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능 살인

crewtime 04/30/15 (목) 02:04:14 #93820713


실화범죄 팬 여러분, 오늘도 안녕하신가. 이번에도 뭔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뒤에 도사리고 있는 불가능해 보이는 사건을 가지고 돌아왔다. 이번 사건은 아주 간단하게 시작하지만, 순식간에 완전한 난장판이 되어버리는 사건이다. 내가 지금까지 들여다본 사건들 중 가장 이상한 사건에 속한다고 말할 수 있겠다. 나로서는 도대체 이 사건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인지, 모든 층위에서 하나도 이해할 수가 없다.

시작은 정말 간단하다. 1987년, 크레타섬 아기아마리나 경찰서에 스퓌로스 파파데모스(Spyros Papademos)라는 남자가 걸어들어와 살인을 자수했다. 말하기를, 4주 전에 바실리스 코라카스(Vassilis Korakas)를 술집에서부터 집까지 따라가서 강도를 하려고 했는데, 일이 잘못되어 위협용 쇠파이프로 바실리스의 머리를 쳐 죽여 버리고 말았다고 했다.

살인 이후, 스퓌로스는 공황에 빠져 시체를 도로변에서 끌고나와, 범행현장 근처에 있는 폐가의 지하실로 끌고 갔다. 그리고 시체를 방수포로 싸서 거기 방치하고, 시체를 뒤져 돈을 챙긴 뒤 도주했다.

그러나 몇 주 뒤, 스퓌로스는 죄책감에 사로잡혀 경찰서로 걸어들어와 자수를 한 것이었다. 경찰은 스퓌로스가 바실리스의 시체를 유기했다고 진술한 집으로 가서, 실제로 문제의 날짜가 찍힌 술집 영수증을 가진 시체를 발견했다. 시체의 신분증과 대조해서 신원이 바실리스 코라카스로 특정되었고, 경찰은 스퓌로스를 바로 구금하고 재판을 준비했다.

그런데 이 사건에 딱 하나 문제가 있었는데.

그건 바로 하나도 일어난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 사건은 하나도 일어날 수가 없었다.

crewtime 04/30/15 (목) 02:04:14 #93820713


이 사건의 첫 번째 문제는 시체 발견 직후의 초동수사 때 바로 드러났다. 스퓌로스는 의문의 여지가 없는 알리바이를 가지고 있었다. 아마 내가 범죄실록을 다루면서 본 알리바이 중 최고의 알리바이에 속할 거다.

스퓌로스는 자수하기 1주일 전, 6개월 형기를 마치고 교도소에서 출소했다.

경찰은――스퓌로스의 신원조사를 하던 중에――이 형기 기록을 바로 발견하고, 교도소 측에 전화해서 정말로 스퓌로스가 복역을 했는지 확인했다. 교도관들은 참말이라고 단언했다. 심지어 스퓌로스가 자기 밑의 노역자 중에 최고이며, 형기가 시작된 이래 단 하루도 빼먹는 날이 없다고 교도관들에게 말해온 교도소 부엌 십장에게 확인까지 했다. 살인이 벌어졌다는 그 날도, 정의상 형기에 포함이 된다.

혹시 빵에 들어가기 전에 살인을 저지르고 석방된 뒤에 자수한 것일까? 그건 아니다. 검시관이 시체의 부패양을 보았을 때 죽은지 4주 된 게 확실하다고 확인했다. 뿐만 아니라, 영수증이 나온 술집――그러니까 스퓌로스가 바실리스를 따라나섰다고 한 거기――의 바텐더도 바실리스가 큰 돈을 긁고 갔으며 영수증을 남겼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술집에 남긴 영수증은 시체에서 발견된 것과 일치했다.

혹시 스퓌로스가 감옥에서 석방되고 자수하기까지 그 짧은 시간에 살인을 저지른 것이 아닐까 의심도 잠시 되었지만, 그렇게 짧은 시간 안에 시체가 부패할 수는 없다. 특히 유기 장소가 가옥의 지하실인데다 부패인자에 직접적으로 노출되지도 않았으니 더더욱.

이러한 사실들을 들이밀자, 스퓌로스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입을 대합조개처럼 딱 다물고, 경찰과 더 이상 대화하기를 거부했다. 그는 유치장에서 혼자 중얼거리면서 시간을 보냈다. 경찰은 이 자를 어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 사건의 두 번째 반전이 찾아온다.

crewtime 04/30/15 (목) 02:04:14 #93820713


바실리스 코라카스가 죽지 않았던 것이다.

경찰이 바실리스의 가족에게 시체를 찾았다고 전화를 했더니, 다른 사람도 아니고 바실리스 본인이 전화를 받았다. 간단한 통화 끝에, 혼란을 해결하기 위해 바실리스는 가족과 함께 경찰서로 가서 문제의 시체를 확인하기로 했다.

바실리스가 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경찰서장과 경관들이 검시관과 함께 영안실로 가서 시체를 꺼냈다. 시체에서 찾은 지갑 속의 신분증을 확인하고, 부패를 감안하더라도 시체의 얼굴이 신분증 사진과 같은 얼굴이라고 확인했다. 그들은 시체의 사진을 몇 장 찍고, 시체를 다시 영안실에 넣었다.

그리고 바실리스가 찾아왔다. 그는 사진이 있는 신분증――경찰이 시체에서 찾은 것과 완전히 똑같은――을 제시했다. 한 경관이 두 신분증을 비교했고, 둘 다 위조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판정했다. 바실리스는 그 부모의 독자였다. 형제는 없고 누이만 셋이었다. 연령이 비슷한 사촌도 없었고, 그 밖에 바실리스 본인과 헷갈릴 만한 가족구성원은 아무도 없었다.

경찰은 코라카스 집안 사람들과 함께 영안실로 들어갔다. 시체가 보관되어 있던 칸을 열었는데, 텅 비어 있었다. 시체가 사라졌다. 사람들은 검시관을 향해 돌아섰다. 하지만 검시관은 아무 것도 건드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형편 좋게도 보안카메라가 시신안치함을 똑바로 바라보는 각도였다. 영상을 확인해 보니, 경찰이 시체를 다시 집어넣고, 검시관이 그 앞에 앉아 서류작업을 한 뒤, 나머지 사람들을 따라가는 것이 찍혀 있었다. 영상은 조작되지 않은 것으로 입증되었다.

경찰은 완전히 돌아버릴 것 같아서, 지금까지 수집한 증거물 사진을 한 데 모아왔다. 사진에는 여전히 시체――바실리스와 똑같이 생긴――의 모습이 찍혀 있었다. 그러니, 좀 전까지는 확실히 시체가, 어느 폐가 지하실에서 발견한 그 시체가 있었던 것이다. 시체에서 찾아낸 신분증도 여전히 남아 있었다. 하지만 피해자는 죽지 않았다.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하기 위해, 경찰은 범죄현장에 사람을 보냈다.

그런데 그 폐가에는 지하실이 없었다.

crewtime 04/30/15 (목) 02:04:14 #93820713


결국 경찰은 스퓌로스를 심문실로 다시 데려갔다. 지금까지 찾아낸 것들을 설명하고, 뭐 할 말 없냐고 물었다.

음. 그러게요. 제가 한 짓이 아닌 거 같네요?

별로 만족스러운 답은 아니었다. 하지만 사실인 것처럼 보였다. 시체도 없고, 범행시간에 범행현장에 있지도 않았고, 범행현장도 없으며, 심지어 누가 죽었다는 사실 자체가 없었다. 경찰은 스퓌로스를 유치장에서 풀어줄 수밖에 없었다.


🈲: SCP 재단의 모든 컨텐츠는 15세 미만의 어린이 혹은 청소년이 시청하기에 부적절합니다.
따로 명시하지 않는 한 이 사이트의 모든 콘텐츠는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동일조건변경허락 3.0 라이선스를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