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스는 눈을 빛내며 그 광경을 주시하고 있었다.
해변에 줄선 시민들은 흰색 긴바지를 입고 모여 있었다. 벌써 겨울철이지만, 남자는 대개 웃통을 벗고 있었고, 여자도 T셔츠 한 장만 걸치고 있었다.
"이게…… 이거시 '공수도'……"
허리를 약간 낮추면서 겨드랑이를 죄고, 힘차게 버텨내어 세게 내지르는 일격. 구령에 맞춰 규칙적으로 내지르는 펀치, 차가운 아침공기를 한층 더 맑게 바꾸고 있다.
"워우! 공수도! 공수도 굉장함미다!"
SPC의 에이전트 뱅크스는 일주일 전 일본으로 부임했다.
목적은 일본에 서식하는 적인 상어를 조사하고 SPC 이념을 널리 퍼뜨리기 위해서였다. Search(찾아낸다), Punch(구타한다), Conquer(제압한다).
일본에 "공수도"라 하는 격투기가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뱅크스 주변에 있던 "일빠" 녀석들은 공수도나 닌자가 얼마나 굉장한지 때때로 그의 휴식 시간을 낭비하면서 이야기해줬었다.
무엇보다도, 뱅크스 자신은 그들의 말 같은 건 믿지 않았었다. 좁은 섬나라 안에서만 맞서 온 스모 레슬러보다는 WWE 세계 헤비급 챔피언이, 공수도보다는 실전적인 무술 쪽이 강한 게 당연하다.
더구나 상어와 맞서는 데에 특화된 SPC 에이전트의 상어 격퇴술과 겨루다니 상상할 수도 없다…… 지금까지는.
뱅크스가 거점으로 잡은 동네에 공수도 도장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던 것은 일본에 온 직후였다.
그가 공수도 도장과 접촉을 꾀한 것은 그저 격투기 경험이 있는 사람이 SPC 에이전트가 되기에 더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불과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 무의식적인 오만을 박살내버렸다.
저들의 펀치는 상어를 굴복시키는 데에 충분한 파괴력을 갖고 있었다. 대열 끄트머리에 있던 아이들의 펀치조차도 그랬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발 밑을 보라… 심지어 저들은 모래 위에서 주먹을 내지르고 있다!
해변의 고운 모래는 몸의 자유를 빼앗고 상어 죽빵 절차의 실행을 어렵게 한다. SPC의 베테랑 에이전트들도 바닷가의 상어를 때리는 데에는 애를 먹었다.
그러나 저들 입장에서는 발 밑이 불안정하다고 해도 문제가 되지 않겠지. 중심을 낮추는 "Seiken Punch Conquerer(정권찌르기 제압법)"은 틀림없이 종래의 상어 죽빵 절차에 혁명을 가져올 터이다.
뱅크스는 자신의 오만을 부끄러이 여겼다.
저들에게 SPC의 모토를 가르친다고? 어리석었다, 저들에게 그런 건 필요없다. 저들은 우리들보다 몇 발 앞선 상어 죽빵 에이전트다.
누가 가르침을 받아야 할 처지인지 불 보듯 분명했다.
"콴장… 콴장님! 익스큐즈 미! 참깐, 켄찬으세요?!"
관장이라고 불린 초로의 남자는 타올로 얼굴을 닦고 천천히 뱅크스 쪽을 뒤돌아봤다.
늘 미소짓고 있는 듯한 실눈, 머리는 이미 벗겨졌지만 우람한 체격은 도저히 노인의 것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오오, 뱅크스 씨. 무슨 일이십니까? 공부는 되셨는지?"
"눼! 갱장히…… 괭장히 감동적이었슴미다!"
"그러셨다면 다행이군요. 부모님들께서 식사를 나눠주신다 하오만, 드시겠소이까?"
"네, 잘 먹갯슴니다……"
받은 돼지고기 수프를 아이들과 함께 먹었다.
따뜻했다. 상어를 때릴 활력이 샘솟는다.
"콴장님, 할 말이 있슴미다. 져를…… 져를, 공수도 에이전트가 될 수 있개 도와쥬십시오!"
관장은 놀란 것처럼, 무슨 말인지 잘 알 수 없는 듯한 표정을 했다.
어쩌면 이상한 걸 말해버렸나. 뱅크스의 머리에 일말의 불안함이 스쳐지나갔다. 그는 아직 일본어가 서툴다.
"하핫, 재미있는 말투군요. 문하생이 되고 싶으시다면 그렇게까지 하시지 않아도…… 우린 그저 동네 도장일 뿐이니까 말이오."
뱅크스의 얼굴이 확 밝아졌다.
"고생스러울 수도 있다오. 요즘 아이들은 모두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공수도를 배우게 하니…… 당신도 10년은 각오해 보시게."
그렇게 말하면서 관장은 싱긋 웃었다. 그 웃음만 없다면, 역전의 상어 죽빵 에이전트 못지 않은 날카로운 눈빛이다.
망설임 따위 있을 리 없다.
그 날부터, SPC 에이전트 뱅크스의 상어 죽빵 공수도의 길을 탐구하는 나날이 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