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일가

1999년 8월 12일

제46기지

모든 업무는 그 수행자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미친다. 습관의 형성이나, 가치관이나, 하다못해 언어적 특성까지도. 특히 그것이 SCP 재단의 연구원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당연한 일이리라.

에이브러햄 폴슨Abraham Paulson 박사는 연구실의 문을 열고 천천히 안으로 걸어들어왔다. 한적한 실내에서는 으레 그렇듯 낡은 종이 내음이 났고, 뒤이어 그것에 섞여 든 커피와 담배, 그리고 타성과 권태의 향취가 감돌고 있었다. 커튼도 치지 않은 채 어두컴컴한 곳이라 더욱 그러했을지 모르지만, 진정한 원인은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직무일 것이었다.

제46기지 3층 제4연구실은 며칠 전부터 역사학부 연구원들에 의해 점령당한 상태였다. 폴슨은 어지러이 놓인 고문서 뭉치 사이를 넘어 다니면서 자신의 책상으로 향했다. 그곳엔 보기만 해도 한숨이 나오는 전경이 펼쳐져 있었다. 전날 마시다 남은 커피가 담긴 종이컵, 난잡하게 흩어진 자료들, 그리고ー

"카일?"

폴슨의 책상에 엎어진 거대한 민달팽이가 꿈틀거리면서 몸을 곧추세웠다. 얼룩진 네이비색 침낭은 곧 몇 번의 시도 끝에 지직거리는 소리를 내며 열렸고, 뒤이어 꾀죄죄한 몰골의 남자가 신음하며 몸을 끄집어내는 데 성공했다.

"안녕하세요, 에이브."

"자네 내 책상에서 뭐 하는 거야?"

카일 윌리엄스 연구원은 밤새 구겨져 잔 대가로 얻은 고통을 만끽하면서 입꼬리를 올렸다. 그는 책상 위에 아무렇게나 던져진 자신의 금테 안경을 쓰고는 눈썹을 치켜세운 폴슨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이 방에 있는 의자 중에서 팀장님 의자가 제일 포근하더군요. 책상과 의자의 높이 비도 그러했고."

"뻔뻔하군."

"뻔뻔함이 이 부서의 기본 소양이라고 하셨잖습니까."

"잘났어. 어제 퇴근 안 한 건가?"

폴슨은 서류 뭉치를 대충 치워두곤 서류 가방을 책상 위에 올렸다.

"네. 자정 조금 지나서 퇴근을 하려곤 했지만, 그때 아주 흥미로운 정보를 찾아서 말입니다."

노년의 남자는 턱을 문질렀다.

"나도 어제 패망한 변칙-일본군 기밀 자료를 조사한 인원 중 한 사람이었지만, 그닥 흥미로운 건 못 봤는데."

"글쎄요, 제가 모은 정보를 보시면 마음이 바뀌실 겁니다."

윌리엄스가 씩 웃으며 허물을 벗고 자리를 박차며 일어섰다.

"그전에 세수 좀 하고요."


도서관은 한적했다. 시간을 내서 책을 읽으러 오는 이들은 적었고, 때문에 제46기지의 사서는 혼자만의 시간을 만끽하며 독서를 즐길 수 있었다. 이 시간만큼은 매일 실험이니 면담이니 자료를 요구하며 귀찮게 하는 연구원들에게 시달리지 않아도 좋았다. 더욱이 근래 들어서 무슨 무슨 프로젝트 탓에 매일 같이 죽치고 앉아 있던 작자들이 드디어 휴식의 세상으로 떠나간 탓에 그에겐 더할 나위 없는 즐거운 시간이 펼쳐지고 있던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그가 자신의 일을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재단의 사서로써 이곳에서 보내는 모든 시간이 즐거웠다. 특히나 반쯤 열린 창문에서 선선한 바람이 날아들며, 따사로운 햇살 아래서 책장을 넘기는 느낌은 세상의 그 어느 것과 바꾸어도 성에 차지 않을 것이었다. 마치 농축된 고요 속을 거니는 느낌. 온전한 평화의 심상이었다. 바로 지금처럼.

그리고 그 때문에 그는 서가 사이에 자신 말고 다른 누군가가 서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좋은 오전이올시다, 사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사서는 화들짝 놀라며 그쪽을 바라보았다. 갑자기 목소리가 들려온 것에도 놀랐지만, 무엇보다도 그를 경계하게 한 것은 그 존재의 목소리에 담긴 기이한 억양과 말투, 그리고 그에 내포된 숨길 수 없는 악의와 위협이었다. 방문자의 어조는 분명 유쾌했음에도 불구하고. 평화로운 공기에 갑자기 이질적인 기색이 감돌았다.

사서는 방문자를 바라보면서 천천히 물러섰다. 목소리의 주인은 큰 키에 긴 코트를 입고 붉은 머플러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소름이 돋았다. 도무지 정체를 알 수가 없는 인간이었다. 아니, 인간인지조차도. 사서는 그에게서 슬그머니 거리를 두면서 작게 화답했다. "좋은 오전이네요."

"사서, 혹시…" 그 존재가 자연스럽게 운을 띄웠다. 알아볼 수는 없었지만, 사서는 왜인지 그가 씩 웃었다고 생각했다. 비정상적으로 뾰족한 이빨을 드러내며. "설화에 대해 좀 아시오?"

"미, 미안하지만 전 그쪽 분야에 문외한인데…"

"안타깝게 됐구려. 지금 동양 설화에 대한 책을 찾고 있는데. 혹시 알고 있다면 내게 추천해 줄 수 있을까 물어보고 싶었지."

"아." 사서는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살짝 다가갔다. "그런 책이라면 저도 읽어본 적 있어요. 조금이나마 도와드릴 수는 있을 텐데… 정확히 어떤 내용을 보고 싶으신 건데요?"

"역병신 설화요. 동아시아의… 아시오?"

"네. 이 책이 적당할 것 같네요."

사서가 옆 서가에서 초록 표지의 책을 꺼내 들어 펼쳤다.

"특히 중점적으로 서술된 게 동북아시아의 역병신들이에요. 그 중 대한민국의 역병신은 상당히 인물성이 도드라지죠. 그들은 손님네The Guests라고 해요.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천연두를 전파한다고 해서, 손님. 세 명의 큰 손님— 각각 각시손님Bride Guest, 호반손님Martialist Guest, 문반손님Literatus Guest과 작은 손님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내가 기억하기로는, 이들이 꼬마 하나를 천연두로 죽여 자신들을 따라다니게 했던 것 같은데."

그자의 말투는 유쾌했다. 사서는 꺼림칙한 기분을 느끼면서 대꾸했다. "네, 그가 작은 손님이죠. 정확히는 그 아이, 김철현이 그들을 따라다니겠다고 나선 거예요. 자신의 아버지가 그들을 홀대하고 박대했기에 그 벌로 자신을 죽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자가 낄낄거렸다.

"웃기지 않소? 어쩜 그렇게 제 본성을 버리질 못하는지. 아니, 배움 받은 바라고 할까? 전통적인 형벌의 규율을 그대로 따른 처벌법이라니. 추방당해도 제 조국이라는 것일까?"

사서는 두려움과 의아함이 섞인 눈길로 그 존재를 응시했다. 말은 분명히 영어였지만, 그는 그게 무슨 뜻인지 전혀 해석하질 못하고 있었다. 단지 알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그 말에 깔려 있는 감정뿐이었다.

증오, 아주 깊은 증오.

"그자들의 이름이 그 안에 적혀 있소? 아니면 그들의 모국에서의 일이라든지."

"어…" 사서는 잠깐 입을 다물었다. "글쎄요, 이름은 아까 말해준 그게 다에요. 모국에서는… 그저 한반도가 마음에 들었기에 오게 되었다는 구절밖에 없고요. 그건 왜…"

"애통하군." 방문자가 나직하게 읊조렸다. "포우루샤스파, 그대 기억해 주는 이도 없었군. 그래… 그래야 걸맞은 죽음이지."

"그게 누구—"

"그대라도 들어보겠소? 그들이 누구고 어디서 왔는지?"

"글쎄요." 사서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책에서는 그들이 강남대한국 출신이라고 하지 않았나요?"

"설화는 많은 게 왜곡되었거든." 그 존재가 음울하게 대꾸했다. "그 오랜 시간 동안 전달되면서… 어떻게 변형되지 않길 빌겠소."

"그건… 그렇죠."

"야카르엔, 포우루샤스파, 그리고 아슐링. 각각 각시, 문반, 호반손님에 대응하는 이들이오."

그가 사서에게 한 발짝 다가갔다.

"야카르엔은 가모장의 딸로, 그 자신도 한 도시를 다스리던 가모장이었지. 포우루샤스파는 그의 조언자이자 가모장과 가장 가까운 피를 나눈 이였고. 아슐링은 전설적인 가모장의 미망인으로, 학식과 무예가 출중한 남전사였소." 그의 말은 점점 낮아지고 숨길 수 없는 분노로 끓어올랐다. "그리고 이들은 사교를 믿은 죄로 다에바에서 추방되었지."

다에바. 순간적으로 사서는 멍해졌다. 다에바. 도서관의 사서로써 그에게 허락된 보안 등급 내에서 간략한 정보를 얻을 수 있던 그 SCP. 지금 그 앞에 서 있는 그 존재가 한국 설화에 등장하는 역병신들이— 추방된 다에바인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정말이에요? 아니, 저, 정말이라고 해도, 당신은 어떻게 안 거죠? 그리고 이걸 내게 왜 말해주는 거예요?"

"아, 지성 있는 존재는 언제나 자신의 이야기를 해야만 하는 저주에 걸려 있지. 그러니 마지막이라도 귀한 내력을 뇌리에 품을 수 있었다고 생각하게나."

그 존재가 빨간 머플러를 벗었다. 그러고는 그에게로 시선을 내리찍었다. 사서는 그 순간 이해했다. 무얼 이해했는지조차 이해하지 못했으면서도 이해했다. 그리고 동시에 척추를 통해 연결되는 온몸에 공포가 깃들었음을 느꼈다. 그것은 은총과도 같았다. 감히 인간의 힘으로 저항할 수 없는 향유 부음 받음. 존재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리고 어차피 이제 누구에게 말할 수도 없을 테니까."


"그래ー서, 자네가 찾았다는 그 정보가 뭐야?"

폴슨은 참치 샌드위치를 우적거리고 있는 윌리엄스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는 수건을 어깨에 두르고, 자신의 책상으로 넘어가 샌드위치의 마지막 한 조각을 잽싸게 해치우는 중이었다. 어느덧 시간은 그의 설명이 예고된 지 벌써 1시간이 넘어가고 있었다. 하여간, 순 자기 마음대로인 건 알아줘야한다니까. 폴슨은 쓴웃음을 짓고는 새 커피를 새 종이컵에 부었다.

"뭐, 저도 처음엔 그냥 그저 그런 건 줄 알았죠." 윌리엄스가 입맛을 쩍 다시곤 입을 열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특이한 행적을 가지고 있더군요, 이 사람이."

"사람이야?" 폴슨이 다시 눈썹을 치켜올렸다.

"네." 샌드위치 포식자가 만족스러운 숨소리를 내며 목을 스트레칭했다. "1919년까지 이자메아에서 근무했던 사람이에요. 통칭 니카호 소좌."

니-카-호. 세 음절. 그 세 음절이 화근이었다. 폴슨은 자신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걸 저절로 느꼈다. 단어는 너무나 갑작스럽게 다가와 부딪혔다. 인생의 모든 사건이 으레 그러하듯이.

"이 남자가 정확히 언제부터 이자메아에서 근무했는지에 대한 정보는 없어요. 하지만 대략 1909년부터 그에 대한 이야기가 정확히 적혀있더군요."

"전체 이름이 뭔데?"

"음…" 윌리엄스의 초점이 흐려졌다. "한… 한 뭐였는데."

"한노?"

"아, 맞아요! 한노, 한노 니카호. 일본식으로 부르면 니카호 한노."

기억해 낸 기쁨에 휩싸여, 윌리엄스는 폴슨의 얼굴이 창백해졌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

"어떻게 알았어요, 에이브?"

"…나도 그 이름을 본 것 같아서."

"말했다시피 꽤 특이한 사람이에요. 1909년 2월에 소위로 임관했더라고요."

"만약 그해에 처음으로 이자메아에 들어온 거라면, 상당히 이례적인 인사가 이어졌군." 폴슨이 조용히 대꾸했다. "10년 만에 3계급 승진했다는 건데. 왜, 어디 귀족 자제라도 됐나보지?"

"글쎄요, 적어도 비변칙적인 집안은 아니었단 건 말해두죠. 아마 수집원 출신, 그것도 수집원 내에서 발언권이 있었던 집안 출신 같은데요. 당시 수집원에서 이자메아로 옮겨간 젊은이들 가운데에서 명망 높은 가문의 일원은 상당히 대우받았던 걸로 보이거든요. 일종의 낙하산이었죠. 이러한 가문의 힘을 끌어들여 이자메아의 세력을 공교히 할 목적으로."

폴슨은 굳은 얼굴로 커피를 홀짝였다.

"어느 정도는 잘 된 것 같아요. 니카호 소위는 몇 달 간격으로, 초고속으로 승진했어요. 그러고는 얼마 안 있어ー"

윌리엄스는 벌떡 일어나 연구실의 한가운데 놓인 책상으로 달려가 그 속에 파묻혔다. 그리곤 얼마 안 있어 서류 파일 하나를 찾아냈다.

"음, 백택 계획 3호로… 당시 막 식민지가 된 조선에 파견됐어요. 이자메아에 들어온 지 1년이 조금 넘어서. 당시 직급은 대위였더군요."

그는 뒷목을 마사지하며 말을 이었다.

"이 자료엔 일본 내에서 시행된 백택 계획의 완수를 도운 공로로 대위로 특진했다고 쓰여 있어요."

"그가 그곳에서 무슨 짓을 했나?"

"조선으로 파견 나간 모든 이자메아 인원들이 으레 하는 짓이요. 그곳의 변칙 존재들을 들쑤시는 거."

윌리엄스가 서류철을 내던지고는 다른 서류 뭉치를 건져서 자신의 책상으로 향했다.

"백택 계획 3호가 1907년에 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1910년대까지 줄기차게 이어진 이유는, 이자메아의 세력이 그때까진 매우 강력한 수준은 아니었기도 했지만, 변칙 비변칙을 막론하고 조선 사람들이 외부 세력에 딱히 협조적인 건 아니었기 때문이었죠. 때문에 1909년 9월부터 두 달간 일본군이 한반도 남부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기도 했지만, 여하튼…"

폴슨은 수심에 잠겨 공허를 노려보았다.

"변칙 존재들도 마찬가지였죠. 이들은 자신들에게 관심을 보이는 이자메아를 적대하거나 피하고 은신했어요. 그런 존재들을 찾아내는데 공을 세운 사람들 중 하나가 이 니카호 대위에요. 1912년에는 아예 소좌로 진급했고."

"…그렇군."

폴슨은 자신의 책상 끄트머리에 걸터앉았다.

"좌관으로 진급할 정도면 꽤나 많았나 본데."

"그런 것도 있지만, 중요한 건 이거였어요."

그는 윌리엄스가 내미는 자료를 받아들었다. 낡고 빛바랜 종이에서는 미묘한 핏빛 향기가 흘렀다. 백택 계획 3호 추가기록. 히라누마 소좌의 계획제안서였다.

"…세을가Seŭlga."

폴슨의 숨소리가 떨렸다.

"…이들이 세을가를 팔아먹었다고 말하지 말아주게."

"세을가가 뭔지 아세요?" 윌리엄스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 "그게 뭔지 인류학부에 문의하려고 했는데."

폴슨은 목에 힘을 준 채로 힘겹게 입을 열었다.

"…한반도의 사르킥교 집단. 그렇게만 알려져 있지. 현존하는지도 알 수 없고."

"하." 윌리엄스가 흥미롭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그게 뭐든 간에, 그걸 팔아먹은 건 맞아요. 이때 다시 등장하는 게 니카호 소좌. 세을가인들의 마을인 소을촌Soŭl Hamlet의 위치를 찾아내서 그곳으로 병력을 이끈 게 바로 그거든요."

폴슨은 이를 악물었다.

"그래서 전 사실, 니카호 소좌가 사실은 조선인이거나 조선에 밀접한 연관성을 지닌 자라고 생각했어요. 에이브, 어떻게 생각해요?"

"…조선인이라면," 폴슨은 잠시 후 힘겹게 입을 열었다. "조선인이라면 그렇게 단시간에 특진할 리가 없지 않나. 자네가 말한 가문의 명성을 힘입었다는 이야기와도 상충되고. 게다가 조선의 국가적 초상기관이었던 이금위와 보전원 출신 작자들은 이자메아에서는 단순한 조사보조원 수준으로만 기용되었는데 말이지."

"하지만 소을촌의 위치는 조선인들도 파악하지를 못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포기하려고까지 생각했는데, 니카호 소좌가 성공한 거죠. 이건 사전에 무언가를 알고 있다고 설명할 수밖에ー"

"알겠네. 그게 다야?"

폴슨이 매몰차게 말을 끊어버리자, 윌리엄스는 잠시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유쾌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그 일을 제외하고는 상당히 순탄했던 것 같기는 합니다. 1915년부터는 일본과 조선, 대만을 오가며 야쿠뵤 계획을 세웠고요. 일본 본토와 식민지에서의 전염병에 변칙적인 수단을 사용하여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 계획이었죠."

폴슨이 턱을 문지르며 대꾸했다. "성공했나?"

"몰라요."

"모른단 이야기는 무슨 소리인가."

"그게 완수가 되기도 전에 모든 게 어그러졌거든요."

"어그러지다니?"

"니카호 소좌가 이자메아를 나갔다구요." 윌리엄스가 입꼬리를 올렸다.

폴슨이 그를 바라보았다.

"언제?"

"1919년." 윌리엄스가 피식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조선에서 식민 지배에 항거한 만세 운동이 일어난 해에요. 물론 그 사건이랑 얼마나 관계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그 해에 니카호 소좌가 이자메아에 심하게 실망했다는 겁니다."

"실망을 했다라."

"어쩌면 적의를 품었을 수도 있고."

폴슨이 얼굴을 찡그렸다.

"왜?"

"지금까지 우린 이자메아 조선부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해 아는 거라곤 SCP-2953 등 수 개의 SCP와 그에 관련된 정보가 대다수였어요. 본토와 비교해 봤을 때, 어딘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일본 본토에서 일어난 것만큼이나 조선에서도 비슷한 계획, 비슷한 사건, 비슷한 연구 등이 우리 쪽에 넘어왔었어야 했다고요."

"그런 정보를 가지고 있었던 자들이 재단에 전향하지 않았나 보지."

폴슨은 애써 태연한 척 대꾸했다.

"글쎄, 이걸 보세요."

윌리엄스가 건넨 또 다른 자료에는 큼지막한 일본어로 극비, 라고 적혀 있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첫 장을 넘겼다. 초췌하지만 눈빛만은 강렬하게 타오르고 있는 한 남자가 렌즈를 노려보고 있는 장면을 담은 사진이 첨부되어 있었다. 그 아래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니카호 한노.
1935년 조선부 경성기지 테러 사건의 주모자.
현 율도기지 수감 중.

"경성기지라면…"

"현재의 서울이죠, 대한민국의 수도. 조선에서 벌어진 다양한 사안은 그곳에서 최종적으로 취합되었습니다. 조선총독부와도 가까우니, 상대적으로 업무에 용이했고요. 그런데 여기를 테러해 버린 겁니다. 이자메아 측 자료에서는 인명 피해가 극히 적었다지만, 의도적인 수정이 가해진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 중이던 프로젝트 등에 타격이 가해진 것은 당연하고요."

"…그래서 우리가 수집할 수 있는 자료가 적은 거고, 그 일로 인해 이 자가 율도기지에 수감되었다?"

"율도가 어딘지는 아시죠?"

윌리엄스가 눈을 찡긋했다. 율도의 위치가 기밀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그곳의 정보는 의도적이든 비의도적이든 특정한 인원들을 제외하고는 은폐되고 있었다.

"제주도 남쪽에 있는 암초, 이어도에 연결된 여분차원. 현재 재단 한국사령부에서 제19K격리구역으로 지정한 곳. 쪽지 시험이라도 보나?"

"아까부터 좀, 힘들어 보이셔서." 윌리엄스가 익살맞은 투로 대꾸했다. "1907년 이자메아군이 점령해서 변칙적 인간형 존재들을 실험, 그러니까 전문 용어로 고문하고 구타하고 인체로 장난질을 치는 행위를 하는 기지로 바꿔놨더래요. 그런 곳에 가게 된 거죠. 약 15년 만에 입장이 바뀌게 된 겁니다."

"왜 형무소에 안 보내고?" 폴슨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형무소에서도 고문은 했잖아. 그자한테 무슨 볼일이 있다고 그곳에 보내?"

"저도 모르죠. 아마 더 큰 고통을 주고 싶었을지도 모르고요, 어쩌면."

폴슨은 눈을 감았다.

"율도기지로 이송된 직후부터 그에 대한 기록은 없어요. 글쎄, 아마 죽었겠죠. 나왔다는 기록도 없고, 설사 끝까지 살아남았다고한들 이자메아가 철수할 때 처리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없으니."

"…확실해?"

"네?" 윌리엄스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폴슨이 의자를 박차고 일어섰다. 그리고는 윌리엄스에게로 걸어갔다. 그가 주춤거리며 일어섰다.

"율도기지의 수감자 명단은 없나? 실험 보고서는? 사망자 처리 보고서도? 그래, 고맙네."

폴슨이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윌리엄스에게서 명단을 낚아채며 대꾸했다.

그는 이윽고 자신의 책상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윌리엄스는 여전히 영문 모르는 표정을 지으며 그의 뒤를 따랐다. 폴슨은 책상 위의 물건들을 대충 치워버리고는 명단이 적힌 서류철을 그 위에 올려놓았다.

"에이브, 제가 정말 강조하지만ー"

"카일, 지금 필요한 자료가 얼마나 되지?"

윌리엄스가 인상을 찌푸렸다.

"글쎄요, 많죠. 수집원 측 자료나, 율도 제19K격리구역 쪽에 남아있는 이자메아 시설 관련 보고서도 열람해야 할 것 같고… 아, 그 세을가에 대한 정보도 있으면 좋겠고요."

"당장 보내달라고 하게. 내가 책임지고 통과시킬 테니까."

윌리엄스가 멈칫했다. "잠깐, 정말요?"

"그래."

"제가 물 한 컵 요청해도 세 시간은 검토하실 분이 웬일로."

"싫으면 그만두고."

"그럴 리가요."

"당장 다녀와. 할 일이 많을 테니까."

"그럼요." 윌리엄스가 잽싸게 대답했다. "그럼 전 이만 가봐야겠네요. 무르시기 없깁니다!"

폴슨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윌리엄스가 후다닥 달려 나가는 소리가 복도를 메우며 사라졌다.

"…그래… 그러지."

그는 한숨을 내쉬며 수용자 명단을 펼쳤다. 몇 번의 펄럭이는 소리 이후, 그의 손길이 한 곳에 멈추었다. 칠흑 같은 침묵이 연구실 내에 짙게 내려앉았다.

"…이 녀석아…이 가엾은……"

폴슨의 시선은 세 글자에 붙박여 있었다.

金哲賢

김, 철, 현.

폴슨은 이를 악물고 밀려오는 울음을 애써 참아냈다. 오랜 세월이 단도처럼 그의 가슴 깊이 박히고 있었다.


에이브 폴슨은 연구실을 나섰다. 날은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다. 전날과 달리 오늘은 그가 마지막 퇴근자였다. 그는 습관처럼 연구실 내를 정돈하고는 불을 끄고 밖으로 걸어 나와 문을 잠궜다.

그리고 뒤를 돌았을 때, 폴슨은 그를 바라보고 있는 한 인영을 볼 수 있었다.

"안녕하신가, 에이브러햄 폴슨."

그 존재는 어둠 속에 묻혀 있었다. 거대한 신장에 어딘가 기이한 분위기는 보는 이로 하여금 근원 모를 공포를 느끼게 했다. 폴슨은 익숙한 기시감을 느끼면서 열쇠를 주머니 속에 집어넣었다.

"누구시오?" 폴슨이 미간에 주름을 잡으며 물었다. "인류학부에서 왔소? 오늘 근무는 끝났소만 급한 사안이라면 내가ー"

"이거 실망인데, 에이브러햄 폴슨."

존재가 낮게 웃으며 몸을 쭉 폈다. 웃음소리는 귀에 거슬렸고 지옥 속에서 들려오는 것처럼 어둡고 음울한 기운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아니면 내가 이렇게 불려 드려야 마땅할까, 아슐링Ashuling?"

폴슨의 눈동자가 커졌다. 목이 조여들면서 손끝이 차가워졌다. 갑자기 현실은 너무나 비대해지고 무거워졌다. 저자가 이름을 안다. 저자가 본명을 알고 있다.

저자가 내가 누구인지 알고 있다.

한 번의 유려한 움직임으로, 폴슨은 찾아온 이의 손아귀에 목을 붙들린 채로 문에 등을 부딪쳤다. 등에서 울려오는 고통의 파장도 잠시, 또 한 번의 충격이 일었다.

"…너." 폴슨이 힘겹게 말했다. "네가 어떻게."

"살아남은 다에바가 너 혼자만은 아니거든. 그나저나 그동안 아주 즐겁게 살아오셨더군." 이방인이 중얼거렸다. "기껏해야 추방당해 천더기처럼 살다 죽었을 줄 알았는데, 남하해서는 그곳에서 마음껏 살육하고 군림하다니."

"사실이… 아니야." 폴슨이 목 졸리는 소리를 내며, 간신히 대꾸했다. "우린…"

"사실이 아니야?" 존재가 즐겁다는 듯 되풀이했다. "아, 설화가 아무리 왜곡되었던들 그 중요한 것까지 왜곡했을까? 너흰 역병신이었어. 낼캐, 그 사교의 비술로 역병이나 조종하고 논 게지. 불쌍한 인간들에게는 공포로 하여금 숭배받았고. 아, 그게 너희가 말하는 '신격화'인가?"

"아니—"

"쉿, 군말은 말아. 네놈들이 천 년 전에 했던 이상 나부랭이를 다시 듣고 싶지는 않아. 특히나 네놈 입에서는 더더욱."

방문객은 손아귀에서 힘을 풀었다. 폴슨은 바닥으로 쓰러지며 낮게 신음을 내뱉었다.

"…SCP-140-A."

"아, 네놈까지 그 명칭으로 부르나?" 그자가 안쓰럽다는 듯 대꾸했다. "네놈에게 전문적인 걸 기대하진 않았지만, 꽤 나쁘지는 않군."

"여긴 어떻게 들어온 거지?"

"간단해. 두 명만 죽이면 됐거든. 사서, 그리고 처음으로 도서관에 찾아온 멍청이." 존재는 미소를 지었고, 에이브 폴슨은 다시 등줄기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개인적으로 인명을 빼앗는 일은 이제 좀 고리타분하고 번거로운 일이지만… 글쎄, 이번 일은 내가 직접 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아서."

"날 왜 찾아왔지?"

"아, 걱정 말게. 네놈을 죽이러 온 건 아니니까. 적어도 오늘은."

폴슨의 사나운 시선이 존재에게 가 닿자, 그는 즐거운 듯 씨익 웃었다. 기괴함으로 얼룩진 유쾌함이었다.

"아, 이게 다 무슨 꼴인가? 늙고 약해졌지 않나. 게다가 인간들 사이에 섞여 살려고 별도의 조치까지 취해야 하지. 보아하니 반역자놈들이 쓰는 혈술 나부랭이는 아닌 것 같은데. 내가 한 번 맞춰 보지. 하나라 것들이 쓰는 위장 기기인가?"

"헛소리할 거면 그냥 죽여주게."

"재촉하지 마. 언젠가는 그리될 테니까." SCP-140-A가 나직하게 대꾸했다. "하지만 네가 아직은 쓸모가 있지."

폴슨의 눈앞에 사진 몇 장이 흩뿌려졌다. 그는 바닥으로 시선을 떨구었다. 가장 먼저 시야에 들어온 것은 조선의 의복을 한 어떤 남자를 찍은 사진이었다. 삿갓을 쓰고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는 남자. 바로 그 자신이었다. 아슐링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려 이방인을 쏘아보았다.

"오랫동안 너희들을 찾아다녔다."

아슐링은 떨리는 숨을 가다듬고 사진들을 긁어모았다. 익숙한 얼굴들이 자꾸만 보여졌다. 지나쳐 간 사람들, 곧 지나칠 사람들, 오랜 시간 함께 했던 사람들까지도.

"참으로 긴 스토킹이었군."

"아, 당연하지." SCP-140-A가 비릿하게 웃었다. "그리고 그만한 가치도 있었고."

"왜지?"

"뭐가 왜지?"

"왜 지금까지 이 모든 짓을 벌였고, 왜 지금까지 내 앞에 한 번도 나타나지 않다가, 지금에서야 나타난 거냐."

"아, 당연한 거 아닌가. 드디어 이 더러운 것들을 모두 잡아 없앨 기회가 왔는데."

아슐링의 얼굴이 굳었다.

"내가 왜 네놈들을 추격했느냐 물었나…"

SCP-140-A가 목소리를 낮추었다.

"다에바를 배반했으면서도 수치심도 없이 여태 살아남은 네놈들을… 다에바가 가장 힘겨웠던 시간에… 고결한 피를 타고났으면서도 너흰 사교에나 심취하여 다에바를 소요케 했어. 그것도 이미 수천 년 전에 몰락해 버린 쓰레기 같은 종교에!"

이방인의 목소리가 분노로 끓어올랐다. 그의 턱은 심연처럼 깊은 증오로 단단히 긴장되어 있었다.

"내가 그 재판, 너흴 추방한 그 재판을 주관했더라면, 추방으로만은 끝나지 않았을 게다. 너흴 그저 추방시키고 부활하지 못하도록 모든 기록에서 지워버리는 것만으로는 끝나지 않았을 게다. 그건 너무 관대한 처분이지. 그건 너무나도, 너무나도 자비롭고 관대한 처분이라고!"

그의 목소리는 점점 분노로 떨려갔다.

"차라리 네놈들을! 네놈들이 그렇게도 존경하는! 천더기 나독스와 같이, 완전히 거세시켜서 영겁에 가까운 시간 동안 고통받게 해야 마땅했지. 차라리 필멸을 원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네놈들에게 마땅한 처사였지!"

SCP-140-A가 주머니에서 사진 하나를 다시 꺼내 던졌다. 프랑스 니스의 한 거리에서 찍힌 사진이었다. 사진은 심각하게 구겨져 마치 지난 세기에 찍은 것처럼 보였다. 이상할 정도로 창백한 얼굴을 하고 60년대 히피 복장을 입은 남자와, 비슷한 얼굴을 하고 양복을 입은 여자가 그 피사체였다. 둘에게서는 아주 익숙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다에바인의 분위기. 폴슨의 얼굴이 고통으로 떨려왔다.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얼굴들이었다. 결코 잊을 수 없는 인상. 그의 친구요, 동지요, 동반자요, 그리고 가족. 그의 진실된 가족.

"글쎄, 솔직히 인정하지. 못 찾았어. 그 모든 시간 동안, 넌 어디 있었는지 알 수가 없었어… 그 점은 인정하지. 하지만 다른 두 놈들은 너보다 멍청했다… 때문에 포우루샤스파는 내 손에 죽었고, 야카르엔 역시 그랬지. 아니, 그랬다고 생각했지… 그때 분명 처단했다고 생각했는데… 근래 들어온 정보에 의하면 그게 아닌 것 같단 말이지."

SCP-140-A가 생각에 잠겨 중얼거렸다.

"…포우루샤스파가…? 그럴 리가…… 이런 개 같은 자식!" 아슐링이 떨리는 목소리로 내뱉었다.

"다에바의 멸망 이후, 네놈들이 살아서 돌아다니고 있다는 걸 안 후로 내 목표 중 하나는 네놈들의 목을 따서 내 방에 전시하는 거였어. 이제 그걸 완수하려고, 네 앞에, 나타났다. 이해되는가?"

잠깐의 간극 이후, SCP-140-A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허나 아직은 아니야…아직은… 네가 해줄 게 있다."

"…내게 뭘 원하는 거야."

"간단해. 야카르엔, 그년의 위치."

폴슨이 실소를 흘렸다.

"난 다른 이들 소식 들은 게 19세기 이전까지야. 난 몰라."

"자넨 재단의 연구원 아닌가? 특히나 역사에 관련된. 자네가 손만 쓰면 그의 행적을 뒤쫓는 건 아주 쉬울 텐데."

"그렇다고 내가 네놈에게 그를 팔아먹으리라고 생각하진 마." 폴슨이 떨리는 숨을 내쉬었다. "차라리 날 죽여. 내 목을 가져가."

"아, 그것보다 더한 걸 줄 수도 있지." 방문객이 덤덤히 대꾸했다. "이를테면 네 정체를 입증할 만한 자료와 즉각 격리를 요청하는 문건이라든지."

"그러시지. 그러도록 해. 재단에게 날 잡아 가두라고 해. 산채로 해부하라고 던지라고."

"김철현은 살아있어."

죽음 같은 정적이 흘렀다.

"…뭐라고?"

"그곳에서 죽지 않았어. 그놈은 살아있어. 야카르엔과 함께."

폴슨의 얼굴은 여전히 굳어있었지만 그의 입술은 조금씩 떨리기 시작했다. SCP-140-A가 피식 웃음을 내뱉었다.

"아, 정말 이럴 건가? 눈물이라도 날 지경이군. 야만인 남자아이 하나 때문에 마음이 흔들리나, 아슐링?"

"…그 입 닥쳐."

"이거 봐, 아슐링. 난 그들을 다 죽일 필요는 없어. 내 목표는 야카르엔이야. 내가 너나, 그 꼬마한테 관심이나 있는 줄 알아? 그래, 넌 조금 혐오스럽지만, 미안하지만 그 종목에서 야카르엔을 이길 수는 없을 거야. 뭐라더라, 김철현? 그 한반도 꼬맹이를 내가 뭐 하러 건드리겠어? 난 오로지 가모장이라는 이름마저 아까운 그 더러운 배신자만 죽이면 된다고."

파장은 온 얼굴로 전이되었다.

"잘 생각해 봐, 아슐링. 난 알 것도 같은데. 포우루샤스파나 야카르엔은 아이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 그 아인 네 고집으로 데리고 있던 거잖아, 맞지? 그렇게 천 년 넘게 기르고 가르치고…" 방문자가 킥킥댔다. "19세기면 벌써 200년가량 떨어져 있던 건가?"

폴슨은 이를 악물었다.

"게다가 넌, 이미 그 꼬마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잖아."

"…아냐."

"아니, 아니지. 이제 부인해봤자 늦었어. 넌 네 입으로 시인했다." SCP-140-A가 빙그레 미소 지었다. "넌 니카호 한노가 김철현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잖아. 그 자료를 누가 넘겨준 것 같나?"

"…너 이 개새—"

"다시 보고 싶지 않나, 그 아이를?"

"…"

"심사숙고해서 결정해, 아슐링. 만약 결정했다면—" 그가 전화 받는 손동작을 했다. "내게 연락하고. 이미 자네 컴퓨터에 내 연락처가 있을 테니까."

SCP-140-A는 천천히 몸을 돌려 반대편으로 거닐어 가기 시작했다.

"잘 있게, 호반손님."

그의 뒷모습이 영영 사라질 때까지, 에이브 폴슨은 그 자리에 붙박여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 SCP 재단의 모든 컨텐츠는 15세 미만의 어린이 혹은 청소년이 시청하기에 부적절합니다.
따로 명시하지 않는 한 이 사이트의 모든 콘텐츠는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동일조건변경허락 3.0 라이선스를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