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 시간

"SCP-715 실험 시작." 뢰프Loeuf 박사가 녹음기에 대고 말했다. 관찰실 안에서 뢰프는 실험실 안을 흘끗 쳐다봤다. 아주아주 평범한 사진 부스가 하나 있었고, 그 앞에 D계급이 한 명 서 있었다.

"SCP-715로 들어가서 사진을 찍으세요, D-129012." 뢰프가 말했다.

D-129012가 스윽 들어갔다. "어 저기요, 이거 고장난 거 같은데요." 안에서 말하는 소리. "찍으려고 하는데 사진이 아예 안 나와요."

"고맙습니다, D-129012. SCP-715에서 나오세요."

"어, 아 네. 별말씀을요?" 어리둥절한 D-129012가 부스를 나와 다시 SCP 앞에 멈춰섰다.

예상대로 D-129012와 똑같은 복제인간 한 명이, 원본이 부스에서 나오고 대략 5분 뒤에 튀어나왔다.

"뭐.,.. 뭐야 이건? 너 뭐 하는 놈이야?" 깜짝 놀란 D계급이 소리쳤다.

"아니 세상에, 이건 또 뭐야? 여기 어디야? 너 누구야?" 당황한 복제인간이 대답했다.

"내가 나지 누구야! 너 누구냐고? 빨리 가면 벗어, 나 진짜 무서워!"

"무슨 가면이야! 너 나 좀 도와줘! 나 조금 있음 죽어!"

"뭐?! 그럼 나도 죽는다는 말이야? 으악, 안돼!"

뢰프가 잠시 얼굴을 찌푸리다가, 마이크에 대고 명령어를 읊었다. "봉인된 왕이 영원히 잠들다."

갑자기 D계급의 몸이 뻣뻣해지더니, 쓰러져 땅바닥에 나동그라져 죽었다. 죽기 전에 아무것도 알거나 느끼지 못한 채로. 뢰프가 이번에 골랐던 최면 살해 인자는 확실히 빠르고 안 아프고 무엇보다 효과가 좋았다.

"뭐야 이건?! 얘한테 뭐 한 거예요? 제가 다음인가요! 안돼요, 제발! 저 좀 도와줘요? 저한테도 인간의 존엄성이 있지 않나요?" 복제인간이 간청했다.

그리고 경비원의 총을 빼앗으려 시도했다. 경비원은 바로 복제인간을 한 대 후려친 다음, 의자에 꽁꽁 묶어놓았다.

연구원보 한 명이 타이머를 지켜봤다.

출현 5분 경과.

10분 경과.

12분 경과.

마지막 3분 동안, 복제 D계급은 소리를 질렀다. 아주 길고 긴 소리를 질렀다. 그러다 갑자기 몸이 굳어지고, 이내 산산이 회색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뢰프는 실험실에서 몸을 돌렸다. 다른 연구원을 쳐다보려 하지 않으며. "실험 종료."


"제118기지 제5회 연례 게임의 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 모두 만나셔서 같이 앉아서 게임을 즐기세요!" 밴지Vange 박사가 식당 맨 앞자리에서 개회를 선포했다.

우글우글 몰려 있던 사람들은 식당 여기저기로 흩어져 탁자들을 거닐며 갖가지 카드들, 보드게임들, 기타 등등을 구경했다. 연구원들, 요원들, 보안 인원들, 기타 제118기지 직원들 모두 이곳저곳을 쏘다니며 게임판을 벌이기 시작했다.

그러는 동안, 뢰프 박사는 탁자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미친 듯이 메모를 휘갈기며.

자기 관리하에 있는 SCP 개체들 관련 메모를 그는 샅샅이 훑었다. 여기 있는 연구안을 슥슥 적고, 저기 있는 보고서를 마무리하고, 이것 쓰고 저것 쓰고 이것 하고 저것 하-

꽝!

보드게임 한 통이 난데없이 자기 앞의 탁자를 내리치자, 뢰프가 화들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며 종이뭉치 하나를 쏟았다. 바로 종이를 모두 주우려고 할 때, 이 불청객이 정리를 도와주기 시작했다.

"아 너냐, 알버트." 뢰프가 말하며 친구이자 다른 부서 부장인 웬슬리Wensley 박사를 쳐다봤다.

"너는 게임 안 해, 존?"

"스크래블 게임보다 소중한 일은 많아, 알."

"이런 날 뭐 때문에 만들었는지는 알아?"

"인사부가 시간이 차고 넘쳐서 만들었겠지."

"웃기고 있네. 좀 진지하게 말하자면, 오늘 같은 날은 중요해. 매일 세상을 구원하면서 정신적 충격을 안 받고 살 수는 없잖아." 웬슬리가 말하며 의자를 끌어당겨 앉고, 탁자에 널린 종이들을 옆으로 치우고 스크래블 보드를 상자에서 꺼내기 시작했다.

뢰프가 한숨을 내쉬었다. "나 괜찮아, 알-"

"지랄한다. 지금 업무 어떻게 하고 있는지 다 보이거든. 너네 부서에서 새로 맡은 SCP들 다 곤란한 놈들이라며. 나도 내가 맡은 것 때문에 한두 번씩 골치아픈 일이 생겨. 그리고 지금처럼 너 혼자 있을 거 같으면 어떻게 되는지도 다 알고."

웬슬리가 보드게임 세트를 마저 꺼내고, 뢰프에게 타일 받침대를 건넸다. 떨떠름한 뢰프는 이윽고 마지못해 받침대를 받아들고, 타일 몇 개를 집어들었다.

웬슬리가 입을 뗐다. "혹시 밴지 박사님께 말씀을-"

"굳이 박사님까진 필요없어, 알. 괜찮다고."

웬슬리가 눈살을 찌푸리며 첫 단어를 놓았다. "말씀드려서 나쁠 거 없잖아. 다들 언젠가는 하게 돼 있어, 정규 심리검사 때 말고도."

"난 안 해." 뢰프가 받아치며 첫 단어를 놓았다.

"너 지금 필요할 수도 있어. 너한테 배정된 게 715 아냐? SCP치고 되게 끔찍한 놈이잖아." 딱하다는 듯 웬슬리가 말했다.

마지막 실험 때 복제인간의 비명소리가 떠오르며, 뢰프가 이를 버드득 갈았다. "안 한다고."

"그거 이야기 해줄 건 없어?"

"없어."

웬슬리는 더 아무 말 하지 않고 게임만 했다. 이긴 사람은 뢰프였다. 게임이 끝나고 뢰프는 바로 시계를 들여다봤다.

"아 이런, 여기 의무 출석 시간 끝났다. 일하러 가야지. 이따 보자, 알." 뢰프가 말하며 일어서서 일거리를 챙겼다. 그리고 돌아서서 재빨리 방을 나갔다. 탁자에 스크래블 게임판과 웬슬리를 덩그러니 남겨둔 채로.

가장 친한 친구가 휭하니 떠나버리는 모습을 지켜보며 웬슬리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게임판을 치우기 시작했다.


"SCP-463 실험 시작." 뢰프 박사가 녹음기에 대고 말했다. "D-419803, 탁자로 다가가서 SCP-463을 드세요."

"저 숟가락이요? 숟가락이 SCP-뭐라구요?" 의심쩍어하며 D-419803이 말했다.

"SCP-463을 들어주십시오."

"아 그래요, 알았어요."

아무것도 모르는 D계급이 탁자로 다가가 숟가락에 손을 댔다. 뢰프는 그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 될지 뻔히 아는 다음 장면을, 이곳에서 기대하고 두려워해야만 하는 그 광경을.

하지만 봐야만 했다.

아무 소리 없던 관찰실로, 별안간 비명소리가 하나 들려왔다. 아직도 실험 환경에 적응 못한 연구원보들이 움찔거리며 눈을 감았다. 뢰프 박사는 여차하면 목구멍에서 밀려나올 것만 같은 신맛을 애써 눌러 삼키고, 다시 마이크에다 대고 침착하게 말했다.

"D-419803, 지금 어떤 기분인지 설명하세요."

비명소리만 다시 들려왔다. 실험실 속 여자는 지를 수 있는 비명이란 비명은 다 질렀다. 상반신 전체가 땅바닥과 평행하게 휘어지고, 하반신은 멀쩡한 채로.

"D-419803, 지금 어떤 기분인지 설명해 주십시오."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뢰프의 질문에 실험실 안에서는 숨소리 거친 비명소리만이 돌아왔다.

"D-419803, 질문에 대답하지 않으시면 강제로 대답하셔야 합니다. 숟가락을 들어올릴 때 어떤 느낌이었습니까?" 버드득 이를 갈며 뢰프가 대답했다.

"내 등이 부러졌다고 이 개새끼야!!" 비명소리는 이윽고, 못 알아들을 흐느낌과 신음이 되고, 이따금 기도와 도와달라는 부르짖음이 끼어들었다. D-419803은 더는 대답하지 않았다. 뢰프는 한숨을 쉬고, 관찰실과 실험실 사이의 대화를 차단하는 버튼을 눌렀다.

"실험 종료."

뢰프는 일어서면서 연구원보들에게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 방을 나갈 때도, 복도로 나왔을 때도, 사무실로 들어갈 때까지도.

뢰프가 등 뒤로 문을 닫고, 불을 켜지 앉은 채로 책상 앞 의자에 털썩 앉았다.

그리고 몸을 앞으로 숙여 머리를 싸매쥐었다.


뢰프가 책상 앞에 앉아 점심을 먹으며 근무를 보고 있던 때였다. 한 손으로 글을 쓰고 다른 손으로 음식을 떠먹으려 숟가락을 들어올리던 중, 뢰프는 잠시 멈칫했다. 그리고 양손에 든 걸 다 내려놓고 한숨을 내쉬었다.

SCP-463 보고서를 쓸 때, 그때도 손에 숟가락이 들려 있었다. 갑자기 뢰프에게 주마등이 엄습했다. 척추 뚜둑 부러지는 소리, 도와달라고 부르짖는 소리가 정신을 울렸다.

"내 등을 부러뜨렸어."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죽여줘."

화가 뻗쳐올라 뢰프는 숟가락을 방 저편으로 냅다 집어던지고 쟁반을 치워버렸다. 욕지기 때문에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았다. 그러다 시선이 자기 가족이 나오는 책상 위의, 사진에 꽂혔다.

"왜 걔를 죽였어요? 걔가 나라고요."

"저한테도 인간의 존엄성이 있지 않나요?"

"괴물 같으니라고."

뢰프는 문득 벌떡 일어섰다. 쟁반도 서류도 신경쓰지 않은 채로. 그리고 사무실을 바로 나와 왼쪽을 본 다음, 복도를 죽 걸어 내려갔다.


"호오, 그래 존. 무슨 일로 찾아온 거지?" 밴지 박사가 뢰프 박사를 보며 손가락을 뾰족이 모았다.

뢰프가 말을 꺼냈다. "아… 네 박사님 제가-"

"마크라고만 해." 밴지가 끼어들었다. "따져보면 다 친구 사이 아냐."

뢰프가 그 말을 따랐다. "네, 마크. 제… 제가 이번 업무 때문에 문제가 좀 생겨서요."

밴지가 자기 앞의 파일을 내려다봤다. "아 그래, 자네는 이번 10월 ~ 1월 동안 처음으로 파견근무를 하게 됐나 보군?"

뢰프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렇게 오랫동안 근무 나오기도 처음이에요, 그것도 제 손으로 새로 SCP 떨어질 때랑 딱 맞춰서."

"자네 애 둘 있나 보네, 존." 파일을 읽으며 밴지가 말했다.

뢰프가 눈을 꾹 감았다. "네, 샘이랑 제나요."

"둘이 몇 살이지?"

"샘이 다섯 살, 제나가 열한 살이요."

"그렇구만. 둘이 그립나?"

"그럼요. 너무 당연한 질문 아닌가요?"

"하지만 중요한 질문이지. 애들이 그립지 않았다면 다른 걸 그리워했을 테니까. 자, 그럼 여기까지 찾아오게 된 특별한 사건 같은 게 있나?" 뢰프의 눈을 들여다보며 밴지가 물었다.

뢰프가 애써 눈을 돌렸다. "네. 제가 담당하는 새 SCP 때문에요. 뭐랄까… 충격이 많았어요."

"자세히 말해봐."

뢰프가 한숨을 내쉬며 머리를 매만졌다. "첫째는 715예요. 스티커사진 부스인데, 들어가는 사람의 복제인간을 만들죠."

"어떤 사건이었지?"

"복제인간은 15분이 지나면 죽어요. 그래서 저희는-" 뢰프가 잠시 멈칫하고 또 눈을 감았다. 그간 봤던 모든 복제인간들의 기억이 머릿속으로 다시 떠올랐다.

"시간이 필요해, 존?" 심리학자가 걱정된 듯 물었다.

"아니요, 괜찮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원본을 죽이면 어떻게 되는지를 관찰해보려고 했어요. 저… 저희는 10번이나 실험을 했습니다. 표본은 충분히 모은 셈이죠.“

"그래서 결과는 어떻던가?"

"매번 할 때마다 복제인간들이… 감정이 격해졌습니다. 언제 자기가 죽을지 모두 아는 듯했고, 무슨 매번마다, 원본이 죽을 때면 억세게 동요했어요." 뢰프가 얼굴을 찡그리고 또 눈을 감았다.

"비명을 지릅니다, 마크. 죽을 때 그놈의 비명들을 질러요. 하나하나마다."

"첫째가 그거라면, 둘째는?"

"SCP-463이 있습니다. 숟가락인데, 집어드는 사람은 자기 척추가 꺾이게 되죠."

"세상에."

"뭐 그래요. 직전 연구팀에서 척추가 꺾어지는 부분이 달라지는 모습을 목격했나 봅니다. 저희 임무는 거기에 어떤 패턴이 있다 조사하는 거였죠. 그 지랄을 10번이나 해야 했습니다, 마크. 10번이나요. 그래서 저희가 찾은 결과가 뭔지 아십니까? 아무것도요! 아무 패턴도 없습니다. 그 실험 때문에 저희는 D계급 10명의 척추를 꺾어야 했고요." 말을 꺼낼수록 뢰프의 감정이 더욱 요동쳤다. 뢰프는 머리를 싸매쥐고 앞으로 몸을 숙였다. 눈물이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

"심지어 그것만이 아닙니다. 죽지 않았어요. 신음이랑 비명만 하릴없이 길게 지르면서 살아 있었습니다. 나중에 다들 치워졌는데, 그 다음에 어디로 갈지는 뻔하죠." 뢰프가 내뱉었다.

내담자가 진정할 때까지, 밴지는 조용히 기다렸다. 얼마 뒤 뢰프가 몸을 다시 일으켜 세웠다.

"이 일 맡기 전에 저는 웬만하면 안전한 SCP만 연구했습니다. 이런 것들을 맡아야 했던 적은 없었어요. 아이들이 그립습니다, 마크. 아내도 아이들도 우리 집도요." 한숨으로 뢰프는 말을 마쳤다.

밴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새로 SCP를 맡을 때, 특히 이런 일에 교대되었을 때 생길 만한 일이지. 《재단》 지에 새로 올라온 보고서를 읽어본 적 있어?"

"훑어보긴 했습니다."

"심리학부에서 최근에 새로운 장애를 분류해서 재단판 정신장애 진단통계편람에 추가하기로 했지. 이름은 도덕모호장애, Moral Ambiguity Disorder야."

"MAD인가요?"

"안타까운 약어지만 그래. 하지만 주목해볼 만한 말이지. 우리가 찾아낸 바로는, 연구진들 상당수가 격심한 정서적 스트레스, 불안/신경과민/자극과민 징후, 사회활동 결여 등을 겪고 있었어." 밴지가 자리에서 일어서서 사무실 책장을 뒤졌다. 그리고 저널 하나를 꺼내 펼쳤다.

"MAD는 실험 도중 충격적 사건을 목격하고 내면에 도덕적 부조화가 쌓여가면서 발생해. 이 조건은 충분한 휴식 없이 스트레스와 과로가 쌓일수록 심화되지. 그 사교 행사들이랑 게임의 밤을 다 우리가 뭐 때문에 시작했겠어? MAD는 연구원의 효율을 좀먹는 데 딱 좋아."

밴지가 뢰프에게 저널 한 부를 보여줬다. 한 페이지 빼곡하게 그래프와 도표들이, MAD와 치료법을 꼼꼼하게 설명했다.

"이 활동들을 실시하면서 제89기지에서는 MAD 발병률이 50% 감소했어. 효과가 분명한 만큼 내가 할 조언은 바로 이거야. 쉬어가면서 해. 우리가 재단은 재단이지만 임무를 잠시라도 쉬었다간 세상이 끝장나는 조직만은 아니야. 여기 있을지라도 일하지 않는 시간을 자네가 누려야 할 필요는 있어."

"저는 모르겠…"

"내가 알아. 심리학자니까. 그런 걸 알아야 하는 직업이지. 자리를 나서서 즐기라고, 존." 밴지가 뢰프를 보고 웃었다. 뢰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밴지가 손 하나를 내밀었다.

뢰프는 잠시 머뭇거리다 손을 맞잡고 악수했다. "가… 감사합니다, 마크. 생각해볼게요."


"…그럼 다시 한 번, 제118기지 연례 크리스마스 파티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직원 여러분! 와인은 1인당 2잔까지, 기억하세요! 돈이 무슨 찍어내는 게 아니니까요?" 밴지 박사가 명랑하게 웃었다. 쿡쿡, 사람들이 점잖게 웃었다.

"자, 제가 초 치는 건 여기까지. 제 말은 이쯤 듣고, 여러분이 즐기실 일만 남았겠죠?" 그렇게 말하고 밴지가 연단에서 내려오자, 모여 있던 제118기지 사람들이 박수를 쳤다. 존경하는 마음으로, 또 이제야 연설이 끝났다는 마음으로.

뢰프 박사가 다과류 가져가는 곳 앞에 섰다. 그리고 와인 한 잔을 집어간 다음, 벽에 기대서서 맛을 천천히 음미했다. 그때, 더 활기찬 동료 하나가 뢰프에게 끼어들었다.

"안녕, 존. 재단의 의무적 즐거움은 즐기고 있냐?" 웬슬리가 와인 한 잔 든 채로, 웃음을 머금고 웬슬리에게 말을 걸었다.

"아이 꺼져 봐, 알." 뢰프가 그렇게 말하고 와인을 홀짝 마셨다.

"못 꺼져. 인가 등급이 부족해서." 웬슬리가 머금은 웃음이 더 커졌다.

뢰프, 웬슬리 둘 다 빙긋 웃었다.

웬슬리가 뢰프랑 같이 벽에 기대섰다. "실험은 잘되냐?"

"잘 되지. 어… 나… 벤지 박사님 뵀다."

"잘했네. 도움 되디?"

"그래. 그랬던 듯."

"그럼 이번 파티는 잘 놀다 갈 거지?"

뢰프가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딱 있고 싶었던 데는 아냐. 샘이랑 제나랑 아빠 어디 갔는지 궁금할 텐데. 난 또 어떻게 해야 되지?"

웬슬리가 한 손을, 친구이자 동료의 어깨에 얹었다. "맞아, 네가 딱 있고 싶었던 곳일 수가 없겠지. 그래도 빡빡한 곳이더라도 어쨌든 밝은 측면을 보려고 해 봐. 제일 바라던 식으로 크리스마스가 찾아온 건 아니지만 허무한 것보다는 낫잖아?" 웬슬리가 웃음지었다.

뢰프도 살짝 미소를 머금었다. "그건 그렇지."

"그렇게 끝날 때까지 맥 빠지게 서 있지만 말고, 응? 그럼 난 내 조수 찾으러 간다." 웬슬리가 뢰프를 보고 다시 한 번 웃었다가 돌아서서 사람들 속으로 다시 사라졌다.

뢰프가 잔을 다시 한 번 기울였다. 잔이 비어 있었다. 빈 잔을 뢰프는 길게, 빤히 내려다봤다.

그리고는 탁자에다 잔을 내려놓고, 사람들 속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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