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안녕하세요.
저와 선생님이 만난 것이 언제였었나요. 맞아, 고등학교 2학년 때 4월. 아직 수험 같은 건 생각하지 않고 다들 어딘가 들떠 있던 어느 봄날.
선생님은 젊고 멋있으셔서 교실로 들어오실 때 다들 꺄아 소리쳤죠.
그렇지만 전 선생님의 얼굴보다 선생님의 수업이 더 좋았어요. 선생님은 사회 교사셨지만, 그뿐만 아니라 많은 것을 가르쳐 주셨잖아요.
우리가 왜 이 사회라는 구조를 만들었는지, 그 사회의 불안정성, 법률의 존재 의의, 그리고 역사를 배우는 의미.
정말로 즐거웠어요. 홈룸 시간도, 수험 공부의 어려움도요. 선생님이 있어 주셔서 저 열심히 했어요.
제가 소문 때문에 야마구치와 맺어질 뻔할 때 선생님이 막아 주셨잖아요. 수학여행에서 미아가 되었을 때도 도와주셨네요.
저는요, 언제부터인가 선생님을 계속 보고 있었어요.
그렇지만 선생님은 사실 저희 같은 건 보고 있지 않으셨지요.
선생님이 흥미를 가지신 것은 우리 학교에 있는 무언가.
커다랗고 빨갛고 앙상하고 칠판을 손톱으로 긁는 듯한 소리를 내고 문화제 모의점의 쓰레기통 같은 냄새를 풍긴 무언가.
저를 물어뜯어 죽이고 찢어발긴 무언가.
선생님, 궁금한 것이 무척이나 많아요. 선생님, 그건 뭐였나요? 선생님, 왜 저를 도와주지 않으셨나요?
선생님, 선생님, 선생님, 선생님, 선생님.
선생님은 잡아먹힌 저를 보시고, 어디론가 전화를 거시고, 선생님이 부르신 누군가가 그걸 붙잡고.
그리고 저는 사고로 죽은 것이 되었죠.
저기, 선생님? 그게 저를 죽였는데, 죽이면 안 되나요? 선생님은 사형에 대해서도 말씀하셨잖아요.
예방설. 죽이는 것으로써 범죄를 억제한다. 그런데 그건 거기에서 예외인가요? 법률에 얽매이지 않는 그걸 선생님은 어째서 죽이지 않으신 건가요?
선생님, 저는요 그 괴물한테 죽었을 때 선생님을 만나러 가는 길이었어요. 선생님께 합격했다고 알려드리려고요.
합격증을 들고 밤중에 학교로 향했고, 교무실 앞에서 살해당했죠. 저, 아직 여고생이었어요.
앞으로도 계속 여고생인 채로 있을 거예요.
죽고 난 후로 어째서인지 저는 여기에 있어요. 유령도 아니고, 살아 있는 것도 아닌, 선생님이 "격리하시는" 변칙이 된 거에요.
저기, 선생님. 제 이름 기억하시나요? 잊으셨나요?
저는요 ██ ██라고 해요. 그런데요, 얼마 전부터 번호로 불리게 되었답니다.
SCP-███-JP. 제 이름이에요. 저를 불러 주세요. 제 이름을 불러 주세요.
선생님, 저 선생님을 좋아했어요. 그러니까 선생님, 저를 불러 주세요. SCP-███-JP라고요.
그래서 제가 계속 여고생으로 있으니까요. 이 학교에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