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로운 방향으로

아이리스는 지난 몇 시간 동안 한 사진 너머로 손을 뻗으려 했다.

그냥 보통의 사진이었다. 다른 몇십 개의 사진들처럼 몇 분 전에 아이리스 자신의 카메라로 찍은 사진이었다. 하지만 그 너머로 손을 뻗으려 할 때마다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가끔씩 아이리스의 손은 통과하지 못했다. 그보단 더 자주, 유령 모습의 손이 통과해서 나타났다. 흐릿하고, 깜빡거리고, 잘 보이지 않았다.

아이리스는 짜증거리는 소리를 내며 사진을 탁자 위에 던졌다. 훈련을 감시하는 이름없는 연구자가 눈썹을 치켜 올렸다. “좀 쉴까?” 연구자가 짧게 말했다.

아이리스는 고개를 저었다. “전 답을 알고 싶어요.”

“음, 생리학적으론, 넌 괜찮아.” 연구자가 클립보드를 펜 뒤끝으로 두드리면서 말했다. “그래서 분명 심리학적으로 문제가—”

“그런 답 말고요.” 아이리스가 말을 끊었다. “전 어떤 답이 필요해요, 어떤 실제적인 답을. 예를 들면, 누가 이 일의 책임자인가? 누가 새로운 보위 장군인가? 같은 거요.”

“그건… 아마 대부분 기밀 사항일걸.”

“아마?” 아이리스는 연구자를 노려봤다.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아이리스는 연구자의 무표정한 얼굴에 떠오른 미소를 후려치고 싶었다. "그 사람을 만나고 싶어요." 아이리스가 말했다.

“굳이 그럴 필요는 없을 거 같은데.” 이름 없는 연구자가 정중하게 미소를 지었다. “한 번 더 해볼까? 11월 6일자 연습의 첫 부분부터 다시 해보면 어때?”

아이리스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여기까지 할래요.” 아이리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향해 다가갔다. 문 위에는 보안 카메라가 있었다. 아이리스는 어둡고 눈도 깜짝하지 않는 렌즈를 똑바로 쳐다봤다. “거기서 보고 있는 거 알아요.” 아이리스가 말했다. “그리고 우린 만나야 해요. 당신과 얘기하고 싶어요. 아니면 이 모든 게 실패할 거예요.”


다른 곳에서, ‘새 보위 장군’이 알 수 없는 시간에, 육체에서 몇 백 마일은 떨어진 곳에서 깨어났다. 실제 세계는 안개가 낀 틈 너머로 매우 시끄러웠지만 이해할 수가 없었다. 라이트는 자신의 심장이 마구 뛰고 있다 생각했지만, 실제로 그런지는 알 수 없었다.

이번엔 왜 일어난 거지? 어쩌면 꿈이겠지. 라이트는 생각을 돌려보려 했지만, 막연한 비논리만을 느꼈을 뿐이었다. 피의 이미지의 이미지와 귀에 걸린 네가 다 망쳤어라는 희미하게 찢어지는 소리

이런 일이 우연히 일어나진 않았을 것이다. 알파-9가 O5 평의회에 의해 승인이 되었다는 소식이 어제 밤에 전달되었다. 라이트는 4시간 동안 통화를 위해 깨어있었고, 그 이후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그래서, 뭐, 그렇게 된 듯 했다.

알 수 없는 시간 동안, 라이트는 침대에서 똑바로 앉았다. 팔은 몸을 감쌌고, 두 개의 알람과 벨소리에도 몸은 멈춰버려 반응하지 않았다. 그녀가 자는 동안 잘못된 이미지들과 끝나는게 나을 세계를 뇌에서 뱉어낼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 속에서, 위기의 순간에 담담했던 예전 자신의 모습이 웃겼다.

어느 순간, 조수인 보가 문을 두드려서 라이트가 살아있는지 확인하고, 지금 어떤 위급한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그녀 자신에게 괜찮다고 말을 해줬다. 그리고 아침 약속을 다시 잡겠다고 말하면서 이따가 음식과 커피를 가지고 오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보는 라이트를 혼자 두고 밖으로 나갔다.

라이트는 가끔 자신이 전생에 뭘 했길래 저런 남자를 데리고 있는지 궁금했다.


12시 경, 라이트가 흐리멍덩하고 화장도 안한 모습에 옷도 또 별로 입지 않은 채 사무실에 드디어 나타났다.

보는 챔피언 마냥 묵묵하게 처리해나가던 서류 더미 속에서 고개를 들었다. “기분이 어떠세요?” 보가 정중하게 물어봤다.

“딱히 이상한 증상은 없어.” 라이트가 말했다. “대체적으론, 평범하고. 혈액 검사는—”

“건강 검진은 언제나 대기하고 있습니다.”

라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고마워. 고마워.”

보는 웃은 다음에 라이트가 진행하지 못한 일들을 말해줬다. 라이트는 또 손을 세게 풀다가 삐지 않도록 하면서 왼손을 풀었다. 그녀는 물리치료를 싫어했다. “뭔 일 있어?” 라이트가 물었다.

“제가 없앨 수 없었던 회의 두 개가 있습니다.” 보가 말했다. “악투스가 당신에게 최근 보고를 담은 파일 몇 개를 보내줬습니다. O5 평의회에서 온 소식도 있고요, 내일 중으로 다른 이사관 분들도 만나야 합니다. 그리고 케인이 오늘 아침 일찍 도착하셨습니다.”

“카인, 아니면 케인?” 라이트가 물었다.

“케인입니다. 엘리엇 박사와 무스 이사관이 동행한다네요. 당신과 얘기하고 싶다고 했지만, O5와 통화 중이라 했습니다.”

“고마워. 또 다른 건?”

“케인이 아니라 카인하고도 만날 일정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무스 이사관께서 카인을 알파-9에 넣는 데 본인이 참여하도록 손을 좀 썼고, 그대로 하게 뒀습니다. 그렇게 진행됐고, 카인은 합류하게 됐습니다. 요약 보고는 메일함에 넣어놨습니다. 첫 번째 회의는 무스 이사관님하고 있습니다. 뭔가 말하고 싶은 게 있다는군요.”

“그게 뭔데?”

“말씀 안하셨습니다. 굳이 말해보자면, 어지간하면 알파-9과 관련된 일이겠네요.

라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카인, SCP-073과 직접 얘기를 해봐야겠어.”

“이미 다음 주에 일정을 잡아놨습니다.”

“고마워. 두 번째 회의는 누구랑 해?”

“어.” 보는 공책을 확인했다. “타브-666입니다.”

“시발.”


언제나 그랬듯이, 무스 이사관과의 일은 보가 생각한 게 맞았다.

1시 2분, 라이트 지휘관은 회의실로 들어갔다. 하얀 옥스퍼드 셔츠에 검은색 바지, 깔끔한 구두에, 눈 밑에는 다크서클이 있는 표준 유니폼 차림이었다.

무스 이사관은 이미 거기 있었다. 너무 큰 몸집에 맞지 않는 양복을 입은 채 방의 다른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눈에는 라이트처럼 다크서클이 드리워졌다. 재밌는 이름을 가진 이 여자는 제19기지 이사관 자리에 이리 오래 있으리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마침내 교체를 요구한 임시 이사관이었을 스트렐니코프는 제외하고, 아무도 이 자리에 오래 있진 못했다. 그렇게 교체된 무스는 자리에 대한 시련 없이 일 년이 넘게 자리를 유지했다.

두 사람 이외에 방에 있는 것은 갈색의 포장된 소포 밖에 없었다.

“당신이 요청한 물품을 얻었어.” 무스가 첫마디로 말했다. “이게… 당신이 말한 설명과 가장 가까운 거야. 쉽진 않았어. 하지만 당신같은 타입 블루가 아닌 사람한테도 작동은 하겠지. 내가 직접 확인했어. 설명서는 같이 넣어뒀고.”

“정말 고맙습니다.” 라이트가 말했다. “제가 보답으로 할 만한 건—”

무스는 고개를 저었다. “이미 해줬는걸. 카인하고 만나게 해줘서 고마워.”

“그건 보에게 감사해야 합니다. 보고서에서는 잘 됐다고 하더군요,”

“벌써 보고서를 받았어?”

“제가 보에게 감사해야할 다른 이유죠.” 라이트가 자리에 앉았다. “카인에게 뭐라고 설득했나요?”

“내가 할 일은 아무것도 없었어.” 무스는 재밌는 표정을 지었다. “바로 동의했거든. 솔직히 나도 놀라긴 했어. 그 때 … 그… 076-2와 오메가-7하고 함께했던 때를 생각해보면.”

라이트는 잠시 생각했다. “아마 O5가 처음부터 그에게 부탁하지 않았을까요? 전 그게 한 번에 잘 됐다고 좀 하니까 좀 수상한데요.”

“그 쪽이 그렇게 있지 않을 텐데.” 무스가 냉담하게 말했다.

“아닐 수도 있죠.” 라이트가 어깨를 으쓱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 그거야,” 무스가 말했다. “알파-9에 대해서.”

라이트가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들이 지난주에 보고서를 보내줬어.” 무스가 말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봤지. 오메가-7만큼 위험한 어떤 걸 다시 만들어낼 만한 좋은 이유를 찾아보려 했거든. 내가 찾은 건 몇 년 전부터 있던 많은 정치적 공작, 그리고 이 기지에서 일어난 알 수 없는 공격에서 아이리스가 보여준 사격술이었어. 다른 건 없었지. 변칙적 전장에서는 아무 말도 없었어. 하지만 알파-9이 어떻게든 만들어졌지. 어제 밤에 말이야.”

“저 스스로도 좀 머뭇거리긴 했습니다.” 라이트가 말했다. “하지만 제가 볼 땐 당신은 변칙 개체를 사용하는 데 있어서 재단과 함께하면서 다른 관점을 가졌으리란 생각을 했습니다.”

“나 자신이 변칙 개체라서? 난 그래가지고 이게 엄청 위험하다고 생각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몰랐지만, 무스는 타입 블루로 불리는 사람이었다. 재단에 들어오기 이전의 과거 뱀의 손에서는 초현실적인 마법사였다.

“날 오해하지 마.” 무스가 말했다. “다른 사람의 표현을 빌리자면, 커다란 위험에는 커다란 이유가 필요한 법이지. 난 위험을 봤어. 커다란 이유는 보이지 않았고.”

라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볼 땐, 장기적인 위험성이죠. 어쩌면 중장기적일지도. 아닌가요? 우리의 일반적인 자원은 한계까지 몰아붙여져 있습니다. 저희의 변칙 자원은 거의 건드리지도 않았고요. 그리고 우리는 여전히 거의 매일 SCP처럼 보이는 것들을 확인하죠. 어쩌면 지금 당장은 강한 이유는 필요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언젠간 있겠죠.” 라이트는 잠시 머뭇거렸다. “O5가 저희가 알지 못하는 어떤걸 알고 있지 않다면요.”

“내가 회사원 체질인 거 알지.” 무스가 말했다. “하지만 어떤 사람에겐, 그걸론 충분하지 않아.”

라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왜 알파-9에 참여한 거죠? 거절할 수 있었잖아요.”

“왜냐면 난 변칙 개체가 저 바깥세상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아니까.” 무스가 말했다. “당신들의 현재 현장 팀 중에 타입 블루가 뭔지 아는 사람이 없어. 알렉산더 폭스를 떠올렸겠지. 그는 마셜 카터&다크를 위해서도 일해. 이것만으로도 이미 위험해. 만약 내가 재앙이 되지 않게 막을 수 있다면, 적어도 어떤 면에서든 난 그걸 시도할 의무가 있어.” 무스는 라이트를 바라봤다. “내가 볼 땐 당신도 이거 때문에 들어온 거 같은데.”

틀린 말은 아니었다. 두 사람은 잠시 조용하게 있었다.

“어제 밤에 두루치기 일꾼이 날 보러 왔어.” 무스가 마침내 말했다. “알파-9을 승인한 투표 이후였지. 스스로를 ‘충성’이라 부르더군. 그리 영리하진 않았어.”

“뭐라 했나요?”

“어떻게 알파-9이 통과됐는지 말해줬어.” 무스가 말했다. “투표가 통과되게 한 게 평의회 최선의 선택이 아니라고 하더군. 정치적 논쟁이라고 했어. 아무도 노골적으로 말하지 않는 존재에 대한 위협이라고도 했지. 평의회는 이런 게 딸려올 이 투표와 같은 일을 기다렸고, 이런 일이 일어났을 때, 그들에겐 말할 사람만이 필요하다고. 뭐랄까, 여기 우리가 좋아하는 프로젝트가 있다. 우리가 그걸 운영하자. 뭔가 잘못 됐을 때 책임을 지겠다. 일이 잘못 됐을 때 말이다. 라는 말을.”

무스는 말을 멈추고 탁자를 바라본 뒤, 빈 의자의 뒷부분에 손가락을 두드렸다.

“그게 전가요?” 라이트가 물었다.

무스는 고개를 저었다. “‘충성’은 그게 평의회의 인원일거라 말했어. 알파-9이 오메가-7과 같은 걸로 드러났을 때 책임을 지겠다 자원한 사람. 그게 O5-10이라 했어.”

O5-10? 라이트는 살짝 놀랐다. 그녀는 O5-7에게 오직 이 프로젝트가 존재할 시간에 대해서만 들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때, 뭔가 분명한 확신이 들었다. O5-7은 자신을 이런 프로젝트에 도박을 거는 사람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뭐, 라이트에게 일을 시켰으니까. 그 이전엔 클레프에게 시켰고…

“왜 직접 카인을 만나서 제안하겠다고 하셨죠?”

“내 손으로 상처를 드러내 보려고.” 무스가 잠시 말을 멈췄다. “그러면 아무도 이걸 처망치지 않을 거 아니야.”

라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답이 될 거 같네.” 무스가 말했다. “아무도 오메가-7을 잊지 않았어. 이게 좋은 일이 될 거라 생각하진 마.”

“생각하고 있긴 했습니다.” 라이트가 말했다. “이걸 다루려면 많은 준비를 해야겠죠.”

“이제 일하러 가야겠다. 행운을 빌어, 라이트 지휘관. 나중에 다시 보지.” 무스는 의자에 손가락을 두드리는 걸 멈췄다. “머뭇거리지 말고. 생각보다 우리에게 시간이 없어.”

라이트는 생각한 게 없었다.


타브-666과의 다음 회의는 너무 빨리 찾아왔다.

이번 회의실에 앉아있는 사람은 세상에서 제일 못생기고, 제일 지저분한 남자였고, 그의 반대편에는 매력적이고, 말끔하게 준비한 여자가 있었다.

라이트는 남자를 잘 알았다. 여자 쪽도 알긴 알았다.

“알토.” 라이트가 말했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

“소피아.” 클레프가 대답했다. 저 일그러져 보이는 미소는 얼굴에서 떠나는 법이 없었다. “내 전 비서이자 현 후계자인 안드레아 S. 애덤스를 소개할게.”

“애덤스.” 라이트가 악수를 위해 손을 뻗으며 말했다. “얘기 많이 들었어. GOC의 기습에 아이리스를 빼내온 일도 잘했고.”

두 여자가 악수하는 동안 애덤스의 입술이 아주 살짝 씰룩거렸다. 클레프의 표정은… 더 알기 쉬웠다. “계속 기다리게 했으면 미안.” 라이트가 계속 말했다. “소식은 들었지?”

O5 투표? 고럼! 운이 좋았지.” 클레프가 웃었다.

“예상한 거 아니었어? 명령을 보면…”

“05는 자기들이 좋은 생각이라 생각한 망할 것들을 명령하니까.” 클레프가 말했다. “화요일이면 나쁜 것들도 나오겠지만. 마지막 희망에 논란이 없었으리란 말은 아니야. 그래도 듣고 싶다면, 아마 아슬아슬하게 통과됐을걸.”

라이트는 왼손을 풀고, 무스가 말한 걸 기억해냈다. “알파-9은 여전히 널리 알려지진 않았어.”

“그걸 썅 말이라고. 그리고 이제 모두가 알게 되겠지.”

라이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을 때, 우리에겐 앞으로 생길 문제가 있는 거고, 난 네 생각이 듣고 싶어.” 라이트는 태블릿에서 파일을 열고,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해 돌렸다. “메이나드 매독스 박사, 제88기지 이사관. 리차드 길리언 요원, 18부대. 더 있어, 우리가 모르는 사람들도 있을거고.”

“누구야?”

“생선을 맡은 고양이들.”

클레프는 태블릿을 들고 눈을 좁혀 그들을 바라봤다. “배신자들이네. 알려진 단체는?”

“길리언은 몇 년 전부터 내부 잠입 요원으로 일했고, 반란과 몇 가지 의심스러운 만남을 가졌어. 매독스는, 확실하진 않아. 둘 다 기밀 정보를 유출시켰고, 그 중 하나가 알 수 없는 적군의 제88기지 공격을 일으켰어.”

“더 있나요?” 애덤스가 물었다.

“그래. 대부분은 자기 시간을 기다리고 있어. 난 제77기지에서 공격당했어. SCP-1501은 그 전 몇 달간 격리에서 탈출하지 않았고, 조사 결과 방해 공작의 명백한 증거를 발견했지. 날 죽이려 한 거야.”

“용의자는 없어?” 클레프가 애덤스에게 사진을 넘기며 물었다.

“길레스피가 실질적인 기지 이사관이자 자기 손자인 랄프 로제가 조사 중이라고 확언해 줬어.”

“좋네.”

“로제는 스물두 살이야.” 라이트가 얼굴을 찌푸렸다. “그러니까— 난 길레스피의 판단을 믿어— 약간은— 요점은, 이중 간첩들이 알파-9을 전례가 없던 위협으로 인식한다는 거야. 그리고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이건 나뿐만이 아니라 프로젝트 전체를 위협하는 일이야. 어떻게 조사할 수 있겠어?”

“모든 외부 통신망을 조사하는 일로 시작할게. 거기에 기지 밖으로 나가는 사람까지도.”

“그게 돼?”

“해낼 수 있는 자산이 있어.” 클레프가 웃으면서 말했다. 애덤스는 몸을 움찔했다.

“좋아.” 라이트가 말했다. “뭐 다른 건?”

“별로 없습니다.” 애덤스가 말했다. “하지만 만약 총 맞을 일어 더 많이 일어날 거라 생각된다면, 방탄조끼를 구하는 방안을 찾아보면 어떨까 합니다. 요즘엔 원하는 색깔로 맞춰준다는군요.”

라이트가 코웃음을 쳤다. “오, 그렇군. 한 번 알아볼게.”


세 번째 회의는 클레프가 함께했다. 제17기지 중앙에 있는 보안 회의실로 가는 동안 클레프는 계속해서 짤막한 불평을 쏟아냈다. 경비원, 비서들, 그리고 4등급 미만의 인원들은 이후 2시간동안 들어오지 못했다.

클레프는 기지 식당에서 제공된 뷔페 메뉴를 뜯어보고는 목소리가 더 침울해졌다.

“이건 근처 동네에 아주 괜찮은 IHOP1이 있어.” 클레프가 말했다. “그냥 거기 가서 먹을래?”

“음식이 뭐 어때서?” 라이트가 말했다. 온라인 식단표에서 나온 메뉴치곤 좋아보였다.

“이거 못 먹는 거잖아. 그게 다야.” 클레프는 비스킷 네 개를 접시에 담았다. “치킨과 와플을 주문할 수 없고, 숙취에 시달리던 종업원이 커피를 엎지른다면 어디든지 회의할 가치는 없어.”

“식당에서 회의하는 거하고 뭐 원수졌어? 왜 식당에서 회의할 때마다 이렇게 민감해?”

“난 격식을 차리는 게 싫다네.” 제77기지 이사관 셜리 길레스피가 끼어들면서 말했다. “식당에는 아늑함이 있지. 한 방에 두 사람만이 있다면 정중한 잡담을 나눌 수 있을 거야. 하지만 이런 방에는…”

“…경호원을 데려오셨네요.” 라이트가 얼굴을 찌푸렸다. “그것도 개인 경호원으로.”

“우리 경비가 반란의 첩자가 아니리라 확신할 수 있어?” 클레프는 짜증스러운 눈빛으로 방을 둘러봤다. 그냥 접시를 봤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냥 넘어가자고.”

세 사람은 음식 테이블에서 벗어나 다른 이사관들과 합류했다. 이 넓은 제17기지 회의실에서 모두가, 첫 회의에서 초대받은 모두가 있었다. 라이트, 클레프 길레스피를 포함해서, 무스 이사관(라이트가 자리에 앉을 때 고개를 끄덕여줬다.), 브라이트, 악투스, 그리고 라이트가 이번에 처음 만난 이사관인 나디우와 마르시아 코르테스가 있었다.

한 명은 참가하지 않아 두드러져 보였다. 기록정보보안행정처(RAISA) 행정관 마리아 존스는 알파-9과 관련된 업무 뿐 아니라 여러 비밀 업무를 처리하는 중이었다. 평의회에서 승인이 떨어졌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아주 잠시 뒤에, 존스는 라이트에게 앞으로 얼굴을 많이 못 볼 것 같다는 짧지만 사과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라이트는 존스를 비난하지 않았다. 어쨌든 존스는 오메가-7 파일을 없애야 했던 여자였다. 분명 이 일로 간담이 서늘했을 것이다.

클레프는 탁자 주변을 돌다가 브라이트의 어깨를 툭 쳤고, 보답으로 (주로 애정이 담긴) 주먹을 받았다. 브라이트는 지금 30대 가량의 인디언 남성이었다. 클레프는 길레스피가 있는 멀리 떨어진 모퉁이 옆에 앉았고, 마치 접시 위의 기대에 떨어지는 음식 이외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겠다는 듯이 몸을 쭈그렸다.

뭐 됐다. 엄밀이 따지자면 클레프는 알파-9과 관련된 사람은 아니었다. 이미 실제적인 회의도 했다.

경비에 대한 클레프의 말은 틀리진 않았다고 라이트는 생각했다. 한 방에 알파-9에 관계된 이사관의 절반이 모인 모습은 경비가 그리 추천되지 않는 상황이었고, 라이트는 여기에 동의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에 대한 필연적인 위험성이라 생각해야 할 터였다. 속도가 필수적이었고, 원격 회의에 대한 기밀 유출을 막는 데에도 이게 최선이었다.

라이트는 길레스피를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함께 격리 실패에 휘말린 지 오래 지나지 않았지만, 길레스피는 달라진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눈을 감은 채 차를 마시고 있었다.

나머지 사람들은 접시 위에 다양하게 담긴 음식들을 처리하고 있었지만, 다들 한 번씩은 라이트를 흘낏 쳐다봤다. 가끔씩은 그들의 표정은 적대적이었다. 또 어떨 때는, 동정하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표정에는 호기심이 떠올랐다.

라이트는 잠시 느리게 감자를 씹었고, 마른 침과 막힌 목으로 삼켰다. 그녀는 대화의 공백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연단에 나가 마이크를 점검했다. 소리가 돌면서 짧은 끼익 소리가 울렸고, 대화가 서서히 사라졌다.

“모두들 오셔서 감사합니다.” 라이트가 말을 시작했다. “모두 아시다시피, 알파-9이 공식적으로 기동특무부대로 승인 받았습니다. 모두들 이 프로젝트의 미래에 막대한 영향을 주셨습니다. 이는 재단의 미래에 대한 영향력이기도 할 겁니다. 우리의 첫 번째 자산인 아이리스는 현재 훈련 중입니다. 앞으로 더 많아질 테고요,”

라이트는 잠시 반응을 기다렸다. 반응은 없었다. “그래서. 음. 우리가 시작하기 위해 논의하고 싶은 말씀 없으신가요?”

약간의 침묵. 그러다 중년의 남자가 손을 들었다. “네. 나디우 이사관님.” 라이트가 말했다.

조나단 나디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일어나서 꽤 낡은 스프링 공책을 열었다. “라이트 지휘관.” 나디우는 인사와 함께 말했다. “방금 SCP-105의 훈련 과정을 검토했습니다.” 나디우가 계속 말했다. “SCP-105는 한 달간의 훈련만으로 이미 몇몇 기동특무부대 요원의 수준을 가지게 됐습니다. 말장난을 좀 쓰자면, 사진과 같은 정확한 기억력을 가지고 있는 수준이죠. 이게 정상적인지, 아니면 변칙성의 부차적인 변칙성이 나타난 건지 궁금합니다만…”

“부차적인 변칙성?” 브라이트가 비웃었다. “뭐야 당신, 열두 살이야?”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만.” 나디우가 반박 받았다는 것에 놀라 말했다.

“그건 말 그대로 X-맨식 단어라고, 그리고 그걸 잘 알고 있을 거 아냐 병신아.”

마르시아 코르테스가 입을 열었다. “당신 말에 동의합니다. 잭.” 그녀가 말했다. “언어를 조심하긴 해야죠. 이 실험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최대한 전문적인 자세를 유지해야…”

“만약 그녀가 정말 슈퍼히어로라면, 부서진 히어로겠지.” 무스가 말을 끊었다. “연합과의 교전 이후 지난 며칠 동안 본래 수준까지의 능력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어.”

“아마도 겁에 질렸겠지.” 악투스가 말했다. 그는 오늘 아침 회의실에 가장 일찍 도착한 사람이었지만, 그가 타블렛의 파일에서 고개를 든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 사건은 꽤나 흔치 않은 일이야. 이 모든 일이 일어나게 한 해결되지 않은 격리 실패보다 더욱.”

“어쩌면 다시 속이고 있는지도 모르죠.” 코르테스가 말했다.

“글래스의 심리 검사 결과 그렇지는 않습니다.” 나디우가 말했다.

코르테스는 고개를 저었다. “글래스는 인간형 scp에 너무 동정적이잖습니까.” 코르테스는 브라이트에게 약간 이상하게 사과하는 듯한 시선을 보였다. 브라이트는 식사를 하느라 알아채지 못한 듯 했다.

“아이리스 톰슨은 그저 특별한 능력을 가진 여자애입니다.” 나디우가 말했다. “우리에게 위험하지 않을 겁니다. 매일매일 이보다 위험한 일을 처리하지 않습니까.”

“… 걸스카우트로 변장한 핵폭탄이지.” 클레프가 중얼거렸다.

“뭐라고 하셨습니까?” 나디우가 물었다.

“그러니까, 그 망할 scp를 그냥 예쁜 소녀처럼 생겼다는 이유로 과소평가하지 말란 거지.” 클레프가 딱 잘라 말했다. “아이리스 톰슨은 위험해. 해야할 유일한 질문은 그게 우리에게 위험한지 적에게 위험한지 뿐이야.”

“뭐, 당신이 아이리스를 우리 안의 괴물로 보지 않는다면—”

“하던 얘기로 돌아오죠,” 라이트가 말했다. “아이리스의 능력은 쇠퇴했습니다. 어쩌면 능력을 오랫동안 쓰지 않아서 그럴지도 모르죠. 달의 위상이라던가 행성의 배치라던가 우리가 알 수 없는 어떤 게 이유일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현재 상태로는 많은 정보가 없으니까요. 그러니 다른 얘기를 해보죠.” 라이트는 회의실의 반대편을 쳐다봤다. “길레스피, 악투스, 알파-9에 대한 다른 프로젝트의 상태는 어떻죠?”

길레스피는 안경을 내려놓고 냅킨으로 입을 닦았다. “제77기지에서 내 소관하에 있는 사용하지 않는 개체 대부분이 거부당했네. 나에겐 별로 없어…. 순조롭게 폭력적인 도구로 바뀔만한 잠재력이 있다고 우리 지난 연구에서 말하는 회색 케이스가 있지. 그 이상의 다른 것들은, 거부된 게 많았네.”

악투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 추천 개체들도 자네 엄포에도 불구하고 많이 기각 당했네. 불행히도 아직 더 더해야할 건 없지만, 평가할만한 새 변칙 개체 목록을 받았네.”

“어떻게든 해야죠.” 나디우가 말했다. “불평하려는 건 아니지만… 저희 모두를 합쳐서 2백 개가 넘는 SCP 물품들에 대한 접근을 요청했지 않았습니까. 지금 목록에 올라온 건… 한 손에 꼽을 순 있습니까? 아이리스를 포함해서, 저희에겐 카인, 부서진 현실 조정자, 잘려나간 손…”

“작게 시작하는 걸 원하는 게 아닐까 싶네.” 악투스가 말했다. “하지만 우린 더 많은 SCP를 약속받았지. 이미 SCP-1985SCP-2099가 가능성이 있다고 제안받았네.”

“통 안의 뇌와 종말의 여행자 말입니까?” 나디우가 말했다. “좋습니다. 나쁘지 않지만, 겨우 두 개라니…”

“… 하지만,” 악투스가 자신보다 어린 남자를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특수 격리 절차로 들어오지 않은 변칙 개체들은 더하지 않은 숫자지. 그리고 여긴 넘어야 할 벽도 적을 걸세. 안드레아 애덤스와 그녀의 슈트. 크로우 교수와 그의 프로젝트. 이 폭스 친구. 그리고 인공지능 알렉산드라. 첼시 엘리엇. 에버렛 만. 키류의 나비들…”

“엄밀히 따지면 나도 더해야지.” 무스가 담담하게 말했다. “나도 타입 블루니까.” 나디우와 코르테스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연합의 용어야. 예전에 내가 아주 많은 마법 주문을 걸었다는 의미지. 내가 전에 뱀의 손이었다는 사실을 모를까봐.” 무스는 음료수를 마셨다. “그리고 너도 있지 브라이트.”

“난 아니야.” 브라이트가 말했다. “우리 중 누구도 변칙 무기나, 알파-9 자산이 아니야. 난 인사 부장이라는 직함으로서 여기 있는 거야. 그리고 내 생각엔 이… 특무부대의… 규모가 작았으면 좋겠어. 이미 오메가-7 보다 커졌다고.”

“당신은 오메가-7이 아니었습니까?” 나디우가 물었다.

“아니었어.” 브라이트가 말했다. “인사 부장으로서, 난 오메가-7의 신입들을 처리하는 집단의 일부였지.”

“그래도 오메가-7에는 변칙 개체가 너무 적었습니다.” 나디우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렇지.” 브라이트가 말했다. “거기엔 이유가 있어. 지금의 특무부대가 이미 넘치는 변칙 개체를 가진 것처럼. 더 많은 걸 주려고 했지만, 우리는 더 필요하지 않았지. 그게 다야.”

“하지만—”

“우리에게 카인을 배정한 건 꽤나 중대한 신임 투표였네.” 악투스가 끼어들었다. “평의회가 그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다 알지 않나.”

길레스피는 자신의 잔을 내려다보았다. “난 변칙 개체를 변칙 개체들의 리더로 삼았던 상황으로 돌아가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아. 브라이트는 확실한 예외니까 제외해. 그런데 아이리스? 이 프로젝트를 생각하는 누구든 팀 리더로 쓸 더 많은 경험을 쌓은 사람을 찾을 수 있을 걸.”

“동의합니다.” 브라이트가 말했다. “하지만 별로 신경 쓸 일이 아닙니다. 위에서 아이리스를 리더로 넣으라는 지시가 왔거든요. 저희가 어찌할 부분이 아닙니다.”

“한 팀의 리더만 될 거야.” 악투스가 말했다. “알파-9의 전체를 맡진 않을 걸세. 그건 우리 몫이지.”

“여기서 걱정해야할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나디우가 말했다. “그냥 저 비디오를 보십쇼. 완벽한 모습입니다. 제가 볼 땐—”

“네가 뭘 생각하는지 알아.” 브라이트가 음식에서 고개를 들지도 않고 말했다. “거의 군침을 흘리고 있구만.”

“뭐라고요?” 나디우가 포크를 움켜쥐었다. “제 비전문적인 행위를 비난하는 겁니까? 만약 그렇다면 전—”

“아무도 누구에게 비난하지 않습니다.” 라이트가 말을 끊었다. “농담이 심했어요. 그렇죠, 잭?”

“최악의 농담이었지.” 브라이트가 인정했다.

“좋아요. 해결됐군요. 다른 말씀 있으신 분?”

“상정된 안건이 하나 있습니다.” 나디우가 말했다. “아이리스가… ‘새 보위 장군’을 보고 싶다 했습니다.” 나디우는 라이트를 바라봤다. “당신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라이트는 자신의 태블릿을 바라봤다. 거기엔 여전히 동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화면에 나타난 금발의 형체가 폴라로이드 사진을 통해 손을 집어넣었고, 손의 유령이 몇 피트 앞에서 나타났다. “알고 있습니다.” 라이트가 말했다. “나중에 만나 봐야겠습니다.”

“이렇게 일찍 변칙 개체와 개인적인 접촉을 늘려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코르테스가 눈쌀을 찌푸리며 말했다.

라이트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안 될 수도 있죠. 하지만 우리가 아이리스를 믿지 못한다면, 이 프로젝트는 요람에 눕자마자 끝날 겁니다. 아이리스와 얘기해 보겠습니다.”


“샤를 보? 라이트 박사의 비서라고 들었는데.”

보는 방 건너편에서 나타난 청회색 양복을 입은 매력적인 여성을 보았다. “아— 애덤스 요원. 미처 오신 줄 몰랐네요.”

“아, 죄송해요. 습관이 돼서.” 애덤스가 말했다. “개 이름이 뭔가요?”

“망고에요.”

“귀엽네요. 재단에서 자란 갠가요?”

“넵. 처음엔 경비견, 나중엔 탐지견이었는데… 친화력이 너무 좋아서요.”

“알 거 같네요. 딱 봐도 귀염둥이니. 쓰다듬어도 되나요?” 보가 고개를 끄덕이자, 애덤스는 몸을 숙이고 핏불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었다. 망고는 미소를 짓고는 숨을 헐떡거린 다음, 배도 쓰다듬어 달라며 뒤로 누웠다.

보는 조용히 웃었다. “어떤 일로 오셨나요, 요원 분?”

“당신의 상관과 관련된 질문이 있어요.” 애덤스가 개 옆에 무릎을 꿇은 채 말했다.

보는 눈살을 찌푸렸다. “라이트 박사님에 대해서요?”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죠. 타브-666이 뭔지 아실 겁니다.”

“네.” 보가 말했다.

“저희 임무가 뭔지도요.”

“물론이죠.”

“좋습니다. 우린 당신이 라이트 박사에 대한 의료 검진을 거의 규칙적으로 준비한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주로 그녀가 일을 쉰 이후에 말입니다. 이걸 기록에 남지 않으려고 노력을 하시더군요. 이게 좀 신경 쓰여서요.”

보는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전 제 상관의 건강 문제를 가지고 얘기할 권한이 없습니다.”

“마약 중독인가요? 진통제나, 더 강한 거?” 대답은 없었다. 애덤스는 더 몰아붙였다. “샤를… 샤를이라 불러도 되나요?”

“안됩니다.” 보가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보 씨, 저희가 아는 한, 클레프와 저는 이 일을 알아야 하는 사람입니다. 만약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바깥에서 그걸 알고 이용하려는 사람들 때문에서라도 저희는 알아야합니다.”

“직접 물어보세요.”

“임신하셨나요?”

보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자,” 애덤스가 말했다. “말해주세요, 그저 두 동료 간의 이야기잖아요. 그리고 당신이 곤란을 겪을 일은 없을 거예요. 당신의 상관도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죠. 망할, 사안에 따라 이걸 평의회에 보고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여기서 말해 주지 않는다면, 공식적인 조사를 요청할 수밖에 없어요. 그러면 모두가 곤란해지겠죠.”

보는 움찔했다. 망고는 벌떡 일어나서, 귀를 낮추고, 어깨를 움츠렸다. 망고는 애덤스 곁에서 나와 보의 옆으로 걸어갔고, 자신의 머리를 보의 무릎에 올려놨다. 보는 가만히 빨을 뻗어 그가 사랑하는 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라이트 박사님은 가끔씩 현실 혼란을 일으키는 일 때문에 정신 건강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보가 느리게 말했다. “이게 그분의 현재 상태입니다.”

애덤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현상은 재단 직원 일부의 항정신 작용과 비슷합니다. 그래서… 한동안 박사님은 그 삽화 이후 저에게 기억소거제 처방을 해 달라 했습니다. 더 최근에는, 마약과 독극물 얘기도 나왔습니다. 어느 쪽이든, 그분이 평의회나 어느 누구에게도 알리려 하지 않는 이유를 아시겠죠.”

애덤스는 다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차도는 있나요?”

“아직은요. 하지만 알파-9은 겨우 몇 달 전에 시작했으니까요.”

애덤스는 또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일이 생기면 저에게 말해주세요.”

보는 웃으면서 손으로 망고의 목줄을 감쌌다. 알겠다는 표시였다. “노력해보겠습니다.”


그들은 아이리스를 격리실에서 빼내 기지를 가로질러 아이리스가 한 번도 본적이 없는 사무실로 데려갔다. 사무실은 황량했지만, 가구들은 멋지고, 공간은 넓었다. 그러면 중요한 사람일 터였다. 이사관 전용이다.

아이리스는 닮은꼴인 제19기지처럼 제17기지에도 이사관을 맡고 있는 사람보다 더 많은 이사관 전용 사무실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재단에서 가장 큰 기지는 한 사람으로만 운영될 수 없었다. 최근에 들은 바로는, 제17기지에 공식적인 이사관도 한 명이 아니라고도 했다. 따라서 아무나 이 방의 주인일 수 있었다.

아이리스가 자리에 앉자, 안내견의 목줄을 잡은 흑인 남자가 사무실 문을 열었다. 백인 여자가 남자를 따라 들어왔다. 아이리스는 둘 다 알아채지 못했다.

“아이리스.” 여자가 말했다. “만나서 반갑구나.” 여자는 작고, 흉터가 있었으며, 웃음기가 없는데다, 머리카락을 얼굴 너머로 넘긴 모습이었다. 군대 출신 여자처럼 보였지만, 아이리스가 생각한 그 사람이 맞다면, 그 생각은 틀렸다.

“당신이 보위 장군이군요.” 아이리스가 말했다.

“딱히 그렇지는.” 여자는 놀란 듯이 보였지만, 거의 미소를 지었다. “난 소피아 라이트라고 해. 내가 알파-9의 지휘관이란다.”

라이트와 아이리스는 손을 강하게, 그러면서도 짧게 악수했다.

“당신에 대해 들어본 적 있어요.” 아이리스가 말했다. “당신은 연구원이죠.”

“그랬지.” 라이트가 말했고, 자리에 앉았다. “미생물학과 전염병을 연구했었어. 최근에, 그러니까, 3년 동안에는 스발바르에 있는 작은 기지의 이사관이었지.”

아이리스가 기억하기에 거긴 노르웨이 북쪽의 제도였다. 아이리스가 가본 적이 있었다. “거기서 북극곰 본 적이 있나요?”

“가끔씩은. 기지는 대체로 지하에 있어서 별로 신경쓸만한 사실은 아니었어.” 라이트가 말을 멈췄다. “내 조수가 북극곰을 길들여서 경비곰으로 쓰자고 말을 하긴 했지. 연구 기록에 자주 적히는 말처럼, ‘시도되지 않았어.’”

“제가 잘못 기억할 수도 있는데— 제가 오메가-7일 땐 거기에 기지가 없었는데요.”

판도라의 상자가 거기로 한 번 간 적이 있었고, 거기엔 지역 기지가 없었기에 롱위에아르뷔엔으로 날아갔다. 아이리스는 다른 팀원들과 색이 칠해진 집들과 공중에 뜬 전차 선로를 지나 거리를 걸어 다녔다. 깎아지른 듯, 매끄러운 갈색 산과 바다 내음.

아벨은 비행기 안에 남았다. 그는 관광을 좋아하지 않았다.

“제대로 기억하고 있어.” 라이트가 말했다. “스발바르는 최근 5년 이내에 지어진 여러 다용도 기지 중 하나야.”

아이리스는 말을 치고 들어왔다. “O5-10이 기록적인 속도로 변칙 개체가 발견되고 있다고 말했어요.”

“그걸 어딘가에 넣어놔야 하니까.”

아이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라이트는 다시 말했다. “어떻게, 어, 지금까지 훈련에 데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니?”

“전, 어.” 아이리스는 말을 멈췄다. 어떻게 생각하고 있지? “그건, 어, 제 카메라를 돌려받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이 모든 새 기술이 놀라워요. 디지털 텔레비전, 아이폰.”

라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에 네 능력을 사용하는 데 어려운 점은 어떻니?”

“잘 모르겠어요.” 아이리스는 격리실로 돌아가고 싶다는 느낌을 받았다. 최근에 자주 들던 생각이었다. 격리실을 원하지는 않았지만, 그곳엔 담요와 책들이 있고, 히터가 편안한 온도로 틀어져 있으며, 오직 자기 밖에 없었다. 아이리스의 격리실에서, 아이리스의 상자에서. 정말 이상한 생각이었다.

아이리스는 생각을 치웠다. 갑자기 피곤해졌다. “신경 쓸 거 있나요? 전 속이는 거 아니에요. 전 제가 나갈 수 없는 것도, 제가 기억하는 한 인생의 대부분을 여기에 보냈다는 것도 알아요.전 나갈 생각 없어요. 그냥 알고 싶어요. 이 팀이 정말 절 원하나요?”

“부담을 너무 주고 싶진 않지만, 넌 팀이 존재하는 이유야. 넌 프로젝트를 고무시킬 수 있어.”

“그건— 그건— 그렇지는—” 아이리스는 더듬거리다 말을 멈췄다. 떨림을 멈출 수 없었다. “그렇게까진 못해요.

라이트는 손을 들었다. “미안.” 라이트가 말했다. “그건, 내가 말하려고 한 얘기가 아니었어.”

“아니라고요? 당신은 이 모든 걸 불러냈잖아요. 왜냐면 당신은 내가— 그러니까, 당신은 내가—”

아이리스는 여기서, 당장이란 생각을 끝내고 싶지 않았다. 아이리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가로질렀다. 아이리스는 바깥의 경비가 들어와 제압할거라 반쯤 예상했다. 라이트 지휘관은 몸을 움찔했지만, 달리 반응하지 않았다.

“아이리스.” 라이트가 느리게 말했다. “내 말은 맞다는 말이었어. 알파-9은 널 필요로 해.”

“왜요?”

라이트는 한숨을 쉬었다. “왜냐하면 넌 오메가-7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변칙적 생존자니까. 왜냐하면 만약 우리가 일을 잘 해냈을 때, 어떻게 될 뻔했는지를 보여주니까. 왜냐하면 넌 이게 어땠는지, 아무도 알 수 없는 방법으로 알고 있으니까. 왜냐하면 재단에 너와 같은 사람이 없으니까. 우린 누군가가 필요하고, 넌 우리가 가지고 있는 최고의 누군가야. 우리— 나까지도— 널 돕고 싶어.”

“뭘 도와줘요? 현장에서 더 잘하도록요?”

“그것 말고도 뭐든지.” 라이트가 말했다. “필요한 게 뭐니? 알고 싶은게 뭐야?”

“그거 참 대단한 질문이네요.” 아이리스는 걷기를 멈추고 잠시 숨을 골랐다. “애덤스가 저를 데리고 밖에 나갔죠. 지난주에, 술집을 돌았고요. 그거 현실 맞죠, 그렇죠?”

“뭐?”

“꾸며낸 게 아니었어요. 그러니까— 아니, 아니, 당연히 아니겠죠.” 아이리스는 손에 얼굴을 묻고 이를 꽉 다물었다.

“그 날 이후, 클레프를 갈궜지.” 라이트가 말했다. “애덤스가 그런 일을 해서가 아니야. 나한테 말했어야지, 그리고 난 추가 경호원을 대동하라 할 거고. 하지만 분명 일어났지.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가짜처럼 느껴졌어요.” 아이리스가 말했다. 그녀는 얼굴을 손에서 떼고 벽의 어느 한 부분을 바라봤다.

“가짜가 아니었어. 계속 말해봐.” 라이트가 말했다.

“마치, 음.” 아이리스는 마른 침을 삼켰다. “전 지난 7년을 상자 속에서 보냈어요. 멋진 상자긴 했지만, 실제 세상은 아니었죠. 그러다 갑자기 어떤 일에 제 도움이 필요하다고 당신이 말했어요. 전 끌려 나오고 다시 실제 세상을 보게 됐고, 그리고… 마치 현실이 아닌 기분이었어요. 영화장 세트처럼. 달 위에서처럼.”

라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와 그렇게 다르진 않아.”

“전 모르겠어요. 어쩌면 너무 흥분했을 지도요. 아마도 막연하게 다르겠거니 생각했을 수도 있어요.”

라이트는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 “재단에 새 직원이 들어왔을 때, 가끔씩 A급 기억 소거제를 사용하곤 해. 깨끗하게 지우는 거지. 윗분들은 이게 요원을 훈련시키는 것보다 더 깨끗하고 쉬우며, 일련의 업무 동안 생길 수 있는 반대 의견을 줄일 수 있다고 말해. 내 친구에게도 그런 일이 일어났어. 난 그런 방식을 좋아하지 않아.”

아이리스는 내장이 뒤틀리는 느낌을 받았다. 전에 들은 적은 있었지만 아무도 말하고 싶지 않은 내용이었다. 지휘관을 말할 것도 없었다. “너무 끔찍해서요?”

“또 그게 효과적이란 생각도 안 들거든. 재단의 일부로서, 넌 보호해야 해. 그 일을 잘 해내려면, 바깥 세상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하지. 그게 쟁취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알아야 하니까. 그걸 없애버리면, 그저 명령받은 대로 행동할 뿐이잖아.”

아이리스는 한숨을 쉬었다. “당신의 요원이 당신의 물건이 아니라 다행이네요.”

“그 사람들은 지금과 똑같아.” 라이트가 말했다. “아이리스, 우린 너를 통해 더 잘해나가야 해. 그리고 우리, 힘을 가진 사람들은 제대로 작동하게 만들어야지. 망할, 네 능력이 내일 없어진다고 해도, 넌 오메가-7에서의 통찰력이 있고, 언제 잘못됐는지 알고 있잖아. 넌 우리가 전에 SCP를 어떻게 잘못 다뤘는지 알고 있다고. 그러니, 믿어봐. 다 괜찮을 거야.”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죠?”

“확신 안 해.” 라이트가 말했다. “하지만 난 그렇게 하는 데 내 모든 권력을 쓸 거야. 너도 마찬가지로.”

“어떻게요?”

“넌 단순한 물체가 아니야.” 라이트가 말했다. “우린 너를 알파-9의 리더로 만들 필요는 없어. 그냥 어느 정도만 내세우기로 했어. 네가 다른 요원이었다면 올라갔을 만한 위치로.” 라이트가 웃었다. “어, 특별한 능력을 가진 다른 요원들 말이야. 내가 하고싶은 말은— 너도 재단의 일부라는 거지. 우리와 마찬가지로.”

아이리스는 라이트를 믿고 있는지 몰랐다. 사실, 믿지 않았다. 이건 다른 조종 방식으로 보였다. 라이트 자신은 진심이라고 해도. 이들은 아벨에게 제17기지를 활보하면서 오메가-7 타격조를 직접 꾸리게 하여 아벨도 조종했다. 그가 쓸모 있는 동안에, 그의 살육 충동을 충족시켜 주고 그를 더 이상 즐겁게 해주지 못할 때까지. 그리고 아이리스는…

아니, 아니. 또 다시 이런 걸 생각하지 말자. 지금은 안 돼.

굳이 신경 써야 하나? 아이리스는 자신이 어떻게 느꼈는지도 알지 못했다. 피로감은 덤으로.

“이제 어떻게 할 건가요?” 아이리스가 물었다.

“우선, 좀 쉬게 될 거야. 실험과 관계되어도 일단 쉬어야지. 네가 돌아온다고 해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려고, 그게 나으니까. 우리 모두는 좀 쉴 필요가 있어.”

“당신 같은 연구자는 안 그럴 거라 생각했는데.” 아이리스는 거의 웃었다. 비위를 맞추기 위한 술책이란 걸 알았지만, 뭐, 어떻게든 통했다. 어떻게 겨우 버틸 수 있었다.

라이트는 의자에 등을 기대어 팬을 만지작거리다 공중을 응시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는… 몇 가지 생각이 있어.”

“예를 들면요?”

“오래된 친구를 만나볼 생각 있어?” 라이트가 물었다.


“아이리스, 여긴 SCP-073이야.”

“안녕하세요.” 아이리스가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를 다시 본지가… 본지가…

“안녕, 아이리스.” 카인이 말했다. 그는 다정하게 웃었다. 카인의 눈은 다른 몸에서 나온 젊음의 모습과는 달리 늙고 슬픈 모습이었다. 카인은 카인다웠지만, 더 늙었고, 더 닳았고, 더 따뜻했다.

무스 이사관은 그들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아이리스는 그녀를 쳐다봤다. 무스는 어깨를 살짝 으쓱했다. “둘이 구면인 건 알고 있었어.” 무스가 말했다. “073도 우리를 돕기로 했고. 최우선적인 일로는, 모든 임무 이후에 전원을 면담할 거야. 일이 어떻게 흘러 갔는지, 잘 된 부분이 뭐였는지, 보강할 점은 무엇인지에 대한 얘기를 듣는 거지.”

“그리고 기억하고요.” 아이리스가 말했다.

“전에 같은 춤을 춘 적이 있었지.” 카인이 말했다. “박자는 달라진 거 같지만, 여전히 함께 추게 되었네.”

“어떻게 지냈어요?” 아이리스가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눈이 살짝 그렁거렸다.

“잘 지냈어, 막 바쁘지도 않았고. 난 조용한 게 좋거든, 그래도 보고싶었어.”

갑자기 눈물이 마구 쏟아졌고, 아이리스는 늙은 남자를 껴안았다. “저도 보고 싶었어요.” 아이리스가 말했다. “작별 인사도 못했어요, 당신에게까지도.”

카인도 아이리스를 안았다. 처음엔 잠깐 어색해했지만, 곧 더 따뜻하게, 어쩌면 자신의 금속 팔이 할 수 있는 최대한 따뜻하게 안았다. “괜찮아. 이젠 함께 하게 됐으니까.”


“준비됐어요.” 아이리스가 말했다.

“작전 개시하도록.” 연구자가 대답했다.

아이리스는 한 쪽 무릎을 꿇고 카메라를 들어 올려 팔꿈치를 무릎에 올려놓고 그와 동시에 망원 사진 촬영 버튼을 눌렀다. 셔터 버튼의 빠른 찰칵 소리가 났고, 아이리스는 벽 뒤로 몸을 숙여 아이패드에 사진이 다운로드 되는 영원과도 같은 몇 초를 보냈다.

다운로드가 되자, 아이리스는 고리에 걸린 열쇠를 알아볼 수 있었다. 사진이 살짝 흐리긴 했지만, 초록색 장부의 호실 번호는 확인 가능했다. 아이리스는 손을 화면을 향해 뻗어서 “207”이라 적힌 열쇠를 보드에 박힌 고리에서 빼냈다. 조금씩, 조심스럽게, 아이리스는 방을 가로질러 열쇠를 가져온 다음 호텔 방문의 우편물 투입함에 떨어트렸다.

검은 작전 장비를 입은 남자는 열쇠가 바닥에 닿기 직전에 열쇠를 낚아챘다. 조용하게, 팀은 훈련용 건물의 2층에 올라가 급습에 대비하여 멈춰가면서 모든 문을 확인했다.

마침내, 그들은 “207”이라 새겨진 호텔 문 앞에 도착했다. 선두에 선 척후병이 작은 비디오 카메라를 창문에 향해 들어 올리고는, 자그맣게 욕을 했다. “문에 클레이모어가 부착되어 있어.” 남자가 통신기를 향해 말했다.

“영상 중간 부분만 찍어서 보내주세요.” 아이리스가 말했다.

“잠시만… 전송 중이야.” 척후병이 속삭였다.

아이리스는 아이패드를 조작하고, 사진이 다운로드 될 때까지 잠시 기다렸다. 확실히, 거기엔 클레이모어가 조작 장치를 문에 달아 둔 채 현관을 향해 설치되어 있었다. “망할.” 아이리스가 속삭였다. “폭파 장치를 해체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요란하게 가야 하나?” 척후병이 물었다.

“잠시만요.” 아이리스가 속삭이며 대답했다. 그녀는 사진을 유심히 살펴보더니 웃었다. “전신 거울을 확대해서 보내주세요.” 아이리스가 말했다. “거기선 클레이모어의 뒷부분이 보여요…”


사람들이 나디우의 사무실에 앉아있었다.

“잘 됐어?” 코르테스가 물었다.

“잘 됐어.” 나디우가 말했다. “아주 영리해.”

라이트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카인과의 만남은 어찌됐든 일어날 일이었어요.”

“그래서 아이리스가 자신이 특별대우를 받고 있다고 생각할 때에 그를 만나게 했군,” 코르테스가 말했다. “나디우가 내가 처음으로 의견의 일치를 봤어— 아주 영리해.”

라이트는 코웃음을 쳤다. “과찬이십니다. 전 그저 이게 도움이 될 거라 예상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일을 신속하게 진행했고요.”

“잘 돼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나디우가 말하면서 팔을 걷었다. “드디어 우리가 가진 것들 중에서 성공작이 나왔네— 그래도 마지막 희망은 날아오를 거야. 같이 한 잔 할래? 싫어? 그럼 괜찮으시다면, 난 내 비서를 만나야겠어. 필요하면 부르라고.”

두 사람은 나디우가 경호원들을 물리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모든 제17기지 이사관들은 이 정도로 개인 공간에서 보호받지 않은 채 지내나요?” 라이트가 물었다.

“꼭 그렇지는 않아.” 코르테스가 말했다. “그래도 17기지와 같은 사이트를 공동 운영하려면 서로간의 엄청난 신뢰가 필요해, 그리고 나디우는 널 신뢰하지. 날 신뢰하는 것보다 더.”

“정말요?” 라이트가 말했다. “왜죠?”

“왜냐면 넌 그가 원하는 특무 부대를 지휘하니까. 게다가 넌 유명하잖아.”

“아. 세상에. 코르테스 이사관님. 당신이 알파-9에 가지는 거리낌을 이해한다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알파-9의 존재는 합당해요. 하지만 전 당신의 도움과 자원에 감사해야겠죠. 당신의 전문지식과 함께.”

코르테스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입술을 깨물었다. “파이버가 재촉하지 않았다면, 달라졌을 걸.”

“그렇겠죠. 그래도요. 그리고 당신 기지를 동물원으로 만들어버려서 죄송합니다.”

“정말로 치울 수 있는 거지?”

“어떻게든 하겠습니다.” 라이트가 말했다. “뭐든 해보고 있으니까요. 좋은 저녁 보내세요, 코르테스.”

“너도, 라이트 박사.” 코르테스는 자리에 앉아 파일을 뒤적였다. 라이트는 밖으로 나왔다.

“인사과까지 경호해주세요.” 라이트가 문 밖의 경호원에게 말했다. O5-7에게 개인적인 추천을 받고 각자 다른 기지에서 모집된 라이트의 두 경호원은 안타깝게도 잠을 잤어야 했다. 라이트는 도착했을 때 보가 근처에 있으면 이 사실을 알리기로 했다. 만약 없다면, 30분 정도의 런닝머신이 기분 전환을 시켜줄 것이다. 라이트의 머리가 울렸다.

그들이 사용할 변칙 개체의 초안이 이제 완성되었다. 하지만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변칙 개체들이 동의한다고 해도, 설득해야 할 이사관과 연구원 같은 관계자들이 많았다.

“엘리베이터로 가십니까, 아니면 계단으로 가십니까, 지휘관님?” 경호원이 물었다.

“계단으로.” 라이트가 말했다. 제대로 기억하고 있다면, 어차피 바로 다음 층이었다. 소피아는 클레프 아니면 애덤스도— 아니, 애덤스에게만— 모집 인원에 넣을 생각을 했다. ‘이름 없음’이 준비하도록 하는 거다. 운명만이 그들이 필요한 것을 알겠지.

라이트는 갑자기 몽상에서 깨어났다. 경호원이 뒤에 있었고, 너무 느리게, 혹은 너무 빠르게 걸었다. 라이트는 주변을 돌아보다가, 순간 자신이 수상하게 움직이는 거대한 남자 앞의 작은 여자라는 걸 깨달았다. 두 사람을 제외하고는 계단통은 텅 비어있었다.

라이트의 발걸음이 달라졌다. 남자는 라이트가 알아챘다는 걸 알아챘다.

경호원이 웅얼거렸다. “이건 에셔의 몫이다.” 그리곤 라이트를 밑으로 걷어찼다.

라이트는 여기저기 굴러 떨어졌다. 머리가 콘크리트에 부딪쳐서 튕겨 나갔다. 층계참 밑부분의 벽에 몸이 부딪쳤을 때 라이트의 눈에 별이 반짝거렸다. 그 별빛으로 남자의 전술 나이프의 돌기가 흐려졌다.

경호원의 발자국 소리는 무거웠고 계단으로 생각해 볼 때, 가까이 오고 있었다. 라이트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기침을 했다. 남자가 가까이 왔을 때, 라이트는 무릎을 들어올려 남자를 뒤로 밀쳤다.

라이트는 다시 일어섰다. 남자는 라이트의 왼쪽 손목을 잡았다. 팔찌를 한 곳이었다. 안 돼

라이트의 뇌에서 아드레날린이 흘러넘쳤다. 그녀는 갑자기 자신이 움츠러든 채 매우 당황한 목소리로 “안돼안돼안돼안돼-”라고 고함치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 그리고 놀랍게도, 어쩌면 놀란거겠지만. 경호원은 손을 놔주었다.—

라이트가 정신을 차렸을 때, 남자는 바로 다가와 라이트의 위쪽 팔의 잡았지만, 이 정도는 견딜 만 했다. 라이트는 남자의 발등을 밟았고(부츠를 신고 있으니 뼈가 부러지진 않았겠지만, 하지만 당황하긴 할 거야), 사타구니를 무릎으로 가격한 뒤(손아귀힘이 풀렸어), 느린 주먹으로 머리를 향해 날리면서 주머니에 손을 뻗었다. 남자는 주먹을 잡기 위해 손을 뻗었고 —

—라이트는 호신용 스프레이로 빌어먹을 액체를 남자에게 뿜었다.

(이제 뛰어— 경호원은 캡사이신 스프레이에 대비한 훈련을 했으니 10초 밖에 여유가 없어—)

라이트는 다시 주머니에 손을 넣고 파란색 깃털로 만든 작은 팔찌를 꺼냈다. 틸다 데이비드 무스 이사관에게서 받은 선물이었다.

라이트는 팔찌를 꼈고, 곧 투명해졌다.


지역 시간으로 오후 6시 48분, 기지 보안팀에서 경호원 몇 명이 무단으로 이탈하여 선임 직원을 공격한 일로 인해 경보가 울렸다. 그들은 이 경보를 상술한 선임 직원이 사무실 앞에 물질화로 나타났을 때 알았다. 공격한 요원은 발견 후 체포되었다.

소피아 라이트는 안전한 방으로 이송되었고, 그녀의 개인 경호원이 소환되었다. 박사가 라이트를 심문했으며, 당황한 O5-7이 보낸 급한 전화를 받아넘겼다. O5-7은 라이트의 안위를 물었고, 두 사람과 함께 통화하고 있는 듯 했다. 코르테스도 확인을 위해 찾아왔고, 사과했다. 라이트는 잠깐 감동을 받았다. 제17기지의 보안팀은 즉시 조사를 시작했다.

“에셔를 찾아보세요.” 라이트가 그들에게 말했다. “그가 에셔를 언급했어요.”

라이트는 방에서 3시간 동안 기다렸고, 최대한 생각을 비우려 하지 않았고, 복잡한 결론을 내렸다. 그녀의 경호원에 대해선 알고 있지만, 그래도 불안했다. 만약 그들도 믿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 거지? 그러면 매우 아슬아슬한 상황이다. 라이트가 피해망상에 잡혀있는 동안, 기지 보안팀은 흩어져 나와 정보를 모았다. 경호원에 대해, 그의 계획에 대해, 가능성 있는 동맹과 기지 내의 함정에 대해.

그리고 그들은 라이트에게 알아낸 정보를 가져왔다.

남자의 이름은 로버트 블랭큰쉽이었다. 2등급이며, 자기 방에 유서를 남겨놓았다. 이 일을 하면서 살아남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유서에서 그는 자신과 함께 1999년에 워싱턴 주 휘드비 섬에서 해군으로 징집된 형제인 에셔 블랭큰쉽에 대해 써놓았다. 둘은 다른 장소에서 재단에서의 대부분의 경력을 쌓았지만, 그래도 함께하는 방법을 찾았다. 에셔는 아주 뛰어난 명사수였으며, 로버트는 그저 그랬다- 두 사람은 모두 충성적인 요원이었다.

에셔는 기동특무부대 오메가-7에 차출되었다.

아벨이 그를 반으로 갈랐다.

정신과에선 로버트가 그 트라우마를 계속 가지고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들은 오메가-7이 영원히 끝났을 때 안심했다고 말했다.

라이트는 신음을 흘렸다. “그래서 그가 오메가-7이 재구성 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그는 필요하다 생각했을 겁니다… 행동해야할 필요를요.” 제17기지 보안 이사관이 개인적으로 찾아왔다. 그는 작고, 셔츠 깃을 계속 만지던 화나 보이는 남자였다.

“그걸 얼마나 확신할 수 있으신데요? 그가 혼자 일하지 않았다면—”

“전부 확인했습니다. 없었어요, 어, 뭐, 그가 가져왔던 모든 무기는 표준 보급형이었습니다. 당신이 어느 수준인지 아시지 않습니까— 그 정도가 그의 인가 등급이기도 하고요. 카메라에서 모습을 가리기 위해, 어, 가리개를 사용했지만 그것도 재단 표준 가리개였습니다. 그래서 쉽게 가린 부분을 지울 수 있었습니다. 그가 착용한 장비는 병기고에서 4일 전에 사라졌던 거고, 그가 이전에 찾았던 거였습니다.”

“절 처리하고 난 다음 계획은요?”

“최대한 많은 알파-9의 기반을 없애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어, ‘내 손으로만 해낼 것.’ 이렇게 써놓았더군요.”

라이트는 한숨을 쉬었다. “그래서 온전히 혼자 하려고 했군요. 그건… 약간 안심이 되네요. 당신의 노고에 감사드릴게요. 하실 수 있으시다면 다른 경비 인력에게 충성도 테스트를 해주셨으면 좋겠네요. 전 제 보안 습관을 바꿔야겠어요. 그가 더 좋은 암살자였다면, 전 당장 확실히 죽었겠죠.”

“지휘관님? 그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누구요?”

“로버트 블랭큰쉽 말입니다. 그가 뭐 다른 말을 할까 며칠 더 잡아두긴 할 겁니다. 그 이후에는, 어, 어떻게 하는 게 낫겠습니까?”

라이트는 눈을 꼭 감았다. “알고있는 다른 사람은 누가 있죠?”

“제가 최고로 신뢰하는 세 사람 빼고는 이 방 밖에선 없습니다. 그래도 계속 새나가겠지만요.”

그럼 끝이네. “규정은 규정이죠. 퇴역시키세요.”

보안 이사관은 놀란 표정이었다. “그대로 하겠습니다. 지휘관님.”

너무 나간 걸지도 모른다. 더 자비를 베풀 수도 있었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그가 뭐 다른 걸 생각했겠는가? 라이트가 방 출구를 향해 갈 때 칠의 경호원이 옆에 붙었다. 그 중 한 명이 문을 열었다. 불을 가지고 놀다간…

라이트는 말을 멈췄다. “에셔 블랭큰쉽에게 다른 형제가 있나요?”

“어… 다른 형제는 없었습니다.”

“로버트, 혹은 오메가-7의 다른 요원들은 어떤가요? 다른 사람들도 재단에 살아있는 가족이나 연인이 있나요?”

이사관은 라이트를 빤히 바라봤다. “모르겠습니다, 지휘관님. 리스트를 만들어 보내드리겠습니다.”

그 리스트는 얼마나 길까? 그것만으로 충분할까? 친구들은 어떨까? 동료라면? 라이트는 눈을 감았다. 라이트도 리스트에 있을 것이다. 몇 번이고 반복되어서.

“감사합니다. 그거면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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