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 소리가 들렸다
내 입에서 고통에 찬 비명이 터져나오며 그대로 거꾸러지지 않으려고 겨우
책상을 붙잡았지만 일어난 일은 책상 위에 놓여 있던 볼펜 한 자루와
나와 내 아내가 결혼 오 주년 기념으로 나이아가라 폭포 앞에서
찍은 기념사진이 들어 있는 작은 액자도 같이 떨어트렸을 뿐
뻣뻣한 잿빛 융단 위에 쓰러진 뒤 돌아누워서 위를 봤는데
하느님이 보이는데 죽을 줄 알면서도 실험에 들게 한
선량한 영혼들을 위하여 나를 시험에 임하시옵니까
그러니 "주여 자격 없는 이 저에게 용서와 자비를
베푸시옵소서"라고 빌고 싶어도 다른 한편으론
재단에 가입했을 때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기에 내 숙명을 받아들였지만
주님께서 나를 거둬들이는 이 순간이
하필이면 공기마저 탁한 사무실에
나 홀로 갇혀 있을 때여야 하는지
내 마누라와 함께 침대에 누워
내 위로 쏟아지는 폭포수의
장대한 아름다움을
서로 속삭이는
그런 순간이
어찌하여
대체 왜
아닌지
아 씨발 발가락 찧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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