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자 따돌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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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쪽이 김철현?"

바람이 스산하게 불어왔다.

고구마를 캐기 위해 드디어 호미 등의 장비를 배부 받고 있던 찰나였다. 공식적인 시작은 아니었지만, 한 번 구경이라도 해보라는 것 같았다. 철현에게는 딱히 새롭지도 어떻지도 않은 물건이었지만.

철현은 고개를 돌려 그에게 말을 건 상대를 바라보았다.

그에게 말을 건 사람은 검은 머리칼에 녹색 홍채를 지닌, 예의 그 능구렁이 손의 일원이었다. 아까처럼 날카로운 눈빛으로 바라보고는 있었지만, 입가에는 여유로운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는 팔짱을 끼고 철현에게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그렇소만."

"난 모리안. 모리안 잉겐 에른마스."

"내게 무슨 볼일이오."

생각보다 말이 거칠게 나왔다. 그러나 철현은 경계감을 숨기지 않고 눈앞에 자리한 이 존재를 바라보았다. 인간은 아니다. 허깨비나 유령도 아니다. 이 에른마스라는 존재는 오히려 정령이나 다른 종족에 더 가까운 듯했다. 범인(凡人)에게는 없는 기운이 그에게는 있었다. 어쩌면 신격에 더 가까운 존재일지도. 그가 머리칼을 매만지며 철현의 옆에 섰다.

"그냥 당신을 좀 도와줄까 해서."

철현의 눈이 찌푸려진 것과 대비되어, 에른마스의 얼굴은 여전히 여유롭게 미소 짓고 있었다. 그의 초록빛 눈동자가 광채를 발하며 그를 향했다.

"당신이 여길 그냥 온 게 아닌 것 같은데."

저자가 눈치를 챘구나. 우산을 쥔 손에 힘이 실렸다. 철현은 내심 서늘한 감정을 느끼고 조용히 대꾸했다.

"…그러는 그대들도 마찬가지 아니오?"

"당연한 이야기지. 여기 모인 모두가 제각각의 이유와 목적으로 여길 왔을 거 아냐. 오히려 없는 게 더…" 방문자가 말꼬리를 늘렸다. "괴이쩍지."

"뭘 하고자 하는 거요, 정확히?"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미스터 첸," 에른마스가 싱긋 웃었다. "여기 근방의 산에 웬 벌레가 하나 끼어들어 왔어. 정부의 벌레가."

"…간자(間者)로군."

"이해가 빠르네. 뭐, 새끼벌레라 뭘 할 것 같지는 않아. 큰 위협도 아니고. 여차하면 묻어버리면 되니까."

철현은 동의의 뜻으로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단지 우리가 걱정하는 건 그놈이 다른 곳까지 들쑤시고 다니는 거야. 생각해 봐, 그놈이 당신이 하고자 하는 것에까지 참견한다면."

철현의 시선이 잠시 허공을 꿰뚫었다. 귀치 않은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일리가 있었다. 그의 굳은 얼굴이 잠시 에른마스를 향했다가 시선을 바닥으로 내렸다.

어쨌거나 작은 차질도 지금은 용납되지 않았다.

"…아무래도 그대 말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겠군."

에른마스가 다시 씩 웃었다.

"다행이네. 그래서… 어떻게 하고 싶어?"

철현이 에른마스를 바라보았다.

"우리 쪽에서 놈을 홀릴 수는 있지만," 그가 뒤로 고갯짓했다. "아무래도 위험 부담이 있어서."

"손을 더럽히기 싫다는 거요, 아니면 능력을 쓴 걸 들키기 싫다는 거요?"

여자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둘 다려나."

철현의 입에서 한숨이 비어져 나왔다.

"너무 그러지는 말고. 어차피 가능하잖아? 당신."

철현은 잠시 입을 꾹 다물고 에른마스를 짜증 섞인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두통이 일었지만, 지금 와서 무르는 것은 당치 않았다. 제안을 수락하면서 얻을 수 있는 게 잃을 것보다 많았으니.

"…이번만이오."

"위대한 마술사 라자루스 첸의 귀환이네."

싱긋 웃는 에른마스의 얼굴이 그렇게 얄미울 수가 없었다.


철현은 조용히 세경의 이야기를 되새겼다. 그가 오늘 이곳에 온 목적을 복기하기 위함이었다.

김세경의 말에 의하면 며칠 전부터 이 지역에 신묘한 기운이 일고 있다고 하였다. 근방의 산신이 고하기를, 갑자기 웬 신인지 물괴인지 모를 것이 자신의 영역에 굴러와 기운을 내뿜어대니 동물이고 초목이고 할 것 없이 도망치거나 죽어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인간들의 기술로 인한 오염일러니 하였는데, 철현과 똑같이 서천의 심부름을 하는 황교란 이의 증언에 의하면 실제로 이 산에서 뭔가 범상치 않은 기색이 느껴지고 있었다. 일반적인 신격의 기운이라기보단 다른 느낌이었다고 했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자신이 관할하는 지역에서 유리되어 그 힘이 오염된 경우와 유사하다는 것. 그러나 평범한 범주의 기운보다 훨씬 더 강한 느낌이라는 증언에, 철현으로써도 나름대로 긴장하고 있었다. 귀찮은 일이 될 것이 뻔했기에.

그나마 두레원장의 협조로 이 근방을 잘 아는 젊은이를 동행 삼아 붙여주겠다고 했으니 다행이었다. 철현은 온다던 동행을 기다리면서 우산을 만지작거렸다. 그 첩자가 온다면 바로… 해치워야 할 것이리라.

"그래서 그렇게 둔하게 처치할 생각이오?"

태구련이 대뜸 말을 걸었다.

"둔하게라니."

"둔하게지 그럼."

철현은 말없이 우산을 내렸다.

"기절이라도 시킬 작정이었소?"

"뭐… 비슷하외다."

"하여간, 철현도령은 의외로 허당인 구석이 있단 말이지."

둘은 컨테이너 창고 안에 앉아있었다. 에른마스가 호야에게 돌아가고 난 뒤 곧바로 몇 명의 젊은이들이 철현을 이곳으로 안내했다. 구련은 흥미로 그의 뒤를 쫓아온 것이었다.

갑자기 창고 문이 열리더니 한 노인이 내부로 걸어들어왔다. 7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노파였다. 언뜻 보면 평범한 늙은이로 착각할 수 있는 인상이었지만, 철현은 그 노인의 눈에서 번뜩이는 눈빛을 읽어낼 수 있었다. 호야나 자신과는 다른, 또 다른 방식의 투지를 드러내는 안광이었다.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될 인간임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노인은 구련과 눈짓으로 인사하더니, 철현에게 시선을 돌렸다.

"으응, 선생이 그?"

노인이 운을 떼었다.

"그대가 두레원의 지도자겠군." 철현이 답했다.

노인이 미소를 지었다. 노인의 거동 하나하나에서 묘한 위엄이 느껴졌다. 단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이 두레원이라는 조직을 이끄는 위치에 있는 것은 아님을 짐작할 수 있었다.

"눈썰미 하난 좋구랴. 그려, 그렇다고 할 수 있겄지. 왜 여로 불렀는지는 알겄남?"

"에른마스의 대화로 짐작할 수 있었소. 처리를 해달라고 하던데."

"영 죽이라는 이야기는 아녀. 그쪽 인간을 죽이면 우리도 입지가 난처해진다니께. 호야 선생네 처자가 하는 말로는 선생이 무슨 방법이 있다구 하드만?"

"뭐,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오만…" 철현이 목덜미를 문질렀다. "내 술법이 전과 같지 않소. 자칫하면 다른 이들까지 휘말릴 수 있으니…"

맞는 말이었다. 두술의 운용 자체는 가능해졌지만, 아직도 어떤 요소는 제대로 제어가 불가능했다. 기본적인 병원체의 조종은 여전히 가능했지만, 입체적으로 다루는 방법의 문제였다. 특히 식물술적인 부분은 더더욱.

"하지만 진짜 방법은 선생이 쓰는 요상한 마술이 아니지 않남?"

철현이 고개를 들어 노인을 바라보았다. 마음이 덜컥 내려앉는 감각이 손끝에서부터 전해졌다. 노인의 얼굴에는 예의 그 미소가 여전히 걸려 있었다. 차갑지는 않지만 빈틈도 없는 미소였다.

"…진짜 눈썰미가 좋은 쪽이 누군지 모르겠군."

"그리고 김 교수가 말하기를 선생이 진짜 가야 할 행선지는 따루 있다구 했어. 터놓고 말하자믄, 우리가 그리 인력이 적은 것도 아녀. 그러니 그런 점은 걱정 말구."

컨테이너 문이 삐걱이며 열렸다.

철현과 구련이 다시 뒤를 돌아보았다. 문에는 예의 그 청년, 현수가 머리를 들이밀고 있었다.

"그, 할매가 와보라길래…"

"으응, 어여 온나. 이분이 느이가 안내할 사람이다."

철현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현수와 마주 보았다. 현수는 자못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어, 고구마… 캐러 오신 거 아니었어요?"

"표면상으로는."

철현이 말을 이었다.

"아까 내가 한 질문을 기억하시오?"

"그, 그럼요. 이상한 걸 봤느냐고… 뭐 만날 보는 게 이상한 건데요."

"이 근처 산이 많다고 들었는데, 그중 유독 조용한 산이 있지 않소?"

"조용한 산이라…"

현수는 생각에 잠긴 표정을 지었다.

"글쎄요, 음… 있긴 있어요. 근래 야생동물이 갑자기 이동하는 경우가 많아져서 의아해하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다 같은 쪽에서 오고 있더라고요."

"거기가 어디요?"

"소하산. 작은 산이에요. 이쪽 부근에 산이 많은데 그냥 곁다리로 난 수준이죠. 그리 얼마 안 높아요."

"그건 잘 됐군."

"거길 올라가시게요?"

현수가 의아한 투로 물었다.

"내가 찾는 게 거기 있을 듯하여. 이야기는 끝난 것 같지만, 다시 한번 부탁하리다. 길 안내를 맡아주시오."

"뭐…안 될 거 없죠." 현수가 원장을 흘끗 바라보며 대답했다. "근데 정말 거기 뭐가 있어요? 별로 볼 것도 없는 산인데."

"산 자체에는 없지만 산에 몰래 기어들어 온 건…" 철현이 잠시 말을 멈추었다. "아마 그게 우리가 볼 것이겠지."

"우선은 정부 쪽 아그부터 마무리를 짓고 나서 말이여." 원장이 거들었다.

철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원장에게 시선을 던졌다.

"헌데, 그걸 쓰려면 우선 전후 관계에 대해 말을 맞춰야 할 것 같소. 아무리 둔하다 한들 있던 사람이 아무 이유 없이 사라진다면 의심을 할 터이니."

"그럼… 이건 어떻겠나?"

잠자코 있던 태구련이 입을 열었다.


"원래는 오늘 체험 오는 손님들 고구마 다 캘 때 떼려고 했는데, 날이 추우니께 미리 틀어놨으니 몸 좀 녹혀. 커피 주까?"

"아뇨, 괜찮습니다. 감사합니다."

"에구, 산에서 그 고생을 했는데 배도 고플 틴데-"

"배가 고프기는 개뿔. 가방 빵빵한 거 보니 먹을 거 챙겨왔나 본대."

밖에서 말소리가 들려온다. 철현은 한숨을 쉬며 홀로 앉아있던 의자 위에서 일어선다. 슬슬 나갈 채비를 해야 한다.

"고구마는 잘됐네, 고구마는."

"어머, 저번에 배추도 좋다고 가져갔으면서."

"감자 어딨냐 감자."

박수덕의 볼멘소리와 에른마스의 목소리가 번갈아 들려온다. 어찌 되었든 저자들도 지금 이 상황의 조력자다. 감사를 표해야 할 것이리라.

"우물가에서 누룽지 찾는 여시가 여깄네. 아직 심지도 않았어라!"

원장의 질책이 이어졌다. 그리고 잠시 후 수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뭘 꼬라보냐."

"네?"

간자의 목소리다.

"눈 뽑아버리기 전에 고개 돌려. 새파랗게 어린것이 다른 사람을 쳐다보고-"

"하이고 남의 장사판에 와서 손님 내쫓으려 하네! 저리 가서 호미랑 앉은뱅이 의자나 준비혀!"

손님. 저게 바로 신호다. 철현은 잽싸게 우산을 한 손에 쥐고 컨테이너의 문을 슬그머니 열었다. 어딘가 맥없어 보이는 얼굴의 남자가 원장과 함께 서 있었다.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

"어… 근데 손님이요?"

"아, 들었는가? 별건 아니고 원래 고구마 캐기 체험하기로 한 청년이 있었는데 갑자기 못하겠다고 뻗어서 말이여- 그래 저 청년."

철현이 슬그머니 컨테이너 밖으로 걸어 나왔다. 남자가 살짝 주춤하며 그를 바라보는 것이 느껴졌다.

"아, 돈은 냈잖소."

일부러 볼멘소리를 낸다. 문득 철현은 자신이 연기에 그렇게 재능이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부끄러웠지만 일단 이런 우스꽝스러운 연극을 해야 적절한 암시가 걸릴 것이다.

"이눔아 돈이 문제여! 고구마 저거 오늘 못 캐면 다 버려야 하는데!"

원장은 자못 성이 난 것처럼 느껴졌지만, 철현은 원장이 속으로 즐거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짖궃은 감이 있다고, 철현은 생각했다.

"대신 세척이랑 말랭이 만드는거 도와드리겠습니다. 몸 상태가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나…"

그래, 고구마말랭이도 만든다고 했다. 철현은 문득 생각난 대사를 입에 올리며, 곁눈으로 간자의 동태를 살피고 있다. 보아하니 딱히 뭔가를 의심하고 있는 것 같진 않았다. 철현은 그들에게로 조금씩 다가갔다.

"거 당연한 거고! 얘! 좀 있다 말랭이 만들 때 이 청년 빡시게 굴리라!"

원장이 그리 외치며 서서히 물러났다. 적절한 퇴장이었다. 지금부터는 옆에 누군가가 있으면 역효과가 날지도 몰랐다. 철현은 간자에게로 바로 다가갔다.

"빡시게 잡네… 거 나 대신 캐줄 사람이라 들었소만."

"아… 네?"

남자는 조금 위축된 인상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어딘가 겁이라도 먹은 건가 싶은 표정이었다. 그게 아니면 그냥 긴장을 많이 하는 것일지도 몰랐고.

어느 쪽이든 철현에게는 최적의 상황이었다.

철현은 우산의 손잡이에 붙은 부적을 슬그머니 떼어냈다. 그리고는 손에 이를 말아쥐었다.

"김가 철현이라 하오."

조용히 더욱 다가간다. 남자는 아무런 무기도 들고 있지 않다. 절호의 기회다.

"돈은 내가 이미 냈으니—"

자연스럽게 말을 이어 나가다, 그대로 오른손에 쥔 부적을 남자의 목덜미에 붙인다. 남자의 동공이 일순간 수축했다가 되돌아온다. 실핏줄이 터지면서 살짝 붉은 기가 도는 눈에는 더이상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 인지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남자의 정신은 본능적으로 저항하려고 하지만, 성공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서천에서 만들어낸 부적을 어찌 인간이 감내하겠는가.

"—고구마 좀 캐주시오. 반은 줄 테니 잘 좀 부탁하오."

철현이 빙긋 웃으며 말을 끝냈다. 남자는 여전히 그를 바라보고 있지만, 동공은 흐릿하다. 자신이 보는 것을 제대로 인식하는 자의 눈빛이 아니었다.

"예? 예… 예. 그…렇게 하죠."

남자가 어눌하게 대꾸했다. 철현은 그의 어깨를 두드리곤 다른 곳으로 거닐어 갔다. 이제 저 남자가 무얼 보든 제대로 볼 수 없을 것이다. 두레원의 실체도, 거기 모인 사람들이 무얼 하고 있는지도.

어쨌거나 부적은 더 만들어 낼 수 있고 이런 기회는 흔치 않았으니.

철현은 현수가 기다리고 있던 농장의 한 쪽 구석에 도착했다. 현수는 자못 긴장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제대로 하고 오셨어요? 그…"

철현은 대답 대신 우산을 들어 올렸다. 우산의 형체는 어느덧 흐릿해지고 있었다.

"아, 아니 이게…"

"조금만 더 기다리면 제 모습을 찾을 거요. 환술(幻術)의 영(影)은 대개 금방 사라지지만, 이 경우에는 부적의 강도가 상당한 수준이라 이렇게 분리되어도 흐릿하게나마 남아있는 게지."

"오…"

현수의 얼굴에 감탄이 깃들었다.

"그러니까 이게 진짜 도술이다 이거죠?"

"그대는 기이한 방식으로 농경을 하는 조직에 몸을 담았으면서 이것이 그리 신기하오?"

"우리는 농사는 짓지만 이런 건 그렇게 자주 하는 편이 아니니까요. 적어도 저는 많이 보진 못했거든요."

현수가 웃음을 머금고 대꾸했다. 둘은 천천히 농장을 떠나 바깥으로 걸어갔다. 어느새 볕이 땅을 뒤덮고 있어, 아침나절보다는 조금 나았다. 철현은 옷깃을 여미며 현수의 뒤를 따라갔다.


미물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작은 물결이었지만, 어느새 거대한 파도가 되었다. 미물들이 이토록 일사불란하게 방어 태세를 갖춘 적이 언제 적이었을까. 심지어 이 산의 산신이 내려왔을 때도 이것들이 이렇게까지 긴장한 적은 없었다. 생각보다 더욱 거대한 놈이었다.

하지만 결국 재로 스러질 녀석에 지나지 않는다.

신은 조용히 사태를 관전하고 있을 뿐이다.

놈이 설사 이곳까지 온다 한들 그를 끌어낼 수는 없다. 저 밖에 있는 자가 설사 설문대할망이라 해도 이 천혜의 요새를 뚫을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그 자신을 제외한 아무도.

아니, 미물들에서 막힐지도 몰랐다. 하찮고 귀치 않은 녀석들이었지만 그의 권능 하에 집결한 놈들은 통상의 능력보다 수 배의 힘을 끌어낼 수 있었다. 벌써 몇 명의 잡신과 악귀들이 여기에 덤벼들었다가 그 힘을 모조리 빼앗기지 않았는가. 이번이라고 다를 리가 없었다.

단지 저 밖에 있는 녀석의 권능이 생각보다 더 강한 점을 제외하고는.

미물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점점 그 기운이 강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기운은 점차 그가 자리한 곳으로 이어져 오고 있었다. 그것이 실시간으로 이동해 오고 있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놈이 다가오고 있다. 놈이 그에게로 바로 다가오고 있다.

간만에 즐거워지리라고 생각하며, 신은 다시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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