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라를 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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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오겠습니다」라고 말하며, 두 마리의 주인은 머리에 얹은 손을 가만히 떼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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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97기지는 침묵하고 있었다.
그곳에는 사람의 기척이라곤 없었고, 버려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분위기가 자리하고 있었다. 실제로는 버려진 것은 아니었지만, 최소한의 인원만이 그곳에 배치되어 있었다. 다른 인원들은 전부 특정 시나리오의 대책 본부로 동원된 상태였다.

그리고 거기 최소한의 인원에도 가미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자유행동이 허용되고 있는— 그 상황이 행복했든 불행했든 상관없이, 위업의 칭호가 붙은 늑대견 두 마리가 기지 입구 좌우에 마주 보는 형태로 앉아 있었다.

한쪽은, 당당하고 늠름한 얼굴인 채, 등줄기를 계속 펴고 있다.
한쪽은, 약간 기개를 잃은 듯, 연약한 얼굴을 한 채, 그러나 등줄기는 팽팽하게 펴져 있다.

이는 재단에 고용되었다는 사정 탓에 매우 엄중한 훈련을 받았기 때문이 아니었다. 주인으로부터 부여받은 임무를 반드시 수행하겠다는 의지 하에 계속되고 있었을 뿐. 그들의 모습은 때때로, 그들의 앞을 지나가던 직원들에게 용기를 주고 긍지를 북돋아 주기도 했다.

허나, 그런데도.
기지 내의 직원들의 사기는 계속 떨어지고 있었다. 획기적이고, 타파적인 시나리오에 대한 안이 제안된 것도 아니었다. 특히 기지 내에 남겨진 인원은 재단으로부터 암묵적으로 "전력 외 통보"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었고, 그 때문에 생기는 무력감과 열등감은 분명히 인원들의 마음을 계속해서 좀먹어가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그러한 것들이 기지 전체의 침묵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방이나 연구실 안에 틀어박혀 있는 인원들이 부지기수였고, 그대로 죽음을 택하는 인원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도 두 마리는 주인의 귀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이트가 열기를 되찾은 것은— 분주해지기 시작한 것은 그로부터 5일 후의 일이었다. 빈번히 입구가 여닫히고, 다양한, 적어도 두 마리는 본 적 없는 의상을 입은 인물들이 기지 내로 입장하는 모습을, 이들은 배웅했다. 그러나 그중에 그들이 기다리던 이는 존재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이상으로 바쁜 발소리가 울리고 있는 기지의 안. 그들의 먹이 배급이 가끔 잊힐 때도 있었다. 배를 곯고 집중력이 옅어지기 시작했는지, 한쪽의 몸이 가늘게 흔들리듯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 모습을, 다른 한 마리는 잠자코 지켜보고 있었다. 그 시선을 눈치챘는지 쳐다보이던 측, 스트렐카라는 이름의 개는 자세를 고치고 주인의 명령을 지키듯 다시 꼿꼿이 등줄기를 폈다.

둘의 털은 약간씩 흐트러지기 시작한 것처럼 보였다. 이에 신경 쓸 만한 여유도, 지금의 인원들에게는 존재하지 않았다.


하루 종일 먹이 배급이 밀린 것은 그날이 처음이었다.

뚜벅뚜벅 시끄러운 발소리가 한층 더 커졌다. 그리고 이는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기지 내에 울려 퍼졌다.
결국 이런저런 관리는 포기되었다. 스트렐카는 물론이고 그동안 일관되게 주인의 명령을 지켜온 벨카로 불리는 늑대견조차 그 얼굴에 피로의 빛이 섞이기 시작했다.

칭찬으로 주인에게 쓰다듬을 받던 복부는 어느덧 배고픔만을 알리는 악기로 변하고 말았다. 늘 주인의 빗질로 말끔히 다듬어졌던 털은 군데군데 튀어나왔고, 바깥과 같이 눈처럼 쏟아지는 먼지가 그들의 아름다운 흰색을 회색으로 더럽히고 있었다. 아름다운 검은 눈동자는, 어딘가 부유스름히 흔들렸다.

그런데도 그들은 사명을 잊지 않았다. 두 마리는 나란히 서서 제8197기지 문 앞에서 주인을 기다렸다. 기지 내부는 난방이 되어 있으나, 누군가 드나들 때마다 문이 열리고 바깥의 한기가 그들의 몸을 덮친다. 폐가 꽁꽁 얼어붙는 추위에, 그들은 그때마다 몸을 떨었다.

다만, 날이 갈수록 문이 열리고 닫히는 간격은 좁아져 갔다. 그것이 그들에게 행운이었는지, 아니면 불행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 후, 그들을 강제로 이동시키려는 연구원이 있었다.
끌어안듯이 부축하는 그 팔을, 두 마리는 몇 번이고 물어뜯었다.
선혈을 흘리며 소리친 연구원의 얼굴엔 당혹감과, 그리고 비애가 가득해 보였다.

그들의 털을 빗질하려는 연구원이 있었다.
그것을 거부하듯 두 마리는 조금씩 몸을 움직여, 비틀비틀 도망치듯 현관 구석에 엎드렸다.
마찬가지로 그 연구원은 당혹감과 비애가 담긴 표정을 짓는 것처럼 보였다.

그들에게 무엇인가를 계속 이야기하는 연구원이 있었다.
두 마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문만을 바라보았다. 그들이 알아들을 수 있던 것은 그들이 기다리는 사람의 이름뿐이었지만 그나마도 그것이 어떤 맥락에서 말해지고 있는지에 대해선 이해할 수 없었다.
역시, 당혹감과 비애가 그 얼굴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두 마리는 그 표정이 뜻하는 의미를 알 수 없었다.


기지 내는 쥐죽은 듯 조용했다. 마치 정말로, 사람이 하나도 없어져 버린 것처럼.
스트렐카는 축 늘어져 벽가에 몸을 기대고 있다. 벌써 며칠째 먹이 배급은 나오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현관이 열리는 일도 없어져 버렸다.

그 모습을 보다 못해, 벨카는 스트렐카의 옆에 바짝 달라붙어 그 자리를 지켰다. 두 마리의 회색이 거대한 한 덩어리가 되어 숨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그것"을 눈치챈 것은 스트렐카가 처음이었다. 며칠 전보다 훨씬 조용해진 자동문 너머로, 수십 마리의 개가 지그시 내리는 눈 속에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동자에 경애, 동정, 그리고 동료의식 같은 것이 떠올라 있음을, 스트렐카는 이해할 수 있었다.

목 부분을 물듯이, 스트렐카는 잠자던 벨카를 깨웠다. 문밖을 내다본 벨카는 비슷한 감정을 그들의 눈동자에서 읽어낼 수 있었다. 동시에, 두 마리는 문밖을 나가는 순간 그들과 같아질 수 있으리란 사실을 이해할 수 있었다.

두 마리는 서로를 마주 보았다. 답은 정해져 있었다.

벨카와 스트렐카는 동시에 울음소리를 내질렀다. 침묵을 지키던 기지 내부를 뛰어다닐 듯이, 바깥의 그들에게 의사를 전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긍지에 가득 찬 외침이었다.

그것을 듣자마자 바깥의 개들은 빛을 발하며 그 자리에서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두 마리는 다시 주인을 기다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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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얼마나 지났을까. 언제부턴가 기지의 보안 기능은 방치되어 있었다.

스트렐카는, 눈이 되어 있었다. 그 몸에서 더는 그 따스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벨카는 계속 곁을 지켰다.

그러나 벨카 역시 쇠잔해져 가고 있었다. 몸에서 들려오는 것이라고는 희미한 심장 박동뿐. 마지막으로 떠올린 것은 주인이었다. 우린 여기서 이렇게 기다리고 있는데, 그녀는 어떻게 된 걸까. 암흑처럼 새까만 빛만을 내던 그 눈동자에 무언가가 비집고 들어와 반사된 것은, 바로 그때였다.

「부탁받은 일이다」

어렴풋이 희미해져 가는 의식 속에서, 다른 것과는 달리 부드러운 검정이 두 마리의 머리에 손을 뻗었다. 울퉁불퉁한, 그래서 노년이 느껴지는 그 남자의 손바닥에 어루만져 지는 것이, 벨카는 이상하리만치 나쁘지 않았다.

몇 초 동안 그들을 쓰다듬은 뒤, 남자는 정장 안주머니에서 눈부신 빛깔의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이미 벨카에게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볼 기력조차 없었지만, 그들에게 몇 분 동안이나 그것을 서투르게 채우려는 남자의 모습에서, 어째서인지 직감적으로 목덜미의 따뜻함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일을 마친 뒤 남자는 스트렐카와 벨카의 옆에 앉았다. 그리고는 가슴께에서 무언가를 꺼내려다가— 두 마리의 얼굴을 흘끗 보고는 손을 거두었다. 남자 나름의 충견을 위한 경의의 표현이었다.

그리고 그대로 벨카가 눈이 될 때까지, 남자는 옆을 지켰다. "Belka"와 "Strelka"라는 글씨가 금빛으로 쓰인 붉은 목걸이가 그들의 목덜미에서 빛을 내고 있었다.

「다녀왔습니다」라고 말하며, 그들의 주인은 두 마리를 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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