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전 원래 이 글을 "단조로운 SCP를 만드는 다섯 가지 습관"이라 이름 붙일 생각이었습니다. 새로운 SCP 항목을 지루하거나 흥미롭지 않게 만든다고 여겨지는 다섯 가지의 가장 흔한 문장이나 습관에 관해 쓸 것이었습니다. 개념적인 내용은 아니고 구조나 서술 방식적으로 말이죠.
두 번째 나쁜 습관에 대해 절반쯤 썼을 때, 제가 정말로 반대하는 나쁜 습관은 오직 하나뿐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괴물을 내보이는 것
공포 영화를 보신 적이 있으시다면, 최고의 공포 영화는 보여주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숨긴다는 걸 아실 겁니다. 인간은 알지 못하는 것에 공포를 느끼며, 이는 보지 못하는 것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그러나 정신이 그 공백을 메꾸기 위해서라도, 존재하는 공포를 언뜻 암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요즘의 "지루한" SCP 항목들의 가장 큰 문제점입니다. "과학적"이고 "사실적"이기 위해, 괴물을 밝은 불빛 아래에서 내보여 공포를 완전히 죽여버리죠.
이 안내서에서는 한 SCP 항목이 "괴물을 내보이는" 주요 5가지 방식과 이를 피하는 방법에 대해 말할 것입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의 글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고 정신을 차려, 글이 더 흥미로워지고, SCP에 조그마한 양념을 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경고
만약 신입 SCP 작가라면 이 글을 읽지 마십시오. 위키에 SCP 글이 아직 없다면, 부디 가서 하나 쓰고 오시길 바랍니다. 한국어에 숙달되어 있지 않으시다면, 먼저 공부를 하고 오세요. 이 글은 좋은 글을 쓰도록 돕는 것이 아니라, 이미 쓰거나 쓰고 있는 글을 더 양질의 글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적으로 한 고급 과정의 안내문입니다.
둘째는, 전 결코 "내용"에 관한 이야기는 꺼내지 않을 것입니다. "나쁜 아이디어"일지라도 잘만 다듬으면 훌륭한 아이디어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이 제 확고한 신념이니까요. 이 안내문에서 제가 다룰 것은 오직 구조와 글쓰기에 관한 것입니다.
생략이란 무엇인가?
"생략하다"는 전체에서 일부를 줄이거나 뺀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생략"이라는 것은 고의로 무언가를 누락시킨 것이죠.
SCP 재단은 생략을 가장 흔한 도구 중 하나로 사용합니다. 글을 비워놓거나 [데이터 말소]의 형태로 말이죠. 이러한 도구에 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겠습니다. 그 대신, 더 교묘한 형태의 생략에 집중하도록 하겠습니다. 절대로 명백히 서술되지 않은 것을 암시하기입니다.
연습문제 1
뭔가 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시작해보도록 하죠. 부디 제 SCP-001 제안을 열어주시기 바랍니다. 여기서 보실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주세요.
이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아래의 단어들이 몇 번이나 사용되었는지를 세어주시기 바랍니다.
1. 천사
2. 에덴
아래에 정답이 있습니다.
하나 더 있습니다. SCP-087을 읽어보세요. 이제 기록을 읽어보세요. 그 뒤 질문에 대답해주시기 바랍니다. SCP-087은 잡은 사람에게 무슨 짓을 합니까?
답은 이렇습니다.
이에 대해 잠시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연습문제 2
쓰고 계신 SCP 글을 열어주세요. 아니면 SCP 재단 위키의 "최근 생성된 페이지" 항목에 들어가셔서 새로 만들어진 SCP 글 중 하나를 골라주시기 바랍니다. 가장 최근일 필요는 없고 그 페이지에서 아무거나 하나 골라주시면 됩니다.
이제 글을 읽어보곤 다음과 같은 구절들을 확인해보세요.
- SCP-XXXX는 [모습에 관한 설명]인 [사물 또는 생물]이다.
- [원인] 할 때, [결과].
- (또한:) 사람이 [행동을 취함] 한다면 [결과].
- [행동]함에 따라, [영향이 더 강해짐] 그리고 [최종 결과].
- 인간 개체들은 [뭔가 미친 짓]이라는 잘못된 믿음을 가질 것이다.
이제 다른 글을 열어보시고 다시 해보세요.
아니면 세 번째 글에 해보세요.
끝나셨다면, 앉아서 잠시 생각해보세요. 전 확실히 했습니다.
그렇다면 뭐가 문제인가?
제가 연습문제 2에 나열한 네 개(어떻게 묶느냐에 따라 다섯 개)의 구절은 SCP 글에서 "괴물을 내보이는" 가장 흔한 예시입니다. 괴물을 엄청나게 밝은 햇빛 아래에 내비치는 공포 영화와 같이, SCP 개체의 변칙적인 특성을 곧바로 서술하면 공포와 수수께끼를 한 문장으로 줄여버립니다.
더 끔찍한 것은 이 "괴물을 내보이는 일"이 보통 "특수 격리 절차" 다음인 "설명" 항목의 처음에 나온다는 것입니다. 만약 "개체가 무엇이고 무엇을 하는지 밝혀내는 부분"이 글에서 흥미를 끌기 가장 좋은 시점이라고 한다면, 글의 "절정"이 처음에 있고 그 외 나머지는 내리막길이라는 소리입니다.
이는 좋은 일이 아닙니다. 최고의 이야기는 흥미를 끌기 가장 좋은 시점이 이야기의 중간이나 결말 부분에 존재합니다. "와!"하는 순간이 독자의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야 합니다. 폭로된 내용을 독자가 계속 갖고 있어야 합니다.
이 일을 어떻게 피하냐고요? 한 가지 방법은 특수 격리 절차 항목을 늘리는 것입니다. 더 길고 더 흥미롭게 만들어, 상대적으로 "절정"을 글의 결말 쪽으로 옮기는 것이지요. 아니면 이야기의 "절정"을 SCP의 정체가 아닌 다른 것으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탐험 기록이나 실험 기록 같은 것으로요.
물론, "괴물을 내보이기"는 글의 문제점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더 큰 그림으로 봤을 때 이러한 구절은 지나치게 사용되었기에, 결국 사이트 독자들은 이러한 구절이 반복해서 나온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이는 사이트에 희극적인 "매드 립스1"틱한 분위기를 조장합니다. 실제로 전 대상을 설명하기 위해 "[원인]이 [결과]했을 때" 구조를 사용한(가장 남용되는 구조입니다) 항목을 수도 없이 읽고 나서야, 이 문제를 처음 알아차렸습니다.
연습문제 3
연습문제 2에서 사용한 항목 중 하나를 고르세요. 자신이 쓴 글이 아니라면 부디 예의를 갖춰, 작가에게 항목을 이 연습문제에서 사용했다는 말은 하지 마세요. 네, 그 말은 당신이 다른 작가들의 항목을 "발전"시키더라도, 그에 대해 말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첫 번째로는, 무례한 일이니까요. 두 번째로는, 사람들이 사고하는 방식의 본질에 따라, 기본적으로 사이트에 최근 생성된 페이지의 미숙한 작가들에게 "그래서 내가 클레프의 연습문제를 따라서 네 글을 발전시켜봤어"라는 PM과 코멘트가 쇄도할 테니까요. 항목을 발전시키고 싶다면 작가가 알아서 연습문제 3을 따라 해보면 되는 일입니다.
좋아요. 이제 항목을 정했으니, 메모장에 복붙하세요. 그리고 쭉 훑어본 뒤 연습문제 2에서 나온 5대 죽음의 구절 중 하나에 해당하는 구절을 찾아보세요. 그 구절을 지운 뒤 글을 다시 읽으세요.
그 뒤에 다음의 질문을 자문해보세요.
독자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를 분명히 알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정보를 글의 나머지 부분이 담고 있는가?
만약 이 첫 번째 질문의 답이 "아니다"라면, 이다음의 것을 자문해보세요.
글에 뭔가를 조금 덧붙이면 없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하세요.
5대 죽음의 구절에 해당하는 것들을 전부 없앨 때까지 첫 번째 질문과 두 번째 질문을 반복하세요.
그리고는 글의 원본(연습문제 3을 수행하기 전)을 다시 읽은 뒤, 당신이 수정한 글과 비교해보세요.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서서 잠시 생각해보세요.
생략하지 말아야 할 때
모든 규칙에는 예외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괴물을 내보이지 않는다는 규칙은 언제 깨야 할까요?
일단, 첫 번째는 내보일 괴물이 없을 때입니다. 예를 들어, SCP-294가 원하는 뭐든지 줄 수 있는 커피머신이라는 사실을 생략하는 것은 웃긴 짓일 겁니다. 그 정체에 대해서는 신비로운 것이 없으니까요. 기껏해야,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는가 정도지요. 어쨌든, 그 글의 요점은 SCP-294의 본질이 신비롭거나 무섭다는 것이 아니라, 실험 기록과 대상의 잠재력에 대해 연구원들이 탐구해나가는 여정입니다. SCP-093 또한 예가 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작가는 SCP-093이 무엇인지를 곧바로 말해버려 그 부분을 치워버리고는 글의 알맹이에 자리를 양보합니다. 바로 탐험 기록입니다.
예시는 또 있습니다. 저에 관한 글은 특수 격리 절차 항목에서 독자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게 기발한 작문 기술을 이용하고, 재빨리 판돈을 올리기 전에 "설명"에서 잠깐 정체를 내비치죠. 이제 독자들이 제가 무엇인지를 이해하였으니, 글의 나머지는 항목의 "메타"성에서 벗어나 "SCP 세계관" 자체로 들어가는 것으로 완결짓는 마지막 문장까지 아주 서서히 판돈을 올리는 것에 집중합니다.
하지만 저(SCP-426이 아니고 클레프)는 5대 죽음의 구절을 최대한 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표현과 구조가 너무 흔하기에, 계속해서 사용되면 사용될수록 문제가 됩니다. 잇달아 하나 이상의 5대 죽음의 구절이 사용된다면 더욱 나쁘죠. 그 영향은 거의 희극적일 수도 있게 됩니다.
결론
이 문제에 관해서는 이게 끝입니다. 포럼이나 이 페이지의 토론란에서 이 글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하세요. 이 글이 여러분께 새로운 SCP 항목에서 제가 보는 일반적인 문제점에 관하여 조금이라도 통찰력을 주길 바라고, 여러분의 글을 더 높은 경지로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 클레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