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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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엔딩은 없다.
— 이오인 콜퍼,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6 - 그런데 한 가지 더』 중

그리고 태양이 사라졌다.

한순간 빛이 폭발하듯 뿜어져 나오고, 다시 원래대로 돌아갔다. 사람들은 잠시 놀란 듯이 하늘을 쳐다보았지만, 태양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사람들은 잠시 수상하다는 듯이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고개를 젓고는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쳇바퀴 같은 일상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에게 무엇보다도 두려운 것은, 태양이 그대로 있다는 것이었다.

재단이 숨겨오던 그것, 증오를 품고 이 세계를 향해 수천, 아니, 어쩌면 수만 년을 달려온 그것, 그것이 어느새 태양을 먹어치우고 이곳으로 오고 있었다. 재단은 그것을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사용했지만, 결국은 이런 날이 오고야 말았다. 그는 아무 대책 없이 하늘을 올려다볼 뿐이었다.

2분
태양의 빛이 지구에 도착하기까지는 8분 20초, 그것은 광속의 85%의 속도를 내니, 10분이면 이곳에 도착할 것이다. 남은 시간은 채 2분이 되지 않는 시간이다. 별것 아닌 계산이지만, 그는 가능한 천천히 계산했다. 다른 생각을 떠올리지 않으려고. 하늘은 빠르게 밝아지고, 태양은 겁이 날 정도로 빠르게 커지고 있었다. 그는 언제나 어둠을 두려워했지만, 지금만큼은 차라리 어둠속으로 들어가고만 싶었다. 그는 실험실 한구석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빛은 그 구석까지 따라와 어둠을 밀어냈다. 어둠의 한 자락이라도 잡으려는 듯, 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1분 30초
그는 옥상으로 올라가기로 결정했다. 종말을 눈뜨고 바라보느니, 차라리 눈이 멀어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게 나으리라. 그는 단숨에 세층 위의 옥상으로 뛰어올라갔다. 층계참의 창문으로 언뜻 보인 바깥에서는, 낌새를 알아챈 사람들이 하늘을 바라보며 그 자리에서 굳은 듯, 마치 죽은 척 숨을 죽이고 있으면 그것이 오지 않으리라는 듯이.

1분
옥상은 더웠다. 아니, 숨이 막힐 만큼 뜨거웠다. 그것은 그새 하늘의 절반을 뒤덮고, 빠르게 커지고 있었다. 그것의 목소리가 이곳까지 들리는 듯. 그는 고개를 저었다. 아마 잘못 들은 것이리라. 보통 이런 빠져나갈 구멍도 없으면서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때에는 그의 옛날이 마치 주마등처럼 쭉 지나간다고 하지만, 그에게는 그것을 떠올릴 만큼의 여유도 무엇도 없었다. 그저 이 세상을 최대한 많이 그의 시야에 담아두는 것뿐. 그는 하늘을 보고, 땅을 보았다. 아래에서는 사람들이 빛을 피해 도망치려는 듯, 극심한 혼란만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30초
지상은 극심한 아지랑이로 더 이상 알아볼 수 있는 형체도 남지 않았다. 그는 시계를 보았다. 30초. 29초. 28초. 그리고 그의 마지막 시야에 들어온 것은 빛뿐이었다. 공기는 점점 가열되어 더 이상 견딜 수도 없었고, 하늘은(시각이 남아 있었다면) 눈뜨고 볼 수 없을 만큼 찬란한 빛으로 빛났다. 그의 시야에는 어둠뿐이었지만, 그는 그것이 빛을 뿜으며 다가온다는 것을 장담할 수 있었다. 그는 천천히 박자를 맞추어 카운트다운을 했다.

10초.

9초.

8초.

7초.

6초.

그는, 아니, 한때 그의 몸의 일부였던 잿더미는 더 이상 수를 셀 수 없었지만, 나머지 5초는 흘러갔다.

중간 중의 하나의 끝.
— 이오인 콜퍼,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6 - 그런데 한 가지 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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