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완 요원의 면담 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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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프 박사님, 담배 하나만 펴도 될까요."

"미안하지만, 안돼. 저 도마뱀이 언제 한번 가연성 가스를 환풍구로 흘려보내서 담배 피던 격리 요원을 관리실과 함께 터뜨리고 격리에 탈출한 적이 있어서 말이야."

"어차피 이제 좀 있으면 좆될 텐데 그거 하나 못해주나요."

"난 아직 좆되고 싶지 않거든. 필 거면 격리실 들어가서 펴."

스완 요원은 어쩔 수 없이 담배를 집어넣을 수밖에 없었다.

"재단에서 나름 안 찍히려고 열심히 일했는데, 어쩌다가 여기까지 왔을까요."

"자네는 위험 SCP 면담 요원이잖아. 그러니 열심히 일했으니까 여기에 오는 게 당연하지."

"솔직히 말해서 그 외계 지성체와 면담하는 법에 대한 논문은 그냥 장난으로 쓴 거였어요."

"장난이라기보다는 술이나 약하고 다음날 갑자기 잠에서 확 깨서 새벽 감성으로 쓴 거겠지. 넌 천재야. 니 논문 처음 봤을 때 뭐 저딴 참신하고 구체적인 또라이가 있나 싶었어."

"차라리 보뷜일튼하고 면담했을 때 콱 죽어버려야 했었는데."

"뭐?"

"어, 박사님은 모르시구나. 그럼 말 못하는데."

"기억소거제 남는 거 하나 있으니까, 말해봐."

"그냥 지구 사러 온 외계인이에요."

"이런 시발."

"그때 아주 끝내줬어요. 인류가 지구를 소유하고 있다는 걸 증명해보라면서 전 인류의 대표 나오라는 거에요. 재단이나 유엔도 '모든' 인류를 대표하지 못한다고 그러고, 결국 발견된 모든 단체들이 모여서 대표 하나 뽑는 것밖에 답이 없었어요."

"넌 거기서 뭘했는데?"

"처음엔 초기 면담 환경 설계하고 O5 아바타짓 하다가, 나중엔 지들은 사람 아니라면서 안 오려는 애들 만나러 갔어요."

"니 말 들어보니 드는 생각인데, 혹시 너 O5한테 벌써 찍힌 거 아니냐."

"그러고 보니 드는 생각이…."

"미안하지만, 다음에 들어야 되겠군. 저 도마뱀 팔다리가 방금 끊어졌거든. 회복하기까지 아주 잠깐 시간이 있을 거야."

"아, 고마워요, 박사님."

"….마지막으로 하나만 묻자."

"네?"

"정말 그 짓거리를 하면 그 도마뱀하고 말을 섞을 수 있는거야?"

"저도 잘 모르겠어요."

두꺼운 철문이 닫히는 소리가 등 뒤로 들려왔다. 스완 요원은 거의 본능적으로 면담 대상의 눈을 바라보았다. 커다란 눈이 스완 요원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땅이 꺼질 듯이 한숨을 쉬고, 스완 요원은 면담을 시작했다.


SCP-682-STA-35 면담 기록
[기록 시작]
00:03 스완 요원: "이 씹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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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SCP-682: [밈 말소]
05:27 SCP-682: [데이터 말소] [밈 말소]
[기록 종료]


"정신이 이제 좀 드냐?"

"클레프 박사님이 왜 여기 계세요? 전 분명 그 도마뱀 혓바닥에 감겨서…."

"여기 아직 이승이야. 면담도 성공했고."

클레프 박사는 서류를 하나씩 넘겼다.

"어디보자, 이번 면담이 건전한 내용은 아니긴 했지만, 일단 격리팀에서 도마뱀을 위한 방음 장치를 설치하기로 했어. 격리 실패 가능성이 조금은 줄어든 셈이지. 재단 심리학부에서도 면담 기록을 보여달라고 하더군. 5분이나 도마뱀 앞에서 떠든 미친 놈은 지금까지 한 명도 없었으니, 그럴 만도 해. 이 정도 자료면 왼쪽 다리 한쪽 잃은 거야 아무것도 아닌 거 아냐?"

"제 왼쪽 다리를 기어코 먹어갔군요…."

"그게, 마지막에 내가 염산을 뿌렸는데 잘못해서 살짝 튄거야."

"클레프 박사님?"

"….다음부터는 살살 뿌릴게."

"왼쪽 다리마저 이렇게 될 줄은 몰랐는데."

스완 요원은 광택이 나는 오른쪽 다리를 바라보았다. 그 교단의 공학자는 더러운 살덩어리에 잘린 다리를 다시 붙일 방법은 없다며 대신 고대 그리스 조각상에 떼온 것 같은 청동 다리를 붙여주었다.
"….미안, 내가 사과하지. 물을 게 있는데, 전자식 귀마개는 언제 낀거야?"

"2014년부터 안 빠지더라고요."

"덕분에 뇌가 터지지 않고 노릇하게 익는 정도로만 끝났어. 다행이야. 그럼 뇌스캔 해도 문제될 건 없겠네."

"뇌스캔이요? 저 데이트 약속 있어요."

"지금부터 자넨 E계급 인원으로 재조정됬네. 여기, 증명서하고, 인식자 태그 카드 받아."

"안 돼요! 앞으로 이상한 짓 면담한다면서 하지 않을께요! 제발 박사님!"

"내가 뭐 어떻게 할 수 없는 거 알잖아. 일련번호도 벌써 정해졌어. 노래마인 이사관이 너를 위해 따로 5892번은 비워 놓기로 했다는데 마음에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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