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인본주의신사회(Les Gentilshommes Humanistes), 일명 "신사회(Gentilshommes)"는 변칙존재를 통해 "인간의 조건la condition humaine"을 진보시키기를 표방하는 초인본주의자[超-, transhumanist] 초상집단이다. 신사회는 변칙존재를 자연과정의 산물로 여기며, 변칙성에 적응하는 것은 인간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변칙개체를 창조하고 활용함으로써 인류가 변칙적으로 진화하기를 추구하며, 스스로는 그 상태를 "더 나은 인간(Homme Meilleur)"이라고 일컫는다.
신사회의 역사는 사료가 매우 명확한데, 18세기 후반 장바티스트 라뱅 드 쿠르빌Jean-Baptiste Ravin de Courville과 돌바흐 남작baron d'Holbach이 발족한 단체가 그 시초이다. 한편, 신사회는 프랑스 정계에, 특히 혁명기 ~ 제국기 동안에 모종의 영향력을 끼쳤던 흔적이 있다.
처음에 신사회는 인본주의를 탐구하는 연구 모임에 그쳤으나, 차츰 다변화와 확장을 거쳐 현재는 프랑스 초상사회에서 무시 못할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또한 신사회는 스스로를 계몽운동의 현대의 후신으로 여기며, 인간의 기본적 자유는 첫째 계몽운동을 통해 뿌리를 내렸으며 변칙적 인간의 기본적 자유를 오늘날의 "신계몽운동(néo-Lumières)"이 쟁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신사회는 주로 프랑스를 근거지로 삼아 활동하지만, 영국·독일·벨기에·오스트리아·네덜란드·이탈리아·에스파냐 등지에 영향력을 뻗치고 있으며 지엽적이나마 동유럽까지 활동하는 흔적이 남아 있다. 유럽 바깥에서 활동하는 신사회 회원은 여남은 명에 그친다. 비교적 소규모의 초상단체이므로 활동 능력에 한계는 있으나 재단의 감시망을 회피하기는 용이하다.
내부 구조:
신사회는 이하의 3가지 주요 계층으로 나뉜다.
- "네트워크Réseau"는 민간인 정보원의 네트워크로, 굉장히 광범위하고 조밀하지만 프랑스 본토에만 존재한다는 한계가 있다. 신사회는 네트워크를 통해 다른 초상단체의 움직임이나 새로운 변칙개체의 발견 등의 정보를 수집한다. 네트워크 정보원이 취급받는 방식은 제각기 다르다. 사용자가 누구인지 아예 모르는 사례도 있으며, 일정 시간이 경과하고 도제 자리를 제안받는 경우도 있다.
- "도제Apprentis"는 각 신사의 제자 격으로, 신사회의 변칙과학이나 철학이론 등을 배운다. 도제는 대개 "현장" 임무를 수행한다. 모든 도제는 신사 자리에 오르기를 목표로 삼는다.
- 정회원 격인 "신사Gentilshomme". 신사회의 지도층에 해당한다. 이들은 신사가 되기를 맹세한 다음 "세 가지 선물", 즉 새로운 이름과 사택(私宅)과 자금, 그리고 도제를 맞아들일 책무를 얻는다. 신사는 추구하는 바가 총회가 규정하는 지침에 부합하기만 한다면 신사회 내에서 행동의 자유를 폭넓게 누리며 또한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다. 그러므로 어떤 신사는 자택에서 도제와 함께 자기 관심사에만 매진할 수도 있고, 어떤 신사는 토론회나 클럽에 활발히 참가할 수도 있다. 신사의 총 인원은 네 자리 수에 미치지는 못한다고 보인다.
신사회는 조직을 그다지 구체적으로 편제하지는 않았는데, 유일한 결정기구로는 "인본주의자 총회(Assemblée Humaniste)", 일명 "총회"가 있다. 총회는 불명의 주기로 개최되어 신사회의 지침과 자금의 분배를 결정한다. 신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지침은 능력주의로 보인다.
자금:
신사회의 가장 안정적인 자금원은 회비로, 정회원인 신사들이 납부 의무를 지는 것으로 보인다. 납부한 회비는 총회가 취합한 다음 공적과 수요에 걸맞게 재분배한다. 그러나 특별히 부유한 회원은 따로 후원금을 납부하기도 한다. 실제로 부유한 가문 여러 곳이 신사회의 역사를 거쳐갔던 바 있다. 또한 신사회의 목적에 공감하는 개인 후원자들이 기부금을 납부했던 적도 있는데, 이 후원자들이 누구인지는 파악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신사회가 판매할 목적으로 제작하는 변칙개체가 있는데, 이들은 신사들 다수가 교제하는 동호회인 마셜, 카터 & 다크를 중개자로 하여 판매된다.
활동:
"1932년 6월 1일, 총회에 참석하러 가는 메를로(Merleau), 다 로초(Da Lozzo), 드 벨가르드(de Bellegarde), 드 몽티외(de Montieu), 퐁티(Ponty)"
신사회의 주요 활동은 변칙개체의 연구 (특히 특이교량[pont singulier] 이론), 그리고 인간의 조건을 진보시킬 변칙개체의 창조 등으로 이루어진다. 수많은 신사들은 변칙현상에 적용할 만한 철학을 연구하기도 한다.
신사회의 활동은 여러 가지 정책에 맞추어 이루어진다. 이 정책이 무엇인지는 아직 재단에게 전반적으로 파악되지 않은 곳이 많으나, 다음 3가지 정책을 소개할 수 있다.
- "노바 글로리아" (Nova Gloria: 새로운 영광): 신사회 활동의 기둥. 직간접적으로 인간의 조건을 진보시킬 변칙개체를 창조하고, 인간의 구조를 이해함으로써 다른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한다. 신사회에 따르면 "노바 글로리아"를 달성한 인간은 천성으로서 변칙성을 얻게 된다.
- "레노바티오 풀크리타티" (Renovatio Pulchritati: 미[美]의 혁신): "'더 나은 인간'의 예술"을 창조하기 위한 정책. 신사회는 변칙예술가와 변칙예술 작품의 제작을 후원하며 변칙예술계에서 후원자로서 이름을 드높이는 데 노력한다.
- "호미눔" (Hominum: 인간들의 것): 원래 초상세계와 무관한 의미였던 정책. 신사회가 인도적인 사명에 투자하고 매진하는 목적은 무엇보다도 독재 세력에게 압제받던 이들, 특히 오늘날 위험에 처한 변칙존재들의 이로움에 있음을 말한다. 신사회는 그러한 독재 세력을 무너뜨린다는 목적으로 여러 차례 행동에 착수했던 것으로 추정되나, 그런 행동이 있었다는 뚜렷한 증거는 아직 나타난 적 없다.
다만 신사회는 이런 정책을 의무적 신조라기보다는 "가이드라인"에 더 가깝게 여기고 있다.
신사회가 인본주의·초인본주의 사상을 설파하는 창구는 스스로 출판하는 과학적/철학적 논설문이 유일하다고 추정된다. 신사회는 새로 회원을 모집할 때 네트워크를 이용해 도제 후보를 물색하며, 점찍은 자에게는 개인적으로 접촉하기를 선호한다. 그러나 신사회는 이따금 적대 단체 (재단 포함) 인원에게도 접촉하여 자신의 논리로 끌어들이려 하기도 하며, 이때 특히 자신의 변칙세계 경험을 크게 발휘한다. 재단 인원은 신사회와 관계가 의심되는 인원을 만난다면 지체없이 신고하기를 권장한다.
신사회는 매우 신중하므로 신사회의 현황에 관한 정보는 수집하기 굉장히 어렵다. 이들은 밈을 취급하는 실력이 아주 높으며, 정보를 암호화해 전달하는 데 밈을 적극 이용한다.
對재단 관계:
신사회는 재단과 직접 적대적으로 부딪치지는 않는다. 이들이 재단이나 그 성공을 보며 경의를 표시했다는 증거도 여러 차례 발견된 바 있다. 그러나 신사회는 재단이 자신과 "이념적으로 양립불가능"하다고 표현한다. 신사회는 변칙존재를 자연적 과정의 산물로 보며 이 과정을 저지하는 행위는 무의미한데다 위험하다고 여기므로, 위험성이 가장 낮은 변칙개체조차 격리해야 한다는 재단의 견해를 심히 경멸한다. 이런 이유는 있지만 반면에 신사회가 자신의 규모가 재단에 견주어 약소하다는 점 또한 자각하고 있으므로, 신사회가 적대감을 표출하는 경우는 자신의 이익이 침해받을 때뿐이다.
MTF 타우-3 "루아 연대Régiment du Roy" 사령관 카롤 피오트로브스키Carole Piotrowski 기록
물론 어떤 분은 변칙적 초인본주의가 어떤 결과를 초래한다는지 상상이 안 갈 수도 있겠죠. 뭐 제 생각에 결과는 훤히 다 밝혀진 것 같습니다, 60kg도 안 나가는 신사 하나가 기특대 대원 두 명 때려눕히고 나서야 제압된 걸 보자면.
신사회가 저네들이 말하는 '더 나은 인간'에 다가섰다, 그건 사실입니다. 현장에서 몇 번 부닥쳐본 경험으로 볼 때 그렇게 말해도 손색이 없습니다. 아니요, 그 사람들이 초인이란 말까지는 아닙니다. 기특대 정도면 신사를 제압하긴 어려워서 그렇지 못하지는 않으니까요. 그렇지만 신사회의 정회원들, 그러니까 네트워크랑 도제랑은 빼고, 신사들은 평범한 사람보다 조금 더 세고 조금 더 똑똑해고, 그래서 조금 더 유능합니다. 물리적 충돌을 혐오하는 성격만 아니었다면 훨씬 더 유리했겠죠. 하지만 신사회의 진보에서 중요한 점은, 그자들이 철학자 겸 과학자, 학제적 인간이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19세기 말이 되어 과학이 너무 복잡해져 특화될 수밖에 없었던 시절 이전의, 지금은 종적을 감춘 만물학자처럼요. 그래서 신사들은 동시에 여러 분야에서 능통해지게 됩니다. 또한 이 사람들에게 모종의 "레트로한" 기운이 주어지게 되죠. 이네들이 항상 찾아다니는 겁니다. 신사회는 과거의 이야기를, 특히 자신의 영광의 순간을 언급하기를 사랑하고, 신사회 자체가 그 과거로 채워졌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자신만의 특이한 형태로요.
이런 트렌드는 새로 생겨난 게 아닙니다. 드 쿠르빌이 신사회를 창시할 때 따다 붙인 그 "신사회"라는 이름은 한 가지 간단한 아이러니에서 유래했습니다. 바로 귀족을 비판하되 귀족의 규율만은 빌려오자는 거였죠. 드 쿠르빌 말마따나 이들은 "작위[爵位]의 신사가 아닌 영혼의 신사"를 표방하는 겁니다. 신사회에게 상징이란 굉장히 강력합니다. 모토는 성경 속의 표현을 따오고, 공화주의를 열렬히 추구하면서도 수많은 표현들을 앙시앵 레짐 속에서 끌어내 쓰죠. 신사회는 "미학의 중요성"을 잘 압니다. 형식이 아름다우면 내용도 존중받게 된다는 사실을 아주 잘 알죠. 그리고 그런 '인상'이 신사회에게는 매우 유용합니다.
MTF 타우-3 "루아 연대" 대원 겸 알레프 기지 기초이론부장 발보그리Valbeaugris 박사 기록
그들 말로는 "양자낙관주의optimisme quantique"라고 합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양자물리학에서는, 관찰자가 실험을 관찰하는지 아닌지 하는 여부가 그 실험의 결과를 좌우할 수 있습니다. 양자계는 한 번에 동시에 여러 가지 양자 상태를 취할 수 있기 때문이죠. 우리가 그 양자계를 관찰하는 순간 그 상태 중 임의의 하나로 고정되는 겁니다. 의식이 어떻게 물리적 현실에 영향을 행사하는지는 아직도 과학계에서 의견이 다분히 설왕설래하는데, 그건 지금의 논점은 아니네요. 이 "양자 관찰자" 현상 때문에 우리는 인간의 의식이 현실에 영향을 끼친다고 확언할 수 있습니다. 그 말하고 인간이 자유의지로 현실에 영향을 끼친다는 말하고는 딱 한 걸음 차이고, 그 차이를 신사회는 공공연히 넘어다니고 있습니다.
신사회는 이런 생각에 근거해서, 낙관적으로 생각하면, 즉 우리가 성취하고 싶은 내용을 생각하면 현실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물론 이게 침대에 드러누워서 성공할 거라고 막연히 생각하면 현실이 알아서 일할 거 다 해준다는 소리는 당연히 아닙니다. 아뇨, 성공은 일하면서 찾아오는 거고, 이 일한다는 것은 신사회에게는 양자낙관주의의 상징이며 "물리적" 성취만큼이나 중요한 요소입니다. 예시를 하나 들어 보죠.
18세기, 신사회가 출범할 당시에는 낙관적 태도를 지닐 계기가 넘쳐났습니다. 영향력이 커져갔고, 사람들이 과학과 인본주의에 심취했으며, 군주제를 거부하는 여론도 불어났죠. 그리고 이런 낙관주의는 1789년 혁명이 일어나고도 사그라들 이유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공화파의 열의와 인권 선언의 작성이라는 형태로 승화되었죠. 이때가 신사회 최고의 영광의 순간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 이후의 일들을 가시밭길이 오랫동안 이어진 시간으로 표현합니다. 그러나 신사회는 그동안에도 낙관주의를 포기하지 않았죠. 그리고 통령정부가 무너지고 제국이 등장하고, 제국 말기에 조직의 수뇌를 잃고, 복고 왕정이 소멸되고, 정치적 지지 기반이 거의 다 날아가고 또 돌아오고, 또 제국이 등장하고, 국토가 여러 차례 침공받고 인본주의의 열기가 식어버린 오늘날, 신사회는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제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아시겠죠. 이런데도 양자낙관주의를 그저 괴상한 철학이라고만 생각할 수 있을까? 이 양자낙관주의가 이자들이 가장 절망적인 순간에도 살아남은 이유는 아닐까? 이 의심. 이것이 바로 신사회가 지닌 최강의 무기입니다. 여러분은 분명히 이성으로는 이 현상을 다르게 해석할 방법이 있는지, 혹시 지나치고 넘어간 사실은 없는지 찾으려 할 겁니다. 그거야 여러분이 하기 나름이겠죠. 하지만 의심은 떠나지 않을 겁니다. 혼자서 이렇게도 말하겠죠. "아냐, 현실적으로 생각해, 불가능하다구… 하지만 그렇다 쳐도."
그리고 이건 양자낙관주의 하나만 이야기한 겁니다. 상상해보세요, 똑같은 의심이 여러분이 시행착오를 거쳐 한 장 한 장 쌓아올린 관념의 시스템 전체를 공격하는 모습을. 지금까지 여러분이 구축하고 정의한 모든 것이 고요하고 세련되게 송풍기 바람 한 가닥에 쓸려나가는 상황을. 그렇게 저희는 숱한 재단 인원들을 잃었습니다. 몇 년을 쏟아붓더라도 신사회가 여러분에게 주입한 그 의심들은 다시 몰아낼 수가 없습니다.
MTF 타우-3 대원들이 이를 증언하는 정신적 지주들입니다.
GoI 연구부 심리학자 및 사회학자 사라 보나시외Sarah Bonnassieux 박사 기록
신사회의 심리적 프로파일을 구성하기는 저한테는 매우 까다롭습니다. 이 사람들에게 공통점이라고는 진보해야 한다는 집착과 인간이 이러저러하다는 믿음뿐이죠. 신사회에서 사회전문적으로 최하층에 들어가는 사람은 거의 없긴 합니다만 갖가지 계층 사람들이 속한 것 또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신사회 구성원을 심문할 때 나오는 전형적 양상이 아주 없진 않습니다.
자, 팽배하는 비관주의라든가 "옛날이 좋았어"라고 생각하는 경향은 모든 시대에 빠짐없이 등장했습니다. 소크라테스도 이렇게 말했다죠. "요즘 아이들은 돈을 펑펑 쓴다. 버릇이 없고 어른한테 대들며, 부모님도 받들 줄 모르고 직장에서 잡담이나 떠든다." 하지만 21세기만은 더욱 빨라지고 세계화된 소통 수단을 즐기는 시대였고, 덕분에 이제는 세상 모두가 그런 감정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이 상황을 마주하면서 어떤 사람들은 냉소와 비관의 굴을 파고들어가 숨었고, 똑같은 소통 수단으로 이 감정을 손쉽게 퍼뜨리기도 했죠. 신사회는 이 감정에 반응하여 등장했습니다. 맨 첫 번째 계기가 무엇이었는지는 모릅니다만, 신사들 대다수 (그리고 도제들) 는 이렇게 세계화된 염세주의에 분개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생태 위기를 비롯해 인간이 일으킨 재앙이 빈발하며 인본주의의 유행이 빛을 바래면서, 이런 분개는 점점 커져만 가다가 마침내 더는 참지 못할 정도에 이르게 되죠. 인본주의에 이렇게 좌절하는 마음은 언젠가는 표출되는 순간이 찾아오고, 대개 그때 신사회는 가입 대상자와 접촉합니다. 좌절이 클수록 이들이 새로 받아들이는 인본주의는 더욱 견고해집니다. 게다가 이 신사들은 변칙세계에 점진적으로 동화되면서 변칙존재들에게 뚜렷이 능숙해지므로 보통은 필버슨 증후군은 기미조차 발현하지 못합니다. 오히려 변칙현상에 더 깊이 매료될 뿐이죠.
이 단계를 지나면 신사회는 어렵지 않게, 가입 대상자들을 말 그대로 설복시키게 됩니다. 신사회의 철학이, 그러니까 정말로 여러 가지 저작으로 체계화된 진짜 "철학"이 조리 있게 설명해 주니까요. 왜 그들의 인본주의만이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합당한 사상인지. 이 철학에서 가장 먼저 말씀드릴 건 철학이 주로 실존주의에 기반했다는 겁니다. 어떤 인간을 정의하는 대상은 현실 세계의 행동이지 무슨 물질계 바깥의 "정수"가 아니라는 생각이죠. 또한 이 철학의 주요 개념으로 "유용utilité"이라는 게 있습니다. 신사회는 유용이라는 개념을 인간에게 얼마나 유익한지로 정의하고, 인간에게 유익한 것은 본질적으로 좋은 것으로서 취급합니다. (이 정의를 따르면 부수적인 것 또한 유용합니다. 인류에게 기쁨을 가져다주니까 유익한 것이 되죠) 이 철학에서 도덕적 가치를 부여하는 요소는 바로 이 유용이 전부입니다.
이런 철학에 따르는 논증은 얼마든지 투철하게 말씀드릴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알아둘 핵심은 하나입니다. 이 효용이란 개념이 철학적 핵폭탄이나 같다는 점이죠. 결정론? 신의 명령? 신이나 "자연"이란 게 뭐 물론 존재할 수도 있겠지만, 존재한다고 생각해 봤자 유용하지 않아. 허무주의? 현실이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알게 뭐야, 존재하지 않는 줄 알아봤자 유용하지 않아. 그리고 신사회가 진보·행복·생각·기쁨, 기타등등 인류에게 유용한 모든 것이 인간에게서 유래한다고 주장하는 이상, 결국 신사회의 결론은 인간이 전부라는 것입니다. 또는 "인간에겐 인간이 전부이다", 라고 알렉상드르 드베리오Alexandre de Berriot의 말을 옮길 수도 있겠네요. 자, 어디 한번 신사와 토론으로 맞붙어 보세요. 신사가 맺은 서약을 깨부수려고, 아님 고문이라도 가해 보세요.
보통은 사람들은 결국 포기하고 맙니다. 그 신사가 말하는 "당신이 하는 말은 유용하지 않다"라는, 똑같은 소리를 열두 번쯤 듣고 나면.
신사회는 국제초상사회에서 별로 눈에 띄지는 않는 집단이지만, 변칙개체를 파괴하는 요주의단체와는 적대적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다만 다른 성질 (주로 역사적 계기) 에서 기인한 관계를 구축한 단체가 몇몇 있다.
세계 오컬트 연합
상태: 적대/수세
신사회는 GOC를 내놓고 적대적으로 취급한다. 자원의 차이 때문에 GOC를 직접 공격했던 적은 없으나, 파괴될 위기에 처한 SCP 개체를 지키겠다는 이유로 GOC의 작전을 교란한 사례는 여러 번 있다. 신사회는 변칙개체를 파괴한다는 GOC의 정책을 강력히 규탄하며, "무책임하다" 내지 "위험하다"라고 이를 평가한다.
GOC는 신사회를 정상성을 중대히 위협하는 조직으로 간주하여, 회원 전원을 대상으로 체포영장을 발부하였다. 역사적으로 신사회는 GOC의 108 평의회를 경력이 일천하다는 이유로 항상 불합리한 조직으로 바라봤는데, 실제로 108 평의회는 제2차 세계대전이 마칠 때쯤 생겨난 반면 신사회의 유래는 18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사피르
상태: 적대/경쟁
프랑스 초상사회의 양대 주요 조직에 해당하는 신사회와 사피르는 서로 반감을 숨기지 않는다. 이러한 관계는 양측의 이념의 뚜렷한 차이와 대조되는 방법론에서 기인하는데, 신사회는 테러리즘을 규탄하는 반면 사피르는 신사회가 행동에 나서지 않는 점을 비난한다. 양측의 경쟁 관계는 회원 영입 경로가 서로 수렴하여 둘 다 주로 과학계를 공략하는 점 또한 영향을 미쳤다.
이 갈등 관계는 유서가 깊은데, 18세기에 신사회와 사피르가 동일한 조직이었을 때부터 기원한다. 조직 전반에 혼재하던 두 가지 시류가 "테러" 당시 잡음을 일으키며, 극단적 무신론자 돌바흐 남작의 일파는 장바티스트 라뱅 드 쿠르빌의 초인본주의와 결별을 선언하게 되었다.
마셜, 카터 & 다크
상태: 우호/협력확인
신사회와 MCnD는 초상세계에서 최혜적 관계를 구축했다고 보인다. 실제로 양 조직은 각자의 네트워크로 입수한 정보를 활발히 교환하며, 또한 인원 다수를 공유하기도 한다. 더불어 신사회는 일부 활동에 쓸 자금을 충당하자 런던의 클럽을 드나들며 변칙개체를 곧잘 판매하고는 한다.
양 조직의 협력 관계는 유서가 깊다. 최초의 거래 내역은 19세기 초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일방적 필요로 말미암아 이루어졌음에도 관계를 구축하는 계기가 되어 지금도 견고히 이어지고 있다.
뱀의 손
상태: 불명
뱀의 손과 신사회의 관계는 두 조직이 모두 매우 은밀한 성격인지라 파악하기 굉장히 어렵다. 하지만 양측의 사상이 수렴되는 경향을 띠므로 서로 모르는 관계까지 이르지는 않는다. 다만 관계의 성격은 갈등과 협력을 오가는 듯하다. 그러나 변칙적 인간의 문제에서만은 신사회와 뱀의 손이 항상 뜻을 같이하며, 양측 모두 인간형 변칙개체의 기본권을 확립하고 보호를 제공하고자 희망한다.
양측이 역사적으로 연관되는 점 또한 있다고 보이나, 정확히 어떤 맥락을 띠는지는 불명이다.
사르킥 숭배
상태: 적대/공세
쉽게 추정할 수 있겠으나 신사회는 사르키즘을 "혐오스러운 것"으로 치부한다. 사르키즘은 신사회가 추구하는 인본주의적 이상과 모든 면에서 대치되며, 또한 이상적인 진선미(眞善美)와 명백히 충돌한다. 신사회는 사르킥 숭배자의 손을 거치는 신체 변이를 인간의 타락이자 인간의 조건을 격하시키는 행위로 여긴다. 이 때문에 신사회는 사르킥에게 매우 적대적으로 반응하며 이들을 일소하기를 바란다.
신사들 중에서는 과거에 사르킥을 근절하는 데 헌신했던 사례도 간혹 보인다.
변칙종교
상태: 비우호/가변
신사회는 변칙종교에게 적대적 태도부터 취하고 보지는 않으나, 초월적 능력 앞에 인간을 제물로 바쳐야 한다는 사상과는 격돌하고자 한다. 즉, 신사회가 변칙종교와 빚는 갈등은 다른 비변칙종교 수준에 그치지만, 그 종교가 인간의 개별성이나 기본권을 침해한다면 신사회는 서슴없이 이념적·철학적 전투를 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