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6년 1월 1일

이하 문서는

기이사건기록협회와 멕시코 합중국 정부에 의하여

완전하고 불변하는 진리를 표출하시는

하느님과 그 아래 모든 성인께 맹세코

진실한 내용임이 확인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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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2년 11월 9일 저녁, 협회의 공용 회의공간 구내에서 가공하기 그지없는 천둥소리가 나더니 기적학 기술로 만들어진 장치 여러 개와 우리에게 보내어진 편지 한 장이 나타났다. 편지에는 보낸 자가 2180년 미래의 우리 후신 SCP 재단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 전언에서 말하기로는 베라크루즈의 지휘관 안토니오 로페스 데 산타 안나가 초자연적 힘을 발휘할 줄 알며 이 힘을 바탕으로 술책을 꾸며 갓 독립을 쟁취한 우리가 너무나 사랑하는 멕시코의 통솔권을 탈취했다고 한다. 비록 우리가 오컬트를 연구하는 사람들이나, 무엇이든 조사해서 의심의 여지 없이 기이하고 별세계적인 대상을 찾아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이 문서에 날인하며 이하 사항을 조사하는 임무를 수행하기를 간명히 선언한다.

  • 위에서 말한 편지가 우리를 그릇된 길로 이끄는가, 또 안토니오 로페스 데 산타 안나가 간악한 사술이나 마법을 아는 자인가.
  • 편지가 사실을 말했다면 미래에서 온 찬탈자를 미래에서 저지를 짓을 현재에서 저지르거나 정당한 지도자를 해치기 전에 우리 사랑하는 멕시코에서 어떻게 축출하는가.
  • 편지와 같이 얻은 장비를 어떻게 가동하는가.

기이사건기록협회 회원 20인 전원 서명 및 날인,
1822년 11월 10일.

미래에서 보낸 기계를 2년 동안 세심히 조사했으나 별반 소용이 없었다. 기계 자체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애를 써서 연구하느라 수많은 시간을 소요하다가 나중에야 기계를 뒷받침하는 이론이 무엇인지 살펴봤다. 우리가 사술이라 하는 것을 미래 사람들은 "현실 개변"이라 하며, 우리가 사는 세계는 "기저" 현실이고 이 기저 현실의 물질이 현실 개변으로 변질된다고 한다. 이들의 이론을 받아들이더라도 우리가 믿던 것을 의심할 일은 하나도 없었을뿐더러, 오히려 감히 상상조차 못한 수많은 존재와 사건을 발견했으며 하나하나가 독립된 기록으로 담기 충분할 만큼 대단했다. 밤낮으로 논의하고 나서 우리는 당장은 이 존재들을 일반 대중에게 공개하기 적절치 못하다고 결론지었다. 우리만큼 비술에 정통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알려봤자 지적 호기심이 아닌 공포와 난리만 피어날 테니.

한편 산타 안나 지휘관은 빈센테 게레로와 니콜라스 브라브 장군을 끼고 아구스틴 데 이투르비데 황제를 퇴위시켜 온 나라를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뜨렸다. 산타 안나가 이것을 어떻게 달성했는지 아무 기록도 없어 우리는 어떻게도 대응할 수 없다. 다만 우리와 가까운 미국 친구이자 요크 메이슨인 조엘 포인세트가 지휘관 곁에서 경계를 늦추지 않기로 우리에게 맹세하며 소위 "현실 개변"이 발생하면 알려주기로 하였다.

기이사건기록협회 회원 37인 전원 서명 및 날인,
1825년 1월 2일.

전쟁이다, 전쟁이 닥쳐왔다! 산타 안나 지휘관이 우리 친구 포인세트의 계획을 눈치채고 그 악랄한 몬타뇨 장군과 동맹해 우리나라에서 모든 비밀결사 조직(우리 같은!)을 제거하겠다고 선언했다. 우리 사랑하는 조국이 우리를 몰아내겠다고 윽박지르지만 모욕감은 조금도 들지 않는다. 오직 우리 지식으로 이 나라를 진일보시키는 데에만 충성을 맹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전쟁이 닥쳐왔기 때문이다.

본래 우리는 과학자인 만큼 무기를 들지 않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선택의 여지가 없다. 산타 안나 지휘관이 설령 기이한 능력이 없다고 한들 이제는 우리의 제일가는 적이며, 적이 우리에게 위협을 떨치려 하면 싸워서 몰아내야 할 뿐이다.

기이사건기록협회 회원 95인 전원 서명 및 날인,
1827년 1월 12일.

낙심했으면서도 결의를 다시 다졌다. 산타 안나 지휘관이 툴란싱고로 가는 길에서 우리 군대가 대담하게 계획한 매복에 걸려 심장에 탄환을 맞았고, 우리는 그때 그자가 죽었다고 분명히 확인했다. 우리는 승리를 자축하면서 재단이 준 장치는 굳이 가동하지 않아도 무방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틀도 지나지 않아 산타 안나는 승리의 깃발을 나부끼며 베라크루즈로 행군하고 있었다. 그 옆에는 다름아닌 대통령이 마치 항상 한 몸이었던 것처럼 떡하니 자리잡았다. 산타 안나는 베라크루즈 주지사를 축출한 다음 새 주지사로 지명되어 지금은 한 주를 통째로 틀어쥐고 있다.

세상이 마치 우리가 애초에 승리한 적 없다는 듯이 바뀌어버렸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산타 안나가 재단의 전언과 같은 사람임을 안다는 사실로 무장하고자 한다. 우리는 분노를 담아 맨 처음 목표로 돌아간다. 미래에서 온 찬탈자 산타 안나가 탈취해 간 그 어떤 권력이라도 모두 탈환해내는 것.

기이사건기록협회 회원 87인 전원 서명 및 날인,
1828년 1월 12일.

이 문서를 마지막으로 갱신했던 지도 상당히 오래되었다. 그간에 우리 소박했던 협회는 수도 없이 탈바꿈하고 수많은 동맹과 결별했으며 또 수많은 동맹을 새로 맺었다. 아직도 우리 첫째 목표는 달성이 요원하지만,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크기가 커지고 체계가 공고해졌다.

우리의 새 동맹 중에서 제일 강력한 곳이라면 미합중국의 변칙연구부가 있다. 이들은 미국 정부의 비밀 부서이며 초자연이 이 세상에 간섭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목적을 우리와 같이한다. 미국의 언어는 일찍이 우리 손에 들어왔던 재단의 문서와 더 가까우며, 약간뿐이길 바라지만 조직 체계 또한 우리보다 더 공고하다. 변칙연구부에게 대통령직 찬탈자 산타 안나의 기이한 성질을 알리자 병력을 빌려주기로 하였으며, 우리는 함께 텍사스주의 반군 (비록 목적은 가증스럽지만 대통령 찬탈자를 공격할 방법으로서는 최선이다) 내부로 우리 인원을 침투시켰다.

산 하신토 전투에서 우리 측 사람들이 대통령의 몸이 포탄에 직격되는 모습을 포착했고, 텍사스 반군에서 환호가 쏟아졌다. 그러나 그날 해가 넘어가기도 전에 텍사스 반군이 겁쟁이 대통령놈을 마부 옷으로 변장한 채로 길거리의 습지에 숨어 전장에서 빠져나오려던 걸 발견했다. 우리가 망연자실하게 지켜보는 가운데 텍사스 반군은 대통령놈을 포획해 이제 막 승리를 거둔 텍사스로 압송했다. 산타 안나는 우리의 동맹 포인세트에게 보낸 편지에서 우리 사랑하는 조국이 무지렁이로 가득 찼으니 독재자의 손에 떨어져도 싸다고 말했다고 한다. 과연 그렇게 가증스러운 힘을 휘두르는 자답게 극악무도한 됨됨이다.

기회만 다시 잡는다면 우리 동맹 변칙연구부가 저 끔찍한 악한에게 파멸을 안겨주러 나서리라 믿는다. 그 동안에 우리는 가만히 때를 기다리고 더욱 신속하게 계획에 매진할 수밖에 없다.

기이사건기록협회의 이름으로 사령관 8인 전원 서명 및 날인,
1836년 8월 3일.

산타 안나, 그 멕시코의 병충해 같은 작자가 또다시 권력의 정점에 떡하니 들어와 앉았다. 길고 긴 전언을 발표해 거짓말을 늘어놓으면서 자신의 덕목을 자화자찬하며 조국에 저지른 과오를 우리가 잊어버리기만을 바라고 있다. 우리 협회는 최선을 다했지만 산타 안나가 진짜 대통령 부스타만테의 자리를 빼앗는 것을 막지 못했다. 대통령직을 다시 빼앗자마자 저 찬탈자는 전무후무한 폭정과 독재를 펼쳐 상품 하나하나에 막중한 과세를 매기고 정적의 입을 무력으로 막아버렸다. 유카탄과 라레도는 멕시코 연방에서 이탈해 독립을 선언했다. 그들이 배신자가 아니라 악의에 찬 찬탈자에게 항쟁하는 영예로운 투사임을 우리는 안다.

1842년 총선에서 양원이 모두 돌아서고 1843년 여론의 불만이 억압하지 못할 정도로 끓어오르자, 겁쟁이 산타 안나는 수도에서 탈출하고자 시도했으나 몰려든 군중에게 제압되어 광장에서 무참히 처형되었다. 그러나 소용없었다. 이윽고 산타 안나는 베라크루즈의 인디언에게 구속된 채로 발견되고, 대중들은 대통령이 죽었다는 기억을 모조리 잃어버렸다. 산타 안나는 에스파냐의 식민지 쿠바로 추방되었다. 그자가 결국에 다시 돌아올 날을 경계하며 기다린다. 이 나라의 악몽에 마침내 종지부를 찍을 수 있도록.

기이사건기록협회의 이름으로 사령관 8인 전원 서명 및 날인,
1845년 1월 1일.

기뻐해야 하는지 우려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마침내 우리 사랑하는 조국이 그 가증스런 안토니오 로페스 데 산타 안나의 마수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그자에게 조국과 동포에게 저지른 무수한 범죄에 응분의 책임을 우리가 물어냈다는 뜻이 아니다.

1853년 산타 안나가 마지막으로 대통령 자리에 또 돌아왔다. 수구꼴통들이 적법한 대통령 자리를 찬탈해 놓고도 자기들 중에서 세울 사람을 하나 못 찾았다고 그자를 다시 데려와 버렸다. 마지막에도 산타 안나 치하는 여느 때와 다르지 않게 처참했다. 국고를 탕진하고 "가장 고귀하신 전하"라는 같잖은 칭호를 자칭하며 히히덕댔으며, 라 메시야를 미합중국에 팔아넘기며 우리 조국의 명예와 물리적 형태에 최후의 모욕을 날렸다.

우리 동맹이자 지금은 사랑받는 우리 대통령 베니토 후아레스가 이끄는 혁명군이 들고 일어나 저 찬탈자 놈을 다시 권좌에서 끌어내렸다. 그 겁쟁이 놈은 쿠바로 달아나려 했으나, 이번에는 우리 협회가 배를 몰고 온갖 재단 기구를 실어와 그놈이 탄 배를 포위하고 승선까지 성공했다. 그러나 산타 안나를 막 생포하려는 찰자, 우리 전투 인원의 손아귀에 잡힌 그 자리에서 그자는 또 사라져버렸다. 재단 기계를 이용해 조사한 바로는 산타 안나가 최후의 발악 삼아 현실 개변 능력으로 시간을 넘어, 200년 뒤의 세상 어딘가로 도망쳤다고 밝혀졌다.

비자연적이고 기이한 저 반역자이자 겁쟁이이자 찬탈자가 마침내 사라졌다는 사실을 우리는 전적으로 기쁘게 받아들이나, 한편으로 저 미래에서 산타 안나가 또 어떻게 간교한 안색을 다시 띠고 다닐지 두려운 마음을 다잡을 수 없다. 그러나 지금으로서 우리에게 가능한 일은 기다림뿐임을 잘 안다. 우리의 후신 SCP 재단이 산타 안나를 마지막으로 찾아내 주살할 때까지 우리는 기다려야만 한다. 재단은 그럴 수 있으며 그래야만 함을 우리는 안다. 우리가 그러했으며 그들은 이전에 우리였으므로. 그들의 행운을 기원한다. 이제 우리 기이사건기록협회는 멕시코 합중국의 적법한 대통령과 전적으로 맺은 동맹에 힘입어 우리나라를 초상과 비현실과 기이에서 보호하는 것을 언제나 강령으로 삼겠노라고 천명한다.

기이사건기록협회의 이름으로 사령관 8인 전원, 그리고 멕시코 합중국 대통령 베니토 수아레스 서명 및 날인,
1856년 1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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