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밀의 칼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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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선의 아이스란 단단하구나」

「그렇네요……」

동해도 신간선 차량 안에, 닌자가 두 사람, 견고한 얼음과자에 숟가락을 꽂고 있다. 이름은 하타오리아오야기라 한다.

「아, 아이스크림 값은 경비로 떨어지지 않으니까요」 아오야기가 입을 열었다.

「노랭이 영감 같으니」

「당연하겠죠」

「하아ー, 1 중에는 단 것 먹지 못하게 했으니 이정도는 좀……」

「어머나, 식욕을 끊지 못하셨군요. 재연수가 필요하신가요?」

「그렇게 말하는 너도 아이스크림 처먹고 있잖아」

감미를 즐기며 농담을 주고받는 두 사람. 그러나 결코 느긋해지지는 않는다. 그 점은 역시 이라고나 할까.

『다음 역은, 쿄토입니다. 동해도선, 산음선, 호서선, 나라선과 긴철선은 환승입니다. 오늘도 신간선을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쿄토를 벗어나면, 신오사카에 정차합니다』

「곧 오사카로군, 아이스크림 빨리 먹고 치워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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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시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닌자조직 「무진월도중」의 동경거점들 중 한 곳에서, 두 사람은 2로부터 지령을 받았다.

「우리가 일본정부와 커넥션이 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지?」

「아뇨, 금시초문입니다」

「같습니다」

닌자란 몸 안에도 숨긴 것이 많은 법이다. 이런 일도 더러 있다.

「음, 그럼 됐다. 이건 일부 인원에게만 알려진 것이다.」

아무래도 정보누설이 없는지 시험을 받았던 것 같다. 가르침을 받았다는 것은, 그들도 노사의 신뢰를 받을 정도가 되었다는 것일까.

「이번의 의뢰는 정부로부터의 밀명이다. 너희의 첫 임무로, 그것을 맡기겠다」

「잘 알겠습니다. 중요한 임무를 맡겨 주셔서 영광입니다」

하여, 일본정부로부터의 의뢰라고 해서 왔다. 과연 그 자체는 이상한 것이 아니다. 어정번중 같은 사례도 있고, 역사적으로 닌자는 권력자를 섬기는 경우가 많았다. 이 레이와의 시대, 닌자들이 프리랜서가 된 지 15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중앙권력과의 인연은 완전히 끊어진 것은 아니었다.

두 사람은 노사에게 전달받은 아무개 관공서의 의뢰서를 바라보았다. 의뢰 내용은 사이비 교단에 잠입해서 조사할 것.

"우마야도의 빛"厩戸の輝き이라…… 수상쩍음이 지나친데」

「흠, 쇼토쿠태자 신앙일까요」

「옛다, 공작금이다. 이미 오사카 쪽에 연락이 가 있으니까, 물자는 그쪽에서 받으면 된다. 우선 신간선3으로 신오사카로 가서 합류해라」

「감사합니다」

「건투를 빈다」

사무용 건물로 위장된 거점을 나온 둘은, 무미건조한 도시의 혼잡을 틈타 시나가와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개찰구를 빠져나와 탑승한 「코다마호」는 두 사람을 태우고 네 시간의 여행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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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안에 울려퍼진 방송이, 아이스크림을 다 먹은 그들에게 목적지가 다가오고 있음을 알렸다. 오사카 땅에 내려선 그들을 맞이한 것은, 역시 도회지의 떠들썩함이었지만, 동경과는 확실히 다른 공기를 품고 있었다. 어쩌면 그 정체는 아래 층 식당가에서 옅게 풍겨오는 타코야키 냄새였을지도 모르겠지만.

「자, 마중나온 사람은 어디 있지?」 장시간 이동의 피로를 조금도 느낄 수 없는 발랄함으로 하타오리가 물었다.

「동문 밖이라고 메세지가 와 있습니다」 아오야기가 스마트폰을 가리키며 대답했다.

「아아, 찾았다. ……오랜만입니다, 쿠즈노하씨」 마중나온 것으로 생각되는 여성4에게 말을 걸었다.

쿠즈노하라고 불린 여성은 눈을 가늘게 뜨고 얼굴에 활짝 미소를 띄었다. 「이기 얼매만이고! 어여 온나 오사카에!」

「짜슥 진짜, 쿠즈노하씨 막 이카고. 그렇게 딱딱하게 부르지 말라 안 캤나. 요우씨라 카라꼬」

「아뇨 하지만……」

「야 좀 보소ー, 와 남 대하듯이 그라노. 느그 둘이 요마안큼 쬐끄마할 때부터 내 알고 지냈는데」 그렇게 말하고 쿠즈노하는 허리높이까지 손을 내렸다.

하타오리는 좀 불만스러운 모양새다. 마치 「그만큼 단신은 아니었다고」라고 말하는 듯하다.

「그렇게 말하는 오요우씨는 변한 게 하나도 없으시네요」

「이야ー아오야기군, 언제나처럼 젊어 보인다꼬? 고마워라, 여자들한테 인기 많겠다잉〜」

쿠즈노하는 그 연령에 비해 이상하리만큼 젊다. 두 사람의 기억 속의 그녀와 조금도 다르지 않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미치겠네」

「으이? 머라캤노?」

「아뇨, 아무 말도」

물론 닌자의 갈고 닦은 청각5으로 그것이 들리지 않을 리 없겠지만, 이것은 일종의 농담인 것이다.

「카문 우리 쪽까지 차로 태워다 주꾸마. 따라온나」

세 명의 닌자가 올라타자, 흰색 경차는 미끄러지듯 거점 쪽으로 내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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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진월도중. 그 오사카 거점은 극히 일반적인 주거지처럼 위장되어 있었다. 내부 설비는 도쿄 거점과 비교해 최신예 기기가 갖춰져 있지는 않았지만, 잘 손질된 무구와 손때나게 오래 쓴 훈련설비의 모습은 예사롭지 않은 물건다운 느낌을 주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고장의 닌자들은 코가나 이가의 피를 강하게 잇고 있는, 전통파이자 실력파다.

「그럼, 차분하게 작전회의하러 갈까요」

닌자들은 책상에 자료를 펼쳐놓고 정보를 공유하기 시작했다. 이번 단체는 종교단체 「우마야도의 빛」. 쇼토쿠태자를 신앙대상으로 하고 있고, 본부를 나라현, 일찍이 아스카라 불린 땅에 두고 있다. 이 단체에 대한 내막을 조사해서 보고해 달라는 것이 정부의 의뢰였다.

「사전 정보만 보면 그렇게 위험한 단체로 보이진 않는데. 왜 높으신 분들은 이런 델 뒤지라는 거지?」

실제로 넘겨받은 자료만 봐서는 이 교단이 큰 일탈을 일으킨 건이 없었다. 신자를 변칙적으로 늘리는 것도 아니고, 과격한 사상을 드러내 놓고 내세우는 것도 아니다. 단지 조금 신경 쓰이는 점이라고는 『복수의 도굴사건에 관여한 혐의 있음』 이라는 부분 뿐이었다.

「그건 우리가 생각할 일이 아이제. 시노비는 마 걍 주어진 임무만 잘 수행하기만 하면 되는기라」

「그래도요, 뭔가 흑막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자체 경찰조직도 있을텐데」

「경찰이야 뭔 사건 하나 터져야지 겨우 움직이지 않겠나?」

「이미 “사건에 관여한 혐의 있음”이라고 써 있는 게. 우리한테 알아보게 한다는 건, 역시 내막이 있다는 게 아닐지」

「야 마, 다 막상 해 보면 쉽게 되게 돼 있다. 일단 잠입해가 정보를 모아보문 우예 된 건지 보이지 않겠나?」

「왁실히 일리 있네요. 잠입 계획을 먼저 세워버리죠」 쿠즈노하의 조언을 들은 아오야기는 건물의 겨냥도와 지도를 꺼냈다.

「건물 외관으로 볼 때, 뒤쪽 창문을 통해 침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열쇠 걸려 있으면 우짤낀데? 깨뜨리면 소리 때문에 들키삘기고」

「안전책을 취하려면 정면입구겠군요. 스텔스장속6이 있으면 문제 없겠죠」

「정면으로 문을 열어달라고 해. 음양 협공으로 가지」

「같은 말을 하려 했습니다. 결행은 내일로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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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하그라」

「고맙습니다」

이튿날, 차량운전을 담당한 쿠즈노하에게 배웅받은 하타오리는 , 대체로 닌자라고 생각하기는 어려운, 신간선 탑승 때의 복장과 크게 다르지 않은, 실로 현대인스러운 모습으로 시설 문 앞에 섰다.

「미안합니다. 어제 전화로 견학 예약을 했습니다만, 핫토리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하타오리, 문 앞에서 인터폰을 누르고, 가명이긴 하지만 자기소개까지 해버렸다. 그것도 예약까지 해놓았단다. 설마 잠입을 포기했다는 말인가.

그렇지 않다. 이것은 즉 「양인의 술근입의 법」이다.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면서 은밀히 감추고 적중에 잠입하는 방법을 이라고 하며,7 특히 그 준비기간이 긴 것을 저어하여 이번처럼 그날 바로 침입하는 것을 근입近入り이라고 한다. 이번에는 입교를 희망하는 견학자로서 잠입하여, 경계받지 않고 정보를 입수하려는 계획이다.

그리고 그 등 뒤에 잠복한 것이 스텔스장속을 몸에 걸친 아오야기다. 하타오리를 위해 열린 문과 자동문을 통과해, 그대로 정면 현관까지 침입에 성공했다. 이것이야말로 양인의 술과 짝을 이루는, 몸을 숨기고 잠입하는 인술 「 」인 것이다. 양인술과 음인술, 양쪽을 결합하면 음양협격. 어제의 「협공」이란 이를 가리킨 것이다.

양인술로는 견학자에게 알려줘도 되는 정보만 얻을 수 있따. 그러나 음인술로 이면에서 빼낸 정보와 조합했을 때, 거짓말 또는 의도적으로 숨긴 내용이 드러난다. 이 이인삼각의 정보수집술은 두 사람이 득의로 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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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토리님, 어서 오십시오」

마중나온 교단 멤버는 야마모토라고 자칭했다. 온화한 표정 위에 붉은 모자가 올라탔다. 작은 모자이지만 불가사의하게 두드러진 존재감을 발산하고 있었따. 쇼토쿠태자를 신앙하는 교단이라 하니, 이 모자 색은 “관위 십이계”에 비유한 것일까. 적색은 팔위칠위에 대응하는 색이므로, 이 남자는 교단 내에서 중상 정도의 지위에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타오리는 아담한 화실로 안내되었다. 주위를 둘러보는데, 방에 이렇다 할 부자연스러운 점은 없다. 야마모토가 차를 가져왔다.

「우리 교단에 흥미가 있다는 분은 오랜만이군요」 싱글벙글 미소를 지으면서, 김이 나는 찻잔을 내미는 야마모토.

「그렇네요 정말. 쇼토쿠태자라는 분은 일본의 주춧돌을 놓았다 해도 과언이 아닌 분이신데, 사람이 더 모이지 않겠나 싶고」

「오오, 알고 계시는군요! 그 말씀대로입니다. 태자님은 이 나라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분입니다. 하지만 현재의 사회는…… 그리고 우리들도……」

좋아, 시작됐다. 8을 조종하는 술은 인간심리를 숙지하고 있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다. 이런 종교를 신봉하는 인간은, 전형적으로 “희”의 감정을 자극받기 쉬워 정보수집이 용이하다. 잘 부추겨서 재잘재잘 떠들게 하면 된다. 이것이 「 」이다. 사람 마음의 움직임에 민감한 그는 이 인술을 득의로 삼고 있다.

「……태자님은 숭고한 이상주의자셨습니다. 그러나 당시의 세속에 찌든 호족들은 그것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라면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태자님의 재림, 즉 부활을 바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의식이……」

「그거 확실히 멋진 생각이네요」

쇼토쿠태자의 부활…… 그렇군, 어떻게 잡아냈다. 저들은 변칙적 의식을 고분에서 — 쇼토쿠태자의 묘라면 에이후쿠사 북고분이다 — 행하려고 획책하고 있는 것 같다. “도굴사건에 관여”되었다 함은 그것일 것이다. 정부는 이를 막으려 하지만, 재단이나 연합에 맡기지는 않았다. 고분이나 유적이 궁내청이나 문부과학성 관할인 것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로서는 그 근처에 얼씬거리고 싶지 않겠지. 격리라는 미명 하에 노획당하거나, 청산이라는 이름으로 파괴당할 가능성도 있다. 경찰도 평범하게 움직이면 놈들이 알게 될 테고. 특사과 정예라면 움직힐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그러니 닌자에게, 우리 무진월도중에게 흰 깃털 화살이 꽂혔다는 것이다. 교단이 변칙적 활동에 손을 대기 전에 무력화해서 비밀리에 해결해 버리면 좋으니.

「태자님께서 부활하시면 이 세계는 어떻게 될까요」

「“구제”입니다. 이 나라, 이 사회, 그리고 궁극적으로 전 세계에 구원이 올 것이라고 우리는 확신합니다」

「그렇군요…… 확신이라고 하시니 말인데, 그것은 무엇인가 근거 같은 것이 있는 것입니까」

「년 전 의식 때였습니다. 그때 저는 구제를 구하면서도 약간 반신반의하는 구석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사장님께서 의식에 참여하도록 해주셨던 것입니다. 의식은 미완성으로, 우리가 볼 수 있었던 것은 태자님의 모습조차 아닌, 단지 그 신성한 힘의 한 끝단, 눈부신 빛뿐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보는 것만으로 이해해 버렸습니다. 나는 이 분께 마음을 다해야 한다고」

잘 들어주니 잘 떠들어대는 야마모토. 그 눈에는 황홀한 빛이 서린 것처럼 보였다.

(외부자인 나에게 이렇게까지 말을 할 줄은…… 이 녀석은 보통이 아니다. 자신의 체험을 널리 퍼뜨려야 한다는 강박에 홀린 느낌이다)

적어도, 이 남자가 교단의 계획을 숨겨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은 명백했다. 그는 이 계획이 옳다고 굳게 믿고 있다. 실수 따위 조금도 의심하지 않고, 그것을 저지하려는 사람이 있다고는 — 그것도 눈앞에 있다고는 생각지도 못할 것이다. 하타오리는 거기서 변칙적 정신침식의 영향을 감지했다.

(하지만 교단의 운영상황을 보면 전원이 이렇게 되지는 않은 것 같고, 이 녀석이 특히 심하게 세뇌된 녀석이라는 느낌인가. 중요한 정보는 주어지지 않는군)

그렇게 생각하며 하타오리는, 짝패가 보다 핵심에 다가선 정보를 물어오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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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각, 모습을 숨기고 잠입한 아오야기는 교단 시설의 중추를 목적지로 삼고 있었다. 손님에게는 보여줄 수 없는 진짜 기밀을 알아내기 위해서. 그러나 아무래도 이상하다. 시설 안에 사람이 너무 없다. 스텔스장속이 시각적 은폐성이 뛰어나긴 하지만, 소리는 숨길 수 없고, 누군가 부딪혀 버리기라도 한다면 당연히 들킨다. 그러니 스텔스에 자만하지 말고 인기척을 늘 살피는 것이 필요하다.

(시설 규모에 비해서 인기척이 너무 적다고 판단하지 않을 수 없네요)

여기까지 오면서 아오야기가 느낀 인기척은, 방금 마중을 나온 야마모토와 책상 앞에 엎드려 폭면을 취하던 흰 모자 세 명 해서 총 네 명 뿐이었다. 사전 정보로 추측하기에는 수십 명은 있어야 하는데…….

(잠입이 어렵지 않긴 한데, 너무 수상해)

닌자가 잠입하기 쉬운 찬스는 따로 있다. 바로 “비일상”이다. 관혼상제, 집안의 부상이나 질병 등, 비일상적 상태에 놓인 사람들은 평소 같으면 놓칠 수 없는 부자연스러움을 그냥 지나쳐버리기 일쑤다. 더 쉽게 말하자면, “다른 할 일이 많으면 경계는 희미해져 버린다”는 것이다.

이번은 그 반대 — 잠입하기 쉬운 바 예상되는 비일상에 대한 경계를 아오야기는 강하게 하고 있었다.

그런 사이, 시설 내에서 가장 엄중히 봉쇄되어 있는 문에 도착했다. 그래봤자 이깟 자물쇠 여는 것쯤, 훈련받은 닌자에게는 쉬운일 정도가 아니다. 잠입을 전문으로 하는 닌자라면, 기본적인 해정술은 당연하게 습득하고 있으니까.

(흠, 전자자물쇠가 아니라서 다행이네요. 9에게 빚을 지면, 나중에 갚으라고 요구당하니까요)

문 너머에는 연구실 같은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잘 정돈된 책상에는 고문서, 토기조각, 오래된 천 같은 물체 등 역사적 유물들이 정렬되어 있고, 책장에는 파일링된 서류들이 규칙적으로 줄지어 있다. 방을 살펴보니, 어제, 아니 오늘 아침까지는 틀림없이 사람이 있었던 것 같다.10

책장에 꽂혀 있는 자료들은 대부분 명백히 변칙적인 의식들에 관한 것들이었다. 뒤틀린 기하학적 무늬로 그려진 도상. 고문서에서 인용한 듯한 한자의 나열. 어느 한 책은 펴 보니 무슨 레시피책처럼 보였지만, 재료란에 돼지피라고 분명히 적혀 있었고, 100보 양보해도 정신 나갔다고 생각되는 순서가 세세한 글씨로 상세히 기술되어 있었다.

문득 아오야기는 책상에 놓여 있던 자료 중 하나에 눈길을 멈추었다.

『에이후쿠사 북고분에 태자님은 주무시지 않으시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일까. 의심이 들어 다른 자료를 찾는다.

『태자님의 진정한 강림에 육체는 불필요』

또 다른 자료를.

『코마즈카 고분의 발굴물을 사용해 의식을 수행』

『지하의식장에 기재를 운반』

첨부된 사진에는 동물의 뼈로 보이는 물체 — 이것은 일까 — 가 찍혀 있었다.

“장수를 쏘고 싶거들랑 말을 먼저 쏘아라” — 아오야기의 우수한 닌자뇌는 하나의 결론을 이끌어냈다.

인원의 부재가 가리키는 사실. 의식은 이미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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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에서 착신음이 울리고, 하타오리는 주머니에서 단말기를 꺼냈다.

「실례, 전화가」 일언지에 야마모토의 말을 잘라먹고, 단말기를 귀에 댄다.

「아아, 카즈미. 엑, 잠깐 뭐라고, 아버지가 쓰러지셔?」

가공의 아버지가 쓰러진 이야기를 가공의 누이동생과 개시한다. 물론 이것은 사전에 정해져 있던 아오야기의 메시지다. 착신이 오는 대로 긴급히 그 자리를 이탈하라는.

「죄송합니다, 야마모토씨. 좀 긴급해서요. 아버지가 갑자기 쓰러지셨다는데……, 병원에 가야겠습니다」

「괜찮습니다. 어서 가 보세요. 아버님께 태자님의 가호가 있기를」 한 손을 가슴 앞에 얹고 공손히 머리를 숙이는 야마모토. 그들의 기원례인가.

「감사합니다. 실례하겠습니다」 라고 말하기가 바쁘게, 하타오리는 집결지를 향해 뛰어나갔다.

세 명이 합류하자, 아오야기가 입을 열었다.

「긴급사태입니다. 그들은 지금 시설 지하 의식장에서 “카이노 쿠로코마”를 부활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쿠로코마 — 쇼토쿠태자의 애마였다고 전해지는, 흰 다리와 검은 털을 가진 말이다.

「잠깐만, 저놈들이 부활시키려는 건 쇼토쿠태자 아닌가? 갑자기 웬 말」

「그들이 쇼토쿠태자의 시체를 입수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치잇, 그럼 그렇지!」

11을 방불케 하는 수법. 저들은 일부러 진정한 정보를 알지 못하는 야마모토에게 응대를 맡긴 것이다. 약속을 예약한 것이 설마 닌자라고는 그들도 생각지 못했겠지만, 아마 경찰을 경계해서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음양협격으로 그 계책은 파훼되었다.

「그래가, 이대로 두면 우예 되겠노?」

「저들은 말을 되살리는 것이 뭔가 어떻게 간접적으로 성인의 부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 건 막지 않을 수 없고……. 의뢰인은 이 일을 비밀리에 처리하고 싶어한데이. 큰 일은 절대로 벌일 수 없다 아이가. 잉?」

「네에」

「그럼 해야 할 일은 하나지. 다시 가는 거야, 이번엔 지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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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즈노하는 임무 개시부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남동생처럼 여겼던 이들이 동경에서 건강히 자라 주체적으로 일을 해낼 수 있는 닌자가 된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선배가 할 일은 그저 지켜보기만 할 뿐이라고.

그런데, 관찰하고 있자니 싫어도 눈치채 버린다 — 아무래도 이 둘은 실력은 확실하지만, 실전에 익숙해지지 않은 점이 있는 것 같다. 여기는 선배로서 조언을 하나 해 주고 싶어진다.

「야야, 느그들. 의욕 만만한 건 좋은 거긴 한데, 뭐 까묵은 거 없나?」

「에?」

시금치 임마 시금치ホウレンソウ: 호렌소 = 보연상! 보고연락상담!」

전체적으로 닌자는 위급할 때 현장의 판단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임무는 회의실에서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주류다. 그래도 상담은 됐다 쳐도, 보고와 연락은 필요하다. 만약 본연의 임무에서 보고 없이 이탈하면, 그들이 실패할 경우 어떻게 도울 수 있겠는가? 의뢰주에게는 어떻게 설명하겠는가? 정보공유는 어떤 직종에 있더라도, 단체행동을 하는 이상 반드시 따라다닌다.

「우선 노사님헌테 현 시점까지의 조사결과와 앞으로의 계획을 보고한다. 그라고 나선 사후처리를 고민하고. 교단 아들은 어데로 보낼 낀데?」

긴급상황이니 침착하라고 타이르는 쿠즈노하.

「그렇군요. 우리가 데려가는 건 애초에 무리죠. 위험한 의도가 있는 건 확실하니 경찰에 맡기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특사과에서 잘 처리해 주겠죠」 그들은 우수하니까요, 라고 첨언.

「아이고, 정답이다. 그래가 신고는 뭘로 할라꼬? 미리 말해 두는데 110번은 안 된다. 재단이 감시할 끼니까」

「그럼 노사를 통해 의뢰주하고 직접 흥정하면 되겠…… 되는 거 맞겠죠」

「응응, 그런 기라. 시금치의 중요성, 알겠나? 그라문 내가 남아가 저쪽하고 조정을 담당할테니끼니. 안심하고 다녀온나」

「고맙습니다!」

씩씩하게 달리기 시작하는 두 사람의 등을 배웅하면서, 쿠즈노하는 생각했다. 미숙한 자신을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는 안심감이 얼마나 중요한가. 젊은 시절의 자신이 얼머나 도움이 되었겠는가. 누군가에게 의지할 수 있었기에 자신의 임무에 집중할 수 있었다. 무진월도중의 존재의의란 바로 이것이다. 서로 돕는 것. 어둠 속에 사는 무리에게는 그것이 필요하다.

문득 노사가 들려준 말이 떠올랐다.

『반인분인 그놈들 두 명 모여 겨우 1인분…… 첫임무는 이름뿐이고 사실상 현장연수라네. 쿠즈노하야, 선배로서 도와주거라』

(문디, 둘이 합쳐가 7할분삐 안되겠구마)

나중에 노사에게 불평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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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약한 냄새다

냄새 너머에 의식이 있겠죠

지하실에 잠입한 두 명은,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수화와 독순술을 조합해 대화를 시작했다.12

통로에 제대로 된 조명이 없어 어두컴컴한 실내는 닌자로서는 참으로 고마웠지만, 확실히 지독한 냄새가 — 곰팡내와 부패한 고기 냄새가 섞인 듯한 향이 — 가득했다. 통로를 살금살금 걸어가다 보니, 서서히 소리가 들려온다. 중얼중얼 주문을 외우는 듯한 목소리. 틀림없다, 의식장이 이 앞이다.

유심히 살펴보니, 우선 제단 외연에 원형으로 놓인 등불이 눈에 들어온다. 그 안쪽에 신자들이 고리를 그리듯 주저앉았고, 그 안쪽에는 고깃덩이와 뼛조각, 또는 “녹아내린 ”이라고 형용할 수 있는 존재가 두근두근 맥동하면서 진좌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악취의 발생원은 이것인 것 같다.

자세히 보니 제단을 비추는 광원이 등불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뭔가 천장에도 빛이……

위로 눈을 돌리려던 아오야기를 하타오리가 재빨리 제압했다.

보지마라 정신에 해롭다

야마모토의 말을 생각하기에, 빛 자체에 를, 신앙을 강제하는 힘이 있다고 생각되었다.

구자를 맺어13

재발리 구자를 맺고 올려다보니, 빛의 선으로 그려진 문양이 둥근 돔 형태의 천장에 떠올라 있었다. 이것은, 이것은 문이다. 무언가가 이쪽으로 나오려 하고 있다.

저 빛은 가까이 가지 않는 편이 좋다

문에서 새어나오는 빛만으로도 마음을 침식당한다. 문 너머에 있는 “그거” 본체의 힘은 얼마나 될까. 두 명 모두 그것에 대해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만은 알고 있었다.

빛에 비친 신도들의 얼굴은 허여멀겋게 떠올라 마치 망령처럼 생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한편 고깃덩이의 표면에는 얇게 피부가 붙기 시작해, 서서히 검은 털도 돋아나고 있다. 그다지 여유가 없을 것 같다.

생명력을 말에 쏟아붓고 있다

하타오리는 의식의 요점을 재빨리 알아채고, 그것을 짝패에게 전했다. 둘 다 결코 마술이나 주술의 전문가는 아니었지만, 닌자도 저주를 다루는 경우는 있다.14 마음의 움직임에 민감한 하타오리는, 사악한 힘의 흐름 또한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너는 어떻게 보냐

아오야기는 생각을 이리저리 굴렸다.

이 의식은 삼중구조를 취하고 있다. 말에 생명력을 쏟아붓는 신자 - 힘을 받아 소생하려는 말 - 말의 소생에 호흥하여 문을 열려 하는 무언가.

그 “무언가”야말로 이 말의 주인으로서, 저들이 구하는 성인임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그 강림을 막아야 한다.

사고를 계속하다 보니, 문을 형성유지할 만한 힘이 이 제단에는 없음을 알게 된다. 즉, 문은 저쪽에서 열리려 한다는 것이다. 그 방아쇠는 —

저 말이 불러오고 있어요 말을 멈추면

말을 공격하자고?

죽여도 죽지 않을 것처럼 보이는데요

장수를 쏘고 싶거들랑 말을 먼저 쏘아라. 그럼 말을 쏘고 싶거들랑 어째야 할까.

의식을 멈추죠

하타오리는 정신을 더욱 가다듬어 의식의 힘의 흐름을 쫓았다. 신자들에게서 뿜어져나온 힘의 선이 더 선명하게 윤곽을 드러냈다.

보였다. 힘은 막연히 쏟아부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묶어서 한 곳에 쏟아붓는 자가 있다.

저것이 의식의 주도권을 쥔 남자다.

그러나 그를 살해하면 된다는 것도 아니다. 그렇게 되면 제어력을 잃은 힘이 어딜 향할지 알 수 없고, 억제력을 잃은 반동이 영 좋지 못한 결과를 초래할 것임을 쉽게 상상할 수 있다.15

다가가지 않고, 죽이지도 않고, 저 남자의 집중만 교란시키려면.

저 자주색 모자 노릴 수 있을까요?

죽이지마 집중만 흐트러뜨리면 멈출거야 서두르고 시간 없다

맡겨주세요

조용히 수리검을 잡는 아오야기. 그 시선은 표적의 1점에 남김없이 쏠려 있다. 정신집중, 그리고 일투. 그가 던진 날이 어둠 속에서 빛을 받아 우아한 호를 그렸고, 자주색으로 염색한 모자만 날려보냈다. 훌륭한 솜씨다.

머리 위에 충격을 받자 놀란 남자가 소리를 지른다.

다음 순간, 간신히 형태를 얻어 일어서려던 “말”은, 다시 그 형태를 잃고 액상화했다. 천장의 문은 빛을 잃기 실작한다.

몇몇 신자들은 의미를 알 수 없는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고, 나머지는 노성을 지르며 의식의 실패를 한탄하기 시작한다.

「아아아아아아! 태자님이 다시 숨어 버리셨다!」

「왜 그랬어요! 왜 그랬어요!」

떠들썩한 혼란이 장소를 지배한다. 이 기회를 틈타 탈출할 수밖에 없다. 슬그머니 자리를 뜬다.

지상으로 나온 두 사람은, 소동을 듣고 느릿느릿 나타난 야마모토의 얼굴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문을 빠져나와, 울타리를 넘어 대기하고 있던 차에 올랐다. 차는 곧 발차. 닌자들은 귀로에 올랐다.

한편, 잠시 후 자신들을 방해한 괘씸한 자들의 존재에 생각이 미친 신자들은 수색을 시작했다. 위층을 찾아보려고 계단을 올라온 신자들이 본 것은 검은 옷을 입은 자들……

이지만 그 검은 옷이 닌자의 장속은 아니다. 검은 양복을 입은 집단이었다.

「경찰입니다. 이상한 냄새가 난다는 신고가 있어서요.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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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 후, 신오사카역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

「진짜 욕봤데이」

「오요우씨도, 수고하셨습니다」

「정말 도움을 많이 주셔서, 제 미숙함을 통감했습니다」

「마 됐고, 일단은 성공을 기뻐하기부터 하라고. 반성회는 동경에 올라가서 하면 되는 거 아이가」

「그런가…… 우리, 아무도 모르게 세계를 구했네요. 영웅이에요」

「영웅이라고 하기엔 너무 수수한 것 같은데, 모자 한 개 날려보냈을 뿐이 아닌가」

「아니제, 수수한 게 오히려 중요하제. 만약 일이 잘못되어가 재단이 날아왔어 봐라잉? 시노비 일을 하면서 제일로 신경써야 하는 게 의뢰인의 기밀을 지킨다 그거 아이가」

그렇게 말하면서도 쿠즈노하는 분명히 그들의 성장을 느끼고 있었다. 성공의 체험은 사람을 한 발 앞서게 만든다. 앞으로가 기대된다.

(이건 뭐라도 상을 줘야 쓰겠다)

「여ー 봐라봐라. 느그들 올라갈 때도 아이스크림 물고 갈끼제?」

「에?」

「확실히 내려올 때 아이스크림 먹으면서 오긴 했는데…… 어떻게 아시는지?」

「어저께 느그 입에서 바닐라 냄새 엄청 났으니까 알제」

「……얼라레? 와 가만 있노? 야야?」

「마 좀! 입 안 가리도 된다! 냄새 안 난다꼬! 야 마! 차라리 머리에 묻은 시체냄새 쪽이 더……」

「아나 짜슥들 진짜ー! 모처럼 누나야가 상으로 사줄라 캤는데!」


여담이지만, 상행 신간선에는 피스타치오맛 아이스크림을 먹는 닌자가 두 명 타고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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