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의 밤마실: 술 취하기

“좋아 제군들.” 애덤스가 병사들에게 연설하는 장군처럼 군인다운 기세로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이번 작전명은 ‘5차까지’다. 5개의 술집, 5명의 바텐더지. 알아들었나?”

“…네에.” 아이리스가 머뭇거리면서 말했다.

블레어는 아이리스에게 친근하고 안심시켜주는 미소를 지어주었다. 첼시는 긴장한 것처럼 보였지만 희망을 놓지 않은 미소를 지었다.

“첫 번째로, 역할을 나누겠다.” 애덤스가 말했다. “첼시? 넌 운전기사를 맡는다. 넌 우리를 각각의 술집으로 데려다 줘야한다. 그리고 우리가 탈수나 숙취에 시달리지 않도록 적절한 때에 물을 마시게 해야 한다. 네 임무가 그러하기 때문에, 넌 오늘 술은 못 마신다. 알겠나?”

첼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그거 괜찮네.” 첼시는 웃으면서 말했다.

“블레어, 네 역할은 어머니다. 넌 우리와 같이 마시되, 얼마든지 느리게 마셔도 좋다. 너의 주된 임무는 우리에게 찝쩍대는 놈들이나 개자식들을 경계하는 것이다. 적절해 보이는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그 새끼들을 아이리스로부터 떨어트려버리도록.”

“질문 있습니다, 대장님.” 블레어가 장난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적들을 막기 위해서 어떤 무기를 써야 하나요?”

“무기?” 애덤스가 뒤통수를 긁었다. “음. 젠장, 모르겠네. 몽둥이? 호신용 스프레이? 첼시 말고는 아무도 무장할 필요는 없을걸. 술하고 총은 어울리지 않아.”

“나도 총하고 안 어울리거든.” 첼시가 소심하게 말했다. “하지만 호신용 스프레이는 있어.”

“좋아, 그럼. 총은 필요 없어.” 애덤스가 말했다. “어떤 경우에도, 내 임무는 접대역이다. 내가 술을 주문하고, 술값을 내고, 좋아 보이는 남자를 아이리스에게 데려올 거야.” 애덤스는 친절하게 잠깐 멈춰줬다. “뭐, 그렇지? 이렇게 놀려는 거지?”

“음, 아마도요?” 아이리스가 망설이면서 말했다. “그런데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는데…”

“오케이. 그럼 남자 없이. 그냥 마시자고. 밤마실이다아. 좋을 때로구만. 질문 있나?”

아이리스가 손을 들었다. “그래 아이리스?” 애덤스가 말했다.

“제 임무는 뭔가요?”

“네 임무는 생일 주인공이다.” 애덤스가 말했다. “넌 얼마만큼 즐기고 싶은지, 계속 있고 싶은지, 떠나고 싶은지를 결정할 수 있다. 어느 술집으로 가고 싶은지 말을 할 수도 있다. 지저분하거나 위험한 곳에 가고 싶나? 고급지고 비싼 곳에 가고 싶나? 요즘 유행하고 시끄러운 곳에 가고 싶나?”

“에… 사실 신나는 곳은 별로 가고 싶지 않은데요.” 아이리스가 고백했다.

“괜찮아. 그럼 아늑하고 편안한대로 가자고.” 애덤스는 눈을 감고 손가락으로 허공을 계산기처럼 두드렸다. “블레어, 이러면 어떨까. ‘더 아머리’에서 시작하고, 다음은 ‘스펙트럼’, ‘노팅엄’에서 과일주 좀 마시러 들렸다가 ‘윙딩스’로 이동, 마지막은 ‘더 블루 벨벳’에서 끝내자고.”

“우와아아… 최고의 동선인데.” 블레어는 살짝 안정되어 보였다. 적어도 아까처럼 흥분되어 보이진 않았다. “엉, 그래, 괜찮네. 모두 초심자에게 그리 무서운 장소도 아니고 말이야.”

“그래, 이게 괜찮아 보인다.” 첼시도 조금 안정되어 보였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리스도 이걸 보며 안심이 됐다.

“그럼 됐네. 마지막 한 가지.” 애덤스가 말했다.

애덤스의 속 편하고 행복한 모습이 싹 사라졌고, 목소리에는 비장함이 흘렀다. “기동특무부대 시그마-4에게 우리 움직임을 쫓아달라고 지시했어.” 애덤스가 말했다. “만약 비상사태가 생길 경우, 비상 연락 채널을 통해 우리 핸드폰을 울려 신호를 줄 거야. 긴 기계음이 날거야, 마치 화재 알람이나 날씨 주의보 알림처럼. 만약 그 신호가 울리면, 그 사람들이 우리에게 보낸 지시를 문자 그대로 이행하면 돼. 알겠지?”

“알았어.” 블레어가 말했다.

“이해했어.” 첼시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케이. 그리고… 음 이런 말 하긴 싫지만 말이야… 아이리스?”

“제가 도망치려고 한다면 기동특무부대가 제 머리를 ‘날려버리겠죠.’” 아이리스가 말했다. 아이리스의 두개골에는 제압 장치(오래된 폭발 목걸이를 대신한 거였다.)가 심어져 있었다. 이건 몇 년 전에 “특권”을 받는 대가로 심어둔 거였다. 그때 "특권"이라고 받은 것 중엔 가끔씩 무장된 경비원의 감시와 함께 오후에 바깥으로 외출을 나가는 게 있었다.

“정답.” 애덤스가 말했다. 단호한 모습이 약간 누그러졌다. “하지만, 계획대로만 움직인다면, 그런 거 다 잊고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거야… 아, 잠깐! 진짜 마지막 한 가지.” 애덤스는 코트 주머니에 손을 넣더니 아이리스에게 작은 플라스틱 직사각형을 건넸다. “축하해. 넌 법적 성인이야.”

아이리스는 무릎위의 작은 카드를 쳐다봤다. 그것은 실제 주 신분증, 아니면 잘 만들어진 복제 신분증이었다.

“민증 검사 받을 수도 있으니까. 그래도 그걸로 비행기 예약하려고 하진 마. 그렇게까지 잘 만들진 않았으니까. 화장실 좀 갔다 올게, 그리고 출발하는 거야.”

애덤스는 아이리스의 앞날을 알려준 사람이라기엔 엄청난 자신감과 기운이 넘치는 모습으로 방 안을 가로질러 나갔다. 화장실 문이 세게 닫히는 소리가 들리고 기묘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우리가 처음 n차 여행을 갔을 땐 말이야.” 첼시가 말했다. “안드레아가 우릴 ‘몰로토프 II’라는 데로 데려갔는데. 팔에 큰 문신을 하고 얼굴에 재밌게 생긴 붉은 점이 있는 사람이 날 때리려고 했어. 결국 안드레아가 그 남자와 남자의 친구들하고 싸우면서 끝났지.”

“오늘 밤에 그런 곳으로 가려는 건 아니죠?” 아이리스가 물었다.

“그런 미친 짓을 할까. 그러면 안드레아는 내 손에 죽을 거야.” 블레어는 소파에 앉아 옆에 놓인 쿠션을 두드렸다. “그래서, 여기 세상은 어때?” 블레어가 물었다.

“…너무 달라요.” 아이리스가 고백했다. “9년 동안 많은 게 바뀌었어요.”

“아직 그 절반도 못 봤을걸.” 블레어가 웃으면서 말했다.

“지금은 너무 많은 게 빨라요.” 아이리스가 말했다. 아이리스는 블레어가 두드린 자리에 앉아 손바닥으로 청바지를 문질렀다. “모든 사람들이 이 이상해 보이는 핸드폰을 들고 다니고, 컴퓨터는 더 작아지고, 노래도 이상한 사람의 노래가 나와요.”

“놀라운 건 그런데도 익숙해진다는 거야.” 블레어가 말했다.

“난 계속 살아왔지만 아직도 난 적응하지 못 하겠는걸” 첼시가 고백했다.

“안드레아는 익숙해진 것 같아요.” 아이리스가 말했다.

“안드레아는 좋은 롤 모델이 아니야.” 블레어가 경고했다.

“롤 모델보단 롤러코스터지.” 첼시가 웅얼거렸다. 팔꿈치를 신경질적으로 문지르면서.

화장실 물 내리는 소리가 은신처 뒤편에서 들려왔다. “흠!” 블레어가 말했다. “곧 가야할 것 같네.” 블레어는 아이리스에게 몸을 굽혔다. “안드레아에게 맞춰서 마시지 마.” 블레어가 속삭였다. “아무튼 그러면 안돼.”

아이리스는 얼굴이 핼쑥해졌다. 만약 애덤스가 쇼핑하는 것처럼 술을 마신다면, 오늘 밤은 매우 힘든 시간이 될 터였다.

“준비 끝!” 애덤스가 거실로 당당하게 걸어 들어오면서 말했다. “다들 나가자고!”


오후 6시

‘더 아머리(The Armory)’

일행은 복잡한 바깥의 거리에서 문을 열고 들어와 푸른빛이 켜진 거의 빈 술집의 고요에 들어섰다. 술집의 벽은 온갖 종류와 크기의 무기들로 도배되어 있었다. 한 쪽에는 일본도가, 저 너머에는 (제발 작동이 안 됐으면 하는) 톰슨 기관단총이 있었다. 술집 위쪽에 달린 텔레비전에는 농구 경기의 한 장면을 내보내는 중이었다.

와이셔츠와 바지를 말끔하게 입은 친근해 보이는 금발의 남자가 카운터 뒤에 서서 격자무늬 미니스커트와 배꼽을 드러낸 상의를 입은 종업원가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남자는 네 여자가 들어오자 손을 흔들었다. “요, 댄!” 애덤스가 활기차게 말했다. “잘 지냈어?”

“헤이! 오랜만이야, 앤디!” 바텐더가 대답했다. “친구랑 같이 왔어?”

“물론.” 애덤스가 말했다. “여기 블레어와 첼시는 기억하지?” 애덤스는 아이리스의 어깨에 팔을 둘러 놀란 아이리스를 앞으로 끌고 왔다. “여긴 아이리스. 오늘 스물한 번째 생일을 축하하러 왔어.”

“멋진데!” 댄이 말했다. “축하해. 신분증을 볼 수 있을까?”

아이리스는 쭈뼛거리며 신분증을 댄에게 줬고, 댄은 자세히 들여다보더니 윙크를 하면서 돌려줬다. “좋아, 확실히 스물한 살이구나.” 댄이 말했다. “카운터에서 마실래? 아니면 칸막이 있는 대로 가서 마실래?”

“에에, 소파 있는 데로 갈 수 있을까? 저긴 좀 아늑한 곳 같은데.”

“되고말고.” 댄이 말했다. “마실 것 좀 가지고 올게. 이건 내가 사는 거야.”

댄은 아이리스에게 친근한 미소 보내고 손을 흔들었다. 그리곤 현란한 손놀림으로 칵테일을 만들기 시작했다.

“댄은 대단하다니까.” 애덤스가 모퉁이의 낮은 소파에 앉으면서 말해줬다. 마치 이 세상에서 가장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싶은 것처럼 굽이 높은 펌프스를 커피 테이블 중 하나에 올려놓고, 팔을 소파 뒤쪽으로 뺀 상태였다. “여기서 바텐더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매니저로 승진했지. 이건 비밀인데, 여기 주인이랑 가게를 두고 협상을 벌인다고 하더라.”

“여기 자주 와요?” 아이리스가 애덤스 건너편에 앉으면서 물었다

“안드레아는 여기 자주 오지, 사실상 댄의 월급의 일부는 애덤스가 낸 거야.” 블레어가 말했다. 블레어는 아이리스 옆자리에 앉으면서 애덤스의 발을 손바닥으로 쳐냈다. “발 내려, 안드레아. 무례하잖아.”

“네가 내 엄마냐.” 애덤스가 한소리 했지만, 어쨌든 발을 내리긴 했다.

“그래 시발 내가 네 엄마는 아니지. 내가 네 엄마였으면 이것보단 더 잘 키웠을 거다.”

그동안 첼시는 벽에 붙은 크고 편안해 보이는 안락의자에 앉았다. 첼시는 대부분 빈 술집 안을 불안한 듯이 훑어봤다.

“술이 나왔습니다아아, 손님 분들!” 댄이 말했다. 손에는 초록색하고 하얀색이 층으로 나눠진 혼합물이 담긴 네 개의 슈터 글라스가 올라간 쟁반이 있었다. “생일을 맞으신 숙녀분과 친구 분들에게 드리는 서비스입니다. 다른 거 뭐 필요한 거 있어? 먹을거라던지?”

“올드 패션드와 고구마튀김 하나.” 애덤스가 말했다. “넌?”

“난 라거로.” 블레어가 말했다.

“그냥 물 주세요.” 첼시가 말했다.

“…전 정말 뭘 마실지 모르겠는데요.” 아이리스가 말했다. “이게 다 뭔지 모르겠어요.”

“그럼, 이따가 다시 올게.” 댄이 말했다. “좋은 시간 보내.”

“고마워.”

애덤스는 팔을 뻗어 술잔을 하나 집었다. 그리고 다른 여자들에게 잔을 집으라고 손짓했다. “아이리스를 위하여.” 애덤스가 말했다. “이게 앞으로 우리가 함께할 많은 밤들의 시작점이길 바라며. 건배.”

“건배.” 모두 부정하지 않았다.

애덤스는 잔을 입에 가져다 대더니 한 입에 다 마시고 쨍그랑 소리와 함께 탁자에 빈 잔을 놓았다. 아이리스는 그걸 경이로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블레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블레어는 더 적고, 더 신중하게 마셨다. 첼시는 입에가 가져다 대고, 다시 탁자에 돌려놓았다. 애덤스는 그걸 집어서 다시 한 입에 털어 넣었다.

그래. 애덤스에게 맞추진 말자. 아이리스는 살짝 한 모금 들이켰다. 달콤하고 톡 쏘는 맛이 났지만, 끝 맛이 이상하게 불쾌했는데, 아이리스는 알코올 때문이라 생각했다. 아이리스는 더 큰 모금을 들이키다가, 큰 맘 먹고 두 모금에 걸쳐 남은 술을 들이켰다.

술을 차갑지만, 내려가면서 타오르는 것 같다가, 따뜻한 작은 불꽃이 배에 머무르는 것 같았다. “이거 뭐로 만든 거예요?” 아이리스가 물었다.

“하, 그게 뭔지 나도 알고 싶다!” 애덤스가 웃었다. “댄의 마술이지. 진짜 이제까지 만난 바텐더 중에서 최고라니깐.”

아이리스는 잔을 제자리에 놓았다. 약간 불안정한 느낌이었지만, 그리 나쁘지도 않았다. 술집에 있는 다른 사람들(빨간색과 하얀색이 섞인 저지를 입은 젊은 남자)이 소리를 지르고 방방 뛰는 걸 보면, 농구 경기에서 뭔가 재밌는 일이 일어나는 것 같았다.

아이리스는 그쪽을 죽 훑어보다 카운터에 앉은 온통 검은 옷을 입은 젊은 아시아인 여자를 보았다. 그 여자는 시끄러운 남자를 바라보다가 아이리스 쪽을 바라봤다.

두 여자의 눈이 마주쳤다.

아시아인 여자는 주춤하더니, 다시 자기 술잔으로 눈을 돌렸다.

그래, 이 기분 느껴본 적이 있는데.

아이리스는 칵테일 메뉴를 내려다 봤다. 별로 의미가 없는 짓인 것 같았다. 댄이 막 색깔이 이상한 튀김이 담긴 바구니와 잔 3개를 가져왔을 때, 아이리스는 마침내 이름이 마음에 드는 칵테일을 정했다. “저기요” 아이리스가 말했다. “모스크바 뮬이 뭐죠?”

“아아, 그거.” 댄이 웃으면서 말했다. “네 마음에 쏙 들 것 같구나.”

텔레비전에서 무슨 재밌는 일이 일어난 것 같았다. 농구를 보던 사내는 절망에 찬 커다란 신음소리를 내었다. 아이리스는 다시 쭉 훑어봤다. 카운터의 아시아인 여자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아이리스는 미간을 좁혔다.

여자 화장실 문이 열리더니, 아시아인 여자가 자리로 돌아왔다.

아이리스는 안심했다. 그저 기우였다. 아이리스는 몸을 앞으로 굽혀 고구마튀김을 하나 집어 먹었다. 꽤나 맛있었다.


“모스크바 뮬이 좀 세긴 하지, 그지?” 애덤스가 살짝 불안정해 보이는 아이리스의 어깨를 잡고 차가 주차된 곳으로 부축해 가면서 웃었다. “좋아, 다음 역은, ‘스펙트럼’입니다!!”

애덤스는 운전석 방향 뒷문이 살짝 들어간 첼시의 세단에 유연하게 들어갔다. 이상하게 흐느적거리는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애덤스의 눈은 밝고 초롱초롱했다. 아이리스를 조수석에 태우고 애덤스 옆에 딱딱하게 타면서 거리를 두는 걸 보면, 블레어는 그렇지 않아 보였다.

첼시는 상당히 많은 교통량(그래도 계속 움직였다.) 속으로 들어가기 전에 모든 거울들을 확인했다. “다음은 ‘스펙트럼’이지?” 첼시가 물었다.

“예압! 일단 고속도로로 간 다음에… 젠장, 그 이후를 기억 못하겠네. 그냥 GPS나 뭐 그런 거에 검색 해봐.”

“나도 ‘스펙트럼’에 어떻게 가는 지 알거든.” 첼시가 말했다. 잠깐 빨간불에 멈췄을 때, 첼시는 손을 운전대에 올려놓고 잠시 쉬었다.

애덤스는 그동안 라디오에 나오는 음악에 맞춰 까닥거리고 있었다. 눈을 감고, 얼굴은 집중하느라 잔뜩 찌푸린 채, 애덤스는 허벅지와 차 문, 그리고 운전석에다가 손을 두드렸다. 블레어는 무릎위에 손을 올려두고 앞을 보면서 미소를 지은 채 가만히 있었다.

아이리스는 이마를 시원한 차창에 기댄 채 보도 쪽을 바라보았다. 온통 검은 옷을 입은 아시아인 여자가 가로등에 기대어 휴대폰 가지고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두 여자의 눈이 짧게 마주치고, 아시아인 여자는 움찔하더니 고개를 돌려 핸드폰 화면을 바라보았다.


오후 7시 30분

'스펙트럼 바 앤드 그릴(Spectrum Bar and Grill)' 본점

“기본요금이 10달러이긴 한데, 거기에서 5달러짜리 쿠폰 두 개씩 줄 거야.” 애덤스가 설명했다. “배고프면 음식 사먹어도 돼. 하지만 난 주로 술 마시는 데만 쓰거든. 대부분 이런 방식으로 들어오는 사람에게 무조건 돈을 쓰게 하는 거지.”

“굳이 그렇게 해야 한가요?” 아이리스가 물었다

“‘스펙트럼’은 유명인이 찾는 곳으로 유명하거든. 가끔씩은 들어와서 돈 안내고 구경만 하고 가는 인간들이 있어서 말이야.”

술집 밖에는 긴 줄이 있었지만, 애덤스는 줄을 지나 문 앞에 서있는 꽉 끼닌 검은색 티셔츠의 커다란 남자 앞으로 다가갔다. “헤이, 커트!” 아이리스가 소리쳤다.

“안드레아! 무슨 일이야, 자기?” 거구의 남자는 팔을 뻗었고, 둘은 하이파이브와 함께 포옹을 나눴다. “함께할 친구라도 데려온 거야?”

“나 빼고 3명. 술값은 내가 낼 거야.” 애덤스는 20달러를 경비원의 손에 강하게 내려놓았다.

“이봐요!” 화가 나 보이는 짙은 회색 양복의 남자가 소리쳤다. “왜 이 여자는 줄에 안서고 들어가는 겁니까?”

“왜냐하면 내가 이 여자를 좋아하거든, 넌 싫어하고.” 커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안으로 들어가, 자기.”

애덤스는 다른 세 여자를 이끌고 정문을 통과했다. 문 뒤에선 빛과 소리가 터져나오고 있었다. 여자 종업원이 쫙 붙는 청바지와 검은 티셔츠를 입고 능숙하게 샌드위치와 피자가 담긴 커다란 쟁반을 붉은 가죽으로 된 자리로 나르는 동안, 커다란 록 음악이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유명인의 사진이 담긴 액자가 모든 벽에 걸려있고, 그 중 많은 것들이 마커나 만년필로 사인되어 있었다. 이 모든 공간이 겨우 통제되고 있는 난장판의 열기를 가지고 있었다.

애덤스가 이 혼돈 속을 지나 한 줄로 된 좁은 계단을 올라 조용한 2층 라운지로 갔을 때, 아이리스는 안심했다. 검은 가죽 옷을 입은 금발 머리 여자가 카운터를 지키고 있었고, 몇몇 사람들이 긴 캐시미어 스카프를 입은 남자가 기타 음을 조율하는 무대 주위를 서성거렸다.

“헤이, 트리시.” 애덤스가 말했다. “지금 연주하려는 사람 누구야?”

“헤이, 안드레아. 이 근처에 사는 사람이야.”

“노래 잘해?”

“몰라.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어서.”

“오늘 밤에는 알 수 있겠네.” 애덤스는 의자에 미끄러지듯이 들어왔고, 다른 세 명에게도 와서 앉으라고 손짓했다. “어쨌든, 여기는 아이리스야.” 애덤스가 어려보이는 여자의 어깨를 두드리면서 말했다. “이건 얘 스물한 번째 생일 파티고.”

“멋지네.” 트리시가 웃으면서 말했다. “신분증 좀 봐도 될까?”

아이리스는 신분증을 넘겼다. 트리스는 잠깐 신분증을 보더니 다시 넘겨주었다. 아이리스는 다시 주머니에 넣을 때 약간 버벅거렸다.

“그래서, 뭐 마실래?” 바텐더가 물었다.

“글쎄… 다 같이 시나몬 위스키나 마실래?”

“난 안 마셔.” 첼시가 말했다.

“아 그렇지. 그럼 아이리스와 블레어에게 한 잔씩 줘. 내 건 더블로.”

트리시는 눈알을 굴렸다. 그리곤 카운터에 술잔을 올려놓기 시작했다.

“그런데요.” 아이리스가 어색하게 물었다. “애덤스 일은 아는데, 두 사람은 어… 회사에서 무슨 일을 하세요?”

“아!” 블레어가 말했다. “우리가 말 안한 모양이구나. 난 틸다의 조수야.”

“틸다요?” 아이리스가 되물었다. 체크무늬 셔츠와 트러커 캡을 입은 사람 몇 명이 올라와 무대 근처에 섰다. 그 사람들은 무대의 금발 남자와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아마 친구이려나?

“틸다 무스.” 애덤스가 말을 가로챘다. “19기지의 이사관이지.” 애덤스는 꽉 찬 잔을 들어 블레어와 아이리스에게 건네면서, 자기 술도 챙겼다. “건배.” 애덤스가 말했다.

“건배!” 블레어가 화답했다

애덤스와 블레어는 한 번에 자기 앞에 놓인 술을 마셨다. 아이리스는 조심스레 자기 술을 한 모금 마셨다. 레드 핫1이…. 불타는 맛이다. “제19기지에서 오셨어요?” 트리시가 다른 쪽 끝 사람의 음료수를 리필할 때 아이리스가 물었다. “거긴 그러니까… 딱히 가까운 데는 아니잖아요?”

애덤스, 블레어, 첼시 세 명은 서로 놀란 눈빛을 주고받았다. 그리곤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시작했다. 애덤스의 얼굴에 교활한 미소가 스멀거리며 올라왔다. “말해줘야 하나?” 애덤스가 물었다.

“스스로 알아보게 냅둬.” 블레어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서프라이즈 파티를 스포일러할 생각은 없거든.”

아이리스는 자신의 술잔을 내려다보았다. 아이리스는 (갈 때까지 가보잔 심정으로) 남은 술을 그대로 털어 넣고는, 바로 코 안쪽에 원하지 않던 총 맞은 것 같은 충격이 와서 기침을 했다.

애덤스는 크게 웃고는 아이리스의 등을 두드려줬다. “조심해야지, 꼬맹아.” 애덤스가 말했다. “밤은 아직도 길다고.”

무대 위에는 조용한 금발의 남자가 마이크에 대고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안녕하세요.” 남자가 말했다. “전 톰 딜런 포터고요, 제가 부를 노래는 ‘Your Love is Like a River2'입니다.”

“아 젠장.” 애덤스가 크게 짜증을 부렸다.

남자는 잠깐 화난 눈빛을 보냈지만, 어떻게든 연주를 시작했다.

괜찮은데, 라고 아이리스는 생각했다. 애덤스는 그렇지 않아보였지만. 애덤스는 남자가 연주하는 동안 술을 홀짝거리기만 했다.


“어우 씨, 그거 완전 고문이었어.” 애덤스가 정문을 비틀거리면서 나갈 때 말했다. 애덤스는 줄에 서있는 검은 가죽 재킷에 뉴스보이 캡을 쓴 여자와 거의 부딪칠 뻔했다. “이런 씨발…”

아이리스는 일렁이고 소용돌이치는 세계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블레어는 조용했지만, 마치 밤을 보내면 보낼수록 더 엄격하고 제정신이 드는 것처럼 이상할 정도로 딱딱하고 꼿꼿이 서서 걸었다. 첼시는 엄청 커다랗고 배고픈 고양이에게 쫓기는 생쥐처럼 곤란하고 초췌해 보였다.

일행은 애덤스를 조수석에 집어넣고, 블레어와 아이리스는 뒷좌석에 앉았다. 애덤스가 창문을 내리고 밤공기를 들이킬 때, 첼시의 입술은 굳고 단호하게 다물어져 있었다. “이 개새끼들아!” 애덤스가 아무에게도 향하지 않은 말을 했다.

아이리스는 창문 너머로 줄을 서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봤다. 애덤스가 거의 부딪칠 뻔 한 여자가 화난 눈초리로 쳐다보고 있었다. 아이리스는 동정심을 느꼈다.


15분 전

기동특무부대 시그마-4(“멍멍이3”) 지휘 차량

“이건 내가 지금까지 한 일 중에 가장 지루한 일이야.” 하켄이 말했다. 하켄은 자신의 햄버거를 아무 기운 없이 베어 먹는 동안, 다른 손은 경찰차처럼 보이는 차의 운전대에 올려놓았다. “자, 그럼. 우리 다음 목표가 뭡니까?”

“일정에 따르면 말인가? 시 외곽의 작은 아이리시 펍이야.” 마리오가 말했다. “그 사람들이 출발하겠다고 말 할 때까지 대기하다가, 이동하면 돼.” 마리오는 무전기를 들어 낮고 딱딱한 목소리로 말했다. “시그마-4, 보고하라.” 마리오가 말했다.

“1팀, 이상무.” 잡음이 섞인 목소리가 무전기롤 통해 들렸다. “딱히 눈에 띄는 일은 없습니다.”

“2팀. 이상 없음. 교회에서 소풍가는 게 여기보단 덜 고요할 겁니다.”

“3ㅌ—”

“저기요?” 여자가 소리치는 소리가 들렸다.

마리오가 올려다보니 검은 가죽 재킷과 뉴스보이 캡을 쓴 젊은 아시아인 여자가 조수석 창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하켄도 올려다보더니 권총에 손을 가져갔다.

마리오는 하켄을 말리고 차창을 내렸다. “네, 아가씨? 무슨 일이십니까?” 마리오가 물었다.

“‘스펙트럼’을 찾고 있는데요, 어디 있는지 가르쳐 주실 수 있나요?” 여자가 손을 차 천장에 올려놓은 채 물었다.

“길 건너편에 있습니다.” 마리오가 말했다.

여자는 눈을 굴리더니 웃었다. “하아, 죄송하게 됐네요. 고마워요, 경감님.”

“별 말씀을요.” 마리오가 말했다. 여자가 길을 건너갈 때 마리오는 차창을 올렸다. 잠시 후, 마리오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문자 메시지 착신음이었다.

마리오는 메시지를 확인하더니, 다시 무전기를 들었다. “그래, 다들 시동 걸도록.” 마리오가 말했다. “1팀과 2팀은 바로 다음 지점으로 가도록. 내가 화물을 호위하겠다.”

어두워진 골목길과 옥상에서 움직임이 나타났다. 기동특무부대 시그마-4의 주변 팀들은 그들의 감시 위치로부터 물러났다. 그중 둘은 하켄과 마리오에게 합류했고, 나머지는 차량에 들어갔다. 잠시 후, 그들은 도로로 나와 일정에 따라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하켄은 마리오가 ‘스펙트럼’ 입구를 감시하는 동안 차에 시동을 걸었다. 사수 두 명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대기했다. “화물이 시야에 들어왔다.” 네 여자가 술집에 나오는 걸 보며 마리오가 말했다. “잠시 대기…”

애덤스는 들어가려고 줄을 서고 있는 술 취한 사람과 부딪칠 뻔했다. 그걸 제외하고, 네 여자는 아무 문제없이 차에 탔다. 마리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됐어.” 마리오가 말했다. “시야에서 놓치지 마라, 그렇다고 너무 붙지도 말고.”

“알겠습니다.” 하켄이 말했다.

경찰차는 기동특무부대 시그마-4 요원 네 명을 태우고 고속도로로 향했다. 검은색과 하얀색이 섞인 천장 위에 파란색 룬처럼 생긴 것이 짧게 몇 번 점멸하더니 꺼졌다. 하켄은 화물을 태운 빨간 차가 시 외곽을 향해 고속도로에 들어갈 때 다른 교외를 향해 좌회전을 하면서도 이 사실을 몰랐다.


오후 8시 15분

‘노팅엄즈 펍 앤드 레스토랑(Nottingham's Pub and Restaurant)’

네 여자가 들어갔을 때 그림 같은 작은 펍의 첫 번째 방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 사람들은 낮은 무대 위에 서서 깜짝 퀴즈를 크고 열성적인 목소리로 말하는 남자에게 매우 집중한 듯 보였다.

네 여자가 들어갈 때, 산타 같은 하얀색 수염에 배가 큰 빨간 얼굴의 남자가 미소를 지었다. “헤이, 안드레아.” 남자가 강한 아일랜드 억양으로 말했다. “깜짝 퀴즈할 땐 항상 늦는군.”

“아, 젠장… 그게 오늘이었어?” 애덤스는 신음했다. “미안해 숀, 완전 까먹고 있었어. 여기는 아이리스고, 오늘 스물한 번째 생일을 추카… 축하하고 있는 중이야.”

“정말? 그거 멋진걸.” 신이 친근하게 눈을 반짝이며 대답했다. “그럼 꼬마 손님, 신분증 좀 봐도 될까?”


애덤스는 의자에 기대어 더블 스카치 온 더 록스을 벌컥거리며 들이켰고, 퀴즈에 완전히 집중하고 있는 다른 손님들을 불길하게 쏘아봤다. 아이리스는 “초콜릿 스타우트”라 했던 무섭게 생긴 거품이 많은 검은색 음료를 한 모금 마셨다. 초콜릿 맛은 나지 않았다.

아이리스는 다른 일행들을 빠르게 둘러봤다. 첼시는 체리 콜라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만약 첼시가 고양이었다면 마치 장난감 낚싯대를 보고 있는 표정이었다. 블레어는 밖에 있었다. 잠시 담배 피고 온다고 말했었다. 아마 겸사겸사 애덤스로부터 잠시 도망치려고도 했을 거다.

이 모든 “술집 투어”도 슬슬 식상해진다고 아이리스는 결론 내렸다. 계속해서 같은 장면만이 되풀이됐다. 이제 다시 안드레아를 알고 있는 다른 이상한 장소로 이동할 것이다. 또 이상한 맛이 나는 음료수를 돌리고, 그 음료수는 맛도 없으면서 재밌는 느낌을 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소리치는 이해할 수 없는 소리를 들으면서.

“저기, 애덤스?” 아이리스가 머뭇거리면서 말했다.

“잠깐만, 자기야.” 애덤스가 말했다. “지금 열 좀 올라서 식혀야 겠다.”

나이든 애덤스는 비틀거리면서 일어나 여자화장실로 걸어갔다.

아이리스는 한숨을 쉬고 술잔을 침울하게 바라봤다.

“재미 없니?” 첼시가 물었다.

“…잘 모르겠어요.” 아이리스가 말했다. “여긴 다 시끄러워요. 두통 올 걸 같아요.”

“그래, 공감이 되네.” 첼시가 속삭였다. 첼시는 군중들을 바라보면서 아랫입술을 불안한 듯이 깨물었다. “하나 말해 줄게. 안드레아가 돌아오면, ‘윙딩’에서 끝내고 싶다고 해. 거긴 좀 더 조용하거든. 주로 핫 윙을 파는 데라. 저녁 식사를 끝내기 좋을 거야.”

“그렇다면야 뭐.” 아이리스가 미심쩍게 말했다. “제가 볼 땐 전 이런 거랑 잘 안 맞아요. 안드레아에게도 안 맞는 것 같고.”

“안드레아는…” 첼시는 포기한 듯이 손을 흔들었다. “..특이해.”

“이 세상에서 가장 외향적인 사람 얘기하는 거야?” 블레어가 물었다. 블레어는 아이리스 건너편과 첼시 옆에 앉았다.

“좋게 말하면 그렇지.” 첼시가 말했다. “남들과 어울리는 건 좋아하긴 한데, 너무 기가 빨린단 말이야.”

“말 잘했네.” 블레어가 말했다.

아이리스는 초콜릿 스타우트를 다시 한 모금 마셨다. 곧 쓴 맛에 얼굴을 찌푸리면서 술잔을 밀어냈다. “그래서, 어, 첼시.” 아이리스는 주제를 바꾸기 위해 말했다. “전 이제 블레어가 하는 일하고, 애덤스가 하는 일을 알고 있는데, 어… 회사에서 무슨 일을 하시나요?”

첼시는 불안하게 콜라를 한 입 마셨다. “난 직업상 식물학자야, 그런데 어….” 첼시는 블레어를 쳐다봤다.

“첼시는 말을 못해.” 블레어는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말했다. “적어도 공공장소에서는.”

아. 일을 하는 사람이구나. “저와 같은 역할인가요?” 아이리스가 물었다.

“음… 그러니까. 어떻게 말하자면.” 첼시가 초조하게 말했다. 첼시는 스웨터의 단을 만지작거렸고, 스웨터에 살짝 풀린 실이 더 풀리기 시작했다.

아이리스는 확실히 곤란스러워 보이는 젊은 여자에게서 눈길을 돌렸다. 뭔가 죄책감이 느껴졌다. 아이리스가 그런 생각을 했을 때, 펍의 입구가 열리고 아시아인 여자가 파란색 와이셔츠에 검은색 청바지와 빨간색 스카프를 입은 채 들어왔다.

아이리스는 순간 한기를 느꼈다.

‘더 아머리’에서 눈이 마주쳤던 그 여자다… 그리고 만약 자신의 예상이 틀리지 않았다면, ‘스펙트럼’에서 애덤스와 부딪칠 뻔 한 여자였다. 옷이 달랐지만, 얼굴이 같았다. 에이드리언이 항상 뭐라고 했더라? “첫 번째는 사고, 두 번째는 우연, 세 번째는…”

“… 세 번째는 공작.” 아이리스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뭐라고?” 애덤스가 자리에 다시 앉으며 말했다.

“돌아보지 마요.” 아이리스가 속삭였다. “그리고 대놓고 바라보지도 마요. 카운터 끝에 앉은 아시아인 여자 보여요?”

“… 빨간 스카프 한 여자?” 첼시가 물었다.

“… 저 여자 ‘더 아머리’에서도 보고 ‘스펙트럼’에서도 본 것 같아요.” 아이리스가 말했다.

애덤스는 몸을 바짝 세웠다. 애덤스의 희미하고 정신 나간 눈빛이 사라졌다. “확실한 거지.” 애덤스가 침착하게 물었다.

“90퍼센트 확실해요.” 아이리스가 말했다. “기동특무부대 중 한 명이에요?”

“시그마-4는 모두 남자야.” 애덤스가 스마트 폰을 꺼내 버튼 몇 개를 눌렀다. “응답하지 않아.” 애덤스가 어두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건 어때?” 블레어가 물었다. 블레어는 과일주 한 잔을 내려놓고 깊고 느린 한숨을 쉬었다. 한 손을 주머니에 넣더니 호신용 스프레이 한 통을 꺼냈다.

“그냥 우연일 수도 있어. 아니면 실수거나. 어떤 경우든, 내 생각엔 여기서 마무리하고 빠져나가는 게 나을 것 같아.” 애덤스가 말했다. 애덤스는 주머니에서 돈 몇 개를 꺼내고, 절반으로 접은 다음에 식당용 소금 그릇 밑에 넣었다. “내가 신호를 주면, 그대로 일어나서 술집을 나가. 차에 들어가서 기다리고 있어. 내가… 대략 15분 정도로 할까… 그때까지 돌아오지 않으면 날 내버려 두고 윗분들에게 연락해.”

“뭘 어쩌려고요?” 아이리스가 물었다.

애덤스는 자기보다 어린 여자에게 자신감 넘치는 윙크를 보냈다. 깊게 심호흡하고 술집을 가로질러 앉아있는 아시아인 여자에게 걸어갔다.

“이봐.” 애덤스가 처음 보는 사람에게 호감 가는 큰 미소를 지었다. “같이 한 잔 할래? 내가 살게.”


여자들의 밤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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