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홀려줘, 홀려줘, 홀려줘

오늘은 할로윈이다.

당신은 ‘코스튬 파티’에 와있다.

당신은 방 한복판에 홀로 서 있다. 주변에는 사람들이 둥글게 모여 대화를 나눈다. 인간 상호작용의 폐쇄 회로나 마찬가지다. 당신은 당신이 끼지 않아도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다른 사람들과 날씨나 최근 출판한 논문, 아니면 뭔가 아무 의미라도 있는 주제로 대화를 나누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하지만 당신은 그러지 않는다.

당신은 상처에 붕대를 감는다. 당신의 업무는 설명하기엔 너무 어렵고, 직책은 그보다도 더 어렵다. 지루함 그 자체인 당신은, 그러한 주제를 화두로 꺼내지 못한다. 게다가 이미 주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대화에 어울리는 주제도 아니다.

당신은 곧 훨씬 더 단순하던 시절을 떠올린다.


재단 할로윈 파티 전단지를 보자마자, 당신은 참가하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재단에서 지내온 시간은 전부 한 기지로부터 다른 기지로 이동하는 것뿐이었다. 사무실의 변덕에 따라 이 장소 저 장소 이동하곤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직접 발을 내디뎌 보려고 한다. 당신은 ‘코스튬’ 파티에 참석하고자 하였다.

파티에 참석한다는 발상만으로도 신이 난다. 어쨌거나 파티는, 사람들이 ‘재미’ 있는 시간을 보내는 곳이니 말이다. 다른 인간과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근처에 굴러다니던 명찰을 붙여놓은 웬 탁상 전등과 나누는 것이 아니라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가만히 서있는다.


할로윈 파티치고는, 코스튬 입은 사람이 거의 없다. 극소수의 연구원이 의상을 만들어 오긴 했으나, 대부분은 그러한 부탁을 받지 못한 것이 분명해 보인다.


긴 시간 동안, 당신은 코스튬을 만들지 말지 정하지 못했었다. 당신은 조급했다. 만약 코스튬에 너무 공을 들인다면, 다른 사람들은 당신이 달리 할 일이 없나보다 생각할 것이었다(맞는 말이긴 하다). 너무 단순하면 그닥 신경 쓰지 않았나보다 할 것이었다(신경 쓰고 있었다). 참석자들은 당신의 꿈까지도 찾아와, 당신의 옷장과 코스튬 선택을 평가하였다. 코스튬을 고민하던 와중에 재미는 전부 빨려 나가고 없었고, 곧 당신은 속이 메슥거리지 않고서는 침대에서 벗어나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이 일은 당신이 인정하는 것보다 더 많이 일어났다.

하지만 결국 당신은 코스튬을 찾았다. 늘 그렇듯 침실에서 나와 사무실로 향하던 길에, 당신은 코스튬을 떠올렸다. 여기 좀 자르고, 저기에 구멍 좀 내면 끝이었다. 당신은 알렉스이길 멈추고, 코스튬을 입은 한 사람이 되었다.

‘유령’의 코스튬을 말이다. 그것도 '으스스한' 유령.

당신은 이불 보관함에 사과의 말을 전한다.


당신을 둘러싼 방 안이 점차 어두워진다. 주변에서 사람들이 움직이며, 더 작은 그룹으로 모인다. 어떤 이들은 자리를 뜨고, 어떤 이들은 남는다. 어느 쪽이든, 사람들은 선택을 내린다.

당신도 그럴 수만 있다면.


당신은 자신이 어느 기지에 있는지 결코 확신할 수가 없다. 공간 변칙존재인 당신 사무실로 인한 증상이다. 가끔은 잠에서 깨어나면 뭔가 낯선 분위기가 느껴진다. 이따금 오한이 들어 살펴보면 이 대륙에서 저 대륙으로 넘어가며 바깥 환경이 바뀌었다는 걸 알 수 있다. 당신은 결코 ‘집’에 있지 못한다. 타인과의 인연은 스쳐 지나가는 것이 되고, 그 때문에 당신이 오래 정을 줄 사람이 없었다. 처음에는 만난 사람 모두와 연락을 계속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사라지고 나서도 계속해서 관계를 지속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하지만 당신은 그러지 못했다.

당신이 짧은 시간 동안 만난 사람들로부터 온 수도 없이 많은 메시지가 보관함에 쌓여있다. 당신은 무서워서 열어보질 못한다. 분명 날 끔찍이도 싫어할 거야.

어렸을 때는 세상을 둘러본다는 것이 꿈만 같았다. 그리고 처음에는 실제로 그랬다. 하지만 끊임없이 변화하는 풍경에서 느끼는 흥분은 빠르게 식었다. 자신이 어디 있는지 모른다는 데에서 오는 흥분은 사라지고 고독함이 남았다. 언젠가 한 번 재단 심리삼당가에게 연락을 받았던 거 같다. 어쨌거나 의무 심리 평가는 중요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당신은 한 번도 가지 않았다.


당신은 휴대전화 설정 앱의 목록을 올렸다 내렸다 한다.

주변에서 이뤄지는 파티는 당신이 사색에 잠긴 동안 더 시끄러워졌다. 당신은 자신이 어느 기지에 있는지 모른다. 애초에 신경조차 안 썼다. 당신은 단서를 찾고자 방을 훑어본다. 방 저쪽 끝에 있는 무지개색 모자이크가 답을 공개한다. 캐나다 기지

그게 무슨 기지인지 당신은 모른다. 하지만 로고 안에 든 캐나다의 윤곽에서 여기가 확실히 캐나다라는 것은 알 수 있다.

그렇지만 당신은 여전히 자기가 어디 있는지 확실히 알지 못한다.

캐나다에 대해 생각을 하려다가, 익숙한 얼굴이 지나치는 것을 본다. 당신은 신이 나서 얼굴이 환해진다. 누군지 기억이 난다. 형이초학 사람이다. 그렇다면 형이초학자인지 형이초학사인지 당신은 생각해 본다. 당신은 그 문제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않기로 한다. 분명 특이한 이름이었던 것 같다. 블랭크? 제로? 플레이스홀더.

당신은 그가 다른 사람들의 무리에 합류하는 걸 본다. 끼어들 기회다.

당신은 그에게 손을 흔들어 보인다.

당신은 손을 흔들고 있다.

당신은 손을 흔든다.

당신은 계속해서 손을 흔든다.


그가 당신을 본다. 그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그가 자리를 뜬다.


당신은 혼자다.

당신은 혼자다.

당신은 혼자다.


다른 사람과 마지막으로 대화를 나눈 것이 언제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최대한 기억해 보려 애를 쓰나, 과거의 나날은 전부 뒤죽박죽이다. 당신은 어떤 기지에 있었는지도 모르고, 사무실에서 얼마나 많이 나왔는지도 모르며, 누군가 당신을 얼마나 눈치챘는지도 모른다.

누군가 당신을 얼마나 자주 신경 썼는지는 물론이다.

당신은 최근 제19기지에 있었다는 걸 떠올린다. 분명 거기서 할 일이 있었던 것 같다. 나머지 기억은 그저 당신의 뇌 속에서 소용돌이친다. 어딘가의 화장실. 다른 어딘가에 있던 바닥 없는 구덩이도 얼핏 떠오른다. 무엇 하나 말이 되는 것이 없다. 그리고 그 모든 경우에서, 당신은 기껏해야 한두 번의 대화만 나눴다, 넌 말 같은 거 안 해, 알렉스.

마치 홀로 있고 싶어 하는 것처럼 말이야.


당신은 다과 테이블 앞에 앉아있다. 사탕은 없다. 당신은 할로윈 사탕이 먹고 싶다.

당신은 술이나 마시기로 한다. 다들 먹는 거니까 괜찮겠 세상에 이게 뭐람 불이라도 먹은 거 같잖아 다들 이딴 걸 왜 마시는—

당신은 술잔을 비운다.

그러고는 한 잔을 더 달라 한다.


당신은 할로윈 파티에 홀로 있다. 더는 코스튬은 입고 있지 않다. 그래서 사람들이 당신을 피하는 걸까? 당신은 자리에서 일어나, 파티가 시작할 때 앉아있던 빈자리로 향한다. 순백이던 당신의 이불은 이제 케찹 몇 방울을 자랑스레 내보이고 있다. 또 어느 시점에서 누군가 그 위를 밟고 지나갔다. 그래도 당신은 코스튬을 뒤집어쓴다.

이불에 난 구멍이 눈과 일치하도록 코스튬을 조정하는 동안(충분히 크게 구멍을 내지 않았다), 파티가 점차 조용해진다. 그러고는 소리가 커진다.


더 많은 사람들이 파티에 참석한다. 당신은 코스튬 품질이 상승한 것을 눈치챈다. 같은 코스튬을 입은 사람들이 너무 많다. 고급스러운 의상을 입은 악마 코스튬이다. 위스키와 연기 향이 과하다. 더 많은 사람이 나타난다. 다들 화장이 정교해 악마 코스튬이 지나칠 정도로 진짜 같이 느껴진다.

코스튬 대회가 있던가?

당신은 자신의 케첩 묻은 코스튬을 내려다본다. 신발 자국이 뚜렷하게 보인다.

대회에서 이길 확률이 딱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

당신은 근처에서 웃고 있는 사람들에게 다가가기로 한다. 웃음은 좋은 것이니 말이다. 웃음은 곧 사람들이 ‘즐기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목소리들이 울려 퍼진다. 깊게 울린다. 그 음색에 바닥이 흔들린다. 하지만 당신은 원 안으로 받아들여졌다. 커다란 누군가가 당신에게 시가 한 대와 뭔가 오크향이 나는 것이 담긴 잔을 건넨다. 당신은 한 모금에 전부 넘긴다. 불같은 맛이 난다. 오늘 밤에만 벌써 몇 잔째지?

당신은 한 잔 더 마시기로 한다.

코스튬이 미끄러져 내려간다. 당신은 코스튬을 고쳐 입는다.

당신은 더는 자기 자신이 아니다.

당신은 자유롭다.

당신은 방 안을 미끄러지듯 돌아다닌다. 이처럼 대화가 쉽게 느껴진 적이 없다. 당신은 평생의 친구들을 만든다. 당신은 아래에 펼쳐진 하늘을 내려다본다. 무수히 많은 카지노가 당신에게 손짓한다.

정말 모든 것이 명확하게 눈에 들어온다. 당신은 그걸 느낄 수 있다. 당장이라도 누군가 다가와, 당신이 해야 할 일을 말해줄 것이다. 누군가는 당신의 ‘친구’가 될 것이고, 당신은 무슨 일을 하는지 털어놓고 그들은 조언을 주며 다 함께 당신은 대체 모든 것이 뭔지를—


당신은 눈을 깜빡인다.


당신은 어딘가(복도?) 바깥에 서 있다(누워있다?).

주변에는 재단 보안 직원들이 당신을 둘러싸고 있다.

평소에 그들이 차던 휘장이 보이지 않는다. 뭐라 말하는지 잘 모르겠으나, 당신은 최선을 다해서 현재 상황을 설명하고자 한다. 말을 하려고 입을 열자, 오늘 밤 마셨던 모든 술이 떠오른다.

재단…

당신은 자신을 가리킨다.

트롤리.

그게 아녔던 거 같은데.

트로니.

딱히 나아진 구석은 없는 것 같다.

요원 하나가 당신에게 다가온다. 당신의 코스튬을 벗기려 든다. 유령 코스튬이 벗겨지자, 당신은 다시 자신이 된다.


당신은 기숙사에서 깨어난다. 아침 햇살은 당신을 증오하고 있는 것 같고, 몸 구석구석 아프다. 당신은 이불을 덮고 있다. 구멍도 없고, 케첩도 없는 이불.

당신은 침실에 붙어있는 방으로 휘청거리며 들어선다. 당신의 사무실이다. 폐기된 파일 몇 개가 보인다. 적어도 평소와 다른 점은 없다. 후들거리는 발걸음으로 문을 열고 나가자, 제19기지가 당신을 반긴다. 사무실이 이동하지 않은 덕에 지난 몇 주간 이곳에 죽치고 있었다. 어젯밤 만난 사람 몇 명이 지나가는 걸 당신은 알아본다. 당신은 화답을 기대하며 그들에게 손을 흔들어 보인다. 그들은 당신을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본다.

그러고는 자리를 뜬다.

당신은 자신의 행적을 되짚어 본다. 어디였지… 캐나다였나? 하지만 그건 뭔가 아닌 것 같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캐나다는 할로윈을 기념하지 않는다. 그리고 제43기지(당시 당신이 자신이 있다 생각하던 곳)에는, 당신이 있었다는 기록이 없다.

당신은 몇 시간 동안이나 아침 커피를 들여다보고 있던 거 같다. 검은 공허도 당신을 쳐다본다.

뭐가 어떻게 된 건지 가서 찾아봐야겠어. 당신은 그렇게 생각한다. 그럴 일은 없다. 감시 기록에는 당신이 10분 정도 제19기지 할로윈 파티에 참석해서는, 아무하고도 얘기를 안 하다가 사무실로 돌아와, 밤 내내 그 안에 가만히 있던 걸로 나오기 때문이다. 당신이 정보를 요청하는 모든 기지에서 응답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무실로 돌아오자, 당신은 자신의 명패 옆에 무언가 놓인 걸 본다.

개봉되지 않은 한 봉지의 캔디 콘이다.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사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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