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를 기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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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하려는 사람들 전화는 끊어버려.'

전화기 너머로 소녀가 눈물을 부드러이 흘리고 있었다.

소피아는 방에 있는 다른 30명의 사람들이 앉아 있는 것처럼 탁자에 앉아, 전화를 듣고 있었다. 입을 다물어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자신의 목소리가 들리지는 않겠지만, 소피아는 사적인 부분을 침해하고 있었으니까. '네?' 목소리가 들려오자 소피아가 화들짝 놀랐다.

'우리 알 바 아니야. 그냥 평범하다 체크하고 넘어가자고.' 카를로스의 목소리였다. 대략 15분 전부터 소피아의 감독관인 사람이었다.

'그…'

'비켜봐. 내가 대신 하지.'

소피아의 화면에서 커서가 움직여, 부정(NEGATIVE)이라 적힌 크고 붉은 버튼을 눌렀다. 전화 선에서 들리던 희미한 쉬익 소리가, 소녀의 울음소리를 따라 들리던 그것이, 돌연 뚝 끊겼다.

'잘 들어, 너도 깊게 관여하고 싶지는 않잖아. 우리는 좆도 현실성 없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야. 평범한 상담원들이 평범한 일을 하도록 내버려 두자고.'

소피아가 숨을 내쉬었다. '…네. 그렇죠. 맞는 말입니다.'

'다음 전화.'

화면의 글자는 다음과 같았다.

미국, 일리노이 - 911
언어: 영어
키워드: 다섯째, 연기
평가 대기중

소피아의 귀에 카를로스의 한숨이 들려왔다. '앞으로 이런 걸 많이 볼 거야.'

*딸깍*


그 광고는 특이해 보이진 않았다. '전화 상담원을 구합니다. 시간은 낮과 밤을 구분하지 않고 유동적입니다. 신중함을 요합니다.' 그 광고에 나온 급여가 소피아의 관심을 끌었다. 지금까지 하던 텔레마케팅 일보다 봉급이 1.5배나 되었다. 그래서 소피아는 어두운 방에서 이불에 누운 채, 열고 있는 노트북으로 신청서를 작성하고자 사이트에 들어갔다.

사이트에는 거의 아무것도 없었다. 회사명도 없었다. 헤드셋을 쓰고 미소를 짓는 사람들을 찍은 상투적인 사진도 없었다. URL 링크도 없었고, 그냥 IP 주소 뿐이었다. 그 페이지에서는 이전의 광고 문구와, 지원서 양식으로 연결되는 링크가 적혀 있었다. 소피아는 링크를 눌렀다.

대부분은 평범했다. 이름, 주소. 이전 고용인, 추천인. 그리고 '적합도 설문조사'가 있었다. 설문조사를 클릭하자…

768개의 질문이라고? 소피아는 거기서 창을 닫을 뻔했다. 구직 양식이 점점 더 병신같아지고 있다고는 해도 이건…

질문을 읽어도 그닥 감흥이 변하지는 않았다. 세상에 어떤 직업이 블루베리 맛을 좋아하는지 궁금해하는 거야? 결국 소피아는 저녁 시간 동안 데이비드와의 지난 문자를 읽어보는 사이사이에 천천히 설문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개같은 데이비드.

'Q. 536: '나는 기계의 째깍이는 소리를 좋아한다.' 어, 동의하지 않음?'

결국 한밤중이 되어서야 설문의 끝에 도달했다. 전송 버튼을 누르고, 노트북을 닫은 후에 뒤로 벌러덩 누웠다. 뭐, 시간 낭비였겠지.

데이비드에게 연락이라도 해야겠다.


미국인의 긁는 듯 한 목소리가 소피아의 귀에서 들려왔다. '하, 오늘 본 것만 해도 다섯 번째 연기구만.'

전화 상담원의 인내심은 소피아의 예상보다 약했다. '죄송하지만, 경찰은 야외에서 연기가 발생한 것으로는 응급 출동이 되지 않습니다. 설령 고객님의 댁으로 연기가 넘어온다고 하더라도요. 적어도…'

카를로스가 말을 끊고 들어왔다. '끊어버려.'

소피아가 부정 버튼을 눌렀고, 이내 전화가 끊어졌다.

'왜 알고리즘이 저런 전화를 우리한테 보내는지는 모르겠는데, 높으신 분들은 우리가 세상 사람 모두를 감시해야 한다는데 어쩌겠어. 솔직히 말하자면 병신같은 생각이잖아. 다음 전화.'

화면은 다음과 같았다.

미국, 오리건 - 경찰의 비(非)응급 전화
언어: 영어
키워드: 짐승, 늑대
평가 대기중

'누군가 대형견이라도 본 모양이네.' 카를로스가 느긋하게 말했다.

*딸깍*


일주일 뒤에, 이메일 한 통이 왔다. 시내의 한 사무용 빌딩이었다. 표지도 없고, 로고도 없으며, 번지수를 제외하곤 이렇다 할 만한 아무런 표시도 없었다. 인터컴에서 소피아는 자신의 이름을 말하자, 확인했다는 알림 소리와 열린 문에서 난 달칵 소리가 들려왔다. '지원자 전용: 3번 방'이라는 표지와, 화살표가 표시되어 있었다.

소피아는 얇은 카펫이 깔린 회색 방의 벤치에 다른 17명의 지원자들(할 일이 없었기에 직접 셌다.)처럼 앉았다.

15분 후에, 방송이 울렸다. 목소리는 아주 부드럽지만 인조적이었다. 마치 귀로 먹는 사탕처럼. "지원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전화 업무 고용 과정의 두 번째 단계를 진행하겠습니다. 이 시험은 복무적합성을 확인하기 위함입니다. 질문을 받기 전까지는 침묵을 유지해주시길 바랍니다. 만일 자리를 떠나달라고 요청받는다면, 이는 당신이 시험에 떨어졌다는 의미이며, 유감스럽게도 면접을 이어갈 수 없다는 뜻입니다. 면접 시험이나, 혹은 구직과 관련된 어떠한 과정에 대해서도 타인에게 발설하지 말아주십시오."

소피아를 포함한 17명의 지원자들은 어두운 방으로 안내받았다. 빔 프로젝터가 일련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꽃, 로켓의 발사, 잡음, 춤추는 패턴 등. 소피아는 아무 말 없이 보기만 했다. 딱히 소피아에게 요청한 것도 없고, 기대하고 있는 것도 없는 것 같았다. 소피아는 예전에 갔던 미술관 현장체험학습에서 사람들이 집중하는 척 할 때 생기는 부드럽고 따뜻한 정적을 떠올렸다. 조금 어이가 없었다.

지원자들이 줄지어 나갈 때, 어두운 안경을 낀 정장의 사람이 여자 둘의 어깨를 건드렸다. 아무래도 둘은 여기까지인 것 같았다. 소피아는 그녀들이 어째서 탈락했는지 궁금했다.

다른 지원자들은 첫 번째 방으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헤드폰을 받았다. 한 여성이 간단한 지시를 내렸다. 왼쪽 팔을 들어라. 10에서부터 거꾸로 세라. 소피아는 다른 이들과 함께 지시를 이행했는데, 세 명의 사람들이 더 어깨에 가벼운 터치를 받았다. 셋은 헤드폰을 벗고, 방을 나갔다.

남은 이들은 바닥부터 천장까지 노란 빛으로 칠해진 방으로 안내받고는, 노란 의자에 앉으라 요청받았다. 그 정면에선 노란 드레스를 입고 빨간 뿔테 안경을 쓴 여자가 글로켄슈필1의 뒤에 무표정하게 앉았다. 모두가 자리에 앉자, 노란 드레스의 여성은 자리에 서서 세 가지 음계를 연주했다. 그리고 무어라 독일어처럼 들리는 말을 했다.

소피아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지만, 바로 옆의 남자는 약하게 숨이 막히는 듯 한 소리를 내었다. 그러자 급작스레 두 정장의 인물이 남자의 뒤에 나타나, 남자의 어깨를 끌고 일으켜 방 바깥으로 데리고 나갔다. 소피아는 남자의 한쪽 귀에서 피가 났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소피아는 어지러워졌다. 대체 였던 거지? 사이비의 일종인 건가? 문을 박차고 나갈까, 나가서, 엄마와 방석과 전화 판매 일과 데이비드가 있는 곳으로 돌아갈까. 개새끼지만 적어도 멀쩡해 보이는 놈인데.

소피아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걸 깨닫고 놀랐다. 이것으로는 탈락이 아닌가 보다.


웨어울프에 대한 전화는 판단하는 데 꽤나 오래 걸렸다.

'여기 있는 타임라인을 드래그해서 소리를 앞뒤로 넘길 수 있어.' 카를로스가 소피아의 커서를 움직여 보여주며 말했다. '만약에 전화를 받기 전에 놓친 걸 다시 듣고 싶거나, 다시 들어야 하는 게 있으면 그렇게 하면 돼.'

전화를 건 사람은 울타리가 찢어지고, 기르던 양 몇몇이 살해당했다고 설명하고 있었다. 그 건너편의 경찰은 지루한 반응이었지만, 자세한 부분을 받아적고는 아마 동물관리국 소관일 거라고 답변했다. 피해는 분명 상당했지만, 초자연적이라고 판단하기엔 솔직히 아직 알 수 없었다.

'충분한 정보가 없다면, 불확실(Unsure)에 체크해도 괜찮아.' 카를로스가 노란 버튼을 가리켰다. '다른 사람이 분석할 수 있도록 넘어갈 거야. 그리고 만약 패턴의 일부로 드러난다면 이후의 분석을 위해 표시될 거고. 늘 알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소피아는 잠시간 시간을 돌려 들었다. '그러는 게 맞을 것 같네요.' 소피아가 불확실 버튼을 눌렀다.

'오케이. 다음 참가자.'

영국 - 999 응급 서비스 전화
언어: 영어
키워드 없음
비표준적 현실 묘사에 긍정으로 표시됨 (68%의 신뢰성)
평가 대기중

'하하하. 이런 게 재밌다니까.' 카를로스가 낄낄댔다.

*달칵*


두 시간의 평가 후에는, 세 명의 신청자만이 남아있었다. 소피아에게 그림자가 드리우고, 귓가에 속삭임이 들려왔다.

'소피아 무뇨즈Muñoz?'

오늘 하루, 누군가 정확히 소피아를 지목한 것은 처음이었다. 말을 건 사람은 중년의 여성이었는데, 아주 많이 쪽을 진 회색 머리를 하고 있었고 이곳의 모든 직원과 마찬가지로 특징 없는 정장을 입고 있었다. 소피아는 속으로 저것이 이 회사의 드레스 코드가 아니길 빌었다.

'따라오세요.' 여성이 말했다.

소피아가 그녀를 따라가, 예상한 만큼의 칙칙한 카펫과 공격적일 정도로 가구가 부족한 빈 회의실처럼 생긴 방에 도달했다. 테이블은 있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앉으세요.'

소피아는 태블릿 컴퓨터를 스크롤하는 여성의 반대편에 앉았다. 긴 정적의 끝에, 여성은 숨을 들이켰다.

'분명 나올 질문에 미리 대답하자면, 맞습니다. 진짜 직업이죠. 사이비도, 신용 사기도, 행위 예술도, 다단계 계획도 아닙니다. 비밀, 익명성, 면접. 이 모든 것들은 유감스럽게도 꼭 필요한 것들입니다. 만일 면접에 합격하고 이쪽의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일 겁니다. 우리는 적합한 사람들이 필요하고, 지금까지 봤을 때는 당신이 그 중 한명이죠.'

소피아와 여자가 방에 들어선 이래로 처음 여자가 시선을 올려 소피아를 바라봤다. 그리고 소피아를 평가하는 듯 한 시선을 오랫동안 던졌다.

'스페인어와 영어가 유창하시네요. 정보를 빠르게 받아들이시고. 인지 점수는 상위 15%에, 본인이 드러내고 계신 것보다 똑똑하십니다. 스트레스에 잘 대처하는 편이고, 경험하지 못한 상황에서 패닉이 오지도 않아요. 규정 준수 정도는 조금 높긴 한데, 이쪽에서 내려드릴 수 있으니까요. 자존감을 올려야 할 필요가 있어요. 남자친구 때문입니까?'

소피아가 입을 턱 벌렸다. '어… 그러니까…'

'복잡한가요? 그 남자가 당신을 털어먹고 있군요. 차 버리시길. 제가 말한 것처럼 자존감은 중요한 부분입니다.' 소피아가 고개를 치켜들자, 여자는 손을 들었다. '그렇게 반응하시는군요. 그건 방어기재입니다. 제가 말한 것의 반증이기도 하죠. 안정적인 사람들은 비판을 잘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안정적인 사람이 필요하고요.'

'어… 알겠습니다?' 소피아의 목소리가 약간 갈라졌다.

'그리고 그 방어기재로 인해 마음이 상하셨군요. 완전히 정상적인 반응입니다. 목표는 당신의 감정을 통제하는 것이 아닙니다. 의식하는 거죠. 당신의 일부는 제 태도에 화를 내고 있어요. 자연스러운 현상이죠. 이런 개인적인 평가는 당신의 일생에 있어서 들어본 적도 없고, 앞으로도 듣지 못할 수 있을 겁니다. 만일 우리와 함께 하지 않는다 하여도, 경험으로 무언가를 얻어 가길 바라요. 그러니, 감정을 느끼고, 관조하고, 명명하고, 당신을 지배하지 않도록 하세요. 이해하셨습니까?'

소피아가 끄덕였다.

'그건 그렇고, 이 정장은 드레스 코드가 아닙니다. 우리 신입 직원의 안전을 위해 익명성을 보장하고자 입습니다. 복장은 자유예요.' 여성은 차분하게 소피아를 응시했다. '치맛단을 조절하고 계시길래.' 여성이 설명을 하다가 덧붙였다.

소피아가 움찔했다. 축축한 소피아의 손이 죄책감에 떨어져나갔다. 소피아는 뭐라도 말해야 할 것 같아, 입을 뗐다. '제가 무슨…'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알고 싶으시군요. 유감스럽게도, 정보 보안 때문에 계약하기 전까지는 무슨 일을 할지 설명드릴 수 없습니다. 대신에 일의 특징은 알려드릴 수 있죠. 일주일에 최소 40시간을 근무해야 합니다. 연중무휴로 말이죠. 그 시간만 맞춘다면 근무 시간은 원하는 대로 조정 가능합니다. 그리고 이 일은 전화를 받고 그 전화에 따른 결정을 내리는 업무입니다. 대부분 압박감을 느끼면서. 감정적으로 부담될 수 있는 일이에요. 극도의 신중함을 요구하는 일이기도 하고 말입니다. 미래의 직업적인 발전과 승진으로 향하는 길이 있긴 하지만, 보장되어있진 않습니다. 더 엄중한 평가 양식을 따지기도 하죠.'

'일단 지금까지 이해하셨다면, 이러한 조건들이 마음에 드셨을까요?'

소피아가 침을 꿀꺽 삼켰다. '아… 어. 그럴 걸요?'

여성이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면 영상을 보여드릴 수 있겠군요.' 달칵 소리와 낮게 깔리는 위잉 소리와 함께, 빔 프로젝터의 스크린이 천장으로부터 내려왔다.


'제 입이 사라졌어요. 찾아야 해요.' 전화를 건 사람이 신음을 흘렸다.

전화를 받은 사람은 인내의 귀감이었다. '혹시, 당신은 환각제를 드신 적이 있으십니까?'

'그게 뭔지 몰라요.'

'가루 약이나, 알약을 드신 적이 있나요?'

'없어요. 입이 없는 걸요.'

'그렇다면 당신은 어떻게 저와 대화하고 계신가요?'

전화를 건 사람은 오랫동안 입을 다물었다. '오. 입이 있었나 봐요.'

소피아의 귓가로 카를로스가 마구 웃었다. '고전적이네.'

'당신은 가루 약이나…'

'그런 것 같아요.' 전화를 건 사람이 소심하게 시인했다.

카를로스가 히죽였다. '오케이, 전화 끊어.'

소피아가 부정 버튼을 눌렀다.

'괴상한 전화가 이 일의 참맛이지.' 카를로스가 말했다. '전화를 건 사람들은 약간 멘탈에 문제가 있달까.' 카를로스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다음 몇 건 할 때까진 뒤에 앉아 있을게. 알았지? 네가 판단을 내려. 나는 제대로 된 건수라고 생각될 때만 개입할 테니까. 시간 낭비 한 번 해보자고…'

*달칵*


그건 마치, 현재의 진보된 과학을 통한 발견이 우리를 죽음에 이르게 한다는 내용의 불길한 다큐멘터리와도 같았다. 남자의 중저음이 스톡 푸티지2처럼 보이는 것 위에 깔렸다. 자동차, 도시, 자라나는 식물의 타임 랩스…

'세상은 규칙에 따라 돌아갑니다. 과학은 인류에게 수학적 원칙의 시스템 측면에서 많은 현상을 설명할 수 있게 해줍니다. 물리학, 화학, 생물학처럼 말이죠.'

영상이 바뀌었다. 이젠 UFO나, 네스 호의 괴물, 그리고 소피아가 인지하지 못한 다른 것들처럼 선명하지 않은 흑백 화면이었다.

'가끔 인간은 그러한 원칙을 부정하는 현상을 발견할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경험을 일컬어 불가사의한 현상, 혹은 초자연적 현상이라고 하죠. 이러한 경험 대부분은 조사 결과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과학으로 설명이 가능했지만, 거짓말쟁이의 산물이었기도 하며, 환각이기도, 집단 히스테리의 결과이기도 했습니다.'
'예외도 있었죠.'

화면이 하얘졌다. 그리고 원 안의 원과 안쪽을 향하는 화살표 세 개가 그려진 로고가 나타났다.

'재단에서 우리는 이러한 예외를 조사합니다. 우리의 일은 평범한 현실과는 섞이지 않는 희귀한 현상들을 찾고 분류하는 겁니다.'
'그렇게 하는 것으로, 우리는 세상을 더욱 안전하게 만듭니다.'

저거, 완전, 들어볼 것도 없잖아.

여자가 버튼을 누르자, 화면이 다시금 천장에 들어갔다. '어떠신지요?'

소피아는 웃음이 터져나올 것만 같았다. '이건… 당신들은 고스트 버스터즈인가요?'

'본질적으로는, 그렇죠.'

'전화를 받아서 외계인을 찾는 일을 하라고 고용하시려는 건가요?'

'만약에 전화가 온다면, 그렇죠.'

소피아가 멈췄다. '그리고 확실히 돈은 받는 거죠?'

여성이 미소지었다. '아주 좋아요. 회의적인 경향을 띄는 것은 중요하지만, 핵심적인 부분에 회의적인 건 훨씬 중요하죠. 재능이 있으시네요.'

소피아가 여성의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만약 이게 공들여 만든 그럴듯한 농담이었대도, 그런 낌새를 찾을 수 없었다.

'언제 출근하면 되죠?'


999, 영국. 키워드: 다섯째, 별, 숨. 전화를 건 사람이 자신의 친구가 다섯 번째 스타 워즈 영화를 보는 동안 숨을 쉬기 힘들어한다고 설명했다. 부정.

911, 워싱턴, 미국. 키워드: 곰, 출현, 수학. 평범한 곰이라는 것 같았는데, 전화를 건 사람은 수학을 구어적으로 말한다. 부정.

지역 경찰, 콜롬비아. 키워드: 소꿉친구, 에바, 엔리케타. 전화를 건 사람은 두 사람이 실종되었다고 한다. 비극적인 일이지만, 이상한 일은 아니잖아? 불확실.

911, 캘리포니아, 미국. 키워드: 별, 신호. 전화를 건 사람은 아마추어 전파 천문학자로… 무엇인가 자신의 신호를 방해한다고 불평하고 있다. 부정.

경찰, 캐나다. 키워드: 결혼식, '사촌 조니'. 전화를 건 사람은 신부가 자신의 조카를 제단에 버렸다고 한다. 부정.

911, 텍사스, 미국. 키워드: 다섯째, 별, 연기. 세상에, 또 이거야? 부… 잠시만.

'연기가 당신들 모두에게 다가오고 있다고, 형제여.' 전화를 건 사람이 말했다. '내 피부 아래에 있는 게 느껴져. 넌 안 그래?'

또 정신 나간 소리구만, 소피아가 생각했지만, 듣는 것은 멈추지 않았다.

'우리는 별이 죽는 걸 보지만, 새로운 별은 태어날 준비가 되어 있지. 바로 당신의 목구멍 저편에서. 거기 있는게 느껴지지 않아? 식도의 맨 아랫부분에서 불타고 있어. 당신은 그냥 턱을 벌려서 노래를 불러, 그러면 별이 태어날 거야. 당신의 바로 앞에 진정 새로운 기적을 토해낼 거야.

전화를 건 사람은 노래를 부르듯 말했다. 마치 자기 자신에 화음을 넣어 노래를 부르는 것처럼.

'당신의 두개골의 중앙을 가로지르는 금이 있어. 그 안으로 들어가 확 열어버려, 그 안쪽의 아름다운 플라즈마가 나오도록.'

아냐, 잠시만. 전화를 건 사람의 목소리가 아닌데. 첫 목소리를 따라 노래를 부르는 실제하는 두 번째 목소리가 있다.

전화 상담원이다. 같은 말을 화음을 넣어 말하고 있다.

'카를로스? 찾은 것 같은… 그게 아니라, 대체 왜…'

카를로스가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는 '맞아, 아무래도… 그 건은 위로 올리지.'

소피아는 약하게 떨며 긍정(POSITIVE) 버튼을 눌렀다.

화면이 점멸하다, 상부에 보고 중이라는 글자가 뜨고… 그리고는… *딸깍*

'끝인가요?' 소피아가 물었다.

'응.' 카를로스가 답했다. '그게 뭐였든, 우리 손을 떠났어.'


마무리 시간에, 소피아는 1층의 락커에서 핸드폰과 자켓을 챙겼다. 그리고 보고타의 따스한 저녁 거리로 걸음을 옮겼다.

바깥에 나서자마자, 핸드폰이 울렸다.

데이비드

전화 요청 중…

응답 혹은 거절. 초록 혹은 빨강.

소피아는 전화가 음성사서함에 연결될 때까지 기다렸다. 데이비드의 목소리는 숨소리가 가득했다. 소피아는 잘 보이고자 내는 그 목소리가 싫었다.

'소피아. 듣고 있는 거 알아. 나 자기 너무 보고 싶어. 넌 나한테 하나뿐인 여자야. 알지? 난 네 생각밖에 없어. 전화 받아.'

잠깐 정적.

'넌 정말 아름다워, 자기. 알지?'

키워드다, 소피아가 생각했다.

'제발, 자기. 나를 실망시키지 마. 난 네가 필요해.'

회의적인 경향을 띄는 것은 중요하다, 소피아가 생각했다.

'네가 어딜 가서 나같은 남자를 만날 수 있겠어, 안 그래?'

자존감은 중요하다, 소피아가 생각했다.

소피아는 빨강 버튼을 눌렀다.

평가: +1+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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