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앨범
평가: +3+x

∥ C │ C+ │ G-/C │ G-/C ∥

'젠장! 내 직업상 손이 떨리면 안되는데'

피아니스트

그의 직업이다.

근음이 변하지 않는 C 코드를 바라보며 치려고하자 손이 떨리고 있다. 평소에는 천천히 상상의 세계를 풀어갔던 그였지만, 지금은 불안함만 가득 채운다.
'여기는 녹음실이라고. 정신 차리자.'
정적이 흐르는 가운데 드러머와 베이시스트가 그를 보고 있다. 드러머는 차분히 기다려주고 있다고 알리는 듯이 살짝 미소를 머금으며 흥얼거리고 있다.
'처음으로 같이 합주하면서 녹음이라니… 더군다나 여성 드러머는 처음 보는데'
베이시스트는 절친한 친구이다. 예전부터 쭉 합주를 해주었고, 작곡과 편곡도 같이했으며, 그가 가장 슬퍼했을 때도 같이 함께했다. 친구로서, 파트너로서 스스럼없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번 합주에서는 드러머를 못마땅하게 보는지 표정이 좋지 않다. 그는 자신이 너무 망설여서 그렇다고 생각했다.
그는 손이 쉽게 피아노로 올라가지 않는다. 평소에 느꼈던 이질감보다 더 심하게 마음이 요동친다. 너무 편안한 것만 같은 이 자리가, 지금 느껴지는 익숙함 때문에 겁이 난다. 그는 망설이고 있다.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드러머의 표정과 베이시스트의 표정 사이에 갇혔다. 그리고 그는 피아노를 치기 전에 많은 생각이 스치기 시작했다.
'너무 시간을 오래 끌었나?'
그의 생각은 이제 마음에 닿지 않는다. 아직 손이 떨린다. 심호흡하고 C를 바라봤다.
'코카인 중독이라 그런가'

∥ C │ C+ │ G-/C │ G-/C ∥

항상 했듯이, 카운트를 주지 않고 시작했다. 이미 서로 호흡을 같이할 준비가 되어있다.
그는 항상 음악은 같이 호흡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시간을 굳이 쪼개지 않아도 흘러나오는 호흡을 맞추어 같이 가면 서로를 위한 음악이 될 거라고, 그 음악은 듣는 사람들도 같이 호흡할 수 있다고 믿어왔다. 연주를 시작했을 때, 첫 건반을 눌렀을 때의 느낌은 정말 무거웠다. 멈출 수 없는 것을 알기에…
그는 연주하면서 잡생각이 나는 것을 굉장히 싫어했다. 풍경을 연상한다든가, 지난 일을 떠올린다든가하는 일들은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다르다. 생각이 난다. 그는 어렸을 시절부터 가장 친했던 친구들을 사귀었던 일, 피아노를 연주하며 보람을 느낀 일…
'그땐 참 재미있었는데'
드럼과 베이스도 들어왔다. 함께 셋이서 호흡을 할 준비가 되어있다.
'코 파던 자식은 잘 지내려나? 항상 빨간 모자를 쓰던 아이는 요즘 뭐하지? 항상 시작은 좋았지… 내가 망할 마약만 끊었더라면 지금 이러고 있지도 않겠지'

∥ C │ D-/C │ E#o/C │ F-/C ∥

드러머를 걱정했지만, 예상외로 소름끼칠 정도로 잘 맞춰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연주할 때만큼은 아무 생각이 안 들어서 좋았는데 지금은 이게 뭐야? 내가 그때 같이 가자고했었다면… 그랬다면… 빌어먹을! 차를 가지고 오는 게 아니었다고.'
그의 눈물이 어느새 피아노를 적신다. 드러머의 미소는 변함이 없다. 베이시스트는 걱정되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베이스의 음이 그를 달래는 듯이 들린다. 그는 다시 집중했다.
그러나 집중이 될 리 없다. 그는 계속 결정적인 실수를 원망하듯이 흐느끼며, 자책하고 있다.
그래도 연주는 계속되고 있다. 근음인 C 코드는 변하지 않는다.
'코카인, 차, 열쇠, 친구, 아.. 아..'
계속 똑같은 장면만 스쳐지나간다. 드러머의 표정이 굳어간다. 베이시스트의 표정은 계속 걱정하고 있다. 드러머의 미소가 다시 생긴다. 베이시스트의 표정이 풀린다. 음악에 절대적인 시간이란 없으니까.

'이제 같이 호흡해야지'

영원히

∥ C │ B/C │ A/C │ G#o/C ∥ 한 코드에 숨겨진 여러 코드가 있듯이…

이제 그의 생각이 마음에 닿지 않는다. "야! 또 마약하고 있냐?"
건반은 무겁지 않다. "네 아내가 보고 있는데 그러고 싶냐?"
마지막이 될 연주다. "아… 미안… 너 몸이 안 좋아 보이네."
치는 피아니스트는 "그러면 우리 먼저 가있을게."
제자리에 앉아서 "내일봐!"
회상만 하게 되 - - - - - -
의구심 없이 "저 ███씨죠?"
현실은 뭐 "병원으로 급히 오셔야 되겠습니다."
장소일 뿐 이제 이 기억은 속박에서 풀린 기억일 뿐이다.*


녹음실에 들어간 피아니스트께서
이 레코드판을 두고 가신 것 같아요.
어째서 계속 기다려도 오질 않으시지만,
'Story Line - reproch'
이라는 음반 제목은 인상 깊어요.
흔한 트리오 연주 앨범 같은데
뭔 영문인지는 몰라도 음반길이는 무진장길고
계속 흐느끼는 소리가 녹음되어 있네요?
여튼 기분이 좋지는 않습니다.
녹음실 관리자 ███ - 198█년 9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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