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병신이 비행기를 하이잭했어 (feat. 뱀대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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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실 내부는 정적이 흐르고 있었다. 상황이 길어지면서 회의실에 주재하고 있던 사람들도 최소한도의 인원으로 줄여 꽤 한산해진 상태였지만, 확보된 공간 전부를 메우는 냉기가 이를 무산시켰다. 뇌수종 교수는 안경을 벗으며 공허한 실내를 차갑게 응시했다. 일종의 억눌린 긴장상태가 그곳을 지배하고 있었다. 사람이 히스테릭해지기 딱 좋은 상황이었다.

뇌수종은 굳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기내 상황은 여전히 전달되고 있지 않습니까?"

"조종사들도 전혀 교신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태 인지 직후부터 계속 시도 중인데, 한 건도 응답하지 않았습니다."

회의실과 연결된 화면에서, 이시바 시노 광역정보국 제2과장이 답했다. 그 옆 화면은 국가초상방재원에 연결되어 있었다. 이미 관련 자료를 브리핑한 최찬미 사회국 실장이 걱정스러운 눈초리로 카메라를 응시하는 것이 보였다.

"승객들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탑승자 전원 SNS 및 문자, 통화를 사용한 기록이 없습니다. 업무상 그래야 하는 사람들까지도요."

"일종의 집단 최면 상태에 빠진 것처럼."

어떤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뇌 교수는 고개를 들어 화면을 바라보았다. 화상으로 연결된 이시바 과장의 채널에 다른 목소리가 섞여 들려오고 있었다. 목소리의 주인은 카메라의 뒤편에 선 듯했다.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뇌수종은 그 목소리를 가늠할 수 있었다. 톤이 이상하게 붕 뜬 듯하면서도 귀에 박히는 그 목소리. 애 같지만 사람을 묘하게 긴장케 하는 목소리. 강유택 제01K기지 인사이사관보의 목소리였다.

"…강 이사관보가 어쩐 일입니까?" 뇌 교수가 물었다.

"참관이죠. 도움이라고 해도 좋겠네." 강유택이 웃음을 흘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부디 영역을 침범했다고 여기지 말길 바랍니다, 뇌창건 교수."

"아버지와 내가 닮았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헛갈릴 정도는 아니요, 이사관보." 뇌수종이 딱딱하게 대꾸했다. "내 이름은 뇌수종이오. 아버지의 이름이, 뇌창건이고."

"아이고, 미안합니다, 교수." 이사관보가 천연덕스럽게 대꾸했다. "다시 주제로 돌아가 볼까요."

양해를 구하는 말이 들려왔고, 과장이 옆으로 몸을 빼더니 어느샌가 강유택의 얼굴이 화면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뇌 교수는 굳은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작자가 무슨 말을 해댈지 알 수가 없었다.

"상황은 대충 전달받았습니다. SCP-713-KO에 접근한 두 명의 신원불명자, 이들을 인지한 뒤로 요원 하나가 상태 불명에 빠졌다고요." 이사관보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그리고 현재 대처는 천도-9의 파견…뿐?"

"회항 요구를 전달하려고는 했으나 들었겠지만, 기내 탑승객부터 승무원, 조종사들까지 통신할 수 있는 사람이 전무한 상황이요. 차라리 항공기가 런던에 가기 전에 천도-9를 준비시키는 것이 나으리라 판단했습니다."

"현재 대한민국 내에 주둔해 있는 기동항공대 부대가 존재합니까?"

질문은 근처에 있는 이시바 과장에게 던진 말이었다. 뇌 교수는 눈을 가늘게 뜨고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작자는 지금 상황의 통제권이 자신에게 있다고 보는 모양이었다. 아무도 이에 반대하지 못할 정도로 그는 빠르게 상황 안으로 침투한 것이다.

"뇌수종 교수, 그들의 신원은 파악한 상태입니까?"

"현재 BISON을 사용하여 기내의 상황을 전달받고 있습니다. 허나 그들을 찍은 또렷한 화상은 포착하지 못한 걸로 아오. 꽤…난관에 봉착한 셈이지."

"…그들은 SCP-713-KO를 알고 있었다고 봐도 되겠죠?"

뇌수종은 미간에 주름을 잡았다.

"확인을 구하는 거에요. 그들이 이… 가택신, 그래 가택신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게 맞느냐고요."

뇌수종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가장 신빙성 있는 이야기일 것이요."

"그렇다면…상황이 아주 복잡하게 돌아가겠습니다그려." 인사이사관보가 특유의 유들유들한 투로 말을 받았다. "가택신을 알며 재단 요원을 제압할 수 있고 어떤 기작에 의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외부 교신도 차단하게끔 하는 능력이 있는 2인조라면. 더욱이 이들이 얌전히 런던으로 향하리란 걸 믿을 수는 없죠."

"때문에 박사는, 우리가 지금 행동에 나서야 한다?"

"지금 당장."

둘의 시선이 허공에서 맞닿았다. 뇌수종은 강유택의 눈동자를 노려보며 묘하게 밀려나는 느낌을 받았다. 그의 시선은 날카롭지 않았지만 어딘지 모르게 굳건했다.

"일목요연한 정리 감사합니다, 교수." 박사가 시선을 거두고 고양이처럼 미소를 지었다. "기동항공대는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뇌 교수가 뭐라고 대답하려던 찰나, 요원 하나가 상황실 안으로 뛰어들었다. 그의 숨은 거칠었다.

"교수님! 비행기가… 돌린답니다… 방향…"

"어디로?"

"제…제주도로요! 교수님 그들이…제주도로 온답니다!"

뇌수종의 얼굴에 설핏 인상이 어렸다. 강유택 박사는 자신의 제안을 사용할 기회가 없어졌음에도 별반 타격을 입은 듯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반기는 눈치였다.

"외려 더 잘 되었네요." 그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공항에 천도-9를 대비시키라고 하면 되겠군."


상황실 상황으로부터 몇 분 전.

그 문은 크고 거대해 보였다. 흘러나오는 어떤 위압감이 긴장감을 자극시키고 있었다.

류원시는 긴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들이마셨다. 공기가 폐를 메우는 것이 한없이 느리게만 느껴졌다.

"긴장했나?"

원시는 미간에 주름을 잡으며 옆을 올려다보았다. 영등신 고영주가 사뭇 여유로운 투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댁은 이런 일이 익숙한가?" 원시가 쏘아붙였다. "긴장하지 않을 것은 또 뭐야?"

"흔히 이런 것을 담력이라고 하지. 우리 아가는 간이 콩알만 해서 어쩌니?"

"자꾸 아가, 아가거리지 말고 아가리나 닥치시지."

"그만 좀 다투시오, 둘 다." 김철현이 황급히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지금이 그러할 때요? 공연히 얼굴 붉힐 이유가 무엇이 있소?"

"새끼 뱀에게 예의 정도는 가르쳐 줄 수 있지." 영주가 능글맞게 대꾸했다.

"영등, 당신도 그만두시오. 어울리지 않게 이게 무엇하는 거요?"

철현은 한숨 섞인 투로 원시를 등으로 가리고서 영주에게 몸을 틀었다.

"싸움은 이 모든 일이 끝난 뒤에라도 좋소."

"…알았어." 영주는 어깨를 으쓱했다. "하이재킹이 먼저다 이거지?"

철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돌아서서 그때까지 으르렁거리면서 자신의 등을 때리고 있던 원시와 마주했다.

"아 좀 나와!"

"류 양—"

"당신 나한테 한 마디도 훈수 둘 자격 없어." 원시가 짜증이 가득 담긴 말투로 내뱉었다. "애초에 나서서 싸우질 말던가—"

"내 미안하다 말하지 않았소. 지금은 우선 덮어둡시다. 해야 할 일이 있지 않소."

원시는 완연한 짜증의 기운을 가득 담아 턱을 끄덕였다. 철현은 깊은 피로를 느끼며 그에게 손짓했다. 그가 선두에 서야만 했다. 충격으로 시작하는 도입부는 관람객을 몰입하게 한다. 이 경우 역시 같을 것이었다.

"그 다음이 나, 마지막으로 영등 그대가 와야 하오."

"왜?"

"그래야 그대가 이 도당의 수괴처럼 보일 테니까. 여태 이러한 일들을 많이 보아오지 않았소?"

"마, 많이는 아니었지만… 있긴 있지. 그렇다고 나를 대장처럼 보이게 하겠다니…"

"류 양이나 나나 이런 상황은 영 처음인 이들이오. 그대의 도움이 절실하오."

"…알았어." 영주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주저하며 말을 이었다. "인질은 필요 없겠어?"

"저렇게 맹한 인질로서니 겁을 먹겠소?"

"…그건 그래. 좋아, 앞장서."

첫번째 비명은 계기판에 어떤 뱀을 닮은 얼굴이 비치면서 시작되었다. 부조종사의 얼굴이 파리해지며 뒤를 휙 돌아보았고, 곧이어 두 번째 비명이 터져 나왔다.

"뭐, 뭐야? 무슨 일이야!"

그러나 조종사의 물음은 이내 기도를 턱 막는 숨과 함께 더는 되풀이 되지 않았다. 그의 시야에도 초록색 빛깔의 비늘을 지닌 한 뱀-인간의 모습이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그 존재는 어떻게 한 것인지 기장실 밖에서 안으로 걸어들어오고 있었다. 두 조종사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굳은 얼굴로 몸을 떨며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었다. 꿈을 꾸고 있는 건지 분간이 되질 않았다. 그러나 피부를 전율케 하는 이 감각은 결코 꿈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생경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둘은, 뱀인간의 뒤로 한 남녀가 슬그머니 들어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었을 때는 이미 권총이 그들을 겨누고 있었다.

"비행기 방향을 돌리시오." 철현이 입을 열었다. "이미 우리는 1, 2층을 포함한 모든 구역의 승무원들을 제압했고 그들 중 일부를 인질로 잡고 있소. 불복지 않는 것이 좋을 거요."

"그리고 허튼짓하면 이 괴물이 순식간에 네들을 물어뜯을 거야. 물론 운전은 해야 하니까 팔은 남겨두겠지만 필요없는 부분은… 이를테면 창자 같은 건 제일 먼저 먹히게 될 게다."

영주가 거들었다. 원시는 쉬익거리면서 고개를 들어 영주를 노려보았지만, 이내 다시 고개를 들고 말 없이 조종사들을 위협했다. 잔뜩 겁을 집어먹은 그들을 본 철현은 이내 영주에게 권총을 건넸다.

"두 분, 만나러 가게?"

"그럴 거요. 시간을 더 지체하기 어려우니…"

영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로 가라고 할까?"

"…본래는 공항으로 되돌아가자고 할 셈이었으나…" 철현은 잠시 말을 멈추었다. "빠른 길로 가는 것이 옳겠소."

"어디…로?"

"제주도로 갑시다." 철현의 눈동자에 불꽃이 튀었다. "서천으로."


그는 자리로 돌아왔다. 이제는 익숙해진 멍한 사람들 사이를 지나, 무거운 발걸음을 이끌고 조심스럽게 그를 기다리는 사람들에게로 왔다. 불편하고 어색한 심정을 차마 다 숨기지 못한 채. 김철현은 마티니를 홀짝이고 있는 두 노인을 응시했다. 그들의 얼굴은 태연해 보이기도 하고 정반대의 표정인 것 같기도 했다. 어느 쪽이건 신중해야 했다. 그가 꺼낼 말들이 그들의 심기를 충분히 거스를 수 있었으니까.

"그래, 한다는 일은 다 끝냈느냐?" 성주신이 부루퉁하게 물음을 던졌다. 철현은 목례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렇다는 뜻이었다.

"같이 온 아이는?" 조왕신이 물었다. "아래서 큰 소리가 나던데, 무슨 큰일이라도 난 게냐?"

"별 일은 아니었습니다. 단지 오해를 사는 일이 있어…"

"오해라니?"

"영등과 만났습니다. 그도 이곳에 있습니다. 지금, 말씀하신 그 사람과 함께 아래에서 일을 보고 있을 것입니다."

조왕신의 얼굴에 미소가 머금어져 있었다.

"그러하냐? 그 아이가 생각보다 사교성이 좋은가 보구나. 처음 보았을 텐데 서로 돕다니."

조왕신의 낙천적인 말에 철현은 못내 쓴 웃음을 지었다. 방금까지 사생결단으로 싸워댄 마당에 사이가 좋으려면 얼마나 좋겠는가. 방금도 다투어 댄 상황이니 걱정이 영 근거가 없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불안한 이유였다.

"제 뜻은 일전에 드렸던 말과 같습니다. 저와 함께 갑시다. 서천으로요."

철현은 조왕신과 성주신의 안색을 살피며 말을 이었다.

"알고 계실지는 모르오나 제주 땅에는 신들의 휴양지가 있습니다. 저는 그곳의 설립자에게서 부탁을 받았습니다. 두 분을 모셔오라고요. 이런 곳에 계실 필요가 없습니다. 저와 함께 갑시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네 말은 꼭 우리가 더 나다니지 않기를 바라는 것 같구나."

성주신이 퉁명스레 대꾸했다.

"왜, 우리가 여 있으면 폐롭기라도 할 것 같으냐?"

"저희가 아니라 두 분이 그러한 일을 당할까 염려됩니다. 두 분의 능력을 모르는 바 아니오나,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너무 불쾌히 듣지는 마십시오. 다만 시대가 바뀌고 사람들이 변하면서 신들도 곤경에 빠질 수 있게 된 것이니."

"안전한 곳으로 가란 이야기구나." 조왕신이 말을 받았다.

"예. 서천은 제가 아는 곳 중 가장 안전한 공간입니다."

"우리도 서천이 어떤 곳인지는 대충 들어 알고 있다. 네 짐작대로 아예 모르는 것이 아니니." 성주신이 몸을 숙였다. "그렇다한들… 그것이 우리가 그곳에서 굳이 박혀 있을 이유가 될 것 같으냐? 인간 사이서 섞여 살도록, 그렇게 만들어진 것들을 안전이니 뭐니 때문에 우리 안에 처박혀 지내게끔하는 것이 옳으냐?"

"서천은 어디까지나 묵어가는 곳입니다. 그곳에 매일 필요가 없습니다. 서천은 종착역이 아닙니다."

"너는?"

철현은 고개를 들어 그를 쏘아보는 노인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주름진 눈가에 어린 힘은 신묘할 정도로 강력하여 쉬이 당해낼 수 없었다.

"너는, 네게는 그곳이 종착역이 아니더냐?"

철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무엇인가 이야기를 꺼내려고 했지만 대답보다 거대한 질문이 혀를 봉쇄했다. 그곳이 정말 종착역이 아닌가, 하고.

"네 사람들을 버리고 떠나간 네게는 그곳이 어울릴지 모른다. 허나 도망치는 것이 능사는 아님을 알지 않느냐?"

"절, 도망자라 말씀하고 싶으신 겝니까?"

"미국으로 향해서는, 이십 년 뒤에 일본인의 외양을 하고 조선을 침탈하러 온 것이 네놈일진대, 아니라 말하고 싶은 거냐?"

노인의 눈빛이 사나워졌다.

"시류에 편승하여 네 고향이나 진배 없던 마을 사람들을 왜적에게 고스란히 갖다 바친 것 또한 네놈이다. 아무리 조국이 쇠락하였다하나 스스로 타국인이 되어 조국을 망케 하는 것이 도망하는 것과 다를 것이 있느냐?"

눈 앞이 흐려지는 기분이 들었다. 철현은 힘겹게 고개를 들어 노인과 얼굴을 마주했다. 노인의 말끝에 날카롭게 벼려진 칼날이 뇌를 파고들었다. 성주신이 나직하게 말을 이었다.

"아니, 도망하는 것보다 너는 더 끔찍한 짓을 저지른 것이 아니냐?"

철현은 대꾸하지 못했다. 이미 알았다. 그들에게서 보였던 뿌리 깊은 적개심의 근원을. 그것이 손님네의 일원, 작은 손님 김철현으로서 살았던 세월에 기인하지 않음은 이미 인지하고 있었던 사실이었다. 자신에게 가해지는 모든 비난과 책망의 이유는 이상사례조사국의 니카호 한노로서 살았던 시간 때문이었다. 잊히지도 않고 잊어서도 안 되지만 잊어버리고픈 그 시간이 그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죽음이 병자의 목을 움켜쥔 것과 똑같은 악력으로. 철현은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거대한 벽이 눈앞에 있는 것만 같았다.


기동항공대 알파-17 휘하의 제17운항조율전대 한국지역대원들은 레이더로 A380 항공기의 궤적을 추격하고 있었다. 이따금 원인을 알 수 없는 오류로 신호가 잘 잡히지 않았기에 대원들 모두 애를 먹었지만, 결국 그들은 별 탈 없이 그들의 위치를 잡아낼 수 있었다. 대대장은 문제의 레이더를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그들은 남하하고 있었다. 방향은 바뀌지 않았다. 어떤 자들인지는 몰라도 간이 배 밖으로 나온 게 확실했다. 대한민국 영공에서 들키지 않고 하이재킹이 가능할 줄 알았을까.

그는 한숨을 쉬며 멀찍이서 그들을 쫓고 있는 기동항모비행단 카이-18 소속 조종사들에게 교신을 보냈다. 그들은 항공모함 CVN-6 엔터프라이즈에서 급히 날아온 상황이었다. 어찌 되었던 간에 승객과 승무원들에게 연락도 닿지 않는 이 마당에 저들이 무턱대고 도시에 비행기를 충돌시키면 큰 일이 아닌가. 그들은 그런 일을 대비하기 위해 후편에서 조심스럽게 따라붙고 있었다.

그리고 그 항공기 안에서도 그들을 인지한 사람이 있었다.

바람의 결이 흐트러지고 있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별다를 것 없던 비행에 무언가 이상한 부분들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아주 미세한 차이라 자칫하면 놓쳐버릴지도 몰랐다. 나무문에 난 작은 기스처럼 그냥 넘겨버릴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넘겨버리지도, 놓치지도 않았다. 몇 년간의 일이 도움이 된 것이다.

그는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했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몸을 틀어 기장실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 어디가?

뱀 얼굴을 한 여자가 놀라서 물었다.

— …밖에.

연갈색 코트를 입은 여자가 대답했다.

— 손님 왔어.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날카로운 시선이 허공을 가르고 서로를 향해 쏘아지고 있었고 돌파구는 보이지 않았다. 문득 어떤 이미지가 망막에 스쳤다. 어두컴컴한 실내, 흐릿한 불빛이 지배하고 있었던 기차역 대합실 3개 정도의 거대한 공간. 철현은 그곳에서 그가 저지른 '테러 행위'에 대한 재판을 받았다. 세간에 공개되지 않는 재판이었다. 그들에게는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재판은 싱겁게 끝났다. 그들은 유죄였다. 그들 스스로도 이를 거부하려고 들지 않았다. 거부하지 않았으므로, 그들은 죄인이 되었다. 그들 중 한 사람만이 살아남았다.

철현은 동료의 얼굴을 하나하나씩 떠올려보기 시작했다. 함께 싸우던 모습, 헤어지던 말의 모습, 붙잡혀 이상사례조사국 기지 내 옥에 갇힌 모습. 그리고 증인석에 서서 이야기하던 모습. 철현은 이내 그 자리에 자신의 모습을 대입해보았다. 그때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았다. 기억나는 것은 자신이 무슨 말을 들었는지였다.

배신자, 그래, 내게 배신자라 했다.

판관은 그가 알고 있는 자가 아니었다. 듣기로는 고등재판소에서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자라고 하였다. 그자가 그렇게 말했다. 배신자라고. 황국을 배신한 더러운 역병의 종자라고.

양쪽 진영이, 상반되는 양 진영이 동시에, 그에게 배신자라고, 손가락을 겨누고 있다. 시간의 간극 속에서 그는 길을 잃고 있었다. 그가 느끼는 그 순간만큼은 서천에서 지내 온 시간이 아주 먼 옛날의 일이거나 아주 먼 미래에 벌어질 일 같았다.

"제가 왜 조선인입니까?"

"뭐라?"

"저는 금성 사람으로, 신라가 제 조국이지 조선이 아닙니다."

철현은, 저 자신도 내심 놀란 채, 어떤 신열에 이끌려 입을 열기 시작했다. 어떤 감정인지 알 수 없는 열기가 몸을 침습했다.

"신라가 고려에 망했고, 고려가 조선에 망하였으며, 조선이 일본에 망하였습니다. 천년 동안 저는 이미 조국 없이 살아왔습니다. 딱히 조선이라고 특출난 애향심이라는 것이 존재할 리 있었겠습니까?"

"그래서 네놈이 지금 잘했다는 것이냐?"

"소을촌에 군사를 이끌고 갔을 때, 1912년이었습니다." 그는 멍한 눈길을 들어 두 노인을 바라보았다. "들으신 대로, 파염이 죽었고, 몇 사람이 다쳤습니다."

목 안에서 무언가 강하게 치밀어 올라 옥죄었다.

"….전 그게 끝인 줄 알았습니다."

그 광경이 다시금 떠오른다. 어느 날인가 본토 기지로 발령받아 그 내부를 순시하던 때에 발견한 것. 철창에 막혀 옴싹달싹도 하지 못한 채 실성한 것처럼 침을 줄줄 흘리고 지나다니는 사람을 멍하게 바라보던 그것. 처음에는 알아보지 못했다. 가까이 가서야 알았다. 붉은 피부에 기이한 문양이 튀어나온 모습, 너무나도 친숙한 얼굴, 그리고 그를 향해 괴성을 내지르던 동작. 그것은, 아니, 소을촌의 생존자는, 그에게 저주를 내리고 있었다. 죽지도 못한 채 지옥과도 같은 삶을 살아가게 한 그에게. 니카호 한노에게.

"그들은 제게 소을촌 사람들을 이주시킬 것이라 말하였습니다. 전처럼 숨어 살지 않아도 될 것이리라며. 이조 때, 신(神)으로 취급받아 도살당하는 두려움 속에 살았던 그들을 위한 일이었습니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한 단어, 한 단어에 힘을 실어 발음했다. 앙다문 입술이 부르르 떨렸다.

"모두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잠시 고개를 숙였다. 말을 더 이을 수가 없었다.

한참 뒤에야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날 그곳에서 그 아이를 발견하기 전까지는. …조사국은 연행한 소을촌 사람들을 실험재로 쓰고, 그 시체를 해부하고, 사람 이하의 가축처럼, 그리 다루었습니다. 내가 무슨 짓을 저지른 건지 안 후에는…"

그는 고개를 들었다. 눈앞에서 모든 것을 빼앗겨버린 듯한 얼굴로, 그는 두 청자를 응시하고 있었다. 눈에서 한줄기 눈물이 흘러내렸다. 수십 번은 내리 흘린 눈물도 그러한 참혹한 진실 앞에서는 멈추는 날이 없었다. 참회는 끝나지 않았다. 끝날 수가 없었다.

"잘했다, 는 게 다 무업니까? 나는 조선에 죄지은 자가 아닙니다. 조선 사람들에게 죄를 지은 자입니다. 조선에 살던, 나라 덕은 일절 보고 살지 못하던 사람들을, 팔아버린 죄인입니다. 그때야 그것을 알았습니다. 그날 거기서, 미친 듯이 울부짖던 그 아이를 보고 나서야."

이제 가택신들은 그의 고백에 아무런 첨언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전 그곳을 나오지 못했습니다. 몇 년 뒤에, 만세 운동이 일어나고 그 과정 중에 내 자식이나 진배없던 두 아이가 죽고 나서야, 나올 결심이 섰습니다."

그는 숨을 들이켰다.

"도망자요, 그것을 어찌 부정하겠습니까. 전 늘 도망쳤습니다. 달아나고 몸을 피하여, 목전에 닥친 죄악을 무시하려고만 했습니다. 나중에서야 그것을 대면하자 너무나 끔찍한 광경으로 눈앞에 화(化)해 있더군요. …내 딸의 주검으로."

존재만으로도 고통스러운 침묵이 심장 안에서 가시를 세웠다.

"간신히 제 죄를 변제하던 통에 스승님과 재회하여 그곳으로 갔습니다. 본래 몇 달만 신세를 지려 하였으나 그분의 건강이 나빠지면서 30여 년의 세월을 그곳에서 보냈습니다. 그 30년이 제게는 감옥과도 같았습니다."

철현은 눈을 들어 황량한 얼굴로 두 노인을 바라보았다. 지나친 피로가 단단히 뿌리 내린 시선이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 그저 존재하고만 있다는 죄책감이 제 포승줄이었습니다. 죄를 갚으려 하나 서천 밖으로 나설 수 없었고, 모든 걸 잊어보려 했으나 기억들은 절 떠나지 않았습니다. 인간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무력감이라는 사실을 그때 알았습니다.
옛일을 잊고 휴양지에서 편히 살아간 것처럼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 남들보다, 세을가 사람들과 다른 사람들, 왜정 치하 때 고통받은 사람들보다 확실히 더 질 좋은 생활을 누린 것이 옳겠지요. 허나… 그 밖으로 나올 수만 있었다면 저는 무슨 짓이든 했을 것입니다.
서천의 사람들은 자유롭습니다. 어떤 이는 다시금 이 세상과 교섭하기 위해 사업을 하는 이도 있습니다. 예전처럼 자기 일에 힘쓰는 이도 있습니다. 혹은, 정말로 옛 일에 매이지 않고 지금의 삶을 즐기는 이도 있습니다. 이들은 전부 구속구가 없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에게는 서천이 감옥이 아니라 진정으로 휴양지이며, 잠시 쉬어가는 곳이자 안식처입니다. 분명 두 분께도 그럴 것입니다."

"네가 아직 보지 못하였구나."

조왕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철현은 서늘한 기분이 들어 조왕신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약간 굳은 표정의 그는 어딘가 애잔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제서야 어떤 기시감이 느껴졌다. 시야 저편에 무언가 존재하는 듯한 느낌.

"떠나지 못하시는 거군요, 여길."

철현이 중얼거렸다. 어떤 뻐근한 기분을 느끼면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전투기들은 천천히 접근하고 있었다. 장막처럼 항공기를 수호하고 있던 바람의 결이 바뀐 탓에 상황은 더욱 유리하게 돌아갔다. 전면적으로 전투를 벌일 일은 없었지만, 만에 하나 테러라도 벌일 지경이 된다면 막아야 했으니까. 운항조율전대가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과 대조적으로, 이들은 비교적 편하게 마음을 먹고 있었다. 항공기는 비록 탈취당했다고는 했지만, 아주 위험한 수준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평범한 항공기처럼 순항하고 있었다.

그리고 편한 분위기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거의 모든 조종사의 시야에 그것이 들어왔다. 아주 멀리 있었고, 평소라면 그게 어떤 것인지도 알 수 없었겠지만, 이상하게도 그게 뭔지 너무나 잘 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비행기 위를 누군가가 걷고 있었다.

분명히 인간이었다.

모든 조종사의 감각이 일순간 날카로워졌다가, 제자리로 돌아왔다. 식은땀이 났다. 심연으로 밀려들어 가는 느낌이 든다고, 그들은 생각했다. 근원을 알 수 없는 공포감이었다.

카이-18 소속 조종사들은 급격히 공격에 대비했다. 어떤 존재인지는 가늠할 수 있었다. 싸워본 적도 있었다. 한때는 연례행사처럼 현실조정자와 전투한 그들이다.

그러나 무슨 일인지 오늘만큼은 이길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제17운항조율전대와 연결된 채널에서 무슨 일인지 묻는 소리가 들려왔다. 조종사 일부가 급하게 브리핑을 했다. 현실조정자로 추정되는 존재 하나 발견. 그것이 A380 항공기 위를 걷고 있다. 대대원들 역시 놀란 목소리로 대꾸했다. 적대적인가? 그것은 알 수 없다. 그러나… 조종사는 말꼬리를 흐린다. 그러나 왠지 그와 전투하게 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상한 느낌이 든다.

전운이 감돌았다. 조종사들은 이제 멀리서 비행기 위에 서 있는 존재에게 집중하고 있다. 현실조정자가 공격한다면, 그래서 반격해야 할 상황이 온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도 준비되지 않았다. 사태가 닥쳐오자 조종사 전용 채널로 말이 오가기는 했지만, 그뿐이었다. 인질로 붙잡혔을 승객들을 해하지 않고 문제의 인간만을 처리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특히 그들이 지금 가지고 있는 무기로는.

전투기 두 대가 조금씩 속도를 높여 따라붙었다. 상대를 자극하려는 의도는 아니지만 적어도 어떤 존재인지는 파악하려는 시도였다. 가까이 가서야, 두 전투기의 조종사들은 비행기 위의 존재를 육안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연갈색 코트를 입고 머리를 묶은 동양인 여자였다. 한국인인 것 같고, 가까이 간 이들이 이야기했다. 무기는 없고 그저 그들을 바라보고 있다고, 바라보고만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게 그들이 볼 수 있었던 그 존재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순식간에 바람이 일더니 뒤에 남아 있던 조종사들은 보지 못한 무언가가 날아드는 모습이 보였고, 곧바로 덜컹이기 시작했다. 전체 채널로 두 조종사의 교신이 흘러들었다. 갑작스러운 난기류 발생으로, 어쩔 수 없이 자리를 떠야겠다고. 두 물체는 하강하기 시작했다. 더는 손 쓸 방법이 없었다.

남은 조종사들 사이에선 긴장된 분위기가 흘렀다. 그들은 각자 소지한 개량형 스크랜턴 닻을 작동시켰다. 그리고 이내 전진하기 시작했다. 현실조정자의 능력이 조금은 감소하기를 바라면서.

점점 다가갈수록 아까 전의 브리핑과 다르게 여자의 손에 들린 무언가가 또렷하게 보였다. 활이었다. 한국의 전통 활과 같이 생긴 것이, 그의 손에 들려 있었다. 활은 있었으나 화살이 없다는 점이 더욱 그들을 불안케 하였다.

그 불안의 타당성은 높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까 전, 전투기 두 대가 그랬던 것처럼 또 한 대의 전투기가 난기류에 말려들었으니까.

남은 사람들은 그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활은 화살 없이도 화살을 날릴 수 있었다. 여자가 가까이 오는 전투기를 향해 활시위를 당기고, 쏘는 그 과정으로 말미암아 난기류가 생성되었던 것이다. 무형의 화살을, 그것도 아주 큰 화살을 쏜 것마냥.

이내 여자는 허공을 겨냥하고 활시위를 당기기 시작했다. 몇 분을 그렇게 있자,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스산한 바람도 불기 시작했다. 갑자기 하늘이 노한 것처럼 말이다.

운항조율전대 대대원들이 뭐라고 말하는 소리가 났지만, 조종사들은 이미 알아들을 수 없는 상태였다.

조종사 하나가 벌컨포를 쏘아대기 시작했다. 초점도 제대로 맞추지 못하고 발사하는 통에 정작 여자에게는 하나도 맞지 않았다. 애꿎은 항공기 방향타에는 상당한 파손을 입힌 상황이었다. 항공기가 서서히 기울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활이 쏘아졌다.

아주 빠른 속도로 바람이 모아들더니 이내 회전했다. 거대한 회오리바람이 전투기 주위에 형성되고 있었다. 전체 채널로 조종사들의 긴장된 숨소리가 수신되었다. 레이더에는 그들의 위치가 전송되지 않고 있었다. 마치 마법처럼.

그리고 바람은 나타날 때와 마찬가지로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정신을 차린 조종사들은 이미 멀어져 간 항공기가 남아있던 자리를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방금까지 큰 위험에 빠져있다가 간신히 도망쳐 나온 사람처럼. 그리고 정말 그랬다.

이 공격의 저의는 아주 명확했다. 더 다가오지 마라.

조종사들도 그를 어길 생각은 없었다.

연갈색 코트의 여자는 텅 빈 상공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는 걸레짝이 된 방향타에 손을 뻗었다. 이내 공중에서 무언가가 응축되더니 남아있는 부분을 고정하고 본래 부피만큼 불어났다.

— …이 개새끼들 귀찮게 하고 있어…


시야는 이제 현실을 보여주고 있지 않았다. 현실 그 너머를 비추고 있었다. 철현이 질문을 던진 그 순간에, 무언가가 그의 시야를 잠식하기 시작했다.

"…이건…"

총천연색의 빛깔이 세상을 뒤덮었다가 이내 몇 가지의 갈래로 구분되었다. 우선 그의 주변에 있는 대부분 것들은 차디찬 석회색으로 보이고 있었다. 드문드문 앉아있는 사람들은 활기가 어린 주황색으로 보였다. 앞에 앉아있는 가택신들은 영롱한 초록색으로 번들거렸다.

그리고 바로 그곳에 그가 그토록 기시감을 느꼈던 원인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게 다 뭡니까?" 철현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의 눈에는 가택신들의 몸뚱이를 얽매고 있는 붉은색의 가느다란 실선이 보이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빛을 발하는 실들은 실 그 자체라기보단 빛을 길게 늘여 실로 빚어낸 것만 같았다. 보기만 해도 기운에 눌려 주눅이 드는 느낌이었다.

실은 한두 줄만 존재했더라면 무시하고 지나갈 수준의 두께였다. 그러나 그 수가 너무나도 많았다. 마치 붉은 거미줄이라도 되는 양. 온통 붉은 실로 묶인 그들의 몸은 원래 색깔마저 불투명하게 보이고 있었다.

붉은 실은 바닥에 놓인 직사각형의 종이에서 나오고 있었다. 종이 역시 일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이었다. 모양새가 마치 부적 같았다. 무속인들이 쓰는…

"우리가 처음 이것에 올랐을 때부터 있었단다. 매번 조선 사람들에게 신세를 지겠다 요구할 제, 그네들에게 거절당할 때마다 이 줄이 우리를 옭아맸다."

조왕신이 다정하게, 그러나 가슴이 섬뜩할 정도로 담담하게 말했다. "보기에만 이렇지 실상은 비행기 안은 잘만 돌아다닐 수 있단다. 허나 외국의 땅을 밟지 못함이라."

"어찌 이런 상황을 당하신 겝니까!"

철현의 질문이 공중에 울려 퍼졌다. 바로 그 순간, 멀리서 누군가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원시였다. 철현은 놀란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로 걸음을 옮겼다. 원시는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는 거요?"

"…상황이 안 좋아요."

철현은 원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엔 예의 그 긴장이 다시금 찾아와 있었다. 다른 종류의 섬뜩함이 철현의 가슴을 치고 지나갔다.

"…그쪽, 나랑 같이 내려가야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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