특징: 망자의 스트라디바리우스는 약 60cm 길이의 바이올린으로, 크로아티아산 단풍나무 목재를 사용하여 만들어졌다. 바니시1칠을 했고, 스크롤2에는 인간의 뼈를 묘사한 조각이 멋들어지게 드러나 있다. 또한 목의 후면에는 회색 얼룩무늬가 새겨져 있는데, 우리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이 무늬는 제작자가 부러 새겨넣은 일종의 기초적 강령술 인발인 것으로 추정된다. 만들어진 재료에도 불구하고, 바이올린은 검은색을 띠고 있다.

바이올린 내부의 라벨에는 안토니우스 스트라디바리우스 크레모네시스 파치에바트 아노 1714(Antonius Stradivarius Cremonensis Faciebat Anno 1714)이라고 적혀 있다. 이는 '크레모나의 안토니우스 스트라디바리가 1714년도에 만들다'라는 뜻으로, 망자의 스트라디바리우스가 1714년에 만들어졌다는 증거로 기능하고 있다. 또한 이 라벨의 존재는 우리가 이 바이올린을 망자의 스트라디바리우스라고 부르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성질: 망자의 스트라디바리우스는 이름 그대로 죽은 이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바이올린이다. 이 바이올린은 이에 걸맞는 두 가지 경이로운 성질을 지니고 있다. 첫째, 청자의 심상과 감정 조종. 둘째, 망자의 실체화.

청자의 심상 조종은 비단 죽은 자에게만 해당되는 능력은 아니다. 생사 여부에 불구하고, 누군가 망자의 스트라디바리우스를 연주하는 소리를 듣게 된다면 청자는 그 즉시 강렬한 감정에 휩싸이게 되며, 바이올린의 선율에 따라 그 변화폭이 극심하게 요동치게 된다. 심상 역시 연주가 의도하는 것을 떠올리게 되며, 대개 세뇌된 자의 그것과 동일한 정신 상태에 빠지게 된다. 사용자의 역량에 따라 그 정도는 달라지며, 연주자의 실력이 뛰어날수록 감정과 심상의 세밀한 조종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3

망자의 실체화는 망자의 스트라디바리우스의 가장 주요한 능력이라고 할 수 있는데, 우선 이 힘을 소개하기 전에 망자들의 특성 한 가지를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공통으로 발견되는 망자들의 성질은, 주로 특정 요건을 충족시킨 경우에는 전자기력이나 물리력, 영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 특정 요건이라 함은 대개 강한 원념이나 욕망인데, 이 정도가 강하다면 가히 신적인 힘을 행사할 수도 있게 된다.456 망자의 스트라디바리우스는 바로 이러한 요건을 충족시키지 않은 망자들 역시 실제적인 힘을 가질 수 있게 하며, 그 모습을 산 자들에게 보일 기회를 제공한다. 우리는 이러한 능력을 가능케 하는 원인으로 앞서 설명한 기초적 강령술 인발을 상정하고 있다. 해당 인발은 사용자의 연주 실력과 영적 능력에 감응하여 발현되고, 이를 통해 충분히 재능 있는 사용자는 망자의 스트라디바리우스를 사용하여 죽은 이들을 조종할 수 있게 된다.

이 이외에도 다양한 영능력을 사용케 할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현재로썬 이 두 가지 능력을 제외하고는 확실하게 파악할 수 없다. 도서관의 그 누구도 1930년대 초 이후로는 그 실체와 대면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내력 및 관계: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망자의 스트라디바리우스는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가 만든 바이올린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몇 가지 문헌이 이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아마티 서간집』은 흔히 스트라디바리의 스승으로 여겨지는 바이올린 제작자 니콜로 아마티의 서간을 모아놓은 글인데, 여기서 아마티가 정체불명의 수신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망자의 스트라디바리우스와 유사한 바이올린을 찾았다는 기록이 등장한다. 여기서 그는 "차디찬 바람 사이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의 모습을 보고, 그들의 얼굴을 만지네." 등의 어구로 그 악기를 묘사한다.7

또한 18세기 후반 독일의 한 수도사가 저술한 『기록』(Niederschrift)에서는 니콜로 아마티가 죽으면서 스트라디바리에게 유산을 조금 남겼는데, 이 유산에 자신이 손수 제작한 바이올린이 포함되어 있었다고 나온다. 이때 이 바이올린은 원래 다른 가족이 상속받기로 되어 있었지만, 기록되지 않은 이유로 전부 거절당해 스트라디바리에게로 전달되었다고 한다.

동시대 스페인에서 활동한 카르시스트 스외쿠나Suökuuna가 작성한 무명의 기록물에서는 망자의 스트라디바리우스가 죽음의 삼형제8가 사주하여 만들어진 물건이라고 적었는데, 여기서는 아무리 높게 잡아도 적어도 기원전에 제작된 것으로 묘사되기에 가장 신빙성이 없는 문건이지만, 여기에 기재해 둔다.910

좌우지간 망자의 스트라디바리우스는, 스트라디바리가 만들었든 그렇지 않든, 스트라디바리우스의 하나로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다. 이후 이 골칫덩이는 몇십 년간 별다른 문서에 등장하는 일 없이 귀족 가문에 매입되고 팔리는 일에만 동원되는데, 이는 소유주들이 망자의 스트라디바리우스가 가진 묘한 음울한 분위기를 감지하고 사용을 멀리한 것으로 추정된다.11 기록에 공백이 생긴 시점은 1829년 11대 서머셋 공작 에드워드 아돌푸스 시모어가 바이올린을 매입했을 때이다. 11대 서머셋 공작은 당시 비밀결사 『블랙워치』(Blackwatch)에 가입해 있었는데, 이 결사는 야간학파(The School of Night)의 후계를 자칭하는 단체였다. 이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야간학파가 벌인 끔찍한 짓거리를 재현해낸 것이 분명한데, 왜냐하면 이 직후 블랙워치의 주요 구성원이 상당수 죽거나 실종된 채로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11대 서머셋 공작은 이러한 비극적 결말을 맞지는 않았지만, 평생 오컬트나 경이로운 존재들에 대한 거부 혹은 공포를 내비치며 살아갔다고 전해진다. 그의 저택에 존재하던 망자의 스트라디바리우스의 행방이 묘연해진 것도 이 직후라고 추정된다.

자세한 정황은 알 수 없지만, 분명 블랙워치의 구성원들은 이 망자의 스트라디바리우스를 대가로 알라가다 내부의 흉악한 존재들과 거래를 했으리라고 생각된다. 결과는 분명 좋지 않았으나, 결과적으로 망자의 스트라디바리우스는 알라가다에 남겨지게 되었다. 알라가다에 다녀온 몇 안 되는 방랑자들12의 말에 의하면, 가면들의 군주, 정확히는 고뇌의 가면을 쓴 흑대부가 그 바이올린을 종종 연주하는 모습이 목격되었다고 했다. 흑대부 본인이 어떤 강령술적 힘을 지니고 있었다는 기록은 없지만, 어쩌면 비교적 현대에 목격된 망자의 스트라디바리우스가 가진 능력 중 일부가 흑대부가 부여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조심스러운 추측이 가능하다.13

흑대부가 정치투쟁의 결과로 유배되자, 망자의 스트라디바리우스 역시 제 주인과 같이 알라가다에서 내쫓기고 말았다. 그 시기는 불확실하지만, 적어도 19세기 말에는 출신우주에 귀환해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1894년 미국 텍사스 주 댈러스의 한 악기상점에서 사라 스크랜턴Sarah Scranton라는 인물이 바이올린을 사갔다는 기록이 있는데, 이 바이올린이 바로 망자의 스트라디바리우스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스크랜턴은 이 바이올린을 다른 지역에 거주하던 친구를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로 구매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그 친구는 강령술이나 유령 등에 전혀 경험이 없었던 것 같다. 몇 달 뒤 정신착란 등의 증세를 보이며 분신자살했다는 문건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앞서 이야기한 알라가다의 영향을 얼추 받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추측이 있기도 하다.14

이후엔 상대적으로 기록이 모호한 편이다. 마지막 소유주가 자살하면서 망자의 스트라디바리우스 역시 종적을 감추었는데, 몇십 년 뒤 등장한 범죄 신디케이트 시카고 스피릿의 거래 내역 가운데 '특별한 힘을 가진 바이올린'이 언급된다. 이들은 이 바이올린으로 산 자와 죽은 자를 조종해 범죄를 조장하고, 더 나아가 망자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원하는 타겟을 죽거나 다치게 하게끔 했다.1516 이러한 범죄의 중심에는 미스터 나이트Mr. Night라는 인물이 있었는데, 그 범죄 조직의 수많은 어중이떠중이 사이에서 유일하게 망자의 스트라디바리우스가 가진 진정한 힘을 알고 있었던 자로 추정되고 있다. 그의 지도로 스피릿은 그 바이올린 덕을 어느 정도 봤던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1933년 미스터 나이트가 스피릿을 떠나면서 바이올린 역시 그곳을 영영 떠나버리고 말았다.

이후 약 70년간 망자의 스트라디바리우스는 기록에서 모습을 감추고 만다.

가장 최근에 발견된 망자의 스트라디바리우스는 현재 한낮의 떡갈나무 유랑극단 소속 바이올리니스트에게 귀속되어 있다. 한낮의 떡갈나무 유랑극단이 뱀의 손과 우호 관계를 수립하고 있으므로, 근시일 내에 이 인물에게 접근하여 자세한 정보를 취득할 생각이다. 유랑극단 자체의 온화한 성격을 고려하면, 이들이 전일 시카고 스피릿이 그러했던 것처럼 망자의 스트라디바리우스를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위해 사용할 것 같지도 않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들에게 바이올린을 맡기고 옳은 방향으로 사용하기를 기대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접근법: 강인한 정신력이 없는 자라면 접근하지 않는 편이 좋다. 죽은 자들은 생각만큼 친절하지 않고17, 적절한 선을 지키지 않으면 심각한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존재들이다. 최대한 차분히, 그리고 정중히. 음악을 즐길 줄 알면 더욱 좋다.

관찰 및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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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드높고 음울한 흑대부의 거처에서 열린 연회에 영광스레 참석할 수 있게 되었더니, 구름과 같이 몰린 인파로 가히 그의 권력을 알 수 있었다. 산처럼 쌓인 금은보화와 인간과 짐승들 사이에서 쾌락의 향취가 안개처럼 맴도는 그곳의 욕망은 거리마다 산처럼 쌓인 피와 정욕과 웃음의 크기와 비례했으니, 모든 손님이란 손님들은 저마다의 마약에 취해 끝없는 꿈 사이를 거닐었다. 나는 그곳의 홀로 된 이방인으로서 남들과 어울리지 않으며 그늘 속에 거처했음이라. 그야말로 연고 없는 외부인이, 그리고 그 모든 관능의 관찰자가 위치하기에 걸맞은 자리였더라.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욕망의 분출이 거기 있었다. 초대받은 이들은 예법에 맞추어 망측한 행위를 저질렀고, 비틀거리며 다가오는 죽음을 외면하기라도 하듯 거리낌 없이 삶과 죽음 사이에 갇히어 영원의 순간을 즐기었다. 만족할 수 없는 아귀들이 골수에 달라붙어 숙주의 충만함을 갉아먹는 모습은 그 자체로 신성에 대한 모독임이 분명했다. 관능적인 육체들이 어둠 속에서 나타났다가 땀에 젖어 사그라졌다. 나는 이 모든 혼란 가운데 서 있는 이 연회의 주인에게로 시선을 돌리었다. 흑대부는 이 모든 제전을 가만 서서 지켜보고 있었다. 고고한 풍채를 뽐내며.

나는 내게 주어진 정도 내에서 그늘에서 양지로 조금씩 기어나왔다. 고뇌의 가면을 쓴 흑대부는 이 광란의 신앙 한가운데 서 있었지만 그 누구도 자신의 가까이에 접근함을 허용치 아니했다. 검은 로브를 쓴 가면대부는 귀족적인 동작으로 여유롭게 자신에게 경배를 드리는 광신도들을 물리치고 천천히 연회장의 중간으로 거닐어 갔다. 나는 그제야 그의 손에 어떤 바이올린이 들려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 색채는 무척이나 이질적이었는데, 알라가다 고유의 검은 빛깔보다 어딘가 명도가 높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나의 오른쪽 안와에 박힌 유리구슬 안구는 그 바이올린이 분명 알라가다에서 난 것이 아니라고 쉴새 없이 외쳐대고 있었다.

음란한 분위기가 비명과 분혈을 동반하여 극한으로 치닫자, 흑대부가 바이올린을 들어 올려 어깨에 대었다. 그리고는 허공에서 활을 잡아채어 연주하기 시작했다. 등골이 서늘해지면서 저절로 공포의 감정이 머리를 잠식하기 시작하였다. 욕망에 미친 이들의 움직임이 더욱 거세어졌다. 그들은 공포의 감정을 연료 삼아 더욱 거세게 몽환을 좇기 시작했다. 보아하니 흑대부는 이러한 정경을 예상한 듯하였다. 그의 손가락이 바이올린을 애무하며 강렬한 비브라토를 연주했다. 그의 손 위에서 바이올린은 세상 그 누구도 들어본 적 없을 아름다운 장송곡을 토해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무언가가 일어났다.

나는 내 성한 한 눈으로 모든 것을 보았다. 한 덩어리가 되어 꿈틀거리는 모든 초대받은 자들 사이에서 창백한 것들이 일어났다. 죽어 사라진 것들이 산 것들의 살을 헤치고 일어나고 있었다. 나는 그늘 깊숙한 곳으로 몸을 피하였다. 죽은 자들은 뒤틀리고 부러진 끔찍한 모습으로 허친거리며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 그들의 주인을 제하고 — 찢고 부러뜨리기 위해 나아갔다. 그들에게 자유의지란 없었으며 온전히 흑대부의 연주 하에 모든 행위를 이루는 것처럼 보였다. 관능의 제전은 어느새 피의 제전으로 탈바꿈되어 있었다.

피와 살이 흩어지는 정경 위에서, 연회의 주인은 웃고 있었다.

인드르지흐 그레이브스Jindřich Graves1819

의문점

앞서 언급했듯, 카르시스트 스외쿠나의 기록에 의하면 망자의 스트라디바리우스는 기원전의 어느 순간에 죽음의 삼형제가 그 제작을 의욕했다고 한다. 망자에 간섭한다는 점과 죽음의 삼형제가 표상하는 상징이 어느 정도 겹치는 점은 있지만, 단순히 그 공통점으로 이 설을 정설로 받아들이기는 힘들다. 그러나 R.L.이 저술한 『죽음의 인물들과 그 행적』, 리처드 할로웨이의 『음악적 흑마술과 그 역사』20 등에서는 모종의 신적 존재들에게 계시를 받아 류트를 제작했다는 이들의 사례가 제시되기도 한다.

이는 기현금(奇玄琴)의 존재로 더욱 의문이 더해진다. 기현금은 고대로부터 전해져 온 악기인데, 시대에 맞추어 그 모습을 바꾸는 악기이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기현금은 그 소유주의 정신을 침식하며 예언을 할 수 있게끔 하는 능력이 있다.21 많은 학자들은 이 기현금은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다섯 개의 악기가 모이면 모종의 방진이 형성되어 현실을 개변시킬 수 있는 힘을 지니게 된다고 본다.22 우리는 이 다섯 개의 악기 중 하나에 망자의 스트라디바리우스가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하고 있다.

가정 중 하나이지만, 만약 망자의 스트라디바리우스가 죽은 자를 조종하는 능력 이상의 가치가 있다면, 이것이 고뇌의 가면을 쓴 흑대부가 바이올린에 관심을 보인 이유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알라가다 내부에도 악기는 있으며, 흑대부 본인의 권능을 생각해보면 딱히 망자를 조종할 수 있는 바이올린이 그의 시야에 들어왔을 것 같지는 않다.

최근 한낮의 떡갈나무 유랑극단 공연을 다녀온 이들의 말에 의하면, 현재 망자의 스트라디바리우스를 소유한 자는 본래 영능력을 지니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고 한다. 이는 얼추 말이 되는데, 망자의 스트라디바리우스를 제대로 다룰 수 있으려면 영능력과 심령에 어느 정도 익숙해야 하기 때문이다.

너희 내 말을 듣긴 하는 거야? 그 여자는 영능력에 '어느 정도' 익숙한 수준이 아니었어. — 송현

호들갑 떨기는. 유령 문제만 나오면 늘 이런다니까.A.J.

조용히 해봐, 아스카. 현이랑 같이 극단 간 사람 누구지? 브리짓? 둘 다 들어봐야겠는데.H.G.

글쎄, 내가 봤을 땐 잘 모르겠던데. 솔직히 공연 중엔 졸기도 했고. 그런데 좀 이상하긴 했어. 공연 시작 전에 한 번 마주친 적 있었는데, 현 쪽을 자꾸 보더라고.Bt.g

그 사람 분명히 날 봤어. 날 인지할 수 있는 정도의 영안에, 바이올린 없이도 망자들을 조종할 수 있었다고. — 송현

뭐? 그런 이야기는 안 했잖아.Bt.g

망자들을 조종한다고?H.G.

그래. 그때 그 공연장에 죽은 이들이 좀 많았어. 날이 무슨 날인지 몇십 년은 굴러먹은 것 같은 악귀도 몇 놈 보였다고. 그런데 그 여자가 지나가며 손짓하니까 죄다 자릴 피했어. 무슨 뜻인지 알아? 그 여자는 굳이 망자의 스트라디바리우스를 쓰지 않아도 기본적인 건 가능했다는 거야. — 송현

…그건 골때리네.A.J.

흥미롭군.H.G.

무슨 속셈이 따로 있나? 그 언니 날카롭게 생기긴 했어도 나빠보이진 않던데.Bt.g

내사 아나. 아무튼 위험해. 심야클럽 자료를 찾아봐야겠지만, 이런 능력을 능숙히 다를 수 있는 인간이 저런 무기를 지닌 경우는 처음 봐. — 송현

주의를 더욱 기울여야 하겠군. 현, 그 사람 이름이 뭐였어?H.G.

하민. 한낮의 떡갈나무 유랑극단 수석 바이올리니스트 하민. — 송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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