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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담 기록 E-46693-12에서 발췌함
2014년 10월 4일. 오후 12:57

면담자: 지오프 C. 타가트, [데이터 말소]
면담 대상: 첼시 엘리엇 박사, 연구원 (식물 전공)


타가트: 좋은 오후입니다, 엘리엇 박사. 문을 닫아주시죠.

(정적.)

엘리엇: 엄. 죄송하지만, 저희 만난 적이 있나요?

타가트: 문을 닫아주세요. (사이. 엘리엇이 문을 닫는다.) 감사합니다. 자리에 앉아주시죠. 전 지오프 타가트이고, 재분류 부서에서 왔습니다.

엘리엇: 재분류요? 죄송하지만, 뭐라는지 —

타가트: 박사님, 저희가 누군지는 이미 얘기를 했습니다.

엘리엇: 어, 네, 하지만 여기에 변칙적인 사람은 아무도 없는걸요. 에린, 톰, 그리고 저도 한 달 전에 격리를 마쳤고요.

타가트: 그리고 당신은 왜 우리가 그 평가를 성급하게 처리했다 생각했는지는 분명 아시겠고요.

(정적.)

당신은 먹지를 않더군요, 박사님. 통상적인 격리 이후 감시 절차에서 그렇게 나왔습니다. 당신이 구매한 태양광 램프도 그렇고요 — 계절성 우울증은 그렇게 빨리 오지는 않죠. 그래도 중독 사고와 얼마나 관련이 있을지는 확신치 못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이에 대해 확실히 말해줬으면 좋겠군요.

엘리엇: 무슨 이유로 당신이 —

타가트: 저는 보고하지 않은 사실에 대한 징계 조치를 면책할 권한이 있습니다. 이제 실토하시라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정적.)

엘리엇: 좋아요. (어쩔 수 없다는 웃음소리.) 지금 단계에서 딱히 선택권이라고는 없어 보이네요.

타가트: 감사합니다. 저는 이 일이 작년 2월의 E-31181-A 사건으로부터 시작했다고 보고 있는데, 맞습니까?

엘리엇: 네. 전 [기동특무부대] 세타-4에 자문 인원으로 있었어요. 에린 모이나한, 톰 생-쟈크, 그리고 저 — 이렇게 총 세 명이 새로운 변칙 의심 개체를 조사하러 파견 되었어요. 모든 일이 잘 진행되었어요. 제가 돋보기를 쓰기 전까진…


“가이거, 확인… 화학적 제초제, 확인… 흄 준위, 확인.” 에린 모이나한 요원이 자신의 목록을 마무리 짓고 동료들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안정됐다 할 수 있겠네. 들어가도 좋겠어.”

첼시 엘리엇은 미소를 짓고는 부츠의 발끝으로 살짝 튕기듯 뛰었다. “좋았어! 톰, 준비됐어?”

이 작은 팀의 세 번째 동료가 끄덕이면서 화답했다. “먼저 가시지요.Après-vous.

한꺼번에 세 사람이 진입한 곳은 버려지고 소리가 울리는 창고였다. 첼시의 눈은 걸어가면서 바닥 전체를 구석구석 열심히 파악하며 훑어보았다. 비바람에 닳은 콘크리트는 이들의 전공 사항이 아니었다. 건축학도 그런 축이기도 했지만, 이들 눈에 경사진 천장의 너비를 따라 늘어선 거대한 채광창이 눈에 들어왔다. 흔치 않은 2월의 햇빛이 쏟아져 내려오면서 희미한 색채로 미묘한 빛줄기가 드리워졌고, 첼시는 그 색깔을 파악할 수 없었다. 첼시는 나중에 물어보기로 했다.

이제, 첼시는 문에서부터 점찍어둔 지점으로 곧장 나아갔다. 늘어진 식물의 머리가 힘겹게 콘크리트의 틈에서 나오고 있었다. 식물학적인 관점에서 많이 나온 것은 아니었다. 약간의 메역취 줄기와, 다 해진 왕포아풀 다발, 그리고 두 살이나 세 살 지음에 죽은 은단풍나무 묘목으로 예상되는 마른 나뭇가지. 어느 것도 두 번 넘게 살펴볼 만한 가치는 없었다. 잎사귀에 이상한 광택만이 없었다면 말이다.

첼시는 메역취 옆에 무릎을 꿇고, 고무장갑 한 짝을 꺼냈다. 이들은 겨울의 추위에도 생존한데다 건강할 뿐만 아니라, 첼시가 지금까지 이해한 메역취속Solidago의 생화학적 지식에서는 있을 리가 없는 푸른 빛을 띄었다. 첼시가 잎 하나를 조사하고자 손을 뻗자, 잎사귀는 햇빛을 향해 기울어지며 번지르르하게 시 폼 그린seafoam-green 색으로 반짝였다.

첼시는 미소지으면서 더 깊숙이 몸을 숙였다. “오, 이거 이상한데.” 첼시는 돋보기를 꺼내, 메역취의 잎을 뜯어 자세히 보기 위해 들었고 —

렌즈 너머에는, 치명적인 불빛에서 나온 열기 밖에 없었다.


엘리엇: 제가 의무실에 갈 때까지 의식은 있다고 들었는데, 제가 기억하는 건 많이 없어요.


“이런 제기랄! 이게 뭐야 — 지원을 불러! 무전기의 잡음. ”누-30을 여기로 파견해 당장! 새로운 변칙개체가 나왔고, 엘리엇이 당했 —“

첼시에게 불이 붙었고, 낯선 태양이 그녀의 얼굴을 그슬리면서, 눈에 있는 모든 것을 없애버리고 형언할 수 없는 색채만 가득했다 —

“— 내가 잡았어, 일단 이동해야 —”

— 세상이 암석연마기처럼, 핑핑 돌다가 첼시를 돌로 가득한 하늘로 내던졌고 — 얼은 올리브 지방산 맛이 났다 — 배 안에 걸린 갈고리가, 안과 밖을 뒤집어 놓고 —

“— 저거 움직이는데! 젠슨, 어서 — 젠슨! 시발! 누군가가 빨리 —”

— 가슴에 잇는 돌멩이, 계속되는 붕괴, 폭발에 이은 폭발, 왜 이들이 — 대체 무슨 일을 일으킨 거지? —

“— 여기서 나가야 해! — 다시 공격한다 — 저 놈들 자라나는 것 같은데 —”

— 그냥 멈추게 해봐 —

“— 그냥 가!”


타가트: 그래서 완전히 깨어난 때는 언제였죠?

엘리엇: 재단은 의무실에서 저를 2주간 인위적인 혼수상태로 만들었어요. 신부전을 처리하고 있었죠. 진정제를 그만 투입받기 전까지는 일어나지 못했어요.

타가트: 당신 상태를 알게 된 때는 그 때부터였나요?

엘리엇: 넵. E-31181이라는 번호가 정말 저에게 피해를 주었죠.


첼시가 마침내 깨어나자, 사람들은 첼시보고 이내 괜찮아질 거라 거듭 말했다. 변칙적인 태양 같은 개체에 피해를 입기는 했지만, 첼시는 회복해내었다. 첼시가 잠들어있는 동안에 태양으로 인한 화상은 치유되었다. 시력도 대부분 돌아왔고, 색깔이 아직도 어지럽게 낯설기는 했지만, 이마저도 돌아올 터였다. 그 발작은 첼시에게 심각한 상해를 입히지 못했고, 신장 또한 온전히 기능하도록 잘 돌아왔다. 이제, 피부색 정도만이 희미해지는 데에 시간이 좀 걸릴 뿐이었다…

첼시는 병원 침대에 누워서 손을 바라보았다. 너무나도 매끈한 피부는 벚꽃나무 껍질 색에, 진한 청록색의 도롱뇽과 같은 물방울무늬로 얼룩덜룩한데다가 자그마한 낱알들이 잔뜩 덮여 있어 마치 고사리의 돌돌말린 끝부분 쪽 껍질과도 같았다. 그리곤 목구멍에서 기어나오려고 하는 웃음을 꾹 눌렀다.

아직 일어나지도 못했는데도, 첼시는 자신의 돋보기를 돌려달라고 요청했다.


타가트: 그럼 처음으로 느낀 감정은 호기심이었겠군요.

에리엇: 제가 처음으로 느낀 감정은 “지금 웃으면, 절대로 못 멈춘다.”였어요.

타가트: 오호?

엘리엇: 궁금하거나 완전히 무너지거나 둘 중 하나였죠.

타가트: 알겠습니다. 당신의 실제적인 격리 기간 동안의 기록은 물론 가지고 있습니다만… 격리가 끝난 후에, 변칙성을 발견할 때까진 얼마나 걸렸습니까?

엘리엇: 며칠 안 걸렸어요.


8주다.

8주간의 격리동안, 호기심, 거대한 E북 도서관, 그리고 여러 장의 노트로만 버텼다. 8주간 자신의 변화한 생명작용을 탐구하려고 했고, 계속해서 격리 자체의 한계에 부딪쳐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다. 8주간 좌절감을 쌓았고 다른 박사들과 노트를 비교할 수도 없었다. 8주간 왜 이 제한 조치가 필요한지 스스로에게 계속해서 설명했다. 8주간 지켜보고 기다리고, 톰과 에린은 진작 괜찮아졌는데도, 자신은 다시 회복하지 못할까 반쯤 두려워했다. 8주간의 음식은 끔찍했지만, 적어도 실제로 배가 고픈 일은 없었다, 잎과 같은 그녀의 부속물이 필요한 칼로리 대부분을 제공해주고 있었기에. 마침내 첼시의 피부가 다시 분홍색으로 바뀌면서 작은 잎사귀들을 떨어져 나갈 때는, 6주하고도 절반이 지났을 때였고, 첼시는 안도감에 기절할 뻔했다.

첼시가 격리에 들어갔을 때는 한겨울이었는데, 나오고 나서는 초봄이었다. 살벌한 벽 사이와 형광등 아래서 8주를 보내고 나서야 와이셔츠만 입고서 4월의 햇빛 아래에 거닐게 되자, 첼시는 누구보다도 들떴다. 집에서 해결해야 할 설명되지 않은 부분들이 너무 많았지만, 가능한 기회 중 첫 번째로 숲속을 거니는 일을 놓치지 않았다. 여전히 여기저기에 전화를 걸어야 했지만, 산책하며 말하기야 한 번에 할 수 있었다.

첼시의 핸드폰이 울렸을 때, 그녀는 헐벗은 가지를 헤치면서 산림지의 하부 식생을 지나가는 중이었다. “여보세요, 블레어? — 어, 안녕! 좋아, 난 괜찮아! 지금 집이야. —응, 다 제자리로 돌아왔지. 확인 절차만 남았으니까 며칠 더 붙잡아 놓는대. 어떻게 지냈아?”

첼시는 미나리재비가 핀 땅을 조심스레 에둘러 밟으며 지나갔다. “오, 좋네. 핍은 어때? 말썽 안 피웠어?” 블레어는 이 식물학자가 여름에 여행 갈 때에 첼시의 고양이인 핍을 자주 맡아주고는 했다. 그래도 2달간은 아니었지만.

친구의 대답에, 첼시는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다. “아, 다행이다. 다행이야. 오늘 집에 들어가면 내가 데리러 갈까? 난— 그래. 정말 고마워.”

둘은 몇 분 더 대화를 나눴고, 그동안 첼시는 급성장한 숲 속을 거닐었다. 느릅나무는 벌써 열매를 맺었으면서도, 첼시는 혈근초와 꿩의다리를 이름을 불러주며 환영했다. 그녀 안의 무언가가 조용히 제자리에 맞아 들어갔다.

“맞아, 나도 그리웠어.” 첼시가 전화기에 대고 웃었다. 블레어는 목소리에서 이를 읽어낼 것이다. “목요일에 점심 먹자고? — 좋은데 — 나중에 보자!”

둘은 전화를 끊었다. 첼시는 단풍나무 묘목에서 멈춰 서서, 세심한 손가락으로 봉오리에서 나온 부드러운 잎눈을 쓰다듬었다가, 다음 전화번호를 눌렀다.

“안녕, 조지. 잘 지냈어?” 비탈길에 자란 포도플룸.

“소피아! 안녕! 대니쉬 잘 먹었어.” 돌 사이의 잎이 예리한 노루귀.

“카일? 맞아, 돌아왔어.” 얼룩덜룩한 얼레지로 가득한 수풀.

전화를 끝마치고 나자, 첼시는 봄과 자유의 간단하고도 들뜨게 만드는 기쁨으로 가득 찼다. 집에 가서 해야 할 일은 더 많았지만, 조금은 더 머물러도 좋지 않을까?

이곳에 — 애기똥풀 한 뙈기가 태양빛을 쐬고 있었다. 첼시는 부드럽고 윤기 나는 이파리를 향해 손을 뻗었다. 30분 만이라도, 빛이라도 쪼이도록….

* * *

첼시가 일어나서 눈을 졸리웁게 깜빡였다. 얼마나 지났지? 태양은 여전히 얼굴에 따사로웠고, 첼시는 졸린 눈에 그늘이 드리우도록 손을 들었다. 다른 손으로는 옆에 놓은 가방을 찾았다.

찾고 있는 손가락 아래에, 나뭇잎이 바스락거렸다.

첼시가 일어나 앉아 주변을 둘러보다가, 한 군데를 바라보았다. 누운 자리에서 1미터 내외의 주변 땅에는 서리가 내렸다. — 머리카락만큼 얇게 반짝이는 하얀 수정이 훈훈한 날씨에도 절대 녹지 않을 듯 했다. 서리는 첼시의 맨팔에도 달라붙었다. 만지기에는 살짝만 차가운 것이, 풀과는 다른 점이 없었으며, 고운 모래처럼 손가락 사이에서 버석거렸다.

첼시는 눈을 가늘게 떴다. 모래가 아니다. 기억이 떠올랐다. 크리스마스 쿠키 만들기. 작은 반죽 덩이를 핀다. 반죽에 들어가는 건 계피와…

“설탕.” 첼시가 웅얼거렸다.

돋보기를 통해서 보니 수정 형태가 딱 맞았다. 가방 속 물병 한 방울에 거의 즉시 녹아내렸고, 손가락에 남은 잔여물은 어렴풋이 끈적거렸다. 냄새도 없다… 머뭇거리면서 첼시는 한 알갱이를 혀끝에 가져다 대었다.

“…분명히 설탕인데.”

첼시는 나뭇잎을 내려다보다, 주변을 둘러보고, 하늘을 쳐다보았다. 일 년만에 처음 보는 실제 햇살 아래, 광합성을 그만두게 된 바로 이후에, 주변이 갑자기 설탕이 돼버렸다고?

4월의 훈훈한 날씨임에도, 첼시는 몸을 떨었다.


타가트: 그거 참 눈에 잘 띄는 소재군요. 당신이 앉았던 의자에 말 그대로 설탕 코팅이 나타나는지 감시해야하나 싶은데.

엘리엇: 음, 그렇게 빨리 퇴적되지는 않아요 — 직사광선에서도 눈에 띄는 무언가가 쌓이려면 족히 20분은 걸리거든요. 물론 빛의 양에 따라 좌우되고요, 그래서 긴 팔과 터틀넥을 입는 것만으로도 방지가 가능했어요. 그래도, 그 현상을 실험실까지 가져오고 싶지는 않았죠. 냉장실의 모든 샘플이 오염되거든요, 곁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코웃음) 어쩌면 그 순간에 자수해야했을지도 몰라요, 통제하는 방법을 몰랐다면 말이죠.

타가트: 그러면 어떻게 해냈죠?

엘리엇: 오, 엄… (사이)

전… (사이) 전 그냥… (사이)

… 사실 어떻게 설명해야 될 지 모르겠어요. 이 과정. 방식. 이 것. (약간의 손짓) 전 아마 명상을 배웠어야 했을지도 몰라요, 알맞은 단어를 찾을 때 쓰게요. 아니면 을 다시 읽거나. 제가 할 수 있는 말은 이걸 담아두는 법을 배웠다는 것 뿐이에요.

타가트: 그렇군요.

엘리엇: 그러고 얼마 안 있어서, 전 더 이상 먹을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격리 기간 동안 이런 일은 경험해 봤어요. — 충분한 빛이 있는 한, 그냥 배고파하지 않는 거죠. — 그리고 그 경험은 기본적으로 같았어요. 그래도 이번에는 필요 이상의 규모는 아니었지만요. (무심코) 전 아직도 제가 어떤 엽록체 역할로 뭘 사용하는지 모르겠어요.

타가트: 그럼 당신의 금식이 의도적이었다는 거죠?

엘리엇: (손을 가로저으며) 가끔은요. 어쩔 때는 먹는 걸 까먹어버리기도 했고요. 여름이 오면 더 자주 그랬어요. 처음에 전 보충제를 먹었어요. 완전히 설탕으로 된 식단을 보충해야 했거든요.

타가트: 왜 말하시는 게 과거형이죠?

엘리엇: 어… 그냥 이젠 완전히 설탕으로 된 식단이 아니거든요.

타가트: 그렇군요. (사이) 계속하시죠.

엘리엇: (심호흡) 그렇게 드러나니까, 전 기본적으로 제 신체 내부에서 들어왔던 모든 관속식물의 대사물질을 만들 수 있었어요. 피부 접촉, 호흡, 소화, 모두 가능한데다 많이 힘들지도 않았어요. 전 균형 잡힌 채식주의 식사와 제 질량 정도의 식물이 하는 광합성 산물 섭취 중 하나를 하는 중이었어요. 둘 중 어느 것일지는 모르겠어요.

타가트: 제가 제대로 이해한 게 맞다면 —

엘리엇: 네, 그게 식물에서 나오는 거면 아마 양산해낼 수도 있을 거예요. 우선 표본을 구해야겠지만.

타가트: (사이) 거기에 부자(附子)도 포함됩니까?

엘리엇: 제가 어떻게 그걸 할 수 있다는 거를 처음 알아낸 게 그 부자 덕분이었어요.


“오, 봐봐, 부자(附子)Aconitum가 개화하고 있어.”

“미안, 뭐라고?”

“투구꽃 말이야.” 첼시는 화분에 심겨진 5피트 크기의 식물을 향해 고개짓했다. 온실의 지붕의 꼭대기를 향해 자색 투구꽃의 위풍당당한 꽃대를 뻗고 있었다. 첼시의 뒤에 선 남자는 알아챈 기색이 없었다. “바꽃이라고 하면 아려나? 사랑스러운 식물이지. 역사적으로도 화학적으로도 훌륭하고, 키우는 데도 어렵지 않고. 그래도 심각한 독초이지만.”

첼시의 방문객인 니엘스가 눈을 깜빡거렸다. “이걸 여기다가 두는 거야? 격리하는 게 아니라?”

“먹지만 않으면 위험할 일도 없고, 여기까지 오는 사람들은 그딴 짓거리를 하지 않을 분별력 정도는 있거든.” 첼시가 능글맞게 웃으며 한 손으로 별 모양의 잎 사이를 휘저었다. “음, 안 그러면 피부에 수액이 끔찍할 정도로 많이 묻어서 위험해. 언제 내 손에 큰 방울 몇 개가 떨어진 적이 있었거든 — 한 시간 동안 가슴이 두근거렸지만, 그게 다였어.”

“가슴 두근거림 증세‘만’ 있던 거야?” 니엘스가 첼시에게서 멈칫했다.

“말로 듣기보다 나쁘진 않아.”

“충분히 불쾌하게 들려.” 니엘스는 미심쩍은 눈으로 풀을 쳐다보았다. “정말 먹으면 어떻게 되는데?”

“처음엔 메스꺼움 증세가 있고, 추가로 가슴 두근거림도 일어나지.” 첼시는 쾌활하게 허리를 폈다. “배에는 타는 듯한 고통이 일어나고. 감각이 없어질 정도로 얼얼해지다가, 무기력증, 심하면 부정맥도 일어나. 마지막에는 마비되서 죽게 되겠지. 그 때까지 내버려 둔다면 말이야.”

“말로만 들어도 끔찍하네.”

“에이, 그냥 자신을 보호하려는 거뿐인걸.” 그래도 배 안이 살짝 뒤집어졌다. 기분도 이상했고. 첼시는 평소에 독성학을, 추상적인 면에서는 신경쓰지 않았다. “거기다가 알맞은 상황에 쓰이면 유용하다고. 이게 여기 있는 이유는 네이선의 팀이 해독제로 이걸 쓰기 때문이야. 우리 생각엔 이게 CCR 증후군의 반쯤 해법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첼시가 기억하기에 슈다코니틴은 유효 성분이었다. 고분자는 아니었지만, 흥미로울 정도로 다중 고리 형태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식물이 그걸 어떻게 합성하는 지를 거의 묘사해낼수도…

배가 다시 뒤틀렸고, 첼시는 마른 침을 삼켰다… 파스타 때문이 아니면 좋겠는데. “어쨌든, 너에게 보여주고 싶은 군락은 저기 있어.”

두 사람은 온실을 가로질러 나아가면서, 조심스레 표가 붙은 실험용 상자로 가득한 책상 사이를 누비었다. 출구에 거의 다다랐을 때 첼시의 배가 갑작스레 경련하였다. 첼시는 불안정하게 몸을 기울이고는 반사적으로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어우! 너 괜찮아?”

“어, 아마도 —” 다시 한 번. 첼시는 위산을 다시 삼켰지만, 불타는 듯한 배의 불만을 받기만 했다. “이거 안 되겠는데. 다음부턴 카일이 점심을 고르지 못하게 해야 할지도.” 이 느낌은 거의 마치 —

메스꺼움. 불타는 듯한 배의 고통. 첼시는 딱 멈추어 섰고, 동시에 심장 박동이 불안정해지는 게 느껴졌다.

“오 세상에.” 첼시는 왔던 길을 되돌아가면서, 한 손은 배를 감쌌다. “어떻게 이런 — 어욱!”

니엘스는 전화로 의료부를 불렀고, 첼시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쓰러졌다.


엘리엇: 알고보니, 전 스스로에게 치사량에 가까운 양을 만든 거였죠, 딱 정량에 맞췄지만. 저에겐 운이 좋게도, 다른 사람들은 제가 네이선 [피스크] 연구원의 부자Aconitum를 만졌고 어떤 이유로 저를 그렇게 중독이 되었나보구나라고 생각하더라고요.

타가트: 그 원인이 되는 유일한 식물이 딱히 철저히 감시되지 않았다면, 저희도 똑같이 생각했을 겁니다.

엘리엇: 조금은 자존심 상하네요, 정말로. 전 그걸 어떻게 하면 안전하게 다루는지 잘 알고 있거든요.

타가트: 그래도 격리되기 보단 자존심 상하는 편을 택했군요.

엘리엇: (사이) 보통 안 그런가요?

타가트: 흐음. (서류를 넘긴다)

(정적.)

전 이 정도면 충분한 것 같군요, 엘리엇 박사님. (종이를 가방에 담기 시작한다) 더 알려주시고 싶은 정보가 있으십니까? 저희가 알아내지 못한 당신의 변칙성의 또다른 차원이라던가?

엘리엇: 제가 아는 바로는 없네요. 아직까지는요. 당신께 계속 연락하도록 하죠. (사이) 그럼 전… 음, 이게 평소의 관행이 아닌 건 알지만, 마지막으로 동업자 간의 예의로 해주실 수 있을까 해서…

타가트: 네?

엘리엇: 저에 대해 제안된 격리 절차를 볼 수 있을까요?

타가트: (사이, 놀라면서) 당신은 격리되지 않을 겁니다, 박사님.

엘리엇: 무슨 말이죠?

타가트: 당신의 상태는 5/2108/E-46693으로 분류되었습니다. 엄밀히 따지면 당신은 이 내용을 알도록 인가받지는 않았지만, 이건 좀 특별한 상황이니깐요. 당신이 당신 자신이나 다른 분들에게 즉각적인 위협이 되지도 않아서, 제 일은 이제 당신의 증언 녹취록을 가지고 당신이 계속 일하게 두는 것뿐입니다. 당신이 자기자신이나 다른 사람에게 위협적인 존재는 아니죠?

엘리엇: 음, 네, 대사산물을 조절할 수만 있다면요. — 하지만 전, 전 이해가 잘 안되네요.

타가트: 당신은 가치있는 재단의 연구원입니다, 엘리엇 박사 —

엘리엇: 그건 —

타가트: — 그리고 이런 특별한 경우에는, 평의회에선 그럴 필요가 생길 때까지 당신의 지위를 해제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전 이 면담을 검토할 내용에 추가할 예정이고, 그러면 당신은 그 결과를 머지않아 공지받을 수 있을 겁니다. 그 때까지는, 부디, 계속 일해 주세요.

그래도 이 모든 현상이 기밀이라고는 기억해주세요. 다른 분들하고 이 일을 얘기하지 말고, 어쩔 수 없이 언급해야할 경우에는, 그 명칭을 사용하세요. E-46693.

엘리엇: 표준 작전보안이군요, 좋아요 — 하지만 —

타가트: 그리고 밥도 좀 많이 드시고요. 동료 몇 명이 걱정하고 있고, 이건 보안상 위협 요소거든요. (가방을 닫고 일어난다.) 평의회가 당신 건을 어떻게 할지 결정하시면 당신과 다른 면담을 잡도록 하겠습니다.

엘리엇: 네 그러셔야겠죠 —

타가트: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박사님. 남은 하루 잘 보내시죠.

기록 종료



2015년 3월 31일
오후 1시 4분

첼시 엘리엇은 읽는 것을 마치고 멍하고 공포스럽게 타가트라는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네, 기억나네요.” 첼시가 겨우겨우 입을 열었다.

“좋네요.” 그의 차분한 미소는 스쳐지나가기만 했다. 첼시는 사람이 이렇게까지 당황하게 되는지 까먹고 있었다. “더 추가하고 싶으신 건 있으십니까? 그동안에 일어난 일이라던가요?”

첼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바뀐 건 없 — 없네요. 지금까지 억누르고 있었어요, 대부분은.”

“흠, 그럼 당신이 사용하시는 향수는요?”

저 빌어먹을 후각. 첼시는 눈을 감았다. “호주 백단향Santalum spicatum과 다마스크 로즈Rosa damascena, 각각 나무와 꽃에서 나오는 휘발성 물질이에요.” 목소리가 낮게 깔리자 첼시는 희미하게나마 의아해했다. “동료들은 제 새로운 방향유 취미를 꽤 즐기더라고요. 아무도 — 그 누구도 제가 이걸 집이 아닌 데서 추출한다고는 생각도 못 할 거예요. 그와 별개로, 이런 식으로 광합성산물을 사용하는 게 식욕이 들 정도로 허기지게 하거든요.”

침묵이 길어지고, 첼시의 긴장도 그만큼 늘어졌다. 첼시는 자리에서 자세를 고쳐 앉고, 면담 기록을 과장될 정도로 조심스레 책상 가장자리에 내려놓았다. (또 다시 책상에서 잘못된 방향으로 앉았다. 이 남자는 분명 첼시를 손님용 의자에 잘못 앉히는 행위를 즐기고 있으리라.) 마침내 첼시는 입을 닫고 있을 수 없었다. “그래서, 결정 났나요?”

타가트는 의중이 애매한 콧노래를 부르면서 첼시가 가진 녹영의 연약한 줄기를 검지손가락에 감았다. “그렇다고 볼 수 있죠. 그래도 최종적으로는 당신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첼시에게 일말의 짜증이 날 정도의 회의감이 치밀어올랐지만, 코웃음은 겨우 참아내었다. “제 선택이요?” 첼시가 어떻게든 예의바른 말투를 유지하려고 했다. “정확히 제 선택지가 어떻게 되는데요?”

타가트의 입술 끝이 위로 올라갔다. “한 선택지로, 당신은 격리 절차에 들어가겠다고 선택하셔도 됩니다. 물론 그 조건은 인도적이겠지만, 당신은 SCP 개체가 되고, 그에 맞는 지정과 대우를 받게 되겠죠.”

폐에 납 벽돌이 내리누르는 듯 했다. 첼시는 이들이 부과한 격리 절차의 일부를 맛보았다. 평생토록 수감되고, 다시는 햇살을 볼 수 없었다. 첼시는 그렇게 못했다. 그렇게 할 수 없다.

“아니면요?” 첼시는 속삭이듯이 억지로 말을 꺼냈다.

바로 대답하는 대신, 타가트는 깔끔하게 제본된 문서를 밀어 책상 너머의 첼시에게 넘겼다. 첼시는 문서를 열어 읽기 시작했다.

“읽어 보시죠. 당신이 이 프로젝트로 재배치를 동의한다는 조건 하에 당신의 현 위치를 유지한다는 명령이 준비되어 있으니까요.”

이건…

이건 미친 짓이다. 이건 기발하다. 예전에 첼시는 여기의 일부가 되고자 무엇이든 하고자 했다.

선택지는 없었다.

첼시는 문서 너머로 고개를 들어 타가트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할게요.”

타가트의 미소가 더 커지고, 흔들림 없는 손을 뻗어 악수를 청했다. “그렇게 말해주시길 바랬습니다.”

기동특무부대 알파-9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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