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한 조각 불을 피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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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하고, 같이. 동반자살 해 주지 않겠습니까」

「물론. 기꺼이」라는 대답을, 어떻게든 입속에서 굴렸다. 혀 밑에서 춤추던 말이, 닫힌 이빨에 닿고, 입술 열리는 소리가 기계의 소음에 섞인다. 나 또한 눈시울이 얼어붙는다.

……설마 프로포즈를 받을 줄은 생각도 못 했어. ……응, 동반자살 하자──다만」

 도중에 끊긴 불완전 문장. 우선 안도했다가 다시 긴장한 그의 표정.

「다만?」

「여기 말고 다른 데서. 여기서는……. 아까 말했다시피. 어둠 속에 갇혀서 라다메스를 연기하는 꼴이 되니까. 윗층에서 죽은 사람들이 관객이 되는 게, 좀 께름칙할지도」

「그럼 어디서」

 자기보다 침착하지 않은 사람을 보면 침착해진다, 라는 말은 확실히 사실인 것 같다.

「그러게……. 그거 큰 문제. 가능한 한 예쁜 장소가 개인적으로 좋을까. 게다가, 가능한 한 기록에 남지 않을 것 같은 장소……

「기록에 남지 않을 장소, 라는 것은, 그러니까 3천 년 뒤에 유서를 남기지 않을 거다, 그런 의미?」

「그렇지. 『여기에 인류를 구한 두 사람이 잠들어 있어요!』 같은 비석이 세워지지 않도록」

 아무래도 여기에 대한 생각은 일치한 것 같고.

「그거는 찬성. 그럼……. 어떡할까. 금방 떠오르지가 않네. 절경인 자살 명소를 찾아보려 해도 전세계가 다 얼어붙어 있으니. 예쁜 장소라면 어디일까? 나는 같이 여기서, 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서」

 일생일대의 고백을 한 뒤 안심한 반동인지 점점 말도 많아지고.

 ──그리고. 문득, 언젠가의 태평양 위에서의 밤이 떠올랐다.

「아, 하나 떠올랐다. 죽을 장소 쪽이 아니라 예쁜 장소를 베이스로 생각하다 보니 그다지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말해 줘. 듣고 싶어」



「남반구 별자리를 만들러 가자」

「물론. 기꺼이!」






폐막.



목차

« #6 다만 한 조각 불을 피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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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P-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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