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안 셔츠

“아이리스? 너 안에 있냐?”

오, 세상에, 이 망할 인간은 안 돼.

“너랑 얘기할 게 있는데.”

아이리스는 최대한 앓는 소리가 내지 않으려 하면서 대신 들릴 정도로 하품을 했다. 아이리스에겐 안타깝게도, 약간의 앓는 소리는 들어가 있었다. 그 남자는 딱히 알아채진 않은 것 같았다.

“문제 생긴 거 아니야, 아이리스.”

그래, 그거 참 다행이네. 아이리스는 확실히 최근에 문제가 될만한 행동을 하지는 않았다고 확신할 수 있었지만, 자신의 “공적인” 위치를 생각해보면, 언제나 가시방석에 앉은 듯 했다. 전체적인 프로젝트와 마찬가지로, 아이리스의 (상대적인) 자유에 따르는 유일한 이유는, 약간의 마찰만으로 확 타올라 사라질 수 있었다.

“클레프, 뭔 지랄맞은 거를 하려고 왔어요?”

아이리스는 클레프가 그 빌어먹을 이죽거림을 웃는 얼굴에 담는 모습을 상상했다. 문이 닫혀있어서 실제로 확인할 수는 없지만, 그 정도면 충분했다. “네가 문을 연다면 더 쉬워질 거다, 꼬마.” 꼬마. 이 남자는 사람 속 긁는 데에 재주가 있었고, 아이리스는 이제 클레프가 일부러 저러는 지 궁금해졌다.

누가 아이리스를 놀리는가, 누가 봐도 클레프지. “안 잠겼거든요, 박사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아이리스는 문이 딸깍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클레프가 왔다. 중년에, 약간의 더러운 영광과 함께. 클레프가 방에 들어와서, 주변에 관심을 가지는 척을 하고, 아이리스와 방 반대편에 있는 안락의자에 앉았다. 클레프의 움직임은 이상할 정도로 무기력했다. (클레프에게조차) 화려한 옷차림과는 별개로, 아이리스는 그의 모자가 벗고 온 것을 알아봤다. 클레프는 뭔가 할 말이 있을 때만 모자를 벗었고, 아이리스는 감정적으로 마음을 다잡기로 했다… 무슨 말이 나오든.

아이리스는 마음을 다잡는 데에 많은 힘을 쏟은 것 같았다. 클레프는 아이리스를 바라보고, 가짜 미소를 지었다. “오, 긴장 풀어, 벌써 긴장하다니. 알파-9 일은 아니야, 이번에는.” 일단 그것도 뭔 일이긴 했다. 안타깝게도 그건 개인적인 어떤 일이라는 걸 의미했고, 그건 아이리스를 더 걱정하게 했다. 이는 네 가지 일 중 하나일 게 뻔했고, 클레프는 그 중 대부분을 모를 게 분명했으니까.

“그냥 너한테 묻고 싶은 게 있는데, 왜 ㅁ— ” 클레프가 말을 멈췄다가, 삼켰다. “—왜 166이 갱신된 특권을 받았는지 말이야.” 시발. 그럼 클레프는 이유를 알고 온 거다. 이유를 미리 알지 않았다면 당당하게 남의 방으로 걸어오지 않을 테니까. 이러면 일이… 까다로워진다. 그것도 잘 풀릴 경우에만.

아이리스는 여기서 빠져나가려고 했다. “제가 다른 개체에게 더 큰 자율권을 줄 만한 힘은 엄밀히 따지면 없을 걸요, 박사님.” 마지막 “박사님”은 생각보다 더 매몰차게 나왔다.

“넌 거짓말에 쥐약이야, 아이리스.” 클레프의 얼굴이 아이리스가 이제까지 보지 못한 방식으로 뒤틀렸다. “애덤스가 나한테 서류를 보여줬거든.” 시발. 재단은 관계를 시작하려는 모든 사람에게 이에 따른 직무 수행을 위한 양식을 한 시간 가까이 서명하게 했다. 엉덩이가 쑤시는 것보다, 자신과 메리가 여전히 개체로 다뤄지는 게 더 힘들었다. 아이리스는 그 생각을 무시하려고 했다.

메리는 이게 시도조차 의미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건 전례가 없었고, 저들이 승인해주지 않으리라고. 메리는 여러 세부사항들을 걱정했다. 아이리스 물론 그러했지만, (안타깝게도) 아이리스는 재단에 충성했다. 지금까지 몇 번은 그 사실을 증명했다. 이는 가끔씩 아이리스가 예상한 축복보다는 저주에 가까웠지만, 어쨌든 끝에 가서는 잘 풀리긴 했다.

그걸 제외하더라도. 그걸 제외하더라도. 클레프가 이 세상 어디에 딸을 두고 있다는 건 비밀도 뭣도 아니었다. 그보다 훨씬 적은 사람들이 그 딸이 재단의 관리 하에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아주 소수의 사람만이 메리의 파일에 접속해서 메리의 모든 이야기를 거의 알아내곤 했다. 아이리스는 마지막 소수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라이트 지휘관과의 (애원에 가까운) 기록되지 않은 거래를 통해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아이리스는 보는 즉시 자신이 협상했던 것보다 더 큰 걸 얻었음을 알았다.

아이리스는 이 대화를 원치 않았고, 그걸… 몇 달 간 미뤄왔다. 그래도 클레프가 먼저 자신을 찾아온 건 매우 걱정스러웠다. 클레프가 기꺼이 말을 붙인다는 것은, 그럼으로써 그가 상대방을 어떻게든 모욕할 수 있거나, 그 상대방이 곧 누구도 원치 않는 일을 하게 된다는 의미였다.

아니면 상대방이 자신의 무언가를 잃으리라는 의미기도 했다. 아이리스는 간절하게 첫 번째 사례이기를 원했다.

“그건 확실히 하자고, 넌 그 애랑 데이트 했어, 그렇지? 그 빌어먹을 서류 더미를 다 읽진 않아서, 내가 놓친 부분이 있을 수도 있거든.” 여기까지 미루고 싶지는 않아서, 아이리스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리스는 확연하게 몸이 떨리기 시작했지만, 어떻게든 떨림을 억누르려 했다. 지난 기묘한 10년 동안 여기에 익숙해졌다.

“좋아. 깔끔하네.” 목소리는 차가웠다. “그럼, 내가 한 번 묻지.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던 거야?

이미 차가워진 클레프의 눈이 아이리스를 쏘아보자, 아이리스는 그 즉시 굳었다. 아이리스는 확실히 클레프의 나쁜 일면을 마주했고, 아이리스가 신중하게 다가가지 않으면, 상황은 더 나빠질 터였다.

“네가 어떻게 해냈는지 알 수가 없네. 넌 어떻게든 내 머리 위에서 놀았지, 왜냐면 애덤스조차 처음부터 이 일을 몰랐으리라고 생각도 못했거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는 우리 둘 모두에게 기적적으로 숨겼지. 왜냐면 난 너희 둘이 통성명한 것도 몰랐거든.” 이건 적어도 아이리스에겐 처음 듣는 소리였다. 클레프는 사람에게 화를 내곤 했지만, 이렇게까지… 무르지 않았다. 클레프는 이 문제에 대해 이상할 정도로 감정적이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아이리스가 이렇게까지 놀라진 않을 것이다.

“난— 넌 내가 지금까지 바빴다는 거에 빌어먹도록 감사해야 해. 네가 지금 뭣 때문에 여기서 이러고 있는지 알기는 해?” 이 사람… 우는 건가? 아이리스는 그게 무슨 의민지 확실하게 알진 못했고,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저었다. 클레프는 숨이 많이 섞인 웃음을 뱉었다. “모른다고. 시발 환상적이네. 넌 이게 무슨 의미인지 정말 모르는구나.”

아이리스는 이제 확연히 떨렸다. 아이리스의 상사보다 윗사람이 확실히 눈물을 터트리기 직전의 모습으로 그녀에게 소리치고 있었고, 아이리스는 걱정스러웠다. 지금 당장은 감히 아이리스를 해치지 않겠지만, 클레프는 강력했다. 이 모든 것들을 다 끝낼 힘이 있었다… 그 동기는 악의일까? 아이리스는 더 알 수가 없었다.

확실히 이는 최악을 의미했다. 이는 아이리스가 (자신이 생각하기에) 자신과 함께 시작된 프로젝트로부터 쫓겨날 위험에 처했음을 의미했다. 이는 아마 아이리스의 특권을 다시 박탈한다는 것을, 위생적이고 아주 깨끗한 지옥에 한 번 더 떨어뜨린다는 것을 의미했다.

다른 게 아니라면, 두 사람이 다시는 서로 보지 않으리란 의미는 자명했다.

아이리스가 모든 최악의 상황들을 넘겨보면서 하는 생각들을 클레프가 가로막았다. “아이리스, 이게 무슨 의미냐면, 지난 좆같은 23년의 시간 동안, 난 걔하고 딱 두 번 대화했어, 근데 걘 하나도 기억 못한다는 소리야!” 클레프가 떨리는 숨을 쉬었다. “걔가 유일하게 사랑하는 사람이 날 증오하는 여자라는 소리기도 하지.”

클레프는 아직까진 흐느끼진 않았지만, 거의 그럴 뻔했다. “그 애가 자신의 끔찍한 진실을 강제로 알게 될테고, 난 셀 수도 없이 그랬을 때처럼 그 애를 한 번 더 실망시킬 거란 말이라고.” 이젠 누가 더 떨리는 지 알 수가 없었다. “거지같은 일이야, 아이리스.” 클레프가 몸을 수그렸고, 얼굴을 양손에 묻었다. 세 개의 눈물에 젖은 눈이 그의 셔츠를 적셨다. 사람 혼을 빼놓을 정도로 끔찍한 그 셔츠를.

아이리스는 너무 무서워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그렇게 두 사람은 불편한 침묵 속에 앉아있는 채, 클레프는 울음을 그치지 못했다. 공기가 무거웠지만, 아이리스는 왜인지 알 수가 없었다. 이 남자, 이제까지 짜증날 정도로 성차별적인 농담과 괴악한 회사의 시건방, 끔찍한 패션 센스의 전령, 자신이 진짜 성경에 나오는 악마라고 광고하는 사람, 아이리스가 여전히 두려워하는 인간이 아이리스 앞에서 무너졌다. 자신이 만날 수 없는 여자 때문에, 그리고 아이리스가 아는 한 의심의 여지도 없이 클레프를 싫어하는 여자 때문에.

아이리스는 어쩔 수 없이 함께 울음을 터트렸다.

“박-박사님?”

클레프는 마치 웃으려고 하지만 목구멍에선 다른 일을 해버린 사람이 숨을 뱉듯이 호흡을 내쉬었다. “입 닫아 아이리스. 난…” 말을 잇지 못했다. 이건 몹시 괴로웠다.

“말 안할게요, 클레프.” 아이리스는 그를 이름으로 부를 생각이 없었지만, 자신의 말을 멈출 상황이 아니었다.

클레프가 고개를 들었다. 세 개의 눈이 자신을 뚫어져라 보는 건 기분이 이상했다. “아이리스, 난 네가 뭘 하든 신경 안 써.” 클레프는 여전히 부들부들 떨면서 자세를 고쳤다. “하지만 좆같이 망치지 마. 제발.” 클레프는 다시 차가워보였다. 음, 눈물범벅인 얼굴과 더 축축한 목소리로 할 수 있는 최대한 차가운 모습이었다.

“내가 걔한테 하고픈 많은 말들이 있어, 아이리스. 아무리 운이 좋아도, 난 걔한테 말할 기회가 없을 거야.” 아이리스가 숨을 내쉬었다. 아이리스는 자신이 숨을 참고 있는 것도 자각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막힌 숨이 필리면서 아이리스는 좀 더… 긴장이 풀렸다. “난 너한테 아무것도 요구하진 않을 거야, 하지만 난 네가 걔한테 잘해줬음 좋겠어. 나… 나처럼 되지 마, 가능한 한.” 몇 분 간 바닥만 바라보다, 클레프는 말없이 일어나 문을 향해 나아갔다.

“클레프?” 누구든 이렇게 물어볼 것이다. “괜찮아요?”

클레프는 정말로 진실된 웃음을 터트린 다음에 몸을 돌렸다. “어떤 것 같은데, 꼬마?”

“…새 셔츠가 필요할 것 같아요.” 보통 눈물 자국은 잘 보이지 않지만, 더러운 인조천 위에서는 두드려져 보였다.

클레프는 나갈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남겨진 아이리스는 혼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곱씹어보고, 생각했다.

아이리스는 메리에 대해서 생각하고, 클레프에 대해서 생각했다, 그리고 전체적인 프로젝트를, 자신이 일으킨 재단 내부에서의 불꽃을 생각했다. 아이리스는 다른 이들을, 자신과 함께 여기에 묶인 불쌍한 영혼들을 생각했다. 그러다가 자기자신을 생각했고, 다시 메리를 생각했다.

아이리스는 눈이 감길 때까지 울었다.


다음날 아침, 아이리스는 메리가 식당에서 자신들이 평소대로 앉던 자리에 있는 걸 보았다. 메리는 평소대로 즐거워보였다. 메리가 아이리스를 향해 손을 흔들 때, 아이리스는 살짝 걱정이 들었다. 그 사슴이 입고 있는 것을 보았을 때, 아이리스는 거의 쓰러질 뻔했다.

아이리스가 뭐라 하기도 전에, 메리가 빠르게 치고 들어왔다. “괜찮아, 아이리스? 울기라도 한 거 같아, 무슨 일 있어?”

“괜찮아, 멜. 꿈자리가 사나웠을 뿐이야. 나머진 평소와 다를 바 없어.” 어느 순간이 오면 그 대화를 나눠야 하긴 할 테다. 하지만 오늘은 아니다.

“물어보고 싶지만 지금은 말할 기분은 아닌 것 같네. 네가 조금 늦게 와가지고 식사가 다 남아있나 모르겠다. 하지만 너 줄 베이글은 챙겨놨지롱!” 메리는 뿌듯해 보였다.

“고마워. 근데 미처 못 물어본 질문 하나 해도 될까?”

“그게 뭔데?”

“너 무슨 엿같은 것을 입고 있는 거야, 메리?”

분홍과 파랑이 섞인 하와이안 셔츠였다. 어젯밤에 본 것과 같은 색깔은 아니었지만, 똑같이 머리가 멍해지는 무늬였다. 그걸 무늬라고 부를 수 있다면 말이다.

“맘에 들어?”

“…그냥 신경 끄고 있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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