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와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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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발생한 SCP 개체의 탈주 시도 및 다수의 D계급 인원의 사망에 관하여 일부 연구원과 요원들이 내규를 위반했다는 제보를 받고 이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졌으며, 이 과정에서 해당 개체와의 면담을 진행하였다. 안전을 위해 면담은 모니터를 통해 이루어졌으며, 다음 기록은 수사가 종료될 때까지 기밀로 처리한다. 이하는 면담 내용의 온전한 녹취록이다. 조사관의 질문 내용은 생략하였으며, 답변 내용만 기록하였다.

아아, 음. 그냥 마이크에 대고 말하면 된다고요? 좀 바보 같네요. 아무도 없는 방에서 그냥 나 혼자 마이크에 대고 말하라니 참. 음, 그니까, 일단 처음부터 시작해도 될까요? 제가 여러분들한테 잡힌 건 아마 한두 달 전이었던 것 같은데, 그때부터 전 아주 불길한 걸 느꼈죠. 아니, 그냥 도망가는 사람한테 총을 쏘아대는 미친놈들이 어디 있어요? 협조를 바란다면 설득을 하면 되지, 총을 쏘면서 서라고 하면 그 자리에 서겠냐구요. 그니까…… 네? 그냥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라고요? 네, 뭐. 못할 것 있나요. 하여간, 제가 잡혀서 여기로 끌려왔고, 골방 같은 데에 던져놓더니 얼마 지나니까 지금처럼 무슨 조사를 하더라고요. 저보고 인간이냐고 묻길래, 저는 당당히 뱀파이어라고 답해줬죠. 못 말할 것 없잖아요? 제가 무슨 드라큘라에 나오는 피 빨아먹는 괴물도 아니고, 저도 엄연히 인격과 인권을 갖춘 하나의 생명이란 말입니다. 음, 제가 어떻게 뱀파이어가 됐냐고요? 글쎄요, 솔직히 말해서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냥 어느 날 눈뜨고 일어나니까, 뭐랄까, 허기가 사라졌다고 해야 하나? 그리고 갑자기 피에 대한…갈증이라고나 할까요? 그런 게 생기고. 그런 건 당신들이 알아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당신네들이 뭐 UFO나 외계인 시체 같은 것도 막 추적하고 X-File 같은 데 나오는 사람들이잖아요. 아니라고요? 하여간, 제가 그렇게 대답하니까 그 조사관이 박장대소를 하더라고요. 물론 자기 딴에는 안 웃으려고 노력하는데, 그 조사관이 그렇게 연기를 잘하는 편은 아니었죠. 음, 그래서 그 조사관이 저한테 제가 뱀파이어면 어느 소설이나 영화란 가장 비슷하냐고 물어봤는데, 사실 저도 잘 몰랐죠. 물론 저도 제가 뱀파이어면 뭐 좋은 점이 없을까 해서 온갖 걸 다 찾아봤죠. 소설은 《드라큘라》, 《카르밀라》부터 시작해서 그 오글거리는 《트와일라잇》까지. 그리고 영화도 《노스페라투》에서 《데이브레이커스》까지. 그야말로 거의 모든 걸 찾아봤는데도 글쎄요, 딱히 저랑 맞는 건 없었어요. 그나마 몇 가지 알아낸 게 있다면, 일단 종교는 효과가 없다는 거. 교회에 잘만 들락날락할 수 있고, 십자가나 성수는 아무 상관없더군요. 그리고 세상에 뱀파이어가 그렇게 많지 않다는 거. 제가 이렇게 된 게 한 5년이 넘어가는데도 아무도 만나보지 못했으니까. 그리고 제가 미쳤다고 그걸 실험을 해보겠어요? 만약에 햇빛에 노출되면 잿더미가 되는 건 난데. 《데이브레이커스》처럼 된다는 보장도 없고.1 그렇게 그 사람한테 말해주니까, 고개를 끄덕거리더니 저한테 앞으로 실험을 몇 가지 해봐도 되냐고 묻던데요? 뭐 뱀파이어의 특성을 더 알아내고 싶다나 뭐라나. 저야 뭐 저에 대해 더 잘 아는 것도 좋으니까 당연히 좋다고 했죠.

그래서 다음 날쯤 되니까 그 사람들이 실험을….하더라고요. 처음에는 그냥 평범한 걸로 시작했죠. 저한테 수혈용 피 봉지를 가져다주면서 피를 진짜로 ‘소화’하는지 실험을 해보겠다는 거예요. 그니까 제가 만약에 A형 피를 마시고 그 다음에 B형 피를 마셨는데 제가 죽어버리거나 하면 저는 그 피를 ‘소화’하는 게 아니라 혈관으로 집어넣는다는 소리라는데, 뭐 제가 무슨 모기보다 열등한 것도 아니고. 그래서 멀쩡히 피를 다 마셨죠. 인간 피를 마시는데 거부감은 없었냐고요? 저도 처음에야 좀 떨떠름했는데, 뭐 어쩌겠어요? 《트와일라잇》처럼 동물 피라도 마시면 되지 않겠냐고 생각하실지 모르겠는데, 한국에 사냥해 먹을 동물이 어디 있겠어요? 괜히 DMZ 같은 데 들어갔다가는 총 맞고 죽을 게 뻔하니까. 차라리 밤에 나가서 사람 피 먹는 게 훨씬 낫죠. 거기다가 피를 빨아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에요. 어떤 책에서 봤는데, 만약 뱀파이어가 사람 피를 전부 다 빨아먹으려면 압력이 진공청소기와는 비교도 안 되게 세야한다나? 하여간 그러니까 저도 피 마시려면 귀찮죠. 사람 하나 잡아다가 기절시켜서 상처 깊게 내서 흘러내리는 피를 마셔야 하는데. 그래서 제가 그렇게 고분고분했던 거예요. 가만히 있어도 그냥 피를 가져다주니까. 뭐 그 다음에도 이상한 실험을 많이 했는데, 솔직히 기억나는 건 거의 없어요. 자외선램프 가지고 실험했던 거 하나 정도? 아마 X선이든, 자외선이든, 적외선이든 뭐든 간에 아무 변화도 없었던 것 같았는데. 음…그래서 결국에는 이 이야기까지 해야 하겠죠? 그니까…..실험실에 있는데 어느 연구원이 들어왔죠. 회색 머리를 한 여자였는데. 그 여자가 오늘은 좀 특이한 실험을 해보겠다고 하더니 절 묶더라고요. 그러고는 주사기를 들고 제 입천장에 찔러 넣더니 피를 쭉 빼내더라고요. 그러면서 저한테는 설명도 안 해주고 그 여자랑 같이 들어온 주황색 옷 입은 남자한테 찔러 넣더라고요. 그러고는 그 남자는 제 맞은편에 묶어놓고 나가고. 그 묶여있던 남자는 한 몇 분 지나니까 갑자기 부들부들 떨더니 의자를 박살내고 일어나서는 저한테 다가오더라고요. 그러고는…정말 끔찍했어요. 그대로 목이 뜯겨져나가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얼굴에 쫙 피가 튀더군요. 그 남자의 머리 위쪽은 박살나버렸고. 그 남자의 몸은 그대로 제 위로 쓰러졌는데, 으, 그 여자가 연기가 피어오르는 엽총을 들고 서 있더군요. 그 여자의 표정은 정말 못 잊을 것 같아요. 사람 하나 죽여 놓고는 그렇게 활짝 웃을 수 있다니.

하여간 그 여자가 실험은 이제 끝났다며 저를 다시 방으로 돌려보내더군요. 도대체 이게 무슨 실험이었는지. 제가 보기에는 사이코패스 하나가 사람 하나 죽인 걸로밖에 안 보였는데. 혹시 아세요? 말해 줄 수 없다니요, 제가 당사자인데도요? 음….알겠어요. 당신들이 저한테는 아무것도 안 말해주면 저도 당신들한테는 아무것도 안 말해줄 겁니다. 기브 앤 테이크도 몰라요? (잠시 논의 끝에 이에 대한 정보를 말해주고 면담을 계속하기로 결정. 실험의 목적에 대해 말해줌.) 음…..그랬군요. 그래요. 그 여자가 한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네요. 공감은 안 간다만. 그래도.

좋아요, 계속하죠. 그 실험이 끝나고 한 반나절 후에, 갑자기 경비원 하나가 오더니 저보고 실험 일정이 잡혔다며 같이 가자고 하더군요. 아직도 뒤숭숭하기는 했다만 그래도 따라갔죠. 그런데 그 경비원이 평소에 가던 실험실이 아니라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더군요. 그 때 도망쳤어야 했는데. 하여간 제가 거기로 가니까, 그 여자하고 처음 보는 남자 하나, 경비원 하나, 주황색 옷 입은 사람이 한…다섯이었나? 그쯤 있더군요. 저를 묶더니 갑자기 그 여자가 메스를 꺼내들면서 말하더군요. “인간성은 없고. 전염성은 있고. 무가치하고. 살려둘 이유가 없는 것 같은데.” 그 남자는 “무슨 고귀한 가치 때문에 이러는 것처럼 말하네? 기껏해야 개인적인 복수심 때문이면서.” 라고 대답했는데, 그러고는 자기들끼리 뭐라뭐라 떠들더라고요. 한참 후에 경비원 하나가 들키겠다며 빨리빨리 끝내라고 하고 나서야 그 여자가 무슨 짓을 하더라고요. 서랍에서 무슨 약을 꺼내더니 저한테 억지로 먹이고는, 경비원이랑 같이 나가버렸죠. 그리고 그 다음은, 그냥 빨간 색이에요. 세상이 온통 붉게 물들고, 이상한 목소리도 들리고, 갈증만 느껴지고. 그래서…. (훌쩍거리는 소리) 제가 고의로 그런 건 아니에요. 이해하시죠? 진짜에요. 제가 그 주황색 옷들을 왜 난데없이 죽였겠어요. 다 그 여자 때문이지. 하여간 제가 그 사람들을 죽이니까, 갑자기 사이렌이 울리고, 아까 그 경비원들이 들이닥치더니 다짜고짜 쏘더라고요. 아마 절 죽이는 게 그 여자가 생각했던 것 같은데, 그 생각대로 안 됐죠, 당연히. 제가 그 경비원들을 날려버렸으니까. 그러고는 그냥 무작정 뛰어다니다 보니 입구가 나오더군요. 근데 정말 묘했어요. 세상은 붉게 물들고, 사이렌 소리만 미친 듯이 울리는 데 그냥 달빛이 보이는 데로 뛰어가도, 여기서 영원히 못 벗어나는 게 아닐까 해서, 그렇게 뛰었는데도……..

조사관 의견: 아버지의 사망에 대한 복수심이 동기인 데에서 정상참작의 여지가 있으나, 고의로 탈출을 야기하였고, 사전에 CCTV나 녹음기를 꺼두고 요원들을 매수하는 등 치밀하게 계획하였으며, 임의로 대상을 사살하려 했다는데서 무거운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판단됩니다. 자세한 사건 정황 및 판단근거에 대해서는 종합 보고서를 참고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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